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20)
구룡전기-120화(120/217)
구룡전기 (120)
구룡장주가 정천맹에 가입할 의사가 없음을 전해 들은 제갈탁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사마맹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사혈맹이 구룡장을 공격할 때, 정천맹이 나서지 않는 조건으로 구룡루에서 나오는 수익을 가져가라는 제의였다.
정천맹의 입장에서는 맹의 소속 장원도 아니니 신경 쓸 이유도 없는데 사혈맹에서 이러한 제안을 하니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사혈맹은 제갈탁의 의사를 들은 즉시 준비하였던 홍령멸사대와 대령멸마대를 섬서성으로 파견하였다.
이들의 목적은 구룡장의 멸문과 더불어 구룡장의 사업체를 모두 빼앗는 것이며 섬서성의 사파 문파를 재건하는 임무를 맡아 사혈맹의 성문을 나섰다.
사혈맹에서 무인들이 나서자, 그 소문은 금방 무림으로 번졌다.
그뿐 아니라 구룡장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백마곡 역시 최정예의 무인들을 섬서성으로 보내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구룡장의 멸문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사람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산동성에서 먼저 일어났다.
“멍청하긴,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두 죽여.”
산동성 제남에 자리 잡고 있는 백마사가 기습을 받은 것이다.
정예 무인들이 빠져나간 터라 백마사의 전력이 크게 급감하자 침입자들은 그런 백마사의 남은 무인들을 향해 거침없는 살수를 펼쳤다.
“크아아악!”
백마사에 비명과 피가 난무하였다.
“어중간하게 검을 쓰지 마라. 확실하게 상대의 목숨을 취해라.”
침입자를 지휘하는 건 다름 아닌 남궁수연이었고, 혁지석을 비롯한 구룡전단의 단원들은 남궁수연의 말에 따라 움직였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린 백마사였다. 남궁수연이 앞장서서 백마사 무인들을 무참하게 베어 버렸는데 그녀가 맹호사사혈전대에서 몸으로 배우고 익힌 행동이었다.
“만호, 용수, 현국, 채덕은 입구를 지켜라. 백마사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자들은 아군이라 할지라도 죽여라.”
남궁수연의 명령에 네 명의 구룡전단 단원이 입구에 자리를 잡았다.
“이놈들!”
“예나 지금이나 영감들이 나타나면서 하는 소리는 어째 변하지를 않을까?”
소리치며 황급하게 달려 나오는 몇 명의 무인들을 향해 남궁수연은 검을 움직였다.
‘제왕십삼검 제일검 제왕타정!’
남궁수연은 화린에게서 배운 조화십삼공과 가문의 비급인 제왕검결을 합일시켜 제왕십삼검이라는 검법을 만들어 내었다.
그간 혁지석과 대련을 통해서 제왕십삼검을 갈고 닦으며 온전한 검법으로 만드는 데 노력하였고, 그 결과를 백마사의 장로들을 상대로 처음 펼쳤다.
“허엇!”
남궁수연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기가 마치 채찍처럼 기이한 곡선을 그리며 장로들을 향해 뻗어 나갔다.
“피해라.”
장로들은 황급하게 그 자리를 피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는데 그 모습을 본 남궁수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겨났다.
파앗!
바닥을 박차고 허공으로 솟구치는 남궁수연은 좌측 끝으로 피한 장로에게 단숨에 날아갔다.
비류연이라는 평범한 경신술이었지만 남궁수연이 사용하니 이 또한 고절한 무공처럼 보였다.
순식간에 따라붙은 남궁수연은 장로의 허리를 향해 검을 움직였다.
“이년이!”
그는 남궁수연의 검을 막기 위해서 손에 든 도를 들어 올렸다.
‘제왕십삼검 제이검 제왕표흘!’
남궁수연은 손목에 변화를 주어 검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 순간 남궁수연의 검이 하나에서 둘, 둘에서 넷으로 늘어나는 환영까지 생겨났다.
장로는 갑자기 눈앞에 순식간에 늘어나는 검을 보고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여 손에 쥔 도를 움직이지도 못하였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검에 살이 베이는 소리와 함께 남궁수연의 신형이 그를 지나쳤다.
남궁수연에 당한 장로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 자신의 몸에 난 상처를 내려다보았다.
상처에서 피가 배어 나오더니 점점 그 상처가 벌어졌고, 급기야는 피가 쏟아져 흘러내렸다.
남궁수연은 장로를 한 명 죽인 후에 또 다른 장로를 향해 움직였다.
백마사의 장로들은 동료 장로의 죽음을 보고 혼자서 싸우기보다는 합공하기로 결정하고 남궁수연을 향해 움직였다.
장로들은 남궁수연이 움직일 수 있는 방위를 모두 점한 후에 합격진을 사용하였는데, 오행검진을 응용한 백마사만의 독특한 검진이었다.
남궁수연은 장로들의 합격진에 잠깐 당황하였지만 이 검진의 원리가 오행검진에 있음을 파악하고는 반격을 시작하였다.
‘제왕십삼결 제삼검 제왕박토!’
남궁수연의 검이 가볍게 움직였다. 하지만 검에 담긴 힘은 천년거암의 무게와 같았다.
남궁수연이 창안한 제왕십삼결의 초식에는 조화십삼공의 묘리가 담겨 있어 외부에서 볼 때는 단순하게 검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초식의 힘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콰아아아앙!
남궁수연의 검에 담겨 있는 내기가 폭발하면서 장로들의 펼친 검진을 깨뜨려 버렸다.
“으윽!”
한 명의 장로가 내기의 폭발로 인해서 검진에서 이탈하자, 남궁수연은 이를 놓치지 않고 곧장 움직여 그의 가슴에 검을 박아 넣었다.
“왜 우리를…….”
이들은 아직 백마사를 공격하는 이들에 대해서 알지 못하였다.
“그러기에 가만히 있는 사람을 왜 건드려.”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구룡장!”
구룡장이라는 말에 장로의 눈이 커졌다.
“시작은 너희가 했지만 끝은 선배가 낼 거야. 너희들은 실수한 거야.”
남궁수연이 그의 가슴에 검을 뽑자, 피가 뿜어져 나왔다.
“커어억…… 실수?”
그는 자신들이 무엇을 실수하였는지 알고자 하였으나 대답은 듣지 못하였다.
“세상에는 건들지 말아야 할 사람이 몇 명 있다고 하지? 내가 알고 있는 그중 한 사람이 바로 선배야.”
남궁수연은 남은 장로들을 향해 몸을 돌리며 말하였다.
“오늘 백마사는 사라진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남궁수연의 검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제왕십삼검 제십삼검 제왕현신!’
남궁수연은 자신의 검을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렸고, 빛나는 검에서 빛이 하늘 위로 쏘아져 올라갔다.
검강과 비슷하지만 검강은 아니었다. 그리고 곧이어 하늘로 쏘아진 빛이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 내었는데, 바로 빛의 검이었다.
거대한 빛의 검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듯 강렬한 빛을 발산했다. 아래에 있던 장로들은 빛의 검을 보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빛의 검이 아래로 떨어지며 백마사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심어 주었다.
한 장로가 떨어지는 빛의 검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읊조렸다.
“제…… 제왕의…… 검…….”
* * *
백마사의 셋째인 이승천이 서둘러 돌아왔지만 이미 늦어 버린 상황이었다.
“빌어먹을!”
백마사 안에서는 싸움이 일어나고 있었고, 안쪽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비명에 놀라 시선을 백마사로 돌렸지만 곧 무림인들의 싸움이 일어났음을 알고는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괜히 지켜보다 화풀이를 당하면 자신만 손해임을 잘 알고 있어서였다.
“남궁수연만 잡으면 이길 수 있어.”
이승천은 남궁수연과 함께 군 생활을 하였으니 아는 안면을 이용해 접근하여 기습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을 하였다.
이승천이 서둘러 백마사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강하게 빛나는 무엇인가가 하늘 위로 쏘아져 올라갔고, 곧 빛은 검의 형상으로 변하여 아래로 떨어졌다.
이승천은 그 모습을 보고 오금이 저리고 다리가 떨려 왔다.
“남궁수연 선배의 무공이 저 정도였나…….”
강렬한 빛을 뿜어내는 빛의 검에서 만악, 만사를 제압하는 파사의 힘이 담겨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길 수 없어…….”
이승천은 걸음을 멈추고 중얼거렸다.
“크아아악!”
검이 지상으로 떨어졌을 때, 백마사 안에서 비명이 또 한 번 터져 나왔다.
그 비명에 이승천은 몸을 돌려 백마사에서 달아났다. 본능이 이성을 제압하여 나타난 행동이었다.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살 수 있다는 본능으로 인해서 이승천은 백마사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기 위해 무작정 달렸다.
한참을 그렇게 달려 백마사에서 떨어진 후에야 숨을 고를 수가 있었다.
거친 숨을 내쉬면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던 그는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왜 남궁수연이 화린 조장이랑 함께 있는 거지.”
남궁수연은 남궁세가의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화린과 함께 있는 건 남궁세가가 화린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아니, 아니지. 화린 조장은 누군가의 밑에 있을 사람이 아니야. 그럼 남궁수연이 화린 조장에 대해서 남궁세가에 알렸고, 남궁세가에서 화린 조장을 잡기 위해 남궁수연을 그의 곁에 붙어 둔 것이라면?”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화린 혼자도 감당하기 힘든 사람인데 그 뒤에 남궁세가가 있다면 백마사의 입장에서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이승천은 숨을 고른 후에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구룡장을 치기 위해서 섬서성으로 간 백마사의 정예 무인들이 행동에 나서기 전에 말려야 했다.
“이번에는 늦지 말아야 할 텐데.”
* * *
구룡장을 비운 화린은 동춘과 함께 하남성으로 이동하였다.
하남성의 제일 사파인 사혈파가 무너지면서 그 아래 있던 적지문과 온수파가 사혈파의 기득권을 차지하려고 서로 눈치를 보며 견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혈맹에서 따로 사파 문파의 무인들을 동원하지 않았기에 구룡장에 대한 사혈맹의 공격은 적지문과 온수파와는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적지문과 온수파는 사파라는 이유만으로 때아닌 날벼락을 맞아야 했다.
화린이 하남성의 사파를 쓸어버릴 요량으로 혈사파 다음으로 영향력이 높은 적지문과 온수파를 공격한 것이다.
그들은 화린과 동춘에게 기습을 당하였는데 반항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적지문과 온수파의 무인들과 싸우는 건 화린뿐이었고, 동춘은 그저 문을 지켰다.
그럼에도 두 문파는 화린을 감당하지 못하고 모두 화린의 손에 모두 죽임을 당하였다.
두 문파에서 화린이 살려 둔 사람은 내공이 없는 사람들이었고, 조금의 내공이나 무공을 익힌 흔적이 있는 사람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죽여 버렸다.
순식간에 적지문과 온수파가 멸문을 당하자 하남성 일대가 발칵 뒤집혔다.
“그들이 망했으니 남아 있는 사파 중에 힘을 쓰는 문파가 어디 있소. 다 삼류 잡배 문파들이 아니오.”
“그렇지요. 이번 기회에 하남성에서 사파들의 뿌리를 뽑아 버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좋지요.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남성에 뿌리는 내린 정파의 문파들은 껄끄러운 상대인 혈사파, 적지문, 온수파가 모두 멸문당하자,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였다.
그들은 힘을 모아서 하남성에 뿌리를 내린 사파 무리들을 공격하여 하남성에서 쫓아내 버릴 계획을 세우고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