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18)
구룡전기-118화(118/217)
구룡전기 (118)
“구룡장에서 우리의 제안을 거절하였다고 합니다.”
정천맹 섬서성 지부의 지부장인 청명은 화산파에서 알려 온 소식을 정천맹에서 섬서성으로 파견 나온 총순찰 용두산에게 알렸다.
정천맹에서는 총순찰 용두산과 함께 정천맹의 무력 부대 중 하나인 청룡단을 섬서성으로 보내어 사혈맹과 구룡장의 반응을 예의 주시하는 중이었다.
사혈맹에서는 이미 정천맹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이 구룡장에 있음을 고지하였고, 자신들이 나설 경우 정천맹에서 끼어들면 정사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를 하였다.
이에 정천맹은 구룡장에 정천맹의 가입을 권유한 뒤 가입하면 구룡루의 수입을 일부 넘겨받을 생각이었는데, 구룡장에서 이를 거절하고, 사혈맹과 싸우겠다며 화산파의 장로인 화영을 통해 정천맹에 알린 것이다.
“구룡장이 무슨 배짱으로 그러한 결정을 하였는지. 듣기로는 전 현무단의 단장과 단원들이 구룡장에 몸을 의탁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습니다. 제가 들은 바로는 구룡장이 음사문을 칠 때, 현무단이 움직인 걸로 압니다. 아, 지금은 현무단이 아닌 구룡전단이라고 합니다.”
“구룡전단?”
“그렇습니다. 구룡장의 전투 부대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총 몇 명이지?”
“혁지석 단장을 포함하여 열세 명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무단 열두 명 전원이 합류하였군.”
“사실 사신단은 각 단장의 개인 사병이라고 해도 옳을 만큼 유대가 끈끈하지 않습니까?”
정천맹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사신단, 즉 백호, 청룡, 현무, 주작단원은 오랫동안 한 단장 밑에서 생사를 함께해 왔기에 대원들이 단장들을 잘 따르고 있었다.
물론 반골의 기질을 가진 자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대원들이 단장과 함께하는 걸 원하고 있다는 건 정천맹 소속 사람들이라면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실패한 단장을 따라 모두 이직을 했다는 것이 놀랍군.”
“혁지석 단장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수하들을 아끼는 사람이니 말입니다.”
용두산은 석지석을 잠깐 떠올린 후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들 외에는?”
“구룡장주와 총관이란 자가 무공을 조금 익힌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룡장에서 운영하는 영업장의 안전을 지키는 자들이 여덟 명 있고, 최근에 구룡루의 경계를 위해서 무인들을 받아들인 것으로 아는데 대략 오십 명 정도 될 겁니다.”
“그럼 싸울 수 있는 인원이 대략 팔십 명은 되는군.”
“그렇긴 하지만 사혈맹과 싸움이 일어나면 대부분은 이탈할 것입니다. 혁지석이 이끄는 구룡전단 정도가 사혈맹과 싸우려고 할 것입니다.”
“그런대도 우리의 제안을 거부했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러는 것 아닌가?”
“그건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그 외에는 구룡장을 도와줄 이들이 없습니다.”
“화산파와 종남파는?”
“구룡장과 친분은 있지만 맹과 사혈맹의 관계를 생각하면 나설 수는 없을 것입니다.”
“참 알 수가 없군. 그런데 뭘 믿고 그들이 우리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지? 분명 사혈맹과 싸우게 되면 멸문당할 것을 알고 있을 텐데.”
총순찰인 용두산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숨겨 놓은 패가 있는 건가?”
* * *
무림의 관심은 사혈맹과 구룡장의 대립에 집중되어 있었다. 삼십 년 전 배교의 멸문 이후 무림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며 무림뿐만 아니라 다른 세상, 즉 상림, 서림, 관림, 군부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요즘 구황자님의 구룡장으로 인해 세상이 시끌벅적합니다.”
“세상에 도적들이 넘치다 보니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화린은 섬서성의 성주인 이도백을 만나는 중이었다.
“사혈맹이라는 거대 집단이 구황자님의 것을 탐하려고 한 것입니까?”
“그 아랫놈들이 저의 것을 빼앗으려다 되레 저에게 당하였습니다. 그걸 위에 있는 놈들이 복수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사실 복수는 핑계일 뿐, 저들의 목적은 구룡루입니다.”
“구룡루 말입니까?”
“도박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많을 것이라 생각해 저들이 탐을 내는 것입니다. 무림은 정파와 사파, 마교로 나뉘어 있어 세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니 말입니다.”
이도백은 화린이 말을 이해하였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런데도 구황자님께서는 구룡루를 계속해서 운영하실 생각입니까? 사실 구룡루에서 버는 수익은 모두 섬서성을 위해서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도백이 알기로는 그러하였다.
“물론입니다. 모두 이걸 노리고 시작한 일입니다.”
이도백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성주님께 드릴 부탁이 있습니다.”
“무슨 부탁을 하시려고?”
“제가 사혈맹과 싸우면 장원을 비워야 할 것 같습니다.”
“장원을요?”
“그렇습니다. 그럼 사혈맹에서 저의 영업장을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겠지요.”
“다른 영업장이야 부서지면 새로 고치면 되지만 구룡루는 부서지면 손해가 큽니다.”
“그래서요?”
“저와 사혈맹의 싸움이 끝날 때까지 관군을 보내어 지켜 주십시오.”
“관군을요?”
“그렇습니다. 많이 보낼 필요는 없습니다. 한 열 명 정도 보내시고, 고위 관료가 구룡루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만 사람들에게 알려 주면 됩니다.”
“음, 소문으로 사혈맹의 행동을 억제하시겠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설마 고위 관료가 있는데 불태우거나 쳐들어와 사람들을 죽이려고 하지는 않을 터이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그곳에 가서 업무도 보고 쉬면서 가끔 노름도 하고 그러겠습니다.”
“직접 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구룡루가 구황자님의 소유라고 하지만 어떻게 보면 섬서성의 발전을 위해 운영되는 기간 사업체가 아니겠습니까?”
도박장이 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건 조금 우스운 일이나 실제로 섬서성은 구룡루에서 나오는 수익은 도로 공사를 비롯하여 성벽을 수리하거나, 낡은 건물들을 공사하는 일에 쓰이고 있으니 이도백의 말처럼 기간 사업체 중 한 곳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리 생각해 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위험한 일이지 않습니까? 무림을 지배하고 있는 단체 중 한 곳입니다.”
섬서성 성주의 입장에서 화린이 죽고 사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그가 죽는 곳이 섬서성이라면 문제가 되었다.
황제가 버려 둔 자식처럼 그의 생사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에게 구황자라는 신분패를 준 사실만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저와 무작정 싸울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저와 싸우다 힘이 약해지면 정천맹이나 마교에 의해서 멸문을 당할 수도 있을 터이니 말입니다.”
“어부지리를 노리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어부지리보단 그냥 적의 적은 아군이란 것과 비슷한 의미입니다. 사혈맹의 입장에서도 싸우다 보면 알겠지요. 나와 싸우면 싸울수록 손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 전에 구황자님이 그들의 손에 당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들은 나를 얕보고 있으니 어느 정도 일이 진행되기 전까지 저는 괜찮을 겁니다.”
“구황자님께서 그리 자신을 하지만 지켜봐야 할 저의 입장에서는 불안합니다.”
“걱정 마십시오. 성주님께서 불안해할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니 말입니다.”
* * *
구룡장에서 일하는 식솔들이 은밀하게 화산파와 종남파로 나뉘어 보내졌다.
그들은 화산파와 종남파가 보호를 할 것이니 안전하겠지만 영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은 확보하였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문을 닫고 싸움이 끝날 때까지 쉬라고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화린과 서대영은 영업장에서 일하는 점원들의 안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서대영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였다.
“그냥 영업장에서 일하라고 그래.”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장원을 비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들은 영업장을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공격하겠지. 그래야 우리도 사혈맹에 손해배상을 받아 낼 수 있는 거고.”
“네에?”
서대영은 배상이란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전쟁이라는 건 말이야. 내가 쳐들어가 이기면 전리품을 얻고, 공격해 오는 놈들을 격퇴시키면 보상금을 받는 거야. 그러니 당연히 우리가 입은 금전적인 보상을 받아야지.”
서대영은 가끔 화린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장주님! 상대가 그만하자고 하면 우리가 좋은 것 아닙니까? 배상금을 달라고 했다가 끝까지 해 보자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럼 둘 중 하나가 망할 때까지 해야지. 그런데 서 총관은 우리가 싸움에 질 것 같아?”
“당연히 죽자고 싸우면 우리가 지지 말입니다. 거대 단체랑 싸워 어떻게 이깁니까?”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하지만 사혈맹은 우리를 이길 수가 없어.”
“왜 못 이깁니까?”
“그들은 지킬 것이 많거든. 그에 반해 우리가 지켜야 할 건 구룡장이랑 몇 개의 사업체뿐이잖아.”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서대영이 답답하여 따지듯 물었다.
“정면으로 싸워서 이길 수 없는 상대랑 정면으로 싸워?”
“그럼?”
“우린 도망 다니면서 각 성에 있는 사혈맹 소속 문파를 부술 생각이야.”
“도망 다니면서 사파 문파를 부술 생각이라고요? 그들을 왜 부숩니까? 그럼 적이 더 늘어나지 않습니까?”
“기반 세력이라는 것이 있잖아. 섬서성에서 석천파가 멸문되었을 때와 달리 음사문이 멸문되니 사파 문파들은 기가 죽어 활동을 자제하고 있지.”
화린은 서대영에게 사혈맹의 기반이 되는 문파들을 부수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 주었다.
“하남성에 혈사파가 멸문되었어. 그러니까 이제 그 밑에 있는 적지파와 온수파가 하남성의 패권을 잡으려고 지랄들을 하고 있지.”
“그런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하남성에 있는 정파에서 가만히 있을까? 혈사파가 무너졌으니 그들의 기반을 그냥 적지문과 온수파가 가져가게 내버려 둘까?”
“그건 아니겠지요.”
“그래. 그래서 지금 하남성에서는 소림과 개방을 제외한 정파, 그러니까 의정문을 필두로 다른 문파들이 혈사파의 기반을 챙기려고 움직이잖아. 그러니 적지문과 온수파도 난감해졌지.”
“그래서요?”
“내가 적지문이나 온수파를 하나 더 무너뜨려 봐. 그럼 하남성의 정파 문파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아니죠. 온수파를 공격해서 사파의 기반 자체를 흔들어 버리겠죠. 그래야 하남성에서는 사파가 클 수 없을 테니까요.”
화린이 활짝 웃었다.
“딱 그거야. 난 사혈맹과 싸움이 시작되면 그들과 싸우기 전에 다른 성의 사파를 공격할 거야. 그래서 하나씩 무너뜨리는 거지. 그럼 각 성의 사파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야 사혈맹에 한 소리 하겠죠. 아니면 사혈맹을 탈퇴하거나.”
“그래. 그래서 사혈맹은 우리를 이길 수 없다는 거야.”
“함정을 파면요?”
“그 함정에 걸려도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걱정 마. 너 은근히 나 무시하는 것 같은데, 내가 이래 보여도 한때는 엄청 무서웠던 사람이다.”
지금도 변방과 새외 그리고 더 멀리 색목국에서는 화린을 두려워하는 중이었다.
오죽했으면 그들이 명부에서 온 명왕, 지옥에서 온 사자라고 부르며 화린과 마주치기를 꺼려 할까.
서대영은 화린의 말에 피식 웃었다.
“넌 쓸데없는 생각 말고 수하들과 함께 종남에서 식솔들이나 잘 보호해.”
“화산은 신경 쓰지 않으십니까? 화산으로 간 인원도 제법 되는데 말입니다.”
“화산은 종남과 달리 실리를 따지지 않고 의리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만큼 고지식한 사람들도 제법 있으니 보호해 줄 거야. 그러니 종남만 신경을 써.”
“알겠습니다.”
“장주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화린과 서대영이 집무실의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도준이라고 장주님의 친우분이 오셨습니다.”
“아, 알았어요. 제가 곧 나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