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19)
구룡전기-119화(119/217)
구룡전기 (119)
“종주께서 사혈맹에 당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저희가 나서서 도와드려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사혈맹과 구룡장의 일촉즉발 상황이 다가오자, 살수계에서도 움직임을 보였다.
“정보에 의하면 종주께서 정천맹의 제안을 거절하였다고 합니다.”
각 성을 대표하는 살수 문파의 수장들이 모인 가운데 구룡장을 도울 방법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는 중이었다.
“종주께서 요청을 하지 않았으니 이대로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괜히 우리가 나서서 일이 더 커지거나, 혹은 종주께서 우리와 연관이 있는 게 알려지면 더 곤란해질 수도 있습니다.”
호북성에서 활동하고 있는 천사곡의 곡주인 사군성이 말하였다.
“어찌 그리 말씀을 하십니까? 종주께서 사혈맹에 당하시면 어찌하시려고요.”
하남성에서 활동하고 있는 흑막교의 교주인 배구환이 걱정되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섬서성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당의 당주인 문소가 말을 하였다.
“종주께서는 십대고수인 살인검제 님의 손에서도 사신 분이십니다. 사황이 직접 움직이지 않는 이상 종주께 큰 위협은 없을 것입니다.”
“소수의 인원이 다수의 인원을 상대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하지만 종주께서는 살수입니다. 정면으로 싸우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종주께서 죽이고자 마음을 먹으면 그 누군들 죽이지 못하시겠습니까?”
문소의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었다.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산동성에서 활동하고 있는 은밀문의 문주 송천우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였다.
“두 문파가 동시에 멸문당했습니다. 그럼 사혈맹의 입장에서도 이를 감안하여 병력을 보내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홍령멸사대와 대령멸마대를 함께 보낼 수도 있습니다.”
사혈맹의 전투부대는 모두 다섯 개로 앞서 사천과 중경에서 사령혈마대와 적령혈사대, 구주사망혈루대가 전멸하고 남은 홍령멸사대와 대령멸마대가 남은 상황이었다.
사파의 무인들을 소집하여 새로운 사령혈마대와 적령혈사대, 구주사망혈루대를 재편성한다고 하여도 이번 전투에서는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언급한 두 개의 부대가 나설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십이사가 중 한 곳이라도 움직인다면 아무리 종주라 하여도 힘들 것입니다. 더구나 산동성의 백마사에서 이를 갈고 있지 않습니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나 그래도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천성에서 활동하고 있는 혈문의 문주인 진우설이 말하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저는 사실 종주의 등장에 몹시 흥분하였습니다. 그리고 살인검제 님과의 대결에서 그 흥분은 확신으로 마음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들 알고 쉬쉬하고 계시겠지만 살인검제 님께서 종주와의 대결에서 이겼다면 종주께서 살아 계셨겠습니까?”
모두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두 사람의 대결 결과에 대해서 묻어 두는 건 살인검제를 위한 일종의 불문율과 같았다.
“무공은 더할 나위가 없으니 이제는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지켜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만의 살수를 대표하실 종주님이십니다. 그러니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도 어쩌면 우리가 종주에게 바라는 마지막 시험일지도 모르겠지요.”
“시험이라…….”
시험이라는 말에 각 문파의 수장들은 침묵했고, 그 의미에 대해서 생각을 하였다.
* * *
“왜 오긴, 걱정이 되어서 왔지. 어떻게 그렇게 무모한 일을 벌였어?”
화린을 찾아온 사람은 사도준뿐만이 아니었다. 그와 친구를 맺은 남궁진과 동생인 남궁연아도 함께 왔다.
“그럼 손 놓고 가만히 있어? 내 것을 빼앗으려고 하는데?”
“그게 아니고, 도움을 구해야지. 들어 보니 정천맹에 가입하라는 것도 거부하였다며?”
남궁진이 묻자, 화린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놈들도 마찬가지야. 정천맹에 가입하면 그 대가로 나에게 뭔가를 바라겠지. 그럼 그 바라는 것이 뭘까?”
“당연히 돈이겠지.”
사도준이 말하자, 화린은 맞혔다는 시늉을 하였다.
“나에게서 정천맹에 줄 돈이 나오는 곳이 어디겠어. 결국 구룡루를 달라는 소리잖아.”
“그래도 죽는 것보다야 살아서 다른 일을 도모하는 것이 낫지 않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난 내 것을 안 빼앗기고도 살아남을 자신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괜히 여기 있지 말고 돌아들 가. 아니면 구룡루에서 놀다 가든지.”
자신감이 가득 찬 화린의 모습을 보고 이걸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정말 괜찮겠어?
사도준이 화린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너는 살 수 있다고 해도 식솔들이 많이 죽을 거야.
―걱정 마. 나의 식솔들은 한 사람도 죽지 않을 테니까. 너도 괜히 싸움에 휘말려 아버님 걱정 끼쳐드리지 말고 돌아가.
―이럴 때 친구가 안 도우면 누가 도와주냐.
“그런데 화린 오라버니, 언니는 어디 갔어요?”
“수연이? 지금 수련하고 있을 텐데. 곧 끝날 때가 되었으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연무장에서 나올 거야.”
“언니가 여기서 무공을 수련해요?”
“그래. 나한테 이겨 볼 거라고 용을 쓰는 중인데 아직까지는 실력이 의욕을 못 따라가는 중이야.”
“그렇구나. 언니한테 무공 배우려고 기다려도 안 온 이유가 화린 오라버니 때문이었구나.”
“곧 올 거니까 기다렸다가 수연이한테 무공 가르쳐 달라고 해.”
“화린이 너, 정말 사혈맹과 싸우는 건 걱정 안 되는 거야?”
“그런 걱정을 왜 해. 했던 이야기 또 하게 만들지 말고 그냥 돌아가.”
화린의 말에 남궁준은 고개를 저었다.
―말려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말려.
남궁진은 사도준에게 화린이 생각을 바꾸도록 도움을 구하였지만 화린의 무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고 있는 사도준이었기에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잠깐의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있을 때, 뒤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긴 웬일들이야?”
남궁수연이었다.
“언니!”
남궁수연을 보고 반가워 그녀에게 달려가는 남궁연아였다.
“무슨 일로 구룡장에 온 거야? 설마 나 데리러 온 거야?”
“아니야. 화린 오라버니가 걱정이 되어서 왔어. 진 오라버니랑 친구잖아.”
“걱정? 누가 누구를 걱정해.”
“화린 오라버니.”
“다른 사람은 다 걱정을 해도 선배는 걱정 안 해도 돼. 사혈맹과 싸우는데 걱정은 무슨…….”
남궁수연은 아무렇지 않게 화린을 보며 말했다.
“내가 먼저 가 있을 테니까 정리되면 보내.”
“어디로 가 있을 건데?”
“산동성 제남에 대명호라는 호수가 있어. 그곳에 기루와 객잔이 몇 개 있는데 명화루란 기루에 있을 테니까 그리로 사람들 보내.”
“명화루? 아는 곳이냐?”
“소싯적에 몇 번 놀러 가 본 적이 있어.”
“언니가 산동성에 왜 가?”
남궁연아가 물었다.
“왜 가긴. 싸움이 났는데 싸우러 가는 거지.”
“그러니까 언니가 왜 싸우냐고.”
“그럼 내가 싸우지 네가 싸울 거야? 너는 위험한데 연아를 왜 데리고 와.”
오라비인 남궁진에게 편하게 말하는 남궁수연이었지만 남궁진은 오랫동안 겪어 왔는지 딱히 이를 두고 뭐라고 하진 않았다.
“너, 보고 싶다고 쫓아왔어. 그런데 정말 산동성에 갈 거야?”
말린다고 멈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남궁진이 물었다.
“그럼 내가 선배에게 배운 무공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이런 기회를 그냥 넘길까?”
“화린에게 무공을 배워?”
“그런 게 있어. 묻지 말고 알려고도 하지 마. 선배, 나 갈 테니까 대충 시간 맞춰서 사람들 보내 줘.”
“보내고 자시고 할 게 뭐가 있어. 그냥 같이 출발해.”
“그래도 되겠어?”
“어차피 비우기로 한 것이니 그냥 함께 가. 이동 중에 들키지나 말고.”
남궁수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장 나가 버렸다.
“언니, 언니!”
남궁연아가 그녀를 불렀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 버렸다.
―여기는 위험하니까 연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 괜히 도와준다고 하다가 선배에게 짐이 되지 말고.
남궁진은 남궁수연의 전음을 듣고 고민이 되었다.
“정말 안 도와줘도 돼?”
“안 도와줘도 돼. 정말 괜찮아.”
“알았어. 그럼 난 구룡루에서 쉬었다 가는 걸로 하지.”
사도준이 구룡루에서 상황을 지켜보다 끼어들 생각으로 말을 하자, 남궁진 역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구룡루에서 잠깐 동안 생활하는 쪽으로 선택을 하였다.
“그럼 빨리 가. 여기엔 너희들 밥 해 줄 사람 없으니까 그리 가서 먹어.”
그들은 결국 구룡루로 가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장, 준비 끝났습니다.”
“그래? 그럼 출발하자. 산동성은 수연이가 알아서 정리할 테니까 우리는 하남성으로 간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 * *
화린이 마지막으로 구룡장을 나서자, 구룡장은 텅 비게 되었다.
화린이 구룡장을 나서는 모습을 외부에서 지켜보는 사내가 있었는데 그는 너무도 놀라 심장이 멈출 뻔하였다.
“어떻게 화린 조장이 구룡장의 장주가 되어 있는 거지?”
그는 다음 아닌 백마사 이천국의 셋째 아들인 이승천이었다.
이승천 역시 맹호사사혈전대 소속으로 화린과는 이 년 정도 함께 군 생활을 하였는데 그는 화린과 달리 전투에 투입되는 임무보다는 본거지를 지키며 대기하는 임무를 주로 맡았다.
그가 이 년 동안 화린과 함께 임무를 나간 건 모두 세 번이었는데 그 세 번의 임무에서 화린의 가공할 무력을 눈을 직접 보았기에 지금의 놀람이 더욱 컸다.
“어떻게 하지? 화린 조장과 싸우면 다 죽을 텐데. 더구나 화린 선배의 곁에는 남궁수연 선배와 동춘 선배까지 있으니 더 이기기 힘들 거야.”
화린 혼자도 부담스럽지만 남궁수연과 동춘 역시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특히 남궁수연은 여자의 몸이지만 이미 무공에는 일가를 이루었고, 수많은 전투를 통해서 어느 정도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알려져 그 두려움이 더욱 컸다.
“아버지와 누이의 죽음으로 인해서 분노하여 앞뒤 생각지 않고 싸우면 당하는 쪽은 우리가 된다. 형님들을 말려야 해.”
이승천은 별다른 대책 없이 화린과 남궁수연과 싸운다면 망하는 쪽은 구룡장이 아닌 백마사가 될 것임을 확신하였다.
아버지와 누이의 복수는 조금 미루더라도 확실한 계획을 세운 뒤에 움직여야 승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돌아가자. 남궁수연 선배가 무인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갔는데…… 산동성으로 가는 건 아니겠지.”
이승천은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다.
맹호사사혈전대는 사전에 위험을 감지하고 그것을 막기 위해 임무를 나가 위험을 제거하는 특수부대이다.
그렇기에 같은 부대 출신인 이승천은 혹시 남궁수연이 백마사를 멸하기 위해서 무인들을 데리고 떠난 건 아닐까 하였다.
“아버님이 안 계신데. 형님 두 분이서 남궁수연 선배를 상대할 순 없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이승천은 마음이 급해졌다. 그는 더 이상 섬서성에 있을 수가 없어 곧장 산동성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몸을 돌렸다.
“도착할 때까지 아무런 일도 없어야 하는데.”
이승천이 돌아가자, 그가 있던 자리에 유령처럼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비와 누이가 죽었다고 말을 하는 걸로 봐서는 백마사의 사람 같은데, 어떻게 주군과 남궁수연 님을 알고 있는 거지?”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다름 아닌 호법인 이도문이었다.
이도문이 이번 일에서 맡은 건 섬서성 정리였다. 그런 후에 또 다른 임무가 내려질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섬서성의 사파를 정리하여 사파 청정 지역으로 만드는 게 이도문의 일이었다.
“그리고 주군과 남궁수연 님의 무공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음, 일단 주군께 보고하는 것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