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12)
구룡전기-112화(112/217)
구룡전기 (112)
“외부에서 우리가 장원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은 자들이 있었습니다.”
구룡장으로 쳐들어온 음사문의 무인들을 격퇴한 후 장원을 정리할 때쯤에 혁지석이 무인들을 데리고 구룡장에 도착하였다.
그들 역시 격렬한 전투를 벌인 것처럼 옷이 찢어지고, 상처가 나고,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장원이 걱정되어 자신의 부상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렇게 달려온 것이다.
화린은 이들의 앞을 막아선 자들이 혈사파의 무인들이라 생각하고 말을 하였다.
“음사문과 혈사파가 본 장원을 노렸다고 하였으니 그놈들은 혈사파 놈들이겠네.”
“하남성의 혈사파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혁지석이 깜짝 놀라 물었다.
“그렇다고 하더군요.”
혈사파까지 가세했다는 말에 혁지석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뭘 그리 심각한 표정을 합니까. 그냥 가서 때려 부수면 되는 일인데.”
화린은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하였다.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화린과 남궁수연이 혁지석을 보았다.
“혈사파는 사혈맹의 지부입니다. 그리고 혈수무정 나성기가 죽은 이후, 이란 부인이 전권을 잡고 있는데 그녀의 부친이 산동성에서 큰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백마사의 주인인 이천국입니다.”
“백마사라면 산동성의 사파를 이끌고 있는 문파가 맞죠?”
남궁수연이 묻자,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서 우리는 당하고만 있어야 합니까? 우리 사람이 저리 다쳤는데 말입니다.”
화린이 묻자, 혁지석은 순간 대답하지 못했다. 머리로는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가슴은 뭐라도 해야 한다고 뛰고 있어서였다.
“무림은 약육강식의 세계가 아닙니까?”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힘만 강하다고 해서 쉽게 생각할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백마사는 우리가 상대할 수 없을 만큼 강한 문파이기도 합니다.”
“그럼 백마사의 이천국이 살인검제 님보다 강합니까?”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 뒤에는 사혈맹이 있습니다. 사혈맹이 나서면 우리는 일각도 견디지 못할 겁니다.”
“그들 뒤에 사혈맹이 있다면 우리 뒤에는 살수들이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그놈들 밤에 똥오줌 못 싸게 해 줄 수도 있습니다.”
“킥킥!”
그 말에 남궁수연이 웃었다. 웃는 남궁수연과 달리 혁지석은 걱정이 되었다.
“혁 단장님께서 무슨 걱정을 하시는지 알고 있지만 우리 장주님께서는 한번 결정하면 그 결정을 안 바꿉니다. 고집도 저런 고집이 없습니다. 그러니 속 편하게 그러려니 하십시오.”
서대영이 표정이 어두운 혁지석을 염려하듯 말하였다. 어차피 서대영 역시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앞으로 계속해서 공격을 당할 것을 알고 있었기에 화린의 뜻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혁 단장님은 우리 구룡전단 단원들을 데리고 음사문으로 가서 깡그리 죽여 버리세요. 여자, 노인,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죽이세요.”
“네에?”
혁지석이 놀라 물었다.
“그놈들 남은 인원이라고 해 봐야 얼마 없어요. 그리고 자신들이 패할 것이라 생각지 않기 때문에 방심하고 있을 터이니 쉽게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거예요.”
혁지석은 고개를 숙였다.
“서 총관은 따라가서 음사문의 장원, 사업체를 비롯한 모든 재산을 우리 쪽으로 이전시켜.”
“알겠습니다.”
화린은 혁지석을 보며 말했다.
“혁 단장님께서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위험한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기껏해야 사혈맹에서 정천맹을 통해 우리한테 한 소리 하겠지만 우리는 정천맹 소속이 아니니 그들에게 잔소리를 들을 이유가 없지요.”
“정천맹이 나선다면?”
“화산과 종남에서 정천맹이 나서지 못하게 막아 줄 겁니다.”
“그럼 사혈맹과 싸워야 하는 것 아닙니까?”
“겁을 주러 몇 놈 보내긴 하겠지요. 우리는 오는 족족 관짝에 넣어서 사혈맹으로 보내 주면 그들도 생각을 달리할 겁니다.”
“무슨 생각?”
남궁수연이 물었다.
“우리와 싸워서 이익이 있는지 없는지 계산해 본 뒤 이익이 있으면 죽어라 쳐들어올 테고, 그게 아니면 제풀에 지쳐 한발 물러나겠지.”
“쳐들어오면?”
“오는 족족 잡아 족쳐서 관짝에 실어 보내 줘. 그리고 관 값은 확실하게 받고.”
혁지석은 화린이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말했다.
“장주님, 그리 단순하게 생각할 것이 아닙니다. 장주님께서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지는 잘 알고 있지만 혼자서는 사혈맹이라는 큰 세력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왜 우리가 혼자입니까?”
“그럼……? 혹여 살수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닙니다. 우리 편은 아니지만 우리를 도와줄 정천맹도 있고 마교도 있지 않습니까? 사혈맹이 우리와 싸우다 피해를 입으면 정천맹과 마교가 가만히 있을 것 같습니까? 기회를 보다 사혈맹을 무너뜨리려고 할 겁니다.”
혁지석은 화린의 말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예상컨대 정천맹은 소속 문파들을 시켜 같은 성에 있는 문파를 공격해 간을 볼 겁니다. 그 후 사혈맹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아마도 각 성에 자리 잡고 있는 사파 문파를 지워 버리려고 할 겁니다.”
“그 전에 우리가 당할 수도 있습니다.”
“왜 우리가 당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개인이 집단을 이길 수는 없으니까요.”
“아직 혁 단장님께서 선배를 잘 몰라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 같은데, 선배는 집단도 쉽게 이겨요. 제가 곁에서 늘 보아 왔기에 그건 더 잘 알고 있어요.”
남궁수연의 말에 혁지석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혁 단장님의 말씀대로 우리가 여기서 싸우면 불리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혈맹과 싸우는 시점에서 식솔들은 구룡장을 비우고 다른 곳으로 잠시 피해 있을 겁니다.”
“어디로요?”
“화산이나 종남으로 가서 잠시 몸을 의탁하면 됩니다.”
“그들은 받아 주지 않을 겁니다.”
“받아 주게 되어 있습니다. 종남과는 군이라는 깊은 인연이 있고, 화산은 나에게 진 빚이 있으니 우리 식솔들의 안전을 책임져 줄 것입니다.”
혁지석은 화린이 무슨 생각으로 이리 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한 달 정도만 몸을 피해 있으면 됩니다. 그럼 제가 그놈들 수뇌부들은 물론 주요 인사들까지 다 죽여 버릴 테니까요.”
“그들 수뇌부 말입니까?”
“그들이라고 해서 살황의 살수를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까?”
“아…….”
혁지석은 그제야 화린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한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몇 놈 죽고 나면 그들이 먼저 손을 들 겁니다. 특히 십이사가의 가주를 비롯해서 자식들까지 죽여 대를 끊어 놓으면 아마 볼만할 겁니다.”
“역시 선배는 싸울 줄 안다니까. 그 방법이 대초원의 마적단을 상대할 때 사용했던 방법이지.”
남궁수연이 물었다.
“그건 각개격파고. 이건 암살이니 다르지.”
화린은 혁지석을 보고 말했다.
“시간은 우리 편입니다. 혁 단장님께서 제가 그들을 다 죽일 때까지, 예상하기론 한 달에서 한 달 보름 정도만 우리 식솔을 지켜 주시면 결국 사황 백무기가 우리를 찾아와 고개를 숙일 겁니다.”
* * *
“서 총관님!”
혁지석은 서대영과 구룡전단의 단원들과 함께 음사문으로 가는 중이었다.
“말씀하십시오.”
“서 총관님께서는 장주님의 말씀대로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어려움은 있겠지만 결국 장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어려움이라면?”
“세상일이라는 게 늘 변수가 있기 마련이니 그 변수에서 오는 차이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서 총관님께서는 장주님과 함께하시면서 이러한 경우를 경험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다만 장주님과 제가 이제까지 경험했던 환경이 이보다 더 지독했습니다.”
“그런 곳이 있습니까?”
“다른 건 다 알려 드릴 수 있는데 그것만은 알려 드릴 수가 없습니다. 정 듣고 싶으시면 장주님께 직접 들으셔야 합니다.”
혁지석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화린이나 서대영은 자신이 묻는 물음이나 질문에 거짓이나 숨김없이 모두 대답을 해 주었다.
그런 그가 안 된다고 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시간이 흐르다 보면 또 스스로 알려 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걱정이 앞섭니다.”
“사실 늘 시작 전에는 저도 걱정이 되긴 합니다. 저 양반이 또 무슨 허황된 일을 벌이나 싶어 어떨 때는 겁이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 당시를 생각하면 그 걱정이 부질없었다는 것을 느낄 때가 부지기수입니다.”
“총관님께서는 장주님에 대한 믿음이 대단하시군요.”
믿음이라는 말에 피식 웃었다. 자신이 생활했던 곳에서는 그 믿음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이 날아가곤 하여서였다.
“글쎄요. 믿음이라 하기에는 좀 그렇고, 그냥 같이 있으면 늘 즐겁습니다.”
“즐거워요?”
“네. 매일같이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것도 재주이고, 또 어디 가서 사고를 치고 오지 않을까 하여 불안하게 만드는 것도 재주니까요.”
“음.”
“장주님과 함께 있으면 제가 살아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럼 장주님과 같은 군대에서 생활하신 겁니까?”
“아닙니다. 제가 장주님을 만난 건 군대를 전역하신 후입니다. 우리 장원에서 장주님에 대해서 가장 잘 아시는 분이 소용인 대모이십니다.”
혁지석은 소용인을 떠올렸다. 그녀는 화린의 식사를 챙기거나 혹은 화린과 관련된 일만 하나하나 다 챙기곤 한다.
“제가 듣기로는 장주님의 보모라 들었습니다. 갓난아기 때부터 소용인 대모님의 손에 자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제가 조금 주제넘은 것 같았습니다.”
“아닙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십시오. 가능한 건 모두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다른 분이 이런 질문을 해도 이리 소상이 알려 주십니까?”
“그건 아닙니다. 혁 단장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지켜 주셔야 할 분이시니 많은 것에 대해서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 이리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 말에 혁지석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그리 믿음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희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곧 있을 전투에만 신경을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전투가 시작되면 저는 곧장 내원으로 들어가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찾아볼 테니 없는 셈 치십시오.”
“정말 안 도와주실 겁니까?”
“내원은 제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하나의 크고 넓은 장원이 보였다.
“제법 돈이 되겠네요. 그럼 수고하십시오.”
서대영은 혁지석에게 수고하라는 말을 남기고 옆으로 빠졌다.
“후우.”
혁지석은 심호흡을 한 후에 대원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더 이상 정천맹의 현무단이 아니다. 우리는 구룡장의 구룡전단으로 장주님께서 내리신 첫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왔다.”
모두는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모두들 잘해 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이전처럼 적들에게 둘러싸여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고 놈들을 멸한다.”
“걱정 마십시오. 두 번 다시는 그런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겁니다.”
한 대원이 말하자, 모두가 결의에 찬 눈빛으로 대답을 하였다.
“그래. 가자. 우리는 오늘 구룡전단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들은 장원을 향해 곧장 달려 나갔고, 단숨에 담장을 넘었다.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옥의 나찰보다 잔인해져야 한다는 장주님의 말씀이다. 한 놈도 살려 두지 말고 모두 죽여라.”
혁지석의 명령이 떨어지자, 구룡전단의 단원들은 음사문의 사람들을 향해 살수를 펼쳤다.
“크아아악!”
갑작스러운 침입과 살육으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린 음사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