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24)
구룡전기-124화(124/217)
구룡전기 (124)
“누가 내 욕을 하나? 왜 이리 귀가 간지럽지.”
화린은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파며 투덜거리면서 곁에서 걷고 있는 동춘을 노려보았다.
“너, 지금 속으로 나 욕했지?”
“그런 억지로 절 괴롭히려고 하지 마십시오. 제가 딴 사람은 욕해도 화린 조장은 욕 안 합니다.”
“그래?”
“뒤끝이 작살인 조장을 욕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 줄 알고.”
화린이 손을 들어 올리려다 내렸다.
“그런데 왜 이렇게 귀가 간지럽지?”
“사혈맹에서 조장 욕하나 봅니다. 금방 끝날 것 같은 싸움을 벌써 며칠이나 끌고 있습니까?”
“난 사파 몇 개 무너지면 항복할 줄 알았지.”
“그랬다간 천하에 웃음거리가 될 텐데 쉽게 항복하겠습니까? 악착같이 이기려고 하지.”
“그렇겠지. 내가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생각했으면 좋은 수가 있습니까?”
“왜, 없어 도움을 받을 때가 얼마나 많은데.”
동춘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화린을 보았다.
“어쭈, 안 믿나 본데. 내가 도와달라고 말하면 단숨에 달려올 사람들이 일렬종대로 줄을 세우면 못해도 십 리는 줄을 서.”
동춘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피식 웃었다.
“조장, 제대하고 난 후에 농이 많이 느신 것 같소. 십 리는 개뿔…… 십 보라도 줄을 세워 보시오. 그럼 내가 조장이 하는 말은 다 믿겠소.”
화린의 손바닥이 허공을 갈랐고, 이를 예상이라도 한 듯 동춘은 허리를 숙여 피하였다.
화린은 자신의 손바닥을 피한 동춘의 행동이 괘씸하여 다시 손을 움직였고, 동춘은 팔을 들어 올려 화린의 손을 막으려고 하였다.
“타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뒤통수를 만지는 동춘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야, 동춘아.”
동춘은 꿍한 표정을 지었다.
“항상 말했지. 사물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것이라고.”
“뜬구름 잡는 소리 좀 하지 마십쇼. 마음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닌데 어찌 마음으로 보란 말이오.”
“그래서 네가 하수란 소리를 듣고 나에게 만날 당하는 거야.”
동춘의 입술이 삐죽였다.
“사람이 움직일 때는 반드시 기가 움직인다. 이걸 색목국에서는 운동에너지라고 말하긴 하던데 그건 내가 잘 모르겠고.”
화린이 설명을 해 주자, 동춘의 눈이 반짝였다.
“눈으로 보고 움직이는 건 늦어. 그러니 움직일 때 생기는 기의 변화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어야 해.”
“그건 들어 보았소.”
“그래. 그게 익숙해지면 비로소 마음의 눈이 열리는 거야. 흔히 말하는 심안이라는 거지.”
“그럼 그걸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소?”
“많이 맞아야지.”
뭔가 감동을 하려다가도 이렇게 김빠지는 말에 짜증이 나곤 하였다.
“정말이다. 수연에게 물어봐도 그리 대답해 줄 거다.”
“그럼 수연 선배는 심안을 얻었소?”
“아마 얻었을걸.”
“그럼 조장에게 맞지는 않겠습니다.”
“그건 아니지. 내가 수연보다 더 높은 경지에 있으니까 결국에는 나에게 두들겨 맞겠지.”
동춘은 심안을 얻은 남궁수연도 화린에게 두들겨 맞는다는 말에 실망하였다.
“결국 조장이 때리면 맞아야 한다는 말이잖소. 난 또 뭔가 대단한 걸 얻는 줄 알았네.”
“나에게는 두들겨 맞지만 다른 놈들에게는 안 맞을걸.”
“음…….”
화린이 그동안 보여 준 가공할 무공을 떠올려 보았을 때, 그에게 안 맞을 정도면 무림백대고수, 아니, 그들도 안 맞는다고 확신할 수 없으니 못해도 무림십대고수의 한 자리는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항상 단전의 기운을 활성화시켜 자신의 주변에 기운을 퍼뜨려 주변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지.”
동춘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내공이 미천한 무인도 가능한 겁니까?”
평소의 대화와 달리 공손함이 묻어 있었다.
“당연하지. 물론 힘들 거야. 그리고 주변의 기운을 감지하기 위해서는 많이 두들겨 맞아야 할 거야. 그러는 가운데 자신에게 향하는 살기와 투기 그리고 무정기를 구별할 수 있게 되고, 그걸 발전시킬수록 내공의 수발이 자유로워질 뿐만 아니라 보다 더 강해지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거야.”
“음…….
”군에서 영약을 엄청 훔쳐 먹은 넌 내공이 미천하지는 않잖아.”
“사제들 때문에 물어보는 겁니다.”
“새명파 제자들?”
“그렇습니다. 잘나든 못나든 내 사제들이니 내가 챙겨야 할 것이 아닙니까?”
화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누군가를 책임지고 챙겨야 한다는 사명감이 동춘을 지금보다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화린이 손을 들어 올리자 동춘이 움찔하였고, 그런 모습에 피식 웃은 화린은 동춘의 어깨에 손을 올려 토닥였다.
“열심히 해 봐.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고, 궁금한 것 있으면 언제든지 질문해.”
“그래도 됩니까?”
“당연하지. 넌 내 사람이잖아. 난 내 사람은 끝까지 챙긴다.”
감격한 표정으로 화린을 바라보는 동춘이었고, 그 모습을 보고 흡족한 미소를 짓는 화린이었다.
‘단순한 새끼.’
* * *
“계속 도망을 다니실 겁니까?”
“아니, 싸움은 시기가 있는 법이야. 무턱대고 싸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있고, 그렇지 않은 상대가 있어.”
남궁수연과 구룡전단 무인들은 산동성을 두루 다니며 사파에 속한 문파들을 공격하고 타격을 준 뒤 빠르게 이동하여 대령멸마대의 추격을 피하는 중이었다.
“대령멸마대와 싸워 이길 수는 있어. 하지만 그리하면 아마도 나와 당신 둘만 살아남을 수는 있을 거야. 그건 이겨도 이겼다고 할 수가 없어.”
남궁수연은 혁지석에게 왜 대령멸마대와 싸우지 않고 시간을 끄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우리는 사혈맹에 비해서 싸울 수 있는 인원이 한정적이야. 그렇기에 만나는 놈들마다 싸웠다간 우리가 무조건 패할 수밖에 없어. 왜? 놈들은 무인들을 보충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까.”
혁지석은 남궁수연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물었다.
“그럼 산동성의 사파 문파를 모두 박살 낼 때까지 이런 식으로 싸워야 합니까?”
“그건 아니지. 놈들이 우리의 뒤를 쫓는 과정에서 지칠 때가 있을 거야.”
“지칠 때?”
“우리가 그놈들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면 그들은 항상 허탕을 치게 되겠지. 그럼 우리에게 멸문당한 문파를 보며 자괴감이 생길 거야.”
혁지석은 남궁수연의 말을 들으며 내심 감탄하였다.
“그러한 자괴감이 쌓이고 쌓이다가 폭발할 때쯤 우리와 조우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우리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바로 그거야.”
“네에?”
“상대에 대한 분노와 흥분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동작을 크게 만들지. 그리고 주변의 환경이나 상황 변화에 둔해지는 법이거든.”
“그럼 지금 일부러 대령멸마대를 열받게 만드는 중입니까?”
“그렇지. 곧 있으면 선배가 곡부로 올 거야. 선배와 합류하는 동안 놈들의 허파를 최대한 뒤집어 놓아야 해.”
“장주님께서 이곳으로 오신단 말씀입니까?”
“당연하지. 조금 전에도 말했잖아. 우리는 무인의 수가 적어서 구룡전단의 무인들이 죽거나 다치면 안 된다고.”
“아…….”
“그리고 내가 볼 때, 구룡전단의 단원들은 조금 더 치열한 실전 경험을 겪어 봐야 해. 지금의 수준으로는 전투를 오랫동안 지속할 수가 없을 테니까.”
혁지석은 남궁수연이 자신보다 한참 나이가 어리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반말을 하거나 다소 불쾌감을 주는 언행을 함에도 그녀에게 불만이 없었다.
그만큼 혁지석을 뛰어넘는 그녀의 경지와 경험, 다양한 상황에서 발휘되는 전투 지휘 능력은 그에게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다는 것을 알려 주었고, 그녀에게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장주님께서 합류하시면 대령멸마대와 싸울 생각이십니까?”
“아마도 선배라면 그럴 거야. 그리고 구룡전단을 살펴보겠지.”
“우리를 말입니까?”
“그래.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채워 넣어 주려고 할 거야.”
남궁수연은 화린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것처럼 말을 하였다.
“선배는 사람에게 정을 잘 안 주는데 일단 정을 주는 사람은 끝까지 챙겨. 다시 말하면 자신의 사람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쉽게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아.”
남궁수연의 말에 혁지석은 살짝 감동하였다.
“그러니 선배를 만날 때까지 집중해. 우리의 목표는 산동성의 사파에 뿌리를 둔 문파를 멸하는 것이니까.”
“잘 알겠습니다.”
* * *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남궁세가의 여식이 구룡장주와 함께하고 있다니요.”
정천맹 섬서성 지부의 지부장인 청명은 사혈맹 소속이자, 십이사가 중 천량사가의 장로인 배동성을 통해 구룡장에 남궁세가의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당황하였다.
“정천맹과 남궁세가가 겉으로는 모른 척하면서 뒤로는 구룡장을 지원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물었소.”
“오해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이미 사혈맹과 협의를 하였는데 우리가 왜 구룡장을 도와줍니까?”
청명은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극구 부인하였지만 배동성은 청명의 말을 믿지 않았다. 아니, 그의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걸 빌미로 자신들이 얻어야 할 것들을 얻어야 했다.
“남궁세가의 여식이 구룡전단과 함께 다니면서 본 맹에 속한 문파들을 괴멸시키고 있는데 정천맹이 개입되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 된다 생각하오?”
“하나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에 대해서 알지 못합니다. 알아보고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는 동안 문파가 멸문을 당하고 있소.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소. 우리는 정천맹이 우리를 기만한 것이라 생각하고 맹의 차원에서 보복할 것이오.”
“배 장로님, 우리도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로님의 말씀만 믿고 움직이기에는…….”
“그리 나올 것이라 생각하였소. 그럼 우리의 대화는 이쯤에서 그만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이다.”
“성격이 급하시군요.”
문이 열리면서 한 사람이 들어왔는데 정천맹의 총순찰 용두산이었다.
“정천맹에서 총순찰의 직을 맡고 있는 화룡도 용두산이라고 합니다.”
“화룡도!”
화룡도 용두산은 무림백대고수 중 한 명으로 중원에서도 그 명성이 자자한 무인이었다.
배동성은 그의 이름과 명성에 대해서는 들어 잘 알고 있었지만 얼굴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부장님의 말씀대로 우리는 남궁세가가 개입되어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정천맹이 아닌 남궁세가를 찾아가서 따져 물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남궁세가에?”
“그게 더 빠르지 않겠습니까?”
배동성이 용두산을 노려보았다.
“아, 지금 남궁세가의 남궁진과 남궁연아가 구룡루에 머물고 있다고 하는데 그들을 찾아가서 물어보면 알 수 있겠군요.”
용두산이 남궁진과 남궁연아가 있는 곳을 알려 주자, 청명이 흠칫하였다.
“구룡루에?”
“화산지회에서 구룡장주가 정, 사, 마를 떠나 마음에 드는 친구 몇 명을 사귀었는데 그중 한 명이 남궁세가의 남궁진이었습니다.”
―총순찰님, 이를 알려 주면 어찌합니까?
―우리가 뒤집어쓸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사혈맹이 남궁세가를 공격하기라도 하면 어찌합니까?
용두산과 청명은 전음으로 남궁세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걱정 마십시오. 아무리 사혈맹이라고 해도 검황과 검존이 있는 남궁세가를 건들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음…….
―배동성 장로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도 곤란해질 수가 있으니 지부장님께서는 사람들을 시켜 은밀하게 알아보십시오. 전 총관님께 이 사실을 보고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남궁세가로 보내어 이 사실을 전하고 남궁진과 남궁연아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알려 주십시오.
―남궁세가에 말입니까?
―그럼 남궁세가가 움직일 것입니다. 그것으로 우리는 총관께서 이를 대처할 계획을 세우실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