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23)
구룡전기-123화(123/217)
구룡전기 (123)
“구룡장에 있던 아군이 모두 당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구룡장 주변과 우리가 은밀하게 구룡장에서 운영하는 기루, 객잔, 구룡루에 남겨 둔 자들도 모두 당했습니다.”
성도인 서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혈맹의 무인들은 상남현에 남겨 두었던 수하들을 죽인 것도 부족하여 목을 잘라 서안의 객잔으로 보낸 구룡장주의 행동에 몹시 분노하였다.
“정파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사파보다 더 악독한 자입니다. 놈의 최대 사업장이라고 할 수 있는 구룡루를 불태워 놈에게 본보기를 보여야 합니다.”
“그게 할 말인가? 구룡루에는 섬서성주가 있다. 그리고 자네도 섬서성주에게 들었지 않나? 구룡루가 벌어들이는 돈으로 섬서성을 개발 중이라고 말이야. 그건 자네가 하오문을 통해서 확인하였으니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사혈맹의 무인들을 이끌고 온 이는 십이사가 중 한 곳인 천량사가의 장로 배동성이었다. 그 외에도 진량사가, 공명사가의 장로도 한 명씩 따라나섰다.
배동성이 장로들 중에서는 가장 연장자였고, 무림의 경험 또한 풍부하여 그가 인솔자가 되어 이끌고 있는 중이었다.
“홍령대장이 분노하는 마음은 잘 알고 있지만 구룡루를 건드렸다간 구룡장이 아닌 관군들과 싸워야 할 것일세.”
“그놈이 이걸 노리고 섬서성의 성주를 끌어들인 것이 아닙니까? 관림과 무림은 서로 존중을 해 주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기에 구룡장을 불태워도 그에 대한 죄를 묻지 않는 것일세. 구룡장주가 맹도들을 죽이는 것 또한 같은 것이네. 하지만 구룡루에서 일하는 사람들, 노름을 하기 위해서 오는 사람들은 무림인이 아닌 일반인이네.”
“빌어먹을 놈!”
홍령멸사대의 대장 만장성의 입에서는 억울하다는 듯 거친 말이 새어 나왔다.
“하오문과 본 맹의 정보를 최대한 이용하여 놈이 있는 곳을 빨리 찾아내어야 하네.”
“찾아내면 뭣 합니까? 우리가 그곳으로 가면 이미 달아나고 없을 텐데. 산동성으로 간 대령멸마대를 보십시오. 놈들의 뒤꽁무니만 쫓을 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들이 섬서성에 도착하여 구룡장을 불태운 것을 제외하고 알아낸 것이라곤 산동성을 휘젓고 다니는 구룡전단과 구룡장주가 따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고, 산동성에 자리 잡은 사파 문파를 공격하는 건 구룡전단이라는 전투단이라는 사실이었다.
이에 대령멸마대를 산동성으로 보내어 그들을 토벌하려고 하였지만 늘 한발 뒤처져 움직일 뿐이었다.
“장로님!”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반응하여 배동성이 말하였다.
“뭔가?”
“백마사의 문주 이대만이 장로님을 뵙기를 청하였습니다. 구룡장에 대하여 긴히 드릴 말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 들여보내라.”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백마사의 첫째인 이대만이 방 안으로 들어와 허리를 숙였다.
“백마사의 문주 이대만이라고 합니다.”
이대만은 부친과 누이의 복수를 한 후에 백마사의 문주 자리에 오르려고 하였으나 백마사가 구룡장의 공격을 받아 장로들이 죽고 건물이 불타 버렸기에 동생들의 동의를 얻어 문주 자리에 올랐다.
이대만이 문주라고 하나 이들이 보기에는 애송이에 불과하였기에 한 문파의 문주로서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 주지는 않았다.
“구룡장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고?”
“그렇습니다. 구룡장주는 군인 출신으로 저의 막내아우와 같은 부대에서 복무하였다고 합니다.”
“그래?”
“그의 무공은 아주 고강하여 무림백대고수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하였습니다.”
“뭐? 무림백대고수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그렇습니다. 동생이 그와 세 번의 임무를 나가 그의 무공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고 합니다. 그는 다양한 무공을 익히고 있는데 변방과 새외의 문파들 중 제법 이름을 떨친 문파들은 그의 손에 모두 멸문당했다고 하였습니다.”
이대만은 동생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해 주었다.
“멸문당한 문파는?”
“흑룡강성의 아수라마탑과 신강의 철사자성이 그의 손에 멸문당했다고 합니다. 정확하게는 군부에 의해서 멸문을 당하였지만 아수라마탑의 수장과 철사자성의 수장을 죽인 자가 바로 구룡장주라고 하였습니다.”
이대만의 이야기를 듣고 눈을 좁히는 배동성이었다.
몇 년 전 악명을 떨치던 흑룡강성의 아수라마탑이 하루아침에 멸문당한 사건은 무림에서도 제법 유명한 사건이었다.
“거짓 없는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구룡전단과 함께하는 여인이 있는데 남궁세가의 남궁수연이라고 합니다.”
남궁세가의 이름이 나오자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 남궁세가?”
배동성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자, 이대만은 동생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녀 역시 같은 부대에서 임무를 함께 다녔다고 하였습니다. 부대에서 구룡장주와 남궁수연은 몹시 친한 사이였다고 합니다.”
“음…….”
“동생의 사견으로는 남궁수연이 구룡장주의 무공이 얼마나 고강한지 잘 알고 있으니 그를 남궁세가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였습니다.”
“남궁세가에서 구룡장주를 끌어들인다?”
“동생의 말로는…….”
“자네 동생에게 직접 듣는 것이 낫겠군. 가서 동생을 데리고 오게.”
“그리하겠습니다.”
이대만은 허리를 숙인 후에 방을 나섰다. 이대만이 나가자 방 안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남궁세가라.”
“혹여 그놈들이 남궁세가에 몸을 의탁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고 한들 남궁세가를 압박하기에는 그 세가 너무도 컸다.
무림십대고수, 일마이황삼왕사제 중 한 명인 검황 남궁소군과 무림백대고수 중 한 명인 검존 남궁청야 그리고 최고의 후기지수 중 한 명인 검룡 남궁진이 버티고 있는 가문이었다.
그뿐 아니라 무림세가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제왕단, 창궁단, 무애단이라는 세 개의 전투단을 운용하고 있어 지금 파견 나온 인원으로는 남궁세가를 압박하는 건 무리였다.
“남궁세가가 개입되어 있다면 우리만으론 힘들다. 맹에 보고하여 맹이 나서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다른 세상보다 무림이라는 세상은 힘의 논리가 가장 많이 적용되는 세상이다.
힘이라는 것이 권력, 금력, 무력, 인력으로 다양하게 나뉘지만 원초적인 힘, 즉 무력의 지배력이 강력한 무림은 약한 쪽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일단 백마사의 사람이 오면 그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본 뒤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장로님.”
“뭔가?”
“하오문에서 정의맹의 현무단 단장인 혁지석이 구룡장에 몸을 의탁하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 상황이 정천맹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정천맹에서?”
정천맹의 이름이 나오자, 잠시 후 일부 사람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배동성 역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일단 맹에 먼저 보고를 해야겠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렇지 않습니까? 하오문에서는 구룡전단이라는 전투단의 인원이 고작 혁지석 단장을 포함하여 열세 명이라고 하였습니다. 물론 구룡루를 비롯하여 구룡장의 영업장을 지키는 무인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전투에 나서는 자들이 아니라고 하니 제외하고, 열세 명의 무인과 구룡장주가 음사문과 혈사파를 멸문시킨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자네의 말은 구룡장의 뒤에 정천맹이 있어 정천맹이 도와주었다?”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천맹 소속 전투단의 단장이라는 직함을 버리고 한낱 장원의 문지기가 될 수 있겠습니까?”
뭔가 톱니바퀴가 맞아 떨어지는 것처럼 하나둘씩 맞추어지는 것 같았다.
“구룡장이 정천맹을 믿고 행동에 나섰다, 그 말인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일개 장원이 본 맹 소속 문파를 그것도 두 개나 멸문시켰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설령 이길 수 있다고 해도 본 맹이 나설 걸 알고 있을 것이고, 그럼 다 죽자는 건데, 굳이 나서서 음사문과 혈사파를 멸문시켰겠습니까?”
“장로님, 이대만과 그의 동생인 이승천이 왔습니다.”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안으로 들어오라는 말을 하였고,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백마사의 셋째 이승천이라고 합니다.”
배동성을 비롯한 장로들은 이승천을 보고 그의 곁에 있는 이대만을 보았다.
겉보기에는 이대만이 강한 인상을 풍기지만 실제로는 이승천이 그보다 더한 고수임을 한눈에 알아보아서였다.
“구룡장주와 함께 군 생활을 하였다고?”
“그렇습니다. 화린 조장과 이 년 동안 함께하였고, 남궁수연과는 삼 년 동안 함께하였습니다.”
“그대가 활동했다는 군대의 이름은?”
“맹호사사혈전대라고 하는 특수부대입니다.”
“특수부대?”
“다른 부대와 달리 선제공격을 통해서 적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 놓는 성격을 띠는 부대입니다.”
“듣자 하니 흑룡강성의 아수라마탑과 신강의 철사자성을 멸문시켰다고 하던데 그 외에도 멸문시킨 문파가 있나?”
“변방, 새외, 멀리는 색목국까지 중원에 위협이 되는 문파는 모조리 멸문시켰습니다.”
“그게 말이 되나? 맹호사사혈전대가 무슨 무적의 군대인가?”
이승천의 말이 믿기지 않아 홍령멸사대의 대장 만장성이 버럭 소리쳤다.
“아닙니다. 그만큼 부대에서도 많은 인원이 죽어 나갔습니다. 삼백 명으로 이루어진 맹호사사혈전대는 한 번 임무를 나가면 많게는 이백오십 명, 적게는 오십 명 이상이 죽어서 부대로 복귀합니다. 그렇기에 알고는 절대 들어오지 않는 그런 부대입니다.”
“자네는 왜 그 위험한 부대로 갔나?”
“무림에서 사고를 쳤습니다. 도피처가 필요하여 군대를 선택했고, 군에서 저의 무공을 알아보더니 그곳으로 보내었습니다.”
“그래?”
“저와 비슷한 경우의 무림인들이 많이 입대하는 부대이기도 합니다.”
“그럼 남궁세가의 여식은?”
“남궁수연의 말로는 강해지기 위해서라고 하였습니다. 그녀가 닮고 싶어 하는 사람이 바로 구룡장주였습니다.”
“구룡장주가 그만큼 강하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제가 조금 전에 임무에 나가면 많게는 이백오십 명, 적어도 오십 명 이상이 죽었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렇지.”
“그런데 그리 죽어 나가도 꼭 살아서 돌아오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자가 구룡장주이다?”
“남궁수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있을 때는 큰 위협이 되는 단체가 없어 임무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듣기로는 구룡장주가 군 생활을 할 때는 보름이 멀다 하고 임무를 나갔다고 합니다.”
“자네의 말을 들어 보면 변방과 새외에서 이름 꽤나 떨친 무림 문파들이 모두 맹호사사혈전대에 의해서 멸문을 당했다는 말이군.”
만장성은 이승천이 저잣거리에서 약을 파는 약장수보다 더한 거짓말로 자신들을 속이려고 한다고 생각하였다.
세상에 그러한 부대가 있다면 무림인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자네 역시 그런 대단한 부대에서 제대를 하였다면 엄청 강하겠군.”
비꼬는 듯 말을 하였다.
“제가 있을 때, 의문의 세력에게 공격을 받았습니다. 부대 전체가 습격을 받아 많은 부대원들이 죽었고, 저는 그길로 그곳을 탈출하여 본가로 복귀를 하였습니다.”
“그럼 전역한 것이 아니라 탈영한 것이군.”
“부대가 사라졌고, 부대원들 모두 전사 처리되었으니 탈영이 아니라 사망자로 기록되어 있을 것입니다.”
“자네의 말처럼 그렇게 강력한 부대가 기습을 받아 사라졌다고?”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어이가 없어 물었다.
“이 또한 같은 이야기입니다. 항상 살아서 돌아오는 사람이 있었다고 했지요. 그 사람이 제대를 해 부대의 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구룡장주와 남궁세가의 여식을 말하는 건가?”
“정확하게는 구룡장주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물론 남궁수연도 엄청난 강자이긴 하지만 구룡장주에 비하면 태양 빛에 가려진 달빛에 불과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승천의 말이 얼토당토않다고 생각하였지만 배동성은 그렇지 않았다.
“본 맹에도 그러한 부대를 제대한 자가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맹호사사혈전대라는 부대가 있는 겁니까?”
“얼핏 듣긴 들었다. 군에서 특수 목적의 성격을 띤 부대를 운용하고 있고, 그곳에 속한 군인들은 모두 괴물이라고 말하는 것을 말이야.”
“모두 다는 아닙니다. 삼백 명 중에서 서너 명이 괴물과 같은 존재이고, 제가 알고 있는 그 괴물 중 한 명이 바로 구룡장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