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25)
구룡전기-125화(125/217)
구룡전기 (125)
구룡장을 포위한 홍령멸사대와 이들과 대치하고 있는 관군들의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우리는 구룡루 안에 있는 남궁세가의 남궁진과 그의 여동생인 남궁연아에게 볼일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의 행사를 방해한다면 관군이라고 해도 이번만큼은 참고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홍령멸사대의 대장 만장성은 대치하고 있는 관군의 군장 홍학정에게 엄포를 놓았다.
“물러가라. 이곳은 성주님께서 계신 곳이다.”
“성주님과 상관이 없는 일이오. 우리는 남궁세가의 남매를 인도받기 원할 뿐이오. 남궁세가의 여식이 우리의 형제들을 도륙하고 다니고 있소. 우리에게 이 문제는 그냥 좌시할 수 없는 문제요. 그대들이 성주님을 언급하여 우리에게 자제를 요구하지만 그녀로 인해서 우리 형제들 수십, 수백 명의 피를 흘렸으니 더 이상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시오.”
홍령멸사대의 대장 만장성은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며 홍학정에게 관군과 전쟁이라도 할 것처럼 말을 하였다.
체에에엥!
만장성의 뒤에 서 있는 홍령멸사대의 대원들이 검을 꺼내 들어 만장성의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보여 주었다.
이들이 강하게 나오자 홍학정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단순히 보여 주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직접 실행에 옮길 기세라는 걸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소란인가?”
성주인 이도백이 나와 소란으로 인해서 불안해하는 백성들을 안심시켜다.
“성주님, 저들이 구룡루에 거하고 있는 남궁세가의 남매를 내어 달라고 겁박하고 있습니다.”
겁박을 한다는 말에 이도백의 검미가 꿈틀거렸다.
이도백은 시선을 천천히 옮겨 만장성에게 고정하였다. 만장성은 이도백의 눈빛을 대하는 순간 불길한 감이 들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 그대들의 행악이 도를 넘는 경우가 있어도 그대들이 관군을 도와 백성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기여하였으니 그대로 두고 있었다. 그리하였더니 마치 그대들이 이 나라의 왕이라도 된 줄 착각하는 모양이구나.”
홍학정이 하는 말과 이도백이 하는 말에는 그 무게와 책임감이 다르다. 이도백은 이곳 섬서성에서 만큼은 황제보다 더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의 한마디로 인해서 자신들은 물론 사혈맹이 큰 곤경에 빠질 수도 있어 만장성의 기세는 대번에 꺾여 버렸다.
“성주님께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로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하오나 지금도 남궁세가의 여식으로 인해서 형제들이 하루에 십수 명씩 죽거나 부상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둔다면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을지 모릅니다.”
“그런 살인마라면 당장이라도 잡아들여야지. 그런데 그 말에 책임을 질 수가 있나? 그녀가 아무런 이유 없이 살인을 즐기는 살인마라는 것을 밝힐 수 있는 증거라도 있는가?”
“그건…….”
대답을 못 하는 만장성을 보고 이도백이 말하였다.
“무림에서 일어나는 일은 될 수 있으면 관여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나, 이처럼 검을 차고 와서 사람들을 겁박하는 모습은 그냥 좌시만 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물음에 답을 할 수 없다면 그만 물러가라.”
“하오나 성주님…….”
만장성이 뭐가 말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검은 인영이 그의 앞에 나타나 검을 목에 겨누었다.
그 순간 만장성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언제…… 아니, 관군에 이러한 고수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는데.’
관군과 군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니 무림인들이 이러한 착각을 할 수가 있지만 관군, 군인에 소속되어 있는 자들 중에서 고수는 어디를 가나 고수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한때 무림에서는 황궁을 지키는 동창과 금의위 소속 고수들만 무림에 풀어도 무림은 쑥대밭이 될 것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숨은 고수들이 많은 곳이 관림이었다.
“대답하지 못하면 돌아가란 성주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였나?”
만장성에게 검을 겨눈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살막곡의 곡주이자, 구룡장의 호법인 이도문이었다.
만장성에게 겨눈 검에 내력이 실리자 검신에서 전체적으로 푸른빛이 감돌았는데, 푸른빛이 만장성의 목에 살짝 닿자 그곳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비록 기습이라고 하지만 만장성은 자신에게 검을 겨눈 자가 결코 자신의 아래가 아님을 느끼고는 한 발 뒤로 물러났다.
만장성은 자신에게 검을 겨눈 이도문을 한 번 노려본 후에 이도백을 향해 두 손을 모아 가슴 위로 올린 후에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 만장성이 성주님의 말씀을 결코 잊지 않고 따르겠습니다.”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감정이 가득 들어간 만장성의 말에 그의 앞에 있는 이가 움직였다.
“이놈이!”
기습이라 자신이 당했지만 이번에는 당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는지 만장성 역시 검을 빼 이도문을 베려고 횡으로 강하게 휘둘렀다.
하지만 그건 만장성의 착각에 불과하였다. 이도문의 신형이 유령처럼 흩어지더니 곧 그의 뒤에서 나타나 검을 목에 겨누었다.
“성주님께 불충한 죄를 물어 이 자리에서 목을 쳐도 상관은 없으나 무림과 관림의 관계를 생각하여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 것이다. 이후 성주님을 대할 땐 네놈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를 올려라. 그러지 않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너의 머리가 몸통에서 떨어져 바닥에 나뒹굴 것이다.”
겨눈 검을 회수한 이도문은 어느새 이도백의 곁에 서서 만장성에게 말하였다.
“수하들을 데리고 돌아가라.”
만장성은 이를 악물고 이도문을 노려보다 몸을 돌렸다.
홍령멸사대의 대원들은 대장인 만장성의 패배를 확인하였으니 더 이상 명분이 없음을 느끼고는 빼 든 검을 착검한 후에 만장성을 따라 구룡루를 떠나갔다.
“와아아아아!”
이를 지켜본 사람들이 함성을 질렀는데 그 함성이 홍령멸사대와 만장성을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이도백은 자신의 곁에 선 이도문을 한동안 바라보더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따라오너라.”
그는 이도문을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하더니 구룡루 안으로 들어갔고, 이도문 역시 별다른 말 없이 이도백을 따라 구룡루 안으로 들어갔다.
* * *
술상을 가운데 두고 마주 앉은 이도백과 이도문이었다.
“그리 집을 떠나고 나타난 모습이 무림인이더냐.”
“죄송합니다, 형님.”
그 말에 피식 웃었다.
“죄송한 얼굴은 아니구나.”
이도문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집을 떠나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 살아 있었으면 집에 연락이라도 한 번 줬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 무심한 놈, 어찌 삼십 년 동안 그리 연락을 끊고 살았더냐.”
“죄송합니다. 하지만 가끔 아버님은 찾아뵈었습니다.”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지가……. 너 섬서성을 떠난 것이 아니었구나.”
“그렇습니다. 섬서성에서 계속해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에잇, 무심한 놈.”
이도문이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무엇을 하며 지낸 것이냐?”
이도문은 잠깐 망설이다 화린과 이도백의 관계를 생각하여 자신에 대해서 모두 말하였다.
이도백은 동생인 이도문이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탄식도 하고, 감탄도 하고,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들어 주었다.
“하면, 구황자님의 수하가 되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주군께서 나타나지 않았다면 섬서성을 떠났을 것입니다.”
“구황자님께서 네가 기다렸던 사람이란 말이냐?”
“그렇습니다. 주군께서는 당대 살수들의 종주이신 살황이십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살수들의 수장이 모인 자리에서 주군께서는 종주로서 인정을 받으셨습니다.”
“허엇.”
이도백은 화린이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큰 거물이 되어 있었음에 놀랐다.
“바보라고, 병신이라고 놀림을 받던 그림자 군주님께서 천하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 중 한 명이 되셨다니…….”
들어도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다.
“나의 아들 중에선 제왕지기를 물려받은 놈이 한 놈도 없어.”
황제는 오래전에 자신의 자식들 중에서 자신의 뒤를 이을 황자가 없음을 탄식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도문의 말을 들어 보면 황제의 제왕지기가 다른 자식들이 아닌 막내 구황자에게 이어졌음을 이도백은 알 수가 있었다.
‘구황자님께서 황궁에 뜻을 둔다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화린이 황궁에 뜻을 둔다면 지금의 황궁 세력 판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제 폐하께서 이를 용인치 않으시겠지.’
이도백은 화린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구황자님께서는 지금 어디 계신 거냐?”
“지금쯤이면 산동성에 있을 것입니다.”
“산동성?”
“그렇습니다. 주군께서는 사혈맹과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 무림에 구룡장을 각인시킬 계획을 세우고 계십니다.”
“무림세가로 거듭나겠다는 말이더냐?”
“처음부터 무림세가를 염두에 두고 움직였습니다. 구룡루를 비롯한 영업장들은 자금을 마련할 목적도 있지만 영업장에서 나오는 수익을 보고 꼬이는 파리들을 때려잡기 위함도 있었습니다.”
찾아오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찾아가는 건 상대를 정해서 행동에 옮길 수 있단 장점이 있지만 찾아오는 자들을 상대하는 건 어떤 자들을 상대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번처럼 구룡장이 사혈맹이라는 거대한 단체를 상대하는 것이다.
“그러다 구황자님께서 잘못된다면 어찌하시려고…….”
“구황자님의 곁에는 고수가 한 명 붙어 있습니다. 두 분이 힘을 합치면 어지간한 세가 하나는 멸문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누구?”
“남궁세가의 남궁수연이라고 하는 여식입니다. 주군보다 두어 살 어린데 행동하는 건 여자라기보다는 남자라고 해도 무방하고, 주군과는 격식 없이 지내는 사이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편이기도 합니다.”
“남궁세가의 여식? 그럼 사혈맹의 말이 사실이구나.”
“사실이긴 하나 남궁세가와는 아무런 관계 없습니다. 남궁수연이 주군을 무작정 쫓아다니는 겁니다.”
“그녀가 구황자님을 마음에 둔 것이냐?”
“제가 보기에는 마음에 둔 건 맞는데 남녀 간의 관계에서 마음을 두기보다는 주군의 강함에 매료되어 그 강함을 좇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붙어 다니다 보면 정이 생기겠지.”
아무렇지도 않게 덤덤하게 말을 하는 이도백이었다.
“네가 구황자님을 잘 보필하여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형님께서도 주군에 대해서 그렇게 알고만 계시고 다른 분들껜 알리시면 안 됩니다.”
“걱정 마라. 내가 구황자님에 대해서 누구에게 알린다는 말이냐.”
“그리고 오늘은 사혈맹의 무인들이 물러갔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무엇을 말이냐?”
“구룡장의 행사에 남궁세가가 개입되어 있는지 아닌지를 말입니다.”
“음…….”
“제가 남궁진을 설득하여 남궁 남매가 사혈맹의 무인들을 찾아가도록 설득할 터이니 형님께서는 모른 척하십시오.”
“알겠다. 그런데 사혈맹에서 남궁 남매를 해하면 어찌하나? 구황자님의 곁에 있는 남궁 소저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남궁세가가 무림에 끼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막강합니다. 그들이 전면에 나서면 제아무리 사혈맹이라고 해도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남궁세가가 그 정도인가?”
“중원에는 많은 세상이 있습니다. 그중 무림이라는 세상에서 제왕의 가문이라 일컫는 남궁세가입니다. 남궁세가가 은둔형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어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지만 다른 세가는 몰라도 남궁세가만큼은 그 어떤 세력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괜찮을 겁니다.”
이도문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남궁수연이라는 그 처자는 어떠냐? 네가 볼 때 구황자님과 잘 어울리는 것 같으냐?”
“그건 제가 판단할 일은 아닙니다.”
“그래? 그럼 예쁘냐?”
이도문은 형인 이도백의 질문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왜? 못생긴 것이냐?”
“아니, 아닙니다. 딱히 그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만?”
“제가 본 여인 중에는 두 번째로 예쁜 여인이었습니다.”
“그럼 첫 번째는?”
“황금화 전여빈입니다.”
황금화 전여빈의 이름을 듣자, 절로 고개가 주억거려졌다.
세간에는 천하제일미, 혹은 일부 사람들에게는 천하가 아닌 고금제일미라 불리는 여인으로 중원 십대상단 중 하나인 대륙상단의 주인 만금상인 전오락의 고명딸이기도 하였다.
“황금화보다 예쁘면 사람이 아니지. 그럼 구황자님과 잘 어울린다는 말이군.”
“그건…….”
“내가 남궁진과 남궁연아를 만나 보겠다.”
“형님께서요?”
“지금 생각해 보니 네가 나서서 말하는 것보다야 내가 만나서 말하는 것이 더 모양새가 있을 것 같아서 그렇다. 내가 만나 보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