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26)
구룡전기-126화(126/217)
구룡전기 (126)
대령멸마대
화린은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벼 파며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요즘 들어 내 욕 하는 놈들이 많이 생겼나 보네. 왜 이리 귀가 간지러운 거지.”
“그야 사고만 치고 다니니 다들 욕하지.”
남궁수연은 화린에게 톡 쏘아 말하였다.
“내가 무슨 사고를 친다고 그래? 네가 나처럼 조신하게 생활했으면 벌써 혼례를 치르고 애 낳고 살았어.”
남궁수연의 주먹이 화린을 향해 날아갔다. 화린은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 그녀의 주먹을 가볍게 피한 후에 발을 움직여 빈틈을 보인 옆구리를 향해 찼다.
“이럴 줄 알았어.”
남궁수연은 쾌재를 부르며 남은 팔로 화린의 발을 붙잡았다.
“나도 이럴 줄 알았어.”
부웅.
화린은 허리를 비틀며 땅을 밟고 있는 발을 허공으로 띄워 남궁수연의 얼굴을 향해 찼다.
“이씨……!
남궁수연은 황급하게 팔로 화린의 발을 막아 보려고 하였지만 이미 화린의 발이 남궁수연의 머리를 가격한 후였다.
“아악!”
남궁수연은 비명과 함께 바닥을 나뒹굴었고, 맞은 게 억울한지 화린을 향해 곧장 달려들었다.
이 모습을 본 동춘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또 시작했군. 이곳에 있으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으니 우리는 저쪽으로 가서 잠시 기다립시다.”
동춘이 구룡전단의 단원들을 데리고 멀찌감치 떨어져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럴 때 육포를 뜯으면서 구경해야 제맛인데.”
“동춘 표국주님”
혁지석이 동춘을 표국주라 부르자, 그의 입에 미소가 생겨났다.
“말씀하세요, 단장님!”
목소리에서 그의 기분을 느낄 수가 있었다.
‘장주님이나 남궁수연 님과 마찬가지로 동춘 표국주도 단순한 사람이구나.’
혁지석은 미소 짓고 있는 동춘을 보고 그를 단번에 파악할 수가 있었다.
“저 두 분은 저리 자주 싸우십니까?”
“시비는 수연 선배가 걸고 싸움은 조장이 먼저 시작하는 편인데 두 사람 다 봐주는 것이 없어 가끔은 엄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곤 합니다.”
“아, 그런데 왜 장원에선 한 번도 싸우는 모습을 보지 못하였을까요?”
“장소도 그렇고, 장원에서 싸우면 전각 한두 개는 무너지는 걸 각오해야 하니까 조장이 절제를 많이 한 것이겠지요.”
혁지석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두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파아아앙…… 쩌어어어엉…….
처음에는 맨손으로 시작되었으나 어느새 검을 들고 싸우더니, 얼마 있지 않아 내공의 힘까지 동원하여 마치 생사결을 하듯 두 사람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웠다.
“저러다 둘 중 하나 죽는 것 아닙니까?”
“걱정 마십시오. 죽지는 않을 테니까. 보아하니 싸움이 길어질 것 같지만 수연 선배가 씩씩거리면서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할 겁니다.”
“화풀이요?”
“아…… 여긴 군이 아니니 안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 지랄 같은 성격은 변하지 않으니 아마 분풀이는 할 겁니다.”
동춘의 설명을 들으며 혁지석과 구룡전단 단원들은 둘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두 사람의 내공 충돌로 인해서 주변 환경이 조금씩 변하자 혁지석은 조금 불안해졌다.
“여기에 있어도 되는 겁니까?”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도 내공의 충격파가 전달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공으로 충격에 대비하십시오. 그래야 배울 것도 있고, 실력도 늘고 그럴 테니까요.”
동춘은 이미 자신의 내공으로 신체를 보호하는 중이었다.
동춘의 말에 혁지석과 구룡전단의 단원들도 내공을 운용하여 몸을 보호하였다.
“버티는 게 힘들어도 버텨야 해요. 설령 버티지 못하고 내상을 입더라도 저 둘의 싸움을 끝까지 지켜보면 크게 도움이 될 거예요.”
‘이게 무슨 말이지?’
혁지석은 동춘의 말을 듣고 이해하지 못하였으니 얼마 가지 않아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콰아아아앙!
이들이 있던 작은 야산이 점차 그 형태를 잃어 갈 정도 두 사람의 싸움은 치열해졌다.
누가 보면 불구대천지수로 오해할 만큼 두 사람의 다툼은 격렬하였고, 그 여파가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대원들에게 영향을 주기 시작하였다.
“윽!”
대원 한 명의 입에서 옅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를 시작으로 대원들은 내공으로 자신을 보호하면서도 입술을 꽉 깨물었다.
대원들이 힘들어하자, 동춘이 입을 열었다.
“내공을 운용함에 있어 깊고 얕음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조장이 가르쳐 준 적이 있습니다.”
혁지석과 대원들은 동춘이 자신들에게 무엇인가 가르침을 주기 위함이라는 걸 알고 집중을 하였다.
“그 당시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말했었지만 사실 그때의 가르침이 나를 지금까지 살게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춘은 그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내공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운입니다. 그렇기에 믿음이 중요합니다.”
“믿음이라면?”
“사량발천근이라는 힘의 원리를 이용한 무공이 있습니다. 이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또 실제로 내가 사용할 수 있으니 가능하다고 믿을 수 있습니다.”
“동춘 님께서는 내공도 마찬가지라는 말씀입니까?”
동춘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피식 웃었다.
“안 믿기겠지요. 그래서 저도 그 당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조장에게 대들다 오지게 맞았습니다.”
“그럼 가능하다는 말씀입니까?”
“육체적인 힘을 육체적인 힘으로 제압할 수 있다면 내공의 기운 역시 내공의 기운으로 제압할 수 있겠지요.”
혁지석은 이제까지 한 번도 이러한 생각을 해 보지 않았다. 아니, 가능할 리가 없으니 이러한 발상조차 해 보지 못한 것이다.
육체적인 힘과 내공의 기운은 다르다. 육체적인 힘이 물질적인 것이라면 내공의 기운은 초자연적인 것으로 기운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힘의 차이는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이걸 믿음의 영역이라고 조장이 알려 주었습니다.”
“믿음의 영역?”
“우리가 살면서 의외로 이 믿음의 영역에 기대에 하는 행동들이 많습니다.”
동춘은 이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다.
“부처를 믿고, 도를 수행하며, 귀신이나 요괴를 퇴치하는 것, 우리가 큰일을 당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러한 행동들 역시 믿음의 영역에 해당되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내공의 기운과는 분명 다르지 않습니까? 내공의 기운은 무형의 기운이라고 하나 그 힘의 차이를 명확하게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내공의 기운 차이는 극복할 수가 없을 만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내공의 기운이 부족한 사람이 내공을 많이 가진 사람을 이길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막을 수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천 근의 힘을 넉 냥의 힘으로 다스릴 뿐 이길 수 있다고는 말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넉 냥의 힘으로 천 근의 힘을 이길 수 있다는 말도 모순이지 않습니까?”
“음…….”
“비슷한 힘을 가진 사람들끼리 싸웠을 때나 사량발천근 수법이 통하지, 삼류 고수와 절정 고수가 싸우는데 사량발천근이 통하기나 하겠습니까?”
혁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렇게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니 저 두 사람이 일으키는 기운의 충돌로 인해 생겨나는 충격파 정도는 우리의 미천한 내공의 기운으로도 막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콰아아앙. 콰지지직…… 우르르르…….
“으윽!”
“정신을 집중하고 내공의 기운을 통해 느껴 보세요. 두 사람의 일으키는 기운의 충격파가 가장 강하게 밀려오는 곳을.”
이들은 동춘의 말을 집중하며 그의 말대로 따라 자신들의 기운을 화린과 남궁수연의 싸움에서 흘러나오는 충격파에 맞추려고 집중하였다.
“할 수 있다는 믿음과 해내어야만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단 열망, 내가 지금보다 더 강해짐으로 내게 등을 맡길 동료들의 신뢰, 마지막으로 나를 믿어 준 사람들에 대한 보답으로 참고 견디면 스스로도 놀랄 만큼 자신이 성장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동춘의 말이 끝났을 때, 혁지석을 비롯한 구룡전단의 단원들은 눈을 감고 두 사람의 싸움의 여파로 생겨나는 충격파에 대비하는 모습들이었다.
‘조장이 알려 준 대로 이들에게 가르쳐 주긴 하였는데 과연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네. 설마 군에서 싸운 것처럼 무식하게 싸우지는 않겠지.’
동춘은 불안한 시선으로 화린과 남궁수연을 보았다. 화린의 표정은 조금 일그러져 있었고, 남궁수연의 얼굴에서는 꽃이 활짝 핀 것처럼 입가, 아니, 얼굴 전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결국 선배는 조장을 따라잡을 단서를 찾아낸 건가? 하여간 수연 선배도 대단한 사람이야. 괴물을 쫓아 괴물이 되어 가다니.”
* * *
“호호호!”
작은 언덕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황폐화되었지만 남궁수연은 기분이 좋은지 소리 내어 크게 웃었고, 화린은 그게 못마땅한지 인상을 쓰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예전에 군에서 두 사람의 대련 뒤에는 늘 남궁수연이 분풀이를 하였는데 오늘은 상황이 역전되어 화린이 분풀이를 할 것 같아 동춘은 화린의 눈치를 살폈다.
“봤지. 내가 선배를 거의 다 따라잡은 거.”
남궁수연은 큰 소리로 말하였고, 화린은 봐줬다며 한 소리 했다.
“그럼 한 번 더 할까?”
“뭘 해.”
“아까 했던 거.”
“기운도 대단하지. 난 싫다. 한 번 하고 나면 다리가 풀려서 서 있을 힘도 없다.”
“어찌 남자가 되어 가지고……. 안 되겠다. 집에 연락해서 양기를 보충할 수 있는 탕약을 준비해 놓으라고 말해 둬야겠어. 저리 비실거려서 남자 구실은 제대로 할 수 있을는지 몰라.”
사건의 전말을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두 사람이 격한 운우지정을 나눈 것으로 착각할 만큼 다정스러운 이야기가 오갔다.
“내가 어때서.”
“겨우 한 번 하고 힘 빠지면 어떻게 해. 두 번, 세 번은 할 수 있어야지.”
“하긴 뭘 해. 동춘이랑 해.”
“저 자식은 비실해서 내 근처에도 못 와.”
“킥킥킥!”
구룡단원들은 그 말에 웃음을 흘렸고, 동춘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아니, 가만히 있는 나를 왜 걸고넘어지는 거요?”
“쟤가 계속 내 신경을 긁잖아.”
“조장 신경을 긁는 거랑 나랑 무슨 상관이오. 두 사람의 일은 두 사람이 알아서 하시오. 날 그냥 내버려 두고.”
“이게 어디서.”
화린이 동춘에게 분풀이를 하려다가 갑자기 시선을 돌려 먼 곳을 바라보았다.
“이제 오는 건가?”
“뭐가?”
남궁수연의 물음에 화린의 입꼬리가 옆으로 올라갔다.
“쯧쯧쯧, 적이 오는지 안 오는지 이렇게 늦게 알아차려서야.”
“적?”
남궁수연은 화린이 바라보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지만 누가 오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서 있는 자리에서 아주 미세한 진동을 느낄 수가 있었다.
“설마 이 진동을 느낀 거야?”
“봤지, 이 동물적인 감각을? 그래서 넌 아직 나에게 안 되는 거야.”
화린이 이겼다는 듯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말하자 남궁수연의 얼굴에 핀 웃음꽃이 시들해졌다.
“아이 씨!”
동춘은 남궁수연이 화린에게 지면 내는 특유의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살짝 자리를 피했다.
그런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혁지석 역시 동춘을 따라 자리를 피했고,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구룡전단의 단원들이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넌 아직 멀었어.”
“아닌데, 분명 차이를 줄였는데.”
“줄이긴 개뿔, 가서 맡은 일이나 충실히 해.”
“아이 씨…….”
남궁수연은 투덜거리면서 앞으로 나아가서 자리를 잡았다.
“동춘이 우측, 혁 단장님께서는 좌측을 맡아 주세요.”
동춘이 빠르게 남궁수연의 우측에 자리를 잡고 혁지석이 좌측에 자리를 잡았다.
“단원들이 상대할 수 있도록 스물네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우리가 막아야 하니 이를 악물고 버텨야 할 거예요.”
남궁수연은 뒤에 서 있는 구룡전단의 대원들을 향해 같은 말을 하였다.
“너희들이 얼마나 빨리 적을 상대하느냐에 따라 우리 셋의 목숨이 달려 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놈들을 쓰러뜨려라.”
“옛!”
“그렇다고 조급해하지 말고, 언제나 그렇듯이 생각은 천천히, 판단을 빠르게, 행동은 신속 정확하게, 너희들이 배우고 익힌 대로 하면 지난날 옛 동료들의 복수는 너희들의 손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남궁수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 멀리서 흙먼지가 일어났고, 잠시 후 흙먼지를 뚫고 한 무리의 무인들이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사혈맹의 대령멸마대였다.
“온다. 육합이원혼살진을 펼쳐라.”
명령이 떨어지자, 구룡전단의 무인들이 하나의 검진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