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14)
구룡전기-114화(114/217)
구룡전기 (114)
혁지석과 구룡전단이 음서문을 공격하고 있을 때, 화린과 남궁수연은 하남성으로 이동하여 혈사파를 습격하였다.
화린은 섬서성의 살수 문파인 사당의 살수들을 대동하였는데 당주인 문소와 그의 동생인 살미호가 큰 활약을 보이고 있었다.
무림에서는 살수가 정면 승부에 약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당의 살수들은 혈사파의 무인들과 마주하고 싸워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사당이 화린을 살황의 전인으로 인정한 후에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였을 때, 화린은 그들에게 환혼공공미리보라는 술법을 섞어 만든 보법과 일점흔이라는 일초식의 무공을 가르쳐 주었다.
화린의 생각은 단순하였다.
피하고 찌른다.
살수가 암살에 실패하였을 경우 이런저런 잡다한 무공의 초식보다는 상대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보법과 단 일격에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무공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가르친 이 무공들은 사당의 살수들에게 날개를 달아 준 격이 되었다.
환환공공미리보는 상대의 눈을 현혹시킬 수 있는 보법이었고, 일점흔은 허공에 점을 하나 찍는 극도의 쾌검술이었다.
살수들의 행동이 늘 그러하듯 그들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자신들이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며 빠르게 혈사문 무인들의 수를 줄여 나갔다.
“선배, 이들은 언제 이렇게 훈련시켰어?”
“내가 시킨 것이 아니라 스스로 수련을 한 거다. 다 큰 어른을 어떻게 훈련시켜.”
남궁수연은 화린이 괜히 더 멋있어 보였다.
“저기 온다. 이란 부인을 맡아. 나머지는 내가 처리할 테니까.”
“왜? 여기 대장은 이란 부인이잖아.”
“여자잖아.”
“언제부터 여자, 남자 따졌다고.”
“그래도 경우라는 것이 있잖아. 그러니 잔말 말고 가서 우리 애들 다치지 않도록 막아.”
남궁수연은 투덜거려도 화린이 시킨 일을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남궁수연이 이란 부인을 상대하려고 하자, 장로들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너희들은 나랑 놀자.”
화린이 남궁수연을 막아선 장로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자, 강력한 기운을 머금은 검풍이 뿜어져 나와 장로들을 뒤로 밀쳐 냈다.
그 틈을 이용해 남궁수연이 이란 부인을 향해 접근하였고, 화린이 그녀의 뒤를 따라 물러난 장로들을 압박하였다.
장로들은 화린이 보여 준 단 한 수로 인해 긴장을 해야 했다.
내공의 기운을 이용하여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크게 기, 풍, 강으로 나눈다.
기는 검기, 도기, 권기 등으로 무기에 내공의 기운을 덮어씌우거나 기운으로 검의 유효 살상 반경을 조금 더 길게 만들어 공격하는 수단 중 하나로 검의 절삭력을 크게 상승시켜 주는 기술이다.
풍은 검풍, 도풍, 권풍 등으로 무기를 휘둘러 강력한 기운의 바람을 일으켜 상대를 밀치거나, 혹은 생명을 빼앗는 기술로 절정의 고수가 되어야 풍의 기운을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강은 검강, 도강, 권강 등으로 내공의 기운을 무기에 담아 그 성질과 함께 강력한 기운을 방출하는 기술로 어지간한 방해물은 단숨에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뿜어내는 기술이기도 하였다.
“조심해라. 놈은 검풍을 사용할 줄 아는 고수다.”
“조심할 거였으면 애초에 내 장원을 공격하지 말았어야지.”
화린의 검이 장로 중 한 명의 목을 향해 뻗어 나갔다.
“어딜!”
장로는 자신의 무기를 들어 화린의 검을 막으려고 하였지만 검은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허엇!”
헛바람을 일으키며 화린의 검을 찾으려는 순간 그의 목에 붉은 흔적이 남겨졌다.
화린은 순간 몸을 비틀어 반대편에 서 있는 장로를 향해 순간이동을 하듯 움직였고, 자신의 앞에 유령처럼 나타난 화린을 보고 깜짝 놀란 장로는 본능에 의해 검을 휘둘렀다.
화린의 목을 베고 지나가는 자신의 검을 본 장로가 화린을 베었다 생각한 순간.
“커어억!”
장로는 자신의 등에서 폐를 관통해 앞으로 뚫고 나온 화린의 검을 보며 인상을 썼다.
“그러게 살려 줄 때 ‘감사합니다’ 하고 자중했어야지.”
“그게 무슨…….”
“내가 왜 혈수무정 나성기와 그의 자식들 그리고 장로 몇 명만을 죽였을 것이라 생각해?”
“그럼 네놈…….”
“나성기가 나의 것을 노린 대가가 딱 그 정도였거든. 그래서 다른 놈들은 살려 둔 건데 그럼 눈치껏 이란 부인을 말렸어야지. 음사문의 사도형이 옆구리를 간질인다고 덥석 물어 버리면 내가 미안해지잖아. 안 그래? 뭐, 이렇게 될 것이라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조금 더 빨랐다는 것이 문제였지.”
하지만 폐가 뚫린 장로는 화린의 말을 끝까지 들을 수 없었다.
화린은 가볍게 두 명의 장로를 제압한 후에 남궁수연을 보았다.
이란 부인도 무공이 보통이 아닌 듯 남궁수연을 상대로 잘 싸우고 있었다.
“삼 년 전에 보았을 때와 달리 많이 강해졌네.”
화린은 남궁수연을 보고 이전과 달리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나 없는 동안 고생을 한 모양이군. 쉽게 고치지 않았을 텐데 그걸 고치다니.”
화린은 남궁수연의 움직임을 보고 그녀가 군대에서 임무를 수행하면서 죽을 고비를 십수 번은 넘겼을 것이라고 짐작하였다.
목숨이 걸린 일이니 당연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고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것이 지금의 남궁수연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였다.
“수연이는 큰 문제가 없고, 사당의 살수들도 밥값을 하고 있으니 난 안으로 들어가서 챙길 게 있나 한번 훑어봐야겠군.”
화린은 이제까지 싸움에서 이기면 전리품을 챙겨 왔기에 그 버릇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자신이 질 것 같지 않아 내원으로 들어가 혈사파와 관련된 문서들을 챙기려 하였다.
화린은 남궁수연과 사당의 살수들이 싸우는 와중에 혈사파의 내원으로 향했다.
마치 자신의 집인 것처럼 익숙하게 발걸음을 옮기던 화린은 예전에 혈수무정 나성기가 사용하던 집무실로 갔다.
“여기 어디쯤에 있었는데.”
화린은 집무실 한쪽에 놓인 책상 아래를 살피다 고리를 발견하고 잡아당겼다.
고리를 당기자,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책상 뒤쪽에 있는 책장이 반으로 갈라지며 작은 틈이 생겼다.
화린이 활짝 웃으며 한쪽 책장을 당기자 작은 문이 나왔고 그 문을 여니 한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나왔다.
그 공간 안으로 들어가 그곳에 있는 문서들을 확인한 그가 활짝 웃었다.
“여긴 이란 부인도 알지 못한 건가? 아니, 여기가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그냥 둔 건가?”
화린은 공간 주머니를 열어 혈사파의 집문서, 땅문서 그리고 혈사파가 운영하고 있는 영업장들과 관련된 문서들을 모두 챙겼고 그곳에 있는 금괴를 비롯한 돈과 전표까지 모두 챙긴 후에 그곳을 나왔다.
“배부르네.”
흑도방이나 적호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걸 전리품으로 얻었기에 그의 말대로 배가 불러 터질 것 같았다.
“이란 부인이 꼬불쳐 놓은 것도 있겠지.”
화린은 서재를 원상태로 해 놓은 뒤에 이란 부인의 침실로 걸음을 옮겼다.
* * *
이란 부인과 싸우고 있는 남궁수연을 향해 강력한 권풍이 몰아쳤다.
남궁수연은 이란 부인을 공격하다 말고 허공으로 솟구쳐 권풍을 피한 후에 자신을 공격한 자를 보았다.
중년은 훨씬 넘은 사내였다. 강인한 이목구비에 덥수룩한 수염과 더불어 풍성한 머리카락이 마치 사자의 탈을 쓴 것처럼 보였다.
“아버지!”
이란 부인이 그를 향해 아버지라 불렀고, 남궁수연은 인상을 썼다.
이란 부인의 부친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어서였다.
“피곤하게 되었는데.”
그렇다고 백마사의 주인인 이천국이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웬 놈들이냐.”
이천국이 남궁수연에게 물었다.
“웬 놈은, 받을 빚이 있으니 찾아왔지.”
“받을 빚?”
말을 하면서 이란 부인을 보았지만 그녀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는 사이 이천국이 이란 부인의 곁으로 가서 그녀를 보호하였다.
그와 함께 온 호위 무사들도 혈사파 안으로 들어와 사당의 살수들과 싸움을 벌였다. 갑작스럽게 난입한 이들로 인해 사당의 살수들은 순간 당황하였지만 곧 침착함을 유지하며 이들과 싸우다 뒤로 살짝 물러나 분위기를 살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치열했던 싸움이 잠깐 동안 멈추었고, 사당의 살수들은 자연스럽게 남궁수연의 뒤쪽에 정렬하였다.
“무슨 빚을 말을 하는 것이냐?”
“남의 장원에 쳐들어왔으면 응당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지. 안 그래?”
남궁수연의 말에 이란 부인이 눈을 좁혔다.
“남의 장원? 구룡장을 두고 하는 말이냐?”
“음사문과 손잡고 쳐들어오지 않았어? 아, 쳐들어오지는 않았구나. 구룡장의 무인들이 장원으로 오지 못하게 중간에서 길을 막았으니까.”
“이게 무슨 소리냐?”
이천국이 이란 부인에게 물었다.
“음사문의 사도형이 구룡장과 쌓인 원이 있다고 하여 도움을 청하였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남편의 죽음에 구룡장이 관련돼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어 사도형을 도와주기로 하고, 그들이 구룡장을 칠 때 외부로 나가 있던 구룡장의 무인들이 구룡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길목에서 막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저들이 왔다 함은 일이 실패했다는 말이겠지. 그리고 저들은 그 명분을 내세워 문파를 멸문시키려고 하는구나.”
이란 부인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이천국은 시선을 돌려 남궁수연의 뒤쪽에 서 있는 사당의 살수들을 보았다.
그들은 모두 복면을 쓰고 있었기에 누구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잘 훈련된 자들인 것만은 알 수가 있었다.
이천국은 자신이 질 것이라 생각지는 않았지만 눈앞에 있는 여인 또한 보통이 아니라는 걸 느껴 어느 정도 부상은 감수해야 할 것 같았다.
이럴 경우 싸우는 것보다 말로 푸는 것이 해답이라 생각하여 대화를 시도하였다.
“혈사파를 공격하러 온 걸 보면 구룡장을 공격한 음사문이나 혈사파의 무인들을 모두 격패시켰다는 것이 아니겠나?”
“그 정도론 구룡장의 털끝도 건들 수가 없지. 그러니 선배와 내가 온 거야.”
“선배?”
“있어. 더럽게 무서운 양반이. 아마 지금쯤 안채, 사랑채, 바깥채 할 것 없이 가져갈 것이 없나 하고 뒤지고 있을걸.”
“뭐라!”
이란 부인이 남궁수연에게 소리쳤다.
“당연한 걸 듣고 왜 놀라는 척하지? 전쟁에서 이기면 전리품을 챙기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그냥 주둥이로 몇 마디 나누고 끝내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전쟁? 전리품? 군에서 쓰는 말을 하는 걸로 보아 군 출신인가?”
이천국이 물었다.
“그건 알아서 생각하고. 그런데 영감, 백마사도 한 팔 거들 거야? 절대 사양치 않아.”
이천국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천둥벌거숭이 같은 년이 세상 무서움을 모르는 모양이구나.”
“세상 무서움? 영감, 당신이 그 무서움의 축에 끼기라도 하는 거야?”
남궁수연의 뒤에 정렬해 있는 사당의 문주 문소의 여동생인 살미호는 당당하게 상대를 조롱하는 남궁수연의 모습에 반하였다.
‘같은 여자지만 정말 멋있다.’
“네년은 어른을 공경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겠구나.”
“어른? 이봐, 영감. 목숨 걸고 싸우는데 어린놈, 늙은 놈이 어디 있어. 그리고 당신이 우리 집안의 어른이야? 아니면 우리 집안과 관계가 있는 사람이야?”
남궁수연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목숨 걸고 싸우는데 예의는……. 쌍욕을 안 박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
“이년이!”
이천국의 분노가 남궁수연을 향할 때, 거대한 기운이 이천국을 찍어 눌렀다.
“으윽!”
이천국은 인상을 쓰며 천근, 만근과 같은 무게를 내공으로 간신히 버텨 냈다. 그때, 귀신처럼 남궁수연의 곁에 화린이 나타났다.
“이 영감은 누구야?”
“혁 단장이 입이 닳도록 말한 백마사의 이천국이 이 영감인가 봐.”
“그래?”
화린은 이천국을 한 번 본 후에 몸을 돌려 문소에게 가서는 그에게 보석과 귀금속을 든 주머니를 주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오늘 고생했잖아. 그러니 이걸로 수고한 거 퉁 쳐.”
문소는 주머니를 열어 보더니 그 안에 든 보석과 귀금속을 보고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고마워할 것 없어. 그냥 넣어 둬. 그리고 이거.”
화린은 대륙상단에서 발행한 금 천 냥짜리 전표를 품에서 꺼내 건네주었다.
“이건 수하들에게 공평하게 나눠 줘. 수하들도 오늘 고생 많이 했으니까 어디 가서 기분이라도 내게 말이야.”
“이리 많이 주시면…….”
“많이 주는 거 아니야. 목숨 걸고 한 일이잖아. 세상에 목숨값보다 귀한 건 없어. 그러니 충분히 나누어 가질 자격이 되고, 그만큼 대우를 받을 자격도 있는 거야.”
화린의 말에 사당의 살수들은 감동하는 듯 눈빛이 흔들렸다.
“단, 이곳을 떠나면 사고 치지 마. 괜히 소문이 나면 피곤해지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주군.”
“그럼 수하들을 데리고 복귀해.”
“네에? 복귀를 말입니까? 저들은 어떻게 하고…….”
화린이 고개를 돌려 이천국을 보았다.
“여기는 수연이 혼자서도 정리할 수 있으니 그만 돌아가 봐. 이건 명령이야. 오늘부터 삼 일 동안 사고 치지 말고 신나게 놀아.”
화린의 말에 당소는 고개를 숙였다.
“존명!”
당소가 화린의 명령대로 살수들을 데리고 모두 떠났다.
“저 늙은이도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 있지?”
사당의 살수들이 돌아가자 화린이 수연에게 물었다.
“말했으니까 알고 있지.”
화린은 이천국을 보며 나지막하게 말을 하였다.
“영감,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냥 운이 없다고 생각해. 대신 내가 백마사는 더 이상 건들지 않을게. 물론 그들이 우리를 먼저 공격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우리가 먼저 백마사를 공격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러니 억울해하지 말고 여기서 딸과 함께 편안하게 가.”
“이놈이!”
결국 분노를 터뜨린 이천국은 화린을 향해 도약하였고, 그런 모습을 본 화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화린의 몸에서 짙은 살기를 느낀 남궁수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냥 가문으로 돌아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