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13)
구룡전기-113화(113/217)
구룡전기 (113)
“이게 무슨 소리냐!”
내원에서 느긋하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사도형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크아아악.”
비명 소리와 함께 희미하게 들려오는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에 누군가가 문파로 쳐들어 왔음을 알게 되었다.
사도형은 서둘러 자신의 병기를 챙긴 후에 밖으로 뛰쳐나갔다.
사도형이 나간 후, 한 사내가 그가 있던 방으로 들어왔는데 서대영이었다.
서대영은 방안에서 뭔가 숨길 만한 곳을 찾는 듯 둘러보곤 문갑을 비롯하여 서랍이 있는 곳은 다 뒤져 자신의 원하는 것을 찾으려 하였다.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서대영이 찾고자 하는 건 음사문의 땅문서, 집문서를 비롯하여 그들의 돈줄이라고 할 수 있는 상점에 관련된 문서들이었다.
한참을 방안을 뒤지는 서대영은 자신의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하자, 이곳이 아닌가 하여 안방의 침실로 가려고 하였다.
“혹시 모르니까.”
서대영은 자신의 내공을 개방하여 방안으로 기운을 퍼뜨렸고, 기운이 방 안을 가득 채우면서 빈 공간을 찾아내었다.
책상 뒤에 걸려 있는 족자를 떼어 내자 비밀 금고가 있는 공간이 나타났고 그곳에서 비밀 금고를 꺼내 내공을 발현시켜 금고의 문을 뜯어 버렸다.
콰지직!
금고의 문이 종잇장 찢기듯 찢어지면서 그 안에 있는 장부와 귀금속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서대영은 장부를 들어 확인한 후에 활짝 웃었다.
“사파 놈들은 어쩔 수가 없나 보구나. 고리대금업도 부족하여 밀수와 인신매매까지…….”
장부에는 밀수 조직과 인신매매 조직을 이용하여 그동안 거래했던 내용들이 간결하게 기록이 되어 있었다.
장부를 대충 훑은 본 서대영은 음사문에서 얻고자 하는 각종 문서들을 금고 안에서 모두 품에 갈무리한 후에 귀금속을 주머니에 챙겼다.
이제는 더 이상 이곳에 볼일이 없어졌으니 장소를 이동할 생각이었다.
“침실에는 이놈의 부인이 가진 금붙이도 제법 있겠지.”
서대영이 사도형의 집무실을 나와 안채의 안방으로 향했다.
한편 음사문 외원의 뜰에서 싸우고 있는 구룡전단의 무인들은 자신들이 구룡장으로 와서 더 강해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다.
물론 매일 수련을 하고, 얼마 전에는 장주가 구해 준 영약을 복용하여 내공이 조금 더 높아졌지만 그것과 별개로 스스로 단단해졌음을 알 수가 있었다.
“체에에에엥!”
검과 검이 서로 부딪치면서 불꽃이 일어났고, 구룡전단의 단원인 용수는 발을 들어 강하게 상대를 복부를 밀어 찾았다.
“윽!”
복부를 맞고 뒤로 물러나는 적을 향해 도약하여 몸을 회전시켜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손아귀에 전달되는 느낌으로 상대를 베었음을 알 수가 있었다.
눈앞에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상대를 보고 용수는 고개를 돌려 다른 상대를 찾았다.
음사문의 무력단체인 음살대가 구룡장에서 전멸하였다고 하지만 음사문에 남아 있는 무인들이 제법 있었다.
내가 바쁘게 움직여야 동료가 살 수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용수는 또 다른 적을 향해 다가갔다.
천지예인검결!
구룡장에 와서 배운 두 가지의 무공 중 하나인 천지예인검결은 정천맹에서 배웠던 그 어떤 무공보다 뛰어났다. 그뿐 아니라 마치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검술과 자신, 아니, 구룡전단의 단원들에게 잘 융화가 되었다.
천지예인검결은 모두 사초식 십이변초로 구성된 검술이었는데 초식의 순서나 변초의 순서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펼치면 되는 검술이었는데, 그동안 익혔던 검술과 무공과도 호환이 잘 이루어져 마치 처음부터 검술을 익힌 것처럼 어색함이 전혀 없이 몸을 쓸 수가 있었다.
“이놈들!”
구룡전단의 단원들이 음사문의 무인들과 싸우고 있을 때, 사도형과 음사문의 장로 두 명이 외원의 뜰에 당도하였다.
“현국, 채덕! 좌우의 장로들을 맡아라. 사도형은 내가 맡겠다.”
한때 정천맹의 현무단을 이끌었던 혁지석이었기에 사도형과 두 장로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호명당한 현국과 채덕은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무인들을 빠르게 베어 넘긴 후에 두 장로를 향해 움직였다.
혁지석은 사도형의 앞을 막아서서는 검을 휘둘렀다.
“네놈은!”
사도형 역시 혁지석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정천맹이 무엇 때문에 본 문을 공격한 것이냐.”
“나는 정천맹에서 나온 지 오래되었소. 그리고 지금은 구룡장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구룡전단의 단장이오.”
혁지석의 검이 사도형이 목을 스쳐 지나갔고, 사도형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구룡장?”
“지난 날 구룡루를 손에 넣기 위해 구룡장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아보셨을 것이 아니오.”
모른 척하지 말라는 소리였다.
“음…….”
“당신이 보낸 음살대는 모두 죽었으니 그들이 돌아와 도와줄 것이란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을 거요.”
“뭐? 전멸당했다고?”
“손을 잡은 혈사파 역시 당신과 같은 신세이니 가는 길은 그리 외롭지 않을 것이오.”
사도형은 혁지석의 말을 듣고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 수가 있었다.
혁지석의 검이 사도형의 허리를 노리고 교묘하게 움직였다.
푸른빛이 감도는 검기가 순간적으로 생겨나며 사도형이 입고 있는 의복을 길게 찢었다.
사도형 역시 당하고만 있을 수가 없어 자신의 독문 무공은 사형칠검을 펼치며 혁지석의 검과 맞부딪쳤다.
체에에에엥!
검과 검이 서로 부딪치면서 기운의 파장이 일어났고, 이들이 일으키는 기운의 파장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은 주변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츄츄츄츄츄.
검의 기운이 사방으로 흩어지나 싶더니 허공에서 방향을 바꾸어 혁지석을 향해 곧장 떨어졌다.
혁지석은 이미 사도형의 무공을 알고 있다는 듯 발을 움직였다.
화린에게 배운 운중비록 상의 풍운비보이었다. 바람에 의해 구름이 정처 없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고 창안한 움직임은 사도형의 공세를 모두 피해 내었다.
퍼어어어엉!
허공에서 떨어지는 검기를 피해 뒤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전진하여 사도형을 더욱 압박하였다.
사도형은 혁지석이 자신을 향해 거침없이 다가오자, 적잖이 당황하였다.
상대가 뒤로 물러나야 자신이 숨을 돌리고 반격하기 위해 행동에 옮길 수가 있는데 반대로 빠르게 접근해 오자 혁지석의 공격을 막기 위해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혁지석과의 대결에서 기세가 밀려 버렸다. 기세가 밀렸다고 해서 자신이 패할 것이라 생각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체에에엥!
‘듣던 것과는 많이 다른데.’
사도형은 일문의 문주로 정천맹의 주요 인물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천맹 현무단장 혁지석은 무공은 뛰어나지만 모험을 하기보다는 안전하게 움직이려는 성향이라 정천맹의 무력단을 맡고 있는 단장 중에서는 가장 미덥지근한 인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사천과 중경에서 현무단이 사혈맹에 몰살당한 것도 그의 이러한 성향으로 인해서란 말이 있을 만큼 행동이 있어서는 신중하게 움직이는 자인데 지금의 모습을 보면 전혀 아니었다.
움직임에 있어서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과감하게 안으로 파고들어 자신의 약점을 공격하는 모습이 이제까지의 소문이 거짓임을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전투는 그런 거예요. 상대를 못 죽이면 내가 죽는 거예요. 그런데 전쟁은 상대를 못 죽이면 나뿐만 아니라 나의 가족과 이웃까지 죽는 거예요.”
혁지석은 남궁수연과 대련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화린의 경우 무공서 한 권 던져 주고 익히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물어보란 말만 하고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면 남궁수연은 대련을 통해서 싸움, 전투, 전쟁에 대한 혁지석의 생각들을 모두 바꾸어 놓았다.
“상대의 검을 다 피할 필요는 없어요. 물론 내가 상대보다 강하면 가능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맞고 즉사할 곳만 피하면 돼요. 한 방 맞아 주고 두 방, 세 방으로 갚아 주는 거죠.”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육참골단의 방법도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남궁수연에게 배웠다.
여인의 몸으로 부상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남궁수연의 모습을 보고 혁지석은 그동안 자신이 통념이라는 세상에 얼마나 오랫동안 갇혀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화린의 도움으로 얻은 깨달음과 남궁수연의 가르침이 혁지석에게 날개를 달아 준 것이었다.
거대 세력의 한 무력단의 단장을 할 정도 강한 무인이었던 혁지석이 두 사람의 도움으로 날개를 달았으니 지금보다 더 강해지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도형이 뒤로 물러나자, 혁지석이 따라붙었다. 사도형은 그런 혁지석을 저지하기 위해서 검을 휘둘렀지만 혁지석은 그런 그의 공격을 쳐 낸 후에 코앞까지 이르렀다.
가까운 거리라 검보다는 사도형의 주먹이 먼저 움직였고, 혁지석은 주먹의 궤적에 따라 고개를 돌려 피하면서 몸을 빙글 돌리며 팔을 휘둘렀다.
혁지석의 손등이 사도형의 얼굴을 강타하였고,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고개가 크게 돌아가며 비틀거렸다.
“으윽!”
혁지석은 그동안의 수련으로 본능적으로 발을 들어 올려 뒤차기를 하듯 발을 쭉 뻗었다.
혁지석의 발이 사도형의 복부를 때렸다.
사도형은 그 힘에 밀려 뒤로 넘어지듯 바닥을 굴렀고, 재빠르게 일어나려 하였지만 혁지석의 검이 자신의 목을 노리고 오고 있음을 보고 바닥을 굴러 피하였다.
게으른 당나귀가 땅바닥을 구르는 모습을 본떠 만든 뇌려타곤이라는 기술로 맹렬한 공격을 피해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 피하는 구명초식이기도 하였다.
무림인들 중에는 뇌려타곤을 죽기보다 더 수치스러운 무공이라 생각하여 죽어도 뇌려타곤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을 하지만 실상 목숨이 경각에 달리면 살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행동에 옮기게 되는 초식이기도 하였다.
혁지석은 그런 사도형의 모습을 보고 그가 반격할 기회를 잡지 못하도록 몰아붙였다.
“하하.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긴 한 모양이구나.”
사실 혁지석은 뇌려타곤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반격의 기회를 노리는 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암기나 독을 사용하여 기습하는 행위를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혁지석이 사도형을 도발하는 이유는 그가 흥분하여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오냐, 그렇게라도 목숨을 구걸하여 어디 한번 나의 목을 가져가 보아라.”
혁지석의 큰 목소리가 주변으로 퍼지면서 음사문의 무인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이놈!”
사도형이 분노하여 내공을 검 끝에 모아 외부로 방출하였다.
옅은 검의 기운이 혁지석을 향해 날아왔고, 혁지석은 서둘러 검을 들어 사도형의 기운을 막았다.
퍼어어엉!
기운의 폭발력으로 인해 혁지석이 두어 걸음을 피해 물러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쇄도하여 혁지석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체에에엥!
검과 검이 부딪치면서 불꽃이 일어나 사방으로 흩어졌다.
두 사람이 힘겨루기를 하더니 동시에 서로의 검을 밀치며 떨어졌다. 그 순간 사도형이 혁지석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는데 그의 옷소매 속에서 무엇인가가 빠져나왔다.
암기였다.
혁지석은 두 발을 바닥에 붙인 상태로 허리를 뒤로 젖히며 무릎을 접었다. 등이 바닥에 다일 정도로 내려갔는데 이 역시 뇌려타곤과 같은 철판교라는 구명초식이었다.
일부 무림인들은 뇌려타곤과 철판교를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 깔보곤 하지만 실상 뇌려타곤보다는 철판교의 초식이 더 고절하였다.
그렇게 암기를 피한 혁지석을 허리를 비틀어 두 팔로 바닥을 짚은 후에 두 발을 허공으로 교차하며 차올렸다.
“허엇!”
혁지석의 발이 사도형의 얼굴 앞을 지나가자 사도형이 잠깐 멈칫하였고, 그 틈에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네놈…….”
혁지석이 사용한 철판교의 수법을 깔보며 그를 무시하는 말을 하려고 할 때, 혁지석의 검이 허리를 노리고 휭으로 휘둘러져 왔고, 사도형 역시 검으로 혁지석의 검을 쳐 내려 했다.
고오오옹!
그 순간 혁지석의 검에 푸른 빛이 감돌았다.
“허엇!”
내공의 기운을 두른 검이 사도형의 검과 마주치자, 사도형의 검에 실낱같은 금이 갔다.
체에에에엥!
혁지석은 계속해서 사도형을 몰아붙였고, 검에 충격이 계속해서 가자, 실낱같은 금이 점점 굵어지더니 종국에는 검이 버티지 못하고 산산이 부숴졌다.
혁지석의 손에서 강력한 바람이 쏟아져 나와 부서지는 검의 파편을 사도형에게 날려 보냈다.
검의 파편이 날아오는 것을 본 사도형은 두 팔을 앞으로 내밀어 교차하며 심장과 목, 눈과 같이 절명을 할 수 있는 급소를 막았다.
푸우욱!
그때. 검이 팔을 꿰뚫고 심장을 관통하는 느낌을 받은 사도형의 눈이 더 없이 커졌다.
“내가…… 네놈에게…….”
혁지석이 들고 있었던 검이 사도형의 팔과 심장을 관통하였고, 그 충격에 사도형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사도형은 자신이 혁지석에게 패하여 죽게 되었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런 그에게 다가가 말없이 몸에 박혀 있는 자신의 검을 회수하는 혁지석이었다.
“커어억!”
검이 사도형의 몸에서 빠져나오자, 고통으로 인해 피가 그의 입을 통해 뿜어져 나왔고, 잠시 후 앞으로 꼬꾸라졌다.
혁지석은 죽은 사도형의 모습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몸을 돌려 음사문 무인들과 싸우고 있는 단원들과 합류해 전투를 계속해서 이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