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27)
구룡전기-127화(127/217)
구룡전기 (127)
육합이원혼살진!
화린이 맹호사사혈전대에서 군 생활을 하면서 육합진의 장점과 이원진의 장점만을 뽑아 합일시켜 만들어 낸 검진이었다.
육합이원혼살진의 특징은 내공을 상대에게 전이할 수 있는 차력미기의 효능을 검진에 접목을 시킨 것인데 검진을 구성하는 구성원들끼리 내공을 서로 전해 주고 전달받아 힘을 증폭시켜 더욱 강력한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할 수 있었다.
앞선 자리에 선 남궁수연과 동춘, 혁지석은 우악스럽게 몰려오는 대령멸마대의 대원들을 막았다.
처음 남궁수연이 말한 스물네 명의 대령멸마대 소속 대원들이 이들의 뒤를 넘어가 육합이원혼살진을 펼친 구룡전단의 단원들과 싸웠다.
대령멸마대는 사혈맹의 주력부대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구룡전단의 단원들 역시 정천맹의 주력부대인 현무단의 단원들이라 이들의 무력 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다. 다만 구룡전단의 단원들은 구룡장으로 온 이후, 화린과 혁지석에게 무공 수련과 훈련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기에 정천맹을 떠나올 때보다는 강해져 있었다.
“자, 중춘!”
화린은 직접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화린의 입에서 검진의 변형을 만드는 외침이 흘러나오자, 구룡전단의 단원들은 검진을 변형하였다.
체에에에엥!
스물네 명의 대령멸마대 대원들과 검을 섞는 구룡전단 단원들의 얼굴에는 비장한 각오가 그대로 드러났다.
대령멸마대의 대원들이 옛 현무단의 단원들을 죽인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속한 사혈맹의 무력 부대에 의해 죽음을 당하였기에 그들의 복수를 하고자 사나운 기세를 흘리며 그들과 맞서 싸웠다.
“흥분하지 마라. 가슴을 뜨겁게 불타오르더라도 머리는 차갑게 식어 있어야 한다.”
화린은 구룡전단의 단원들이 흥분하고 분노하여 성급하게 행동할 것을 염려하여 말하였다.
“두 눈으로 상대의 검을 끝까지 지켜보아라. 그리고 검을 움직여라. 전쟁에서 두 번이라는 기회는 없다. 한 번의 기회를 살려 상대의 빈틈을 찾아내어 힘을 집중시켜라.”
화린의 말이 구룡전단 단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목숨이 걸린 전투 중에도 화린은 구룡전단 소속 단원들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장주님께서 함께하시니 대원들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
혁지석은 몰려오는 대령멸마대 소속 무인들과 싸우며 견디는 중이었다.
이들의 목적은 대령멸마대 소속 무인들을 죽이는 것이 아닌 막는 것이었다.
차라리 죽이는 것이라면 이보다 더 쉽게 이들을 상대할 수 있었겠지만 대원들의 성장을 위해서 이들과의 생사결이 필요하니 이를 악물고 대령멸마대 소속 무인들의 공격을 막아 내는 중이었다.
“군대에서도 이렇게 힘들진 않았는데……. 수연 선배, 그냥 이놈들 죽입시다.”
“안 돼. 단원들이 전투를 통해서 깨달음을 얻어야 해.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많이 싸워야 해.”
“이러다 내가 죽겠소.”
“그럼 죽어.”
냉정한 말에 입술이 한 자나 앞으로 튀어나왔고, 그 입술을 향해 남궁수연의 검이 수직으로 떨어졌다.
“어이쿠, 정말 이러기요?”
동춘이 소리치자, 남궁수연은 자신의 앞에 있던 대령멸마대 소속 무인의 옆구리를 강하게 발로 차서 동춘에게 날려 보냈다.
동춘은 재빠르게 피한 후에 나지막하게 투덜거렸다.
“저 성격 못 고치면 평생을 혼자 살아야 할 팔자지. 암, 그렇고말고.”
“동춘이 너, 죽으려고 마음을 먹었구나.”
남궁수연이 톡 쏘아 말하자, 동춘은 본능적으로 남궁수연과 거리를 벌렸다.
“제대로 안 막아!”
그녀의 호통에 동춘이 투덜거리며 대령멸마대의 대원들을 향해 신경질적으로 손과 발을 움직였다.
퍼어억! 퍽…… 퍽……!
동춘은 화가 난 듯이 마구잡이로 손과 발을 이용하여 상대를 밀쳐 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혁지석은 그런 동춘의 모습에 적지 않은 놀라움을 드러내었다.
‘간결하다. 무엇보다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
“으윽!”
‘이런 혼전 속에서도 필요한 힘만을 사용한다. 이게 말로만 듣던 군무인가?’
군무는 집단 전투에 특화된 군대식 전투방법이다. 개인과 개인의 싸움이 많은 무림은 화려하면서도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 움직임에 살을 많이 붙이는 반면 군무는 움직임에 있어 거추장스러운 건 모두 제거한 것처럼 간결하고 정확한 움직임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자신보다 약한 동춘의 움직임을 본 혁지석은 자신이 고쳐야 할 것들을 유추할 수가 있었다.
‘장원으로 돌아가면 이 문제에 대해서 한번 생각을 해 봐야겠구나.’
“크아악!”
세 사람의 뒤를 넘어간 스물네 명의 대령멸마대 소속 무인들이 구룡전단 무인들에게 모두 당하자 남궁수연은 다시 스물네 명의 무인들이 자신들 뒤로 넘어갈 수 있게 빈틈을 만들어 주었고, 구룡전단 단원들이 놈들과 싸우는 동안 같은 일을 반복하였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대령멸마대의 대장 두칠홍과 부대장 학정우는 조금 당황스러워하였다.
대령멸마대의 인원은 모두 백 명으로 이 많은 인원이 고작 열여섯 명을 어찌하지 못할 것이라곤 생각조차 안 했다.
당연히 이들을 만나면 당장 요절을 낼 것이라고 믿었고,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지만 지금 흘러가는 상황이 마냥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었다.
검진을 구성해서 대원들을 꼼짝 못 하게 만드는 구룡전단 단원들도 위협적이지만 앞에서 막아선 세 사람을 어떻게 하지 않고서는 자신들이 패할 것만 같았다.
“학정우!”
“말씀하십시오, 대장님.”
“좌측에 있는 놈을 맡아라. 난 혁지석을 맡겠다. 기회를 엿보다 단숨에 일격으로 놈들을 물러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대원들이 저놈들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 혼전을 유도할 수 있다.”
“알겠습니다.”
“움직이자.”
두 사람은 남궁수연이 아닌 동춘과 혁지석을 목표로 삼아 기회를 엿보았다.
그러다 동춘과 혁지석이 정신없이 대령멸마대 소속 무인들을 밀쳐 내고 있는 것을 본 대령멸마대 대장 두칠홍이 기회다 싶어 혁지석을 향해 몸을 날렸다.
곧이어 부대장인 학정우도 동춘을 향해 도약하였다.
내공을 운용하고 경신법을 이용하여 최대한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는 수직으로 떨어지며 자신의 모든 힘을 담아 일검을 내리쳤다.
“동춘, 혁 단장님!”
남궁수연이 둘의 행동에 놀라 두 사람을 불렀는데 동춘이 어느새 혁지석에게로 이동하여 그의 명문혈에 손을 가져다 놓았다.
고오오옹!
동춘의 내공이 혁지석에게 전달되었고, 혁지석은 자신의 내공과 동춘이 불어 넣어 준 내공의 기운으로 수직으로 떨어지며 검을 내리치는 두칠홍의 검을 막았다.
쩌어어어엉!
두 사람의 검이 서로 맞대지도 않았는데 강력한 기운의 충돌로 인해 공간이 찢어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강력한 기운의 파장이 일어나며 주변을 쓸어버렸다.
“으윽!”
이들 주변에 있던 대령멸마대 소속 무인들이 기운의 파장에 밀려 바닥을 나뒹굴었고, 남궁수연은 학정우가 두 사람을 공격하지 못하게 그의 길목을 차단하여 검을 휘둘렀다.
“제왕십삼검 제육검 제왕난비!”
남궁수연의 검에서 혹한의 냉기를 뿜어내는 것처럼 목표물을 찾아 저돌적으로 쇄도해 오는 학정우를 향해 검기가 무수히 만들어지며 그의 전신요혈을 노리고 뻗어 나갔다.
츄츄츄츄츄…….
“허어엇!”
학정우는 남궁수연이 만들어 낸 기세에 놀라 뒤로 물러나려고 하였지만 쇄도하는 속도를 순간 제어하지 못하였다.
“커어어억!”
무수히 만들어지는 검기에 스스로 달려든 꼴이 된 학정우는 남궁수연의 검에 전신이 난자당하면서 만신창이가 되었다.
남궁수연 역시 학정우를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학정우의 몸을 바로 차서 한쪽으로 치워 버렸다.
“그럼 이것들을 내가 다 막아야 하는 건가?”
동춘과 혁지석이 대령멸마대의 대장 두칠홍과 싸우고 있으니 나머지 대령멸마대 소속 무인들은 남궁수연이 막아야 했다.
“선배는 안 도와줄 거지?”
“여기 검진을 운용하는 것도 힘들어. 그리고 이제 잔챙이들 알아서 처리할 정도는 되지 않았어?”
혹시나 하여 화린을 불러 보았지만 그의 대답은 역시나였다.
남궁수연은 조금 더 앞으로 치고 나가며 내공을 운용해 검으로 큰 원을 그렸다.
“제왕십삼검 구검 제왕망망!”
남궁수연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대령멸마대 소속 무인들과 경계를 나누어 버렸다.
“으으윽…….”
어부들이 내던진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대령멸마대는 남궁수연이 그어 놓은 경계 밖에서 침울한 신음을 흘렸다.
무인으로서의 본능이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목이 날아갈 것이라 경고하고 있었다.
그들이 눈치를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동안 동춘과 혁지석은 두칠홍을 상대로 몰아붙이는 중이었다.
처음 강력한 기운을 담아 허공에서 떨어지며 내리치는 공격이 위협적이었지만 그 이후에는 혁지석과 동춘이 두칠홍을 손쉽게 상대하였다.
“혁 단장님, 혼자 괜찮으시겠지요?”
“물론입니다. 남궁 소저를 도와주십시오.”
동춘은 두칠홍을 혁지석에게 맡기고는 남궁수연이 있는 곳으로 왔다.
“저리로 가서 놈들을 붙잡고 있어.”
“알겠습니다.”
동춘이 자리를 이동하자, 남궁수연은 제왕십삼검의 구검인 제왕망망을 거두었다.
그러자 그물이 찢기어 갇혀 있던 물고기들이 그물 밖으로 나오는 것처럼 대령멸마대 소속 무인들은 동춘과 남궁수연을 향해 달려들었다.
구룡전단의 단원들은 상대했던 스물네 명의 대령멸마대 소속 무인들을 모두 죽인 후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잠깐 동안의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계획대로라면 또 스물네 명의 무인들을 상대하도록 만들어야 하지만 안쪽에서 혁지석이 두칠홍과 싸우고 있으니 대령멸마대 소속 무인들을 안으로 들여보냈다간 함께 혁지석을 공격할 수도 있어 두 사람의 싸움이 끝난 후에 무인들을 안으로 들여보낼 요량이었다.
화린은 혁지석과 두칠홍의 싸움을 잠깐 지켜보다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겨났다.
‘수연이랑 열심히 치고받고 싸우더니 많이 늘었네. 예전보다 안정감이 있어 보여.’
혁지석과 구룡전단 단원들이 구룡장에서 생활하면서 무공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체력을 조금 더 키울 필요는 있겠어. 앞으로 이들보다 더 강한 상대와 싸우려면 외공도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 있어야 버틸 수가 있을 테니까.’
화린은 이 싸움을 통해서 혁지석과 구룡전단 단원들이 더 발전할 수 있는 부분들을 확인하였고, 그에 따라 훈련을 시킨다면 자신들의 몫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런데 나와 수연을 알아보았다는 놈은 누구지? 우릴 알아보았다면 맹호사사혈전대의 대원일 텐데.’
화린은 이도문에게서 남궁수연을 알아본 사내에 대해서 들었고, 그가 혼자 했던 말을 모두 전달해 주었다.
‘우리 쪽을 감시하였다는 건 사혈맹이나 백마사 쪽 사람이겠지.’
화린의 시선이 남궁수연에게 향했다.
‘사파 출신의 대원들은 수연이가 잘 알고 있을 터이니 대충 유추할 수 있겠지.’
“커어억!”
두칠홍의 입에서 비명과 함께 가슴이 붉게 물들었다. 혁지석이 들고 있는 검의 검날을 타고 붉은 액체가 아래로 흘러내리는 걸로 보아 그의 가슴을 벤 듯하였다.
“내가…… 네놈에게.”
깊은 상처를 입은 듯 두칠홍은 두 발로 서 있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혁지석을 올려다보았다.
“네놈의 수하들도 너의 곁으로 보내 줄 터이니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거라.”
혁지석은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두칠홍의 목을 향해 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서걱!
두칠홍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져 굴렀고, 구룡전단 단원들은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
“유치하기는.”
화린의 눈에는 이들의 모습이 유치하게 보였으나 전쟁에서는 사기를 올리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였다.
“적들이 밀려온다. 검진을 유지해!”
화린의 소리가 함성을 뚫고 단원들의 귀에 박히자, 그들은 거짓말처럼 함성을 멈추고 남궁수연과 동춘 그리고 혁지석을 넘어오는 대령멸마대를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술, 맹하!”
화린의 큰 목소리가 허공에 울리자, 구룡전단 단원들은 검진을 또 한 번 변형시켜 달려오는 대령멸마대를 맞이하였다.
“저들을 멸하면 홍령멸사대만 남는 건가?”
사혈맹의 소속으로 대외활동을 주력으로 하는 전투부대 다섯 곳 중 사령혈마대, 적령혈사대, 구주사망혈루대, 대령멸마대가 사라지면 사혈맹의 입장에서도 적지 않게 당황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섬서성, 산서성, 하남성, 산동성의 사파 문파들까지 큰 타격을 입었고, 섬서성은 사파 문파가 전멸하면서 정파가 득세할 것이다.
산서, 하나, 산동성 역시 정파 무인들이 나서서 얼마 나지 않은 사파 문파들을 정리할 것이니 사혈맹의 입장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 제대로 한 방 먹은 셈이 될 것이다.
‘사혈맹에서는 이런 식으로 싸우면 자신들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홍령멸사대를 물리겠지. 그런 후에 초고수들을 보내거나 살수들을 이용해서 나를 제거하려고 할 거다.’
화린은 사혈맹과의 싸움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어느 정도 예상해 보았다.
‘보상을 확실하게 받으려면 사혈맹이 위협을 느끼도록 해 주는 것도 괜찮겠지.’
화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그때 저 멀리서 싸우고 있는 남궁수연과 동춘이 움찔하며 고개를 돌려 화린을 보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저 인간 불안한데.’
동춘은 불안함에 인상을 썼다.
‘내가 조장의 부름에 응답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냥 시골에서 대장 노릇이나 할걸. 왜 올라와서 이 고생을 다시 하는지…….’
후회라는 건 언제나 그렇듯 빨라도 늦은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