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15)
구룡전기-115화(115/217)
구룡전기 (115)
사혈맹의 대전에는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아 있었다. 모두가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고, 누구 하나 입을 열어 말을 꺼내는 이가 없었다.
한날한시에 섬서성의 음사문과 하남성의 혈사파가 멸문을 당하였다.
그뿐 아니라 혈사파에서는 산동성 백마사의 주인인 이천국이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무림에서는 삼십 년 전 정, 사, 마가 손을 잡고 배교를 공격한 사건 이후 가장 큰 사건이기도 하였다.
이전 사천과 중경에서 사혈맹과 정천맹이 부딪치긴 하였지만 그때도 문파가 멸문지화당하는 일은 없었다.
더구나 사혈맹의 입장에서는 섬서성과 하남성에서 세력이 가장 큰 문파가 멸문지화당했고, 그것도 부족하여 산동성 제일 문파인 백마사의 주인이 주검으로 발견되었으니 분위기가 실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침울하였다.
“사마맹 총관.”
“후우…….”
사혈맹의 총관인 사마맹은 심호흡을 크게 한 후에 입을 열었다.
“며칠 전에 일어난 섬서성 음사문과 하남성 혈사파의 멸문은 섬서성의 구룡장과 관련이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구룡장?”
“최근 들어 섬서성에서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장원인데, 구룡루라고 합법적으로 도박장을 열어 운영하는 곳입니다.”
구룡장이라는 이름은 몰라도 구룡루에 대해서는 모두가 한 번씩 들어 본 적이 있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왜 구룡구가 음사문과 혈사파를 공격한 것인가?”
“자세한 건 알 수 없으나 저의 생각으로는 음사문의 문주인 사도형이 구룡루에서 나오는 영업 이익을 노린 것 같습니다.”
“사도형이 구룡루를 노리고 먼저 공격을 하였다?”
“그렇습니다. 하오문을 통해서 알아보니 이전에도 몇 번 구룡장을 노리고 급습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음사문의 힘으로 구룡장을 어떻게 할 수 없으니 하남성의 혈사파를 끌어들였다?”
“그리 짐작을 하고 있습니다.”
“왜 하필이면 하남성의 혈사파지? 산서성도 있고, 그 아래 호북, 중경, 서쪽에는 감숙성도 있는데.”
“일단 거리상으로 하남성이 제일 가까워서 그들에게 도움을 청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래전 혈사파의 혈수무정 나성기가 영천상단의 동서독의 의뢰를 받아 구룡장을 습격한 적이 있었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그럼 총관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음사문과 혈사파가 구룡장을 공격하였다가 되레 당했다는 말이지 않소.”
“그렇습니다.”
“구룡장은 가만히 있는데 먼저 건드렸다가 멸문을 당했으니 우리가 끼어들 명분이 약하군.”
십이사가의 가주들로 구성이 된 장로원의 장로들은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
“구룡장이 얼마나 강한 문파이기에 한날한시에 두 문파를 멸할 수 있단 말인가? 다른 문파의 개입은 없었나? 아니면 정천맹의 개입이라도 말일세.”
“조사한 바로는 없습니다. 다만 정천맹 현무단의 단장을 맡았던 혁지석이 정천맹을 나와 구룡장에 몸을 의탁하였다고 합니다.”
“정천맹의 혁지석이?”
“그렇습니다. 지난날 사령혈마대와 적령혈사대 그리고 구주사망혈루대가 멸문당하였을 때, 그들과 정천단의 현무단이 충돌하였습니다. 그 결과 현무단이 괴멸되었고, 살아서 돌아간 자가 몇 명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천맹을 나왔는데 하필이면 구룡장이다?”
“그렇습니다.”
“구룡장이 구룡루를 운영하면서 그들의 자금이 정천맹으로 들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그 대가로 혁지석을 보내어 구룡루를 보호하는 것이고?”
“그렇게 생각도 해 보았지만 구룡루에서 정천맹으로 들어가는 자금은 없는 걸로 파악이 되었습니다.”
“그래?”
“하오문에 의하면 구룡루에서 버는 돈은 섬서성의 발전을 위해서 다 쓰고 있다고 합니다.”
“음…….”
“맹주!”
“말씀하십시오, 이 장로님.”
“어차피 구룡장을 칠 것이 아니오?”
“음사문과 혈사파가 멸문을 당했으니 보복을 하긴 해야 합니다. 그런데 명분이 약하니 정천맹에서 개입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소.”
“그렇습니다.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다 정천맹과 조율을 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조율을?”
“지금 마교가 각 성에 비밀 활동 거점을 마련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습니다.”
“마교가?”
장로들은 음사문과 혈사파가 멸문당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보다 더 놀란 얼굴을 하였다.
그만큼 마교가 주는 이름의 무게가 이들에게는 남달랐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그뿐 아니라 십이마군 모두가 중원으로 나온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들의 행적은 파악을 하셨습니까?”
“아직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들의 거점도 알아내지 못하였습니다.”
“사마 총관! 자세하게 설명해 보시오.”
맹주에게 단문으로 듣는 것보다 사마맹에게 자초지종을 듣는 것이 더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 같아 물었다.
“섬서성에서 음서마군을 보았다고 합니다. 이십사마영 중 둘을 대동하고, 마졸 스무 명이 섬서성에 모습을 드러내었다고 합니다.”
“섬서성?”
“그렇습니다. 하오문에서 예상하기를 중원 침공을 위해서 거점을 확보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하여 각 성에 마교도를 찾으라는 지침을 내렸고, 각 성에서 마교도의 흔적을 찾을 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삼십 년 전 마교가 가장 큰 피해를 보지 않았소.”
“그렇습니다. 하지만 혈천마가와 악지마가의 힘이 조금 줄었을 뿐, 철혈마가를 비롯한 다른 여섯 마가의 힘은 여전히 건재하고, 당시 피해를 보았던 혈천마가와 악지마가 역시 지금에 이르러 그 힘을 모두 되찾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풍마대는?”
마교의 주력부대라고 할 수 있는 풍마대는 흑풍, 적풍, 악풍, 혈풍, 마풍대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은 마교에서 집단 무력을 행사하는 실질적인 무력 부대이기도 하였다.
마교는 개개인의 무력도 뛰어나지만 단체로 힘을 과시하는 집단 무력에도 강력하여 오히려 십이마군, 이십사마영보다 위험한 무력 집단이기도 하였다.
“아직 마교에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아무래도 그들은 거점을 확보한 후 어느 정도 일이 진행되었을 때 움직이지 않을까 합니다.”
“마교의 침입이 임박하였으니 정천맹과 싸우면서 세를 약화시킬 필요가 없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마교를 상대하기 위해서 정천맹과 손을 잡아야 할 수도 있으니 될 수 있으면 충돌을 피할 생각입니다.”
“그럼 무엇으로 정천맹과 협상을 할 것인가?”
“이번 사건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구룡루의 수입을 정천맹에 모두 넘겨주는 것입니다.”
“구룡루의 수입을?”
“그렇습니다. 구룡장이 멸문하면 그들이 가진 사업체는 주인을 잃게 될 것이니…….”
장로들은 사마맹의 말을 듣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총관!”
제일장로이자, 십이사가의 수장 격인 천량사가의 가주 천이성이 사마맹에게 물었다.
“그럼 구룡장의 무력을 파악하고 있는가? 그들의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또 그 무력의 수준이 어떻게 되는지 말일세.”
“확실하지는 않지만 일단 두 문파와 이천국 문주를 죽일 수 있는 고수가 있음을 감안하여 홍령멸사대와 후기지수들의 경험을 위해서 지금 훈련 중인 홍의단을 보낼 생각입니다.”
천이성은 사마맹의 대답을 들은 후 침묵하였다. 그가 침묵한다는 건 머릿속으로 대결의 승패를 따져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였다.
“총관 홍령멸사대의 대장 만장성이 이천국보다 강한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럼 홍령멸사대와 홍의단의 인원이 음사문과 혈사파의 무인들을 합친 수보다 많은가?”
“부족합니다.”
“음사문과 혈사파를 상대로 전투하여 이긴 구룡장이네. 그런데 홍령멸사대를 보내어 그들을 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사마맹은 침묵하였다.
“상대의 전력을 파악하고 그리 보내는 것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구룡장을 상대로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죄송합니다. 저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정천맹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구룡장의 전력을 최대한 파악하여 합당한 병력을 선발해 보내겠습니다, 대장로님.”
“자네가 맹을 위해서 수고하는 건 잘 알고 있네. 그렇다고 하여도 조금 더 신경을 써 주게.”
“명심하겠습니다.”
“보낼 이가 없다면 이야기하게. 우리가 부족한 인원을 채워 주겠네.”
“대장로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실망스럽지 않은 결과로 대장로님의 배려에 보답하겠습니다.”
“그리고 맹주!”
“말씀하십시오. 대장로님.”
“마교가 움직였다고 하니 이제 후계를 결정할 때가 되지 않았나?”
다른 장로들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장로인 천이성의 발언에 힘을 보태어 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백군성을 비롯하여 일곱 제자에게 언질을 해 두었습니다. 머지않아 사령동에 입동하여 시험을 치를 것입니다.”
십룡팔봉 중 사룡이라 불리는 백군성은 다른 여섯 제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자질을 갖추고 있었고, 맹주인 백무기를 비롯하여 장로원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사혈맹의 차기 맹주로 낙점이 되었다고 해도 불만을 갖는 이들이 없을 만큼 뛰어난 재목이었다.
“늘 맹을 위해서 수고하는 맹주의 노고에 감사함을 전하네.”
“제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 칭찬을 받을 일은 되지 못합니다.”
“그리 말씀해 주시니 이 늙은이들이 쑥스러워지는군.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하시게. 만사를 제쳐 두고 도울 테니 말일세.”
* * *
“도대체 구룡장이 어떤 장원이기에 음서문과 혈사파를 한날한시에 멸문시킬 수가 있지?”
“알아보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말씀을 드렸듯이 혁 단장이 구룡장에 몸을 의탁하였고, 살아남은 현무단의 무인들 역시 혁 단장을 따라 구룡장에 몸을 의탁하였습니다.”
정천맹의 총관인 제갈탁은 살짝 눈을 좁혔다.
“그들이 구룡장에 있으면 우리가 두 문파를 멸문하는 데 개입하였다고 오해를 살 수도 있지 않나?”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사혈맹에서 따로 이야기가 나오는 건 없습니다.”
“그들도 확인을 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겠지. 두 문파가 멸문을 당했으니 구룡장을 치는 일은 더욱 신중해질 거야.”
제갈탁은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 물었다.
“석천파의 멸문도 구룡장과 관련이 있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그건 석천파에서 구룡장을 먼저 공격하여 그리된 일이라 우리가 개입할 수가 없었습니다.”
“구룡장이라…….”
작년에 무림에 나온 구주사망혈루대를 유인하기 위해서 화산파를 이용하여 사람을 고용한 적이 있었는데, 그가 구룡장의 장주인 화린이었단 사실을 제갈탁은 알지 못하였다.
화산파의 장문인인 매산 장문인이 화린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서 매화검수, 그것도 화산파의 집행인이라고 할 수 있는 혈매화들을 움직였다고 그를 속였기에 제갈탁은 화린이 자신에게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지 못하였다.
“그러고 보니 최근 일어난 일들은 대부분 섬서성에서 일어난 것 같군.”
“네에?”
“섬서성에서 잔살십육검과 천화난무가 모습을 드러냈지. 그런 후에 소수신공을 익힌 자가 나타났고 섬서성의 사파가 박살 났어.”
“그렇습니다. 그런 후에 석천파가 멸문을 당했습니다.”
“만약에 말이야. 구룡장에 잔살십육검과 천화난무, 소수신공을 익힌 자들이 생활하고 있으면 어찌 될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음사문과 혈사파를 멸문시킬 수가 있는지 물어보는 거야.”
“가능합니다. 잔살십육검과 천화난무도 대단한 무공이지만 소수신공을 익힌 자가 있다면 사도형이라고 해도 이길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지.”
“하지만 음사문을 멸문시킨 건 혁지석 단장을 비롯한 현무단의 단원 십이 명이 전부였습니다.”
미향의 말에 습관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제갈탁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그러니 꼬이는 거지.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게 혁 단장과 열두 명의 단원이 섬서성 제일 사파인 음사문을 멸문시킬 만큼 대단한 무공을 지니고 있었느냐 하는 거지.”
“그건 아닐 겁니다. 그랬다면 중경 옥화산에 그리 당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렇지. 더 이상한 건 혁 단장이 구룡장에 몸을 의탁하였을 시기로부터 석 달 조금 넘는 기간이 지났는데 그사이 무공이 그렇게 일취월장할 수가 있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후기지수도 아닌데 말이야.”
제갈탁의 말을 듣고 보니 그랬다.
“어느 정도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음사문을 멸문할 정도는 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들을 앞세우고 숨어서 움직인 자들이 있을 거야. 그들이 실질적인 구룡장의 힘일 테고 말이야.”
“그러니까 총관님께서는 잔살십육검과 천화난무 그리고 소수신공을 익힌 자가 구룡장에 몸을 의탁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제갈탁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쩜 구룡장주가 그들 중 한 명일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