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2)
구룡전기-12화(12/217)
구룡전기 (12)
늦은 밤이었지만 철사자성의 앞에는 주변을 밝히는 불들로 인해서 다른 곳보다는 밝았다.
하지만 이러한 불들로 인해서 생기는 그림자들로 어두운 곳은 더욱 어둡게 만들어 주었다.
이러한 어둠을 찾아 움직이는 일단의 무리들이 있었다.
맹호사사혈전대의 대원들이었다.
철사자성을 공격하기 위해서 삼백 명 중 이백오십 명이 출정을 하였고, 이 중 오십 명이 이탈을 하였고, 이백 명이 철사자성을 치기 위해서 움직인 것이다.
각 조장들은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 것처럼 서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였다.
쉐이이이익!
허공을 꿰뚫는 여러 개의 비검이 동시에 날아가 철사자성의 성문과 성루에 경계근무를 서는 무인들을 향해 날아가 그들의 가슴을 꿰뚫었다.
파아아앗!
그와 동시 십수 명의 무인들이 달려 나가 성을 등지고 서서는 무릎을 살짝 구부린 후에 깍지를 끼고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다른 대원들이 그들을 향해 달려가더니 깍지를 낀 손을 밟고 도약하려는 순간, 대원들이 힘껏 손을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대원들이 허공으로 솟구쳐 한 번의 도약으로 성루에 올라서곤 비검을 맞고 죽은 자들을 정리하였다.
그들은 곧장 아래로 뛰어내려 성문에 달려 있는 작은 문을 열어 주었고, 문이 열리자, 다른 대원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최대한 조심해서 조용히 처리한다.”
“옛!”
철사자성으로 들어온 맹호사사혈전대의 대원들은 명령을 받고 신속하게 움직였다.
이미 철사자성의 내부에 대해서는 숙지를 하였는지 이들은 자신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이동하였다.
화린 역시 조원들을 이끌고 신속하게 움직이는 중이었다.
쉐이이익!
성내를 순찰하는 자들의 기운을 느낀 화린이 허리춤에서 비검을 꺼내어 던졌다.
비검들은 빠른 속도로 날아가더니 전각의 건물 모퉁이에서 좌측으로 꺾여 날아가 순찰을 도는 자들의 가슴에 박혔다.
내공을 이용한 수법으로 비검술로 이기어검과 비슷한 공부였다.
화린은 성내 경계를 서는 무인들을 처리한 후에 수신호를 이용하여 조원들에게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조원들은 눈앞에 있는 전각으로 접근하여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화린은 조원들이 일을 처리하고 나올 때까지 전각 밖에서 기다리며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였다.
“크아아악!”
갑작스러운 비명과 함께 전각 안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화린은 눈을 좁히며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철사자성 안 사방에서 비명과 함께 시끄러운 소리들이 웅성이는 것이 들려왔다.
“어쩐지 쉽게 진행이 된다고 했다.”
화린은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임무 중에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알고 있기에 차분하게 이들과 싸울 준비를 하였다.
콰지지직!
벽을 부수고 튕기듯 날아와 바닥에 떨어져 구르는 대원 한 명을 보았다.
그는 즉사했는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화린은 순간 부서진 벽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갔고, 그곳엔 벌거벗은 사내 한 명이 가슴에 검이 박힌 채 서 있었다.
아마도 이 사내가 이 전각을 책임지고 있는 자인 모양이었다.
화린이 신형이 흐릿하게 변하는 순간 그 사내의 앞에 도달하였고, 사내가 놀라는 순간 가슴에 박힌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파지지지직!
그 순간 엄청난 뇌전의 기운이 사내의 전신을 타고 흐르며 몸에서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사내가 까맣게 타 죽어 버렸다.
뇌전류의 뇌전도하란 초식이었다.
“조장!”
화린을 발견한 조원이 그를 불렀다.
“곧 난전에 들어간다. 조원들은 난전에 대비하도록 해라.”
“옛!”
화린은 부서진 벽을 통해 다시 전각 밖으로 나왔다.
사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철사자성과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모양이었다.
“저기다. 적이 저기 있다!”
화린을 발견한 철사자성의 무인들이 일제히 몰려왔다. 그들의 기세는 사나웠지만 화린에게는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하였다.
스르르릉!
화린은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천천히 검을 움직였다.
일보에 일검을 움직이는 화린은 마치 고요한 새벽에 홀로 수련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의 검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단순히 수련만을 위한 움직임은 아니었다.
검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혈화가 피어올랐다.
이제 이 비릿한 냄새가 익숙해질 법도 하였지만 냄새를 맡을 때마다 역겨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아마도 어릴 적 모친이 죽으면서 흘린 그 피의 비릿한 냄새가 각인이 되어 있어 그런지도 모른다.
화린은 순식간에 자신을 발견하고 달려온 철사자성의 무인들을 베어 넘긴 전각에서 조원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생각보다 조원들이 전각 안으로 들어가 일을 처리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이 불리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화린은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선택도, 책임도 스스로 지는 것이다.”
―조원들은 일을 마친 후에 십조와 합류하여 퇴로를 확보하라. 나는 철사자성의 성주 해리손을 잡으러 가겠다.
화린은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어 곧바로 움직였다.
난전이 시작되면 각조의 조장들은 철사자성의 간부들, 즉 성주를 비롯하여 장로, 당주들을 상대해야 했다.
맹호사사혈전대의 임무는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괴멸을 시키는 것이라 성주를 비롯한 장로, 당주들을 처리해야 비로소 그 임무가 끝난다.
화린은 전각의 담을 타고 더욱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전각과 전각을 넘으며 아래서 싸우는 맹호사사혈전대의 대원들이 보였지만 그들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화린은 전각의 지붕을 타고 넘어가며 성의 가장 안쪽까지 도달할 수가 있었다.
화린이 바닥으로 내려서자, 때마침 남궁수연이 도착하였고, 그를 시작으로 각조의 조장들이 모두 도착하였다.
같은 시각 철사자성의 성주인 해리손과 장로들이 무장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화린은 그들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보에 의하면 성주 한 명에 장로는 여섯 명, 당주가 다섯 명이라고 했다.’
그런데 무장을 하고 나온 자들의 수는 열 명이었다.
‘저들의 기운이 심상치가 않은데…….’
성주의 곁에 선 세 사람의 기운이 다른 이들에 비해서 패도적이고 강하게 느껴졌다.
“네놈들은 누구냐?”
성주인 해리손이 물었다.
“서로 죽이려고 왔는데 그런 거 알아서 뭣하게.”
반말을 하자 어린놈이 버릇이 없다고 화를 내었고, 그 모습에 이조 조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죽이려고 오는 사람에게 예의 찾기는……. 그런데 왜 당신들뿐이야? 당주들은 어디 가고.”
해리손은 이조 조장의 말에 눈을 살짝 좁히더니 신중한 시선으로 이들을 살폈다.
“모두가 보통이 아니군요.”
해리손 곁에 있는 사내가 말하였다.
“이렇게 젊은 자들 중에 이 정도의 무공을 얻은 자들은 무림에서 손을 꼽을 정도입니다.”
그 사내가 언급을 하자, 화린은 혹시 하는 생각에 남궁수연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마교도들이 품고 있는 기운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있나?
―그들은 마기를 품고 있어. 마공을 익히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축적되는데 패도적이고 악랄스러워.
―그렇다면 저 세 사람은 마교도인 모양이군. 내가 전각에서 죽인 자가 당주이고.
―그게 무슨 말이야 당주가 전각에 있다니?
남궁수연이 화린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당주들은 철사자성의 무인들과 함께 있다. 철사자성의 무인들을 공격한 대원들이 제법 큰 피해를 입을 것 같군.
―그럼 어떻게 해?
―어차피 늦었어. 지금의 상황에 최선을 다해. 살아서 돌아가는 것만 생각하자고. 어차피 죽은 놈들은 다시 채워질 테니까.
화린의 냉정한 말이 남궁수연은 섭섭하게 들렸지만 그의 말대로 이제까지 그렇게 맹호사사혈전대의 대원들은 채워지고 임무를 수행하며 지내왔다.
“철사자성이 마교의 졸이 되었다는 말이 있던데 사실인 모양이군.”
화린은 성주인 해리손을 도발하였다.
“뭐라!”
해리손이 아닌 장로들이 화린의 도발에 넘어갔다.
“아닌가? 성주 곁에 있는 자들은 철사자성의 사람들이 아닌 것 같은데. 당주란 자들이 성주의 곁에서 떨어져 있다니, 저들이 성주를 암살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하나?”
마교도들의 안색이 살짝 변하였다.
―계획대로 간다.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흩어져 한 놈씩 처리한 후에 이곳에서 모인다.
화린이 모두에게 전음을 보내자, 조장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화린이 검을 빼어 들자, 다른 조장들이 자리를 이동하였다.
“저놈들이!”
파아아앗!
그 모습을 보고 이들이 달아나는 줄 알고 장로들이 몸을 날려 그들의 뒤를 쫓았고, 화린이 홀로 남아 성주인 해리손과 세 명의 마교도와 마주하였다.
“달아나지 않는 건가?”
“왜, 달아난다고 생각한 거지?”
화린의 말에 흠칫하였다.
“서로의 방해를 받지 않고 싸우기 위해서 장소를 이동했을 뿐인데.”
마교도들은 덤덤하게 서 있는 화린의 모습에서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중원인인 것 같은데, 무림맹 소속이냐?”
“글쎄. 그런데 언제까지 주둥이를 털고 있을 거지? 안 들어오면 내가 먼저 들어가지.”
화린의 말에 발끈한 마교도 한 명이 나섰다.
“어린놈이!”
순간 허공을 격하여 장풍을 쏘는 그였고, 화린은 검으로 그의 공격을 쳐 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화린의 앞에 도착한 마교도는 손바닥으로 화린의 가슴을 노리고 공격하였다.
그의 손이 붉게 물들어 있었는데 악한 기운이 가득 실린 일장이었다.
화린은 검을 들지 않은 손으로 그의 손바닥을 쳐 냈다.
퍼어엉!
폭음과 함께 화린과 그의 사이에서 강한 기운의 충격으로 반발력이 생겨났고, 화린은 두 발자국, 마교도는 다섯 발자국이나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본 해리손과 마교도들은 놀란 표정들을 지었다.
당사자 역시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화린을 보았다.
“왜? 당신이 나보다 강할 것이라 생각을 하였나? 변방에서 왕 노릇을 하고 있으니 진짜 왕이라도 된 것 같았나?”
화린의 조롱이 얼굴이 붉어진 그는 자신의 기운을 폭발시켜 마공의 힘을 끌어 올렸다.
그의 손뿐만 아니라 얼굴까지 붉어지며 악한 기운을 뿜어내었는데 그 모습은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놈 같군.”
그가 뿜어내는 기운은 너무도 사악하게 느껴졌고, 왜, 마공이라 불리는지를 알 것 같았다.
화린이 분노하고 있는 놈을 향해 한 걸음을 움직였다. 단순히 한 걸음을 움직이는 것이었지만 이를 보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경악에 가까운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이형환위도 아니었다. 그냥 한 걸음을 내디뎠을 뿐인데 분노하는 마교도의 몸에 화린의 검이 박혔다.
화르르륵!
화린의 검에서 불이 일어나며 마교도의 신체를 태워 버렸다.
“이놈!”
그 모습에 또 다른 자가 나서려고 하였지만 다른 자가 그를 저지하였다.
“형산 아우, 잠시 참으시게.”
“형님!”
―혼자서 상대할 자가 아니다.
그의 말에 정신을 차린 마교도는 이를 갈며 화린을 보았다.
“네놈이 강한 것은 인정하나 우리 둘을 동시에 상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둘이 아니라 성주까지 셋이 함께 덤벼도 상대할 수 있으니 못 믿겠으면 주둥이 털지 말고 덤벼!”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말을 하는 화린의 모습에 마교도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무림에 저러한 자가 있다는 사실을 듣지 못하였는데.’
마교도들은 화린이 무림인이라 생각을 하였다.
‘정파에서 양강의 기운을 운용하여 화공을 쓰는 자가 있나?’
화린이 보여 준 수법을 떠올려 보았지만 마땅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
화린 역시 셋을 동시에 상대하면 이길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였다. 다만 이렇게 강하게 나가야만 어느 정도 시간을 벌 수 있다 생각을 하여서였다.
조장들이 철사자성의 장로들을 처리하고 이곳으로 돌아온다면 철사자성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할 수 있다.
반대로 조장들이 장로들의 손에 죽게 된다면 자신 역시 이곳에 뼈를 묻어야겠지만 최소한 몇몇은 살아서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라 확신을 하고 있었다.
“설마…….”
성주인 해리손이 무엇인가 생각이 났다는 듯 화린을 노려 보며 말을 하였다.
“네놈들은 중원 맹호사사혈전대의 전귀들이냐!”
맹호사사혈전대는 중원보다 새외의 세력들에게 더 알려져 있었고, 그들이 습격한 문파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괴멸되었다고 알려지면서 새외의 세력들은 이들을 전쟁의 귀신들이라 하여 ‘전귀’라 불렀다.
하지만 이들도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새외 세력이 괴멸될 때, 맹호사사혈전대 역시 그만큼의 큰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었다.
피해를 입으면 충원이 되고, 피해를 입으면 충원이 되니 새외의 입장에서는 맹호사사혈전대의 대원들 모두가 전투의 귀신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수많은 전투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화린 혼자였다.
“전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