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21)
구룡전기-121화(121/217)
구룡전기 (121)
“장원이 비었습니다.”
구룡장을 급습한 백마사의 무인들은 구룡장이 비었음을 확인하고 조금은 당황스러워하였다.
싸움을 앞두고 장원을 비웠을 것이라곤 예상치 못하여서였다.
“승천이는? 승천이에게 연락이 아직 닿지 않은 것이냐?”
첫째인 이대만이 셋째인 이승천을 찾았지만 그에게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장원을 불태워라. 잿더미로 만들어 버려라.”
이대만의 명령에 백마사의 무인들은 구룡장의 전각에 불을 놓았다.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여서인지 전각에 붙은 불은 금방 크게 일어났고, 거세게 타올라 전각을 태웠다.
화르르르륵!
화마가 전각을 집어삼키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었는데 활활 타오르는 구룡장의 전각을 보며 이대만은 분노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릴 수가 있었다.
“혀…… 형님!”
산동성에서 서둘러 섬서성으로 온 백마사의 셋째 이승천은 불타고 있는 구룡장을 보고 망연자실하였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이냐!”
이대만은 이제 나타난 이승천을 향해 호통을 쳤다.
“구룡장이 비어 있더구나. 혹여 그들의 뒤를 쫓은 것이냐?”
둘째인 이대로는 이대만과 달리 침착하게 이승천에게 물었다.
“아니, 아닙니다. 형님.”
“그럼 어디서 무엇을 한 것이냐?”
불타고 있는 구룡장의 전각이 무너지면서 사방으로 불씨를 퍼뜨렸다.
“형님, 어찌하여 불을 놓으신 겁니까?”
이승천은 이 일로 건너면 안 되는 강을 건넜다는 걸 이들에게 알려 주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구룡장의 주인이 제가 늘 말씀드렸던 그 자입니다.”
“그자?”
“제가 군대 생활하면서 함께 있던.”
“화린 조장이라는 자 말이냐?”
“그렇습니다. 그리고 남궁세가의 남궁수연이 구룡장의 무사들과 함께 본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습니다. 제가 그걸 확인하고 급하게 돌아왔는데…….”
“뭐라. 본가를 공격해?”
“형님들께서 무인들을 데리고 본가를 떠나자마자 공격한 모양입니다. 제가 구룡장의 주인이 누구인지 형님들께 알리러 갔을 땐, 이미 늦은 후였습니다.”
백마사의 무인들을 이승천의 말에 깜짝 놀라 이들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자세하게 말해 보아라. 남궁세가가 왜 끼어든단 말이냐?”
“남궁수연 역시 같은 부대에서 생활한 저의 선배입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남궁수연이 화린 조장에 대해서 남궁세가에 알렸고, 남궁세가는 화린 조장과 같은 고수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남궁수연을 곁에 붙여 놓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남궁수연이 왜, 본가를 공격한 것이냐?”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제가 있던 부대는 위험이라고 판단하면 선제공격을 하여 상대를 괴멸시키는 부대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화린인가 뭔가 하는 놈이 남궁수연을 시켜 본가를 공격했단 말이냐? 자신은 이곳을 비우고?”
“형님, 서둘러야 합니다. 사혈맹에서 출발한 홍령멸사대, 대령멸마대와 합류를 해야 합니다.”
“뭘 그리 서두르는 것이냐? 이곳에서 기다리면 그들이 돌아올 것 아니냐.”
“형님, 여기 있으면 다 죽습니다. 우리만으로는 화린 조장을 상대할 수가 없습니다.”
“헛소리 마라. 우리는 본가의 최정예 부대다.”
“화린 선배에게는 마교의 최정예 부대라고 해도 상대가 못 됩니다. 그를 상대할 고수가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그러니…….”
구룡장이 불타자 사람들이 놀라 나왔고, 웅성거리는 소리에 이들이 다가가 사람들을 겁박하였다.
“다들 돌아가라. 그러지 않으면 구룡장의 식솔이라 생각하고 죽여 버릴 것이다.”
죽인다는 말에 사람들은 서둘러 몸을 돌렸고, 그러면서도 구룡장에 불을 지른 자들을 욕하였다.
“나는 이곳에서 놈들이 오기를 기다릴 것이다.”
첫째인 이대만이 구룡장에서 기다리겠다고 말하자, 이승천이 이를 말렸다.
“형님!”
퍼억.
이대만의 주먹이 이승천을 얼굴을 가격했다.
“그따위 나약한 소리를 하려거든 너 혼자 가라. 우리는 이곳에서 기다리며 부친과 누이의 복수를 할 것이다.”
“형님, 우리는 절대 화린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이승천도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만큼 그에게 화린은 두려운 존재였다.
“그러니 너 혼자 사혈맹을 찾아가라.”
“형님!”
“더 이상 입을 열었다간 네놈부터 베어 버릴 것이다.”
이대만이 강경하게 말하자, 이승천은 결국 이대만을 설득하는 걸 포기하였다.
‘빌어먹을, 사혈맹이 먼저 이곳으로 오길 바라야겠군.’
* * *
“그러니까 구룡장주가 구룡장을 비우고 하남성으로 갔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지금 하남성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구룡전단이 산동성의 백사마를 공격하여 멸문시켰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곳에 남궁수연이 있었다고 합니다.”
정보에 민감한 하오문은 하남성과 산동성에서 들어오는 정보로 인해 골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구룡장주가 구룡장을 비우고 사파의 문파를 공격할 것이라곤 누구도 예상치 못하여서였다.
“하남성에서 활동하고 있는 굵직한 사파 문파가 구룡장주의 손에 멸문당하자, 정파가 남은 사파 문파를 정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남성의 정파 문파가? 정천맹이 개입된 것인가?”
“정천맹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제갈탁 역시 구룡장주의 행보를 듣고 이 정도는 예상을 하였고, 묵인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하오문의 문주 암흔신영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알고도 방치한다는 건 제갈탁이 정사대전을 준비하는 건가?”
“그건 아닐 것입니다. 지금의 상황이 그들에게 유리하니 그냥 방치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
“일전에 사혈맹과 정천맹이 어느 정도 합의를 본 것 같다고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러니 사혈맹에서 전투부대를 출정시켰음에도 정천맹에서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겠지.”
“그래서 정사대전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하여도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사혈맹이지 않나? 사혈맹이 큰 피해를 입게 되면 가만히 있을 것 같나?”
“그렇지는 않겠지만 구룡장에 입은 피해를 어느 정도 정천맹에 요구하는 걸로 끝을 맺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암흔신영은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지를 예상해 보았다.
힘이 없는 흑도의 입장에서는 줄을 잘 서는 것도 아주 중요하였다. 이대로 상황이 종료가 된다면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구룡장주의 손에 사파가 계속해서 무너진다면 정천맹의 입장에서는 달리 생각할 수도 있다.
“구룡장주가 노리는 것이 이게 아닐까?”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사파의 문파가 하나둘씩 무너지면 정천맹이 가만히 있을까? 합의를 보았다고 하지만 제갈탁이 합의대로 이행할까?”
암흔신영의 물음에 하오문의 총관 귀영신은 대답하지 못하였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지만 상황이 바뀌면 그 약속을 뒤집는 건 일도 아니지 않나?”
“그렇긴 합니다.”
“그런 상황이 오면 무림에서 합의는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닌가?”
귀영신은 대답하지 못하였다.
“대비를 해야겠군. 각 지부에 이와 같은 사실을 알리고 사혈맹이든 정천맹이든, 하다못해 구룡장주가 와서 정보를 원한다 해도 원하는 정보를 내어 주라고 전해.”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철저하게 중립을 지키겠다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해. 그러지 않으면 화풀이 대상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렇게 각 지부에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 섬서성 지부에는 사혈맹과 화산, 종남의 움직임을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살피라고 전해. 아니, 내가 직접 가서 그곳 상황을 살펴야겠어.”
“혹시 모르니 아이들을 대기시키겠습니다.”
“정천맹이 있는 호북성과 사혈맹이 있는 광서성의 상황도 잘 살펴봐.”
* * *
“그런데 화린 조장, 언제까지 이렇게 돌아다닐 거요? 조장의 무공이라면 그놈들 그냥 쓸어버릴 수도 있잖소.”
“그냥 쓸어버려서 끝날 일이라면 그러겠는데 딴 놈들이 오면 피곤해지잖아.”
“듣자 하니 사혈맹에 무력 부대는 다섯 개이고, 세 개는 앞서 박살이 났고, 이번에 두 개가 왔다고 하는데…… 그들이 자빠지면 또 올 놈들이 어디 있겠소.”
“이런 단순한 새끼, 넌 보이는 게 전부라 생각하는 거야? 본시 숨어 있는 놈들이 무서운 법이야. 사파의 집합체인 사혈맹이 그리 단순한 놈들이라 생각하는 건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동춘은 입술을 삐죽였다.
“아니, 내가 그걸 몰라서 말을 하였겠소?”
“그럼?”
“조장으로 인해서 사혈맹이 숨겨 놓은 세력을 꺼내어 놓겠소?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정천맹이나 마교에 자신들의 전력이 드러나는데 그걸 보여 주겠냐는 말이오.”
“이런 무식한 새끼.”
“내가 왜 무식한 거요?”
“넌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세력을 드러내 놓고 보낼 것 같아? 홍령멸사대와 대령멸마대를 이쪽으로 보낸다고 관심을 끌어 놓고 은밀하게 엄청 강한 놈들을 보냈을 수도 있지.”
동춘은 화린의 대답에 눈을 깜빡였다.
“하여간 생각이 없는 놈이라니까. 무림에 우리가 어떻게 소문이 났어?”
“그야…….”
말을 못 하고 머뭇거리자, 화린의 손이 동춘의 뒤통수를 때렸다.
“아앗!”
왜 때리느냐고 노골적으로 노려보는 동춘을 향해 화린이 손을 한 번 더 들자, 동춘은 시선을 피해 버렸다.
“음사문과 혈사파를 동시에 멸문시켰다고 알려졌다. 덤으로 백마사의 이천국도 함께 말이야. 그럼 생각이 있는 놈이라면 어떻게 생각을 하겠어.”
“구룡장에 고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할 것 같소.”
대답이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짓던 화린은 곧 한심하단 눈빛으로 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두 문파를 멸문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으니 하나의 무력 부대가 아닌 두 개의 무력 부대를 보낸 것이겠지.”
“그야 당연하지 않소.”
“그런데 말이야. 그 두 개의 무력 부대로 우리를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할 수가 있을까? 사혈맹에서는 우리가 가진 무력을 파악하지 못하였을 텐데 말이야.”
“음…….”
“그럼 안전 장치로 우리를 상대할 수 있는 고수 두세 명 정도를 보낼 수도 있겠지. 예를 들면 무림백대고수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고수 정도 말이야.”
동춘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쉽게 생각해. 양들이 많아도 늑대 한 마리를 이길 수가 없는 법이야. 그럼 늑대를 잡으려면 못해도 그 정도의 맹수를 풀어놓아야 하는 거잖아.”
“무슨 말인지 알겠소.”
“우리가 사파를 두들겨 패는 동안 각 성의 사파들은 불만이 쌓이겠지. 그리고 사파의 세가 줄어들면 정파는 딴마음을 먹을 거고.”
“그럴 것 같소.”
“사혈맹이 우리를 죽이려고 많은 인원을 보낼 수 있을까?”
“그건 아닐 거요.”
“그래. 그때가 되면 진짜 고수 두세 명을 남겨 두고 돌아가겠지.”
“그럼 그때 그 고수들을 잡을 거란 말이오?”
“그렇지. 그럼 고수를 또 보내겠지.”
“살수를 고용하면?”
“살수가 미쳤어? 나를 암살하는 의뢰를 받게.”
“왜요? 살수는 돈이라면 어떤 의뢰도 받지 않소.”
그 말에 화린은 피식 웃었다.
“다른 놈들은 다 의뢰를 받아도 나에 대한 의뢰는 받지 않아. 받는 순간 지옥행이라는 걸 그들도 다 알고 있으니까.”
“하하하.”
동춘이 소리 내어 웃었다.
“왜? 아닐 것 같냐?”
“그렇지 않소. 아무리 조장이 강하다고 해도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정말 감탄스러울 지경이오.”
타아악!
화린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였고, 이를 예상하기라도 한 듯 동춘이 피하려고 하였지만 피하지 못하고 뒤통수에 강한 충격을 받고 휘청거렸다.
“아주 죽여 달라고 말을 하는구나.”
“아 씨, 안 그래도 머리가 안 좋은데, 머리 좀 그만 때리…….”
동춘이 버럭 소리를 지르려고 하자, 화린이 손을 들었다.
“아 씨, 무슨 말을 못 하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