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22)
구룡전기-122화(122/217)
구룡전기 (122)
구룡장이 불에 타고, 구룡장주가 사파를 공격하면서 무림의 관심은 이들에게 집중되었다.
무림뿐만 아니라 상림 역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특히 화명상단의 화정수와 영천상단의 동서독은 은이든 원이든 인연을 맺은 관계라 그 관심이 특별하였다.
“얼마나 두려웠으면 장원을 버리고 도망을 갔을까?”
구룡장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사혈맹이라는 무림의 악덕 무리가 산양현을 비롯한 섬서성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한 구룡장을 트집 잡아 멸문시키려고 한다고, 사혈맹의 무리들을 욕하며 구룡장주를 불쌍히 여겼다.
“나쁜 놈들!”
처음에는 사혈맹과 구룡장의 싸움이 단숨에 끝날 것 같더니 구룡장주가 구룡장을 비움으로 하여 둘의 싸움이 사람들의 예상보다 오랫동안 지속되자 상황이 변하기 시작하였다.
섬서성에 자리 잡고 있던 사파 문파의 수장들이 하루아침에 목이 날아갔고, 하남성의 사파 문파는 때아닌 정파 문파의 공격을 받아 멸문당했다.
산동성 역시 백마사가 무너지자, 하남성과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면서 정파가 득세하기 시작하였다.
섬서성, 하남성, 산동성의 사파 문파들이 멸문당하다시피 하니 이들 사이에 낀 산서성 사파 문파의 불만들이 터져 나오며 사혈맹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그러는 가운데 산서성에 자리를 잡고 터줏대감의 위치에서 사파를 움직이던 흑성파가 하루아침에 멸문을 당하였는데, 흑성파의 무인들을 죽인 수법이 마공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림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마공이 나타났다는 건 마교가 움직였다는 뜻이기도 하였다.
정천맹이나 사혈맹에서 마교가 각 성에 비밀 거점을 마련한 후에 중원 침략을 위해서 움직일 것이라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무림에 쏠려 있는 지금 행동에 옮길 것이라곤 아무도 예상치 못하였다.
시작은 구룡장과 음사문, 혈사파의 작은 다툼이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구룡장과 사혈맹, 나아가 정파와 마교까지 개입이 되면서 상황은 미궁 속으로 빠져 버렸다.
산서성의 오태산 중턱에 있는 오태산채. 그곳에서 화린과 동춘이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니, 마공은 언제 익힌 거요?”
“누가 마공을 익혀?”
“조장이 익히지 않았소. 흑성파를 멸문시킬 때, 조장이 사용한 건 분명 마공이었소.”
“마공은 개뿔.”
“내가 아는 것이 없어도 마공과 사공, 정공 정도는 알아보는 눈이 있소.”
화린이 동춘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래, 너 눈 좋다. 그 좋은 눈으로 흑성파에 들어오는 놈들도 못 보고 뭐 했대.”
“그야, 조장이 마공을 쓰는 걸 보고 깜짝 놀라서 그런 것 아니오.”
“할 일도 제대로 못 해 놓곤, 어디서 큰 소리야. 죽을래?”
사람들은 마교의 공격으로 인해서 흑성파가 멸문을 당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마교가 아닌 화린이 한 일이었다.
화린은 사혈맹과 싸움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 일부러 마공을 사용하여 마치 마교가 개입한 것처럼 꾸몄고, 이 일로 인해서 무림은 더욱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하오문을 통해서 들었다.
화린은 이곳 오태산채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에 움직일 계획이었다.
며칠 쉬고 있으면 사혈맹, 정천맹, 마교가 어떠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너는 내가 군대에서 수많은 임무에 나가서 사람들만 죽이고 다녔는 줄 아냐?”
“아니오?”
“찾아가 그들을 멸문시킨 후에 그들의 무공을 회수하여 돌아와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몰래 익혔다.”
“그게 가능하오? 그리고 조장에게 당한 문파의 무공인데 굳이 익힐 필요가 있소?”
“다다익선!”
“다른 건 몰라도 무공에 다다익선은 그리 좋은 것이 아니라고 배웠소. 만 가지를 어설프게 할 줄 아는 것보다 한 가지를 제대로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하였소.”
“누가 그래?”
“옛날에 그 유명했던 사람이 있소.”
“누구?”
“있소. 그걸 조장이 알아서 뭐 하시려고 그리 캐묻는 거요!”
동춘이 화를 버럭 내었다.
타아악!
“아, 씨…….”
경쾌한 소리와 함께 터져 나오는 동춘의 비명이었다.
“어디서 눈을 부라려. 확 눈깔을 파 버릴까 보다.”
동춘은 화린의 겁박에 입술을 삐죽였다.
“수연이를 데리고 왔어야 하는데. 그래야 저놈 입술을 오리 입술로 만들어 버리지. 할 일 없으면 산적들에게 무공이나 한 자락 가르쳐 주며 시간 때워라.”
“산적들에게 무공을 가르쳐서 뭣 하게요.”
“인마, 너 표국 하면서 표행에 나서면 산적들 안 만날 것 같아?”
“당연히 만날 겁니다.”
“그래. 오태산채의 산적들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고 이들이 녹림에서 힘을 좀 쓰면 표국에서 표행 갈 때 그냥 통과시켜 주거나 통행세를 적게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냥 만나면 두들겨 패는 게 더 효과적일 것 같소.”
“그러다 산적들이 물건에 불 지르면?”
“목을 따 버리지요.”
“저 멀리서 화살로 쏘고 도망가면?”
“쫓아가서 다리몽둥이를 부숴 버리지요.”
“잘도 부수겠다. 가서 산적들에게 무공 좀 가르쳐. 아니, 저들 자세만 좀 잡아 줘. 나중에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화린은 반강제로 동춘에게 오태산채의 산적들에게 무공을 가르치라 하였고, 동춘은 산적들에게 맹호사사혈전대에서 익히는 기본 무공을 가르쳤다.
산적들은 제대로 된 무공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이를 악물고 동춘에게 무공을 배웠는데, 생각보다 산적들이 잘 따라오자 무공을 가르치는 동춘도 재미가 있는지 이들의 무공 사부가 되어 제대로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동춘이 오태산채에서 산적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동안 화린은 밤마다 오태산채를 내려가 사파의 수장들을 암살했다. 사혈맹은 점점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개인이 단체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은 같이 맞붙었을 경우고, 이렇게 시간을 끌면서 싸울 경우 초초해지는 건 개인이 아닌 단체가 될 수밖에 없지.”
화린은 맹호사사혈전대 시절에 이와 같은 경험들을 하였고, 살황의 일기장에도 개인이 단체를 이길 수 있는 방법들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사혈맹과의 싸움에서 자신이 패할 것이라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실제로 사혈맹의 경우 화린의 위치를 알아내지 못하여 전전긍긍하는 중이었다.
하오문의 정보력으로도 화린이 있는 곳을 찾을 수가 없으니 이 싸움은 시작부터가 사혈맹에 불리한 싸움인지도 몰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룡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던 산양현, 상남현 그리고 상주현에서는 객잔, 기루는 물론이고, 시전과 저잣거리에서 음식을 파는 상인들까지 사혈맹 소속 무인들에게는 음식을 팔지 않아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하였다.
이 일로 사혈맹 소속 무인들이 난동을 부리자 관군이 곧장 출동하여 그들을 잡아가려고 하였다. 이에 무인들이 반항하면서 관군과 충돌을 일으키자 섬서성의 성주 이도백은 섬서성의 모든 관군을 동원해서라도 백성들의 생업에 지장을 주는 무림인들은 일절 관용 없이 모두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내리기까지 하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사혈맹의 무인들은 한 끼의 식사를 위해서 성도인 서안까지 나가서 허기진 배를 채워야 했는데, 서안과 산양현의 거리가 오십 리나 되어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만 반나절이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혈맹 무인들은 불타 버린 구룡장이나 산양현에 있는 것보다는 성도인 서안에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고, 구룡장 주변에 최소한의 인원을 남겨 두고 구룡장주가 오기를 기다리며 감시하였다.
* * *
깊은 밤이 되자, 불타 버린 구룡장 안을 검은 인영들이 소리 없이 움직였다. 그들의 움직임은 너무나 은밀하여 마치 형체가 없는 유령이 허공을 부유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들은 구룡장의 내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지 움직임에 거침이 없었다.
선두에 선 자가 수신호를 이용하여 뒤를 따르는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수하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구룡장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백마사의 정예 무인 한 명이 한쪽에서 소피를 보고 있는 것을 본 검은 인영은 빠르게 접근하여 뒤에서 한 손으로는 입을 막고 다른 손에 든 단검으로 목을 그어 그를 죽여 버렸다.
사람을 죽이는 데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걸로 보아 이러한 일을 업으로 하는 자들이었다.
검은 인영은 구룡장을 제집처럼 다니면서 무리에서 떨어져 있는 백마사 무인들을 소리 없이 죽여 나갔다.
“아니, 지들은 따뜻한 객방에서 잠을 처자면서 우리보고는 만날 이런 곳에 잠을 자라는 것이 말이 되우?”
백마사의 무인 열댓 명이 중앙에 피워진 불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있었다. 한 무인이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를 내자, 다른 무인들도 이에 동조를 하며 불만들을 쏟아 내었다.
“조장, 안 그렇습니까? 지들은 뜨신 밥에 좋은 요리를 처먹으면서 우리에게는 이렇게 말라비틀어진 만두를 먹으라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 거냐고요.”
“상부에서 그리 결정을 하였는데 그럼 어떻게 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일은 교대하며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조원들의 불만이 하나둘씩 쏟아져 나오자, 조장이라는 자가 말을 돌리기 위해서 자리에 없는 사람들의 이름을 언급하였다.
“화동은 소피보러 가서 똥 싸고 오는 거냐?”
“그놈 거시기가 이만하지 않습니까? 안에 있는 거 다 빼내려면 시간 좀 걸릴 겁니다.”
“하하, 그렇지. 화동이 이놈은 다른 건 몰라도 아랫도리 하나만큼은 확실하지.”
“아무렴, 화동이랑 기루에 놀러 가면 술값을 기녀들이 내잖아. 화동이한테는 또 찾아오라고 화대까지 준다고 하더군.”
“그래서 기루 이야기만 나오면 어깨가 펴지는 모양이구나.”
이야기만 들어 보면 아주 단순해 보였다. 그렇게 불만을 토로하다가도 다른 이야기가 나오자 금방 불만은 뒷전이고 동료에 대해서 험담 아닌 험담을 하며 낄낄거리는 이들이었다.
“하하하! 맞아, 맞아. 화동이 이놈은 기녀 이야기만 나오면 헉헉거리면…… 커억!”
웃고 떠드는 소리에 묻혀 빠르게 날아오는 비수가 말을 하는 자의 가슴에 박혔다.
어두운 밤이라 말을 하다가 갑자기 앞으로 꼬꾸라지는 모습을 보고 장난을 치는 줄 안 동료들이 한 소리를 하였다.
“왜, 기녀의 품이 그립냐?”
그는 앞으로 꼬꾸라지는 모습을 보고 남녀가 관계를 가지는 모습을 연상하기라도 한 듯 말을 하였지만 곧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허어억, 피……!”
둘러앉은 무인들은 그제야 기습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자신들의 검을 찾아 몸을 일으켜 세웠다.
쉐이이이익!
어둠 속에서 날아오는 비수는 몸을 일으킨 자들의 가슴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꿰뚫었다.
“커어억!”
비명과 함께 백마사의 무인들이 쓰러지자, 남은 무인들이 서둘러 움직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무기를 찾아 뽑아 들고 적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지만 적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비수를 던져 무인들을 죽이려고 하였다.
“커어억!”
환한 대낮에 상대가 눈앞에 있어 그가 비수를 던지는 걸 보아도 피하거나 막기 어려운 일인데 상대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날아오는 비수를 피하거나 막는다는 건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모습을 드러내어라.”
호기롭게 외쳐 보았지만 날아오는 건 대답 대신 비수였다.
체에엥!
이들의 조장은 비수를 검으로 쳐 내기보다는 검면을 이용해 날아오는 비수를 막아 내었다.
‘대단한 힘이다.’
비수에서 전달되는 힘이 보통이 아님을 느낀 그의 등과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러는 사이에도 조원들은 비수에 의해 희생당하는 중이었다.
기습이 시작되고 얼마 가지 않아 조원들이 모두 죽음을 당했고, 살아 있는 사람은 자신뿐임을 알게 되었다.
“네놈이 구룡장주이더냐? 사내라면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나와 일기토로 겨루어 보자.”
그는 호기롭게 어둠을 향해 외쳤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의외였다.
“손쉽게 상대할 수 있는 자를 왜 어렵게 상대해야 하는 거지?”
“허엇!”
자신의 뒤에서 그것도 귀에 속삭이듯 말하는 상대의 목소리에 놀라 몸을 돌리려고 하는 순간 폐를 찌르는 듯한 고통이 찾아왔다.
그는 고통을 무릅쓰고 몸을 돌려 상대를 확인하려고 하였지만 상대의 손이 그의 머리를 잡고 몸을 돌리지 못하도록 하였다.
“어차피 죽으면 알려 줄 수 없으니 그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등 뒤에서 폐를 찌른 단검을 빼 목을 그어 버렸다.
구룡전장에 있는 백마사의 무인들을 모두 죽인 후에 복면을 쓴 자가 말하였다.
“이들의 목을 잘라 놈들이 자고 있는 객잔에 던져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