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28)
구룡전기-128화(128/217)
구룡전기 (128)
“형님, 위험하다고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화명상단에서 총관을 맡고 있는 화정국은 상단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상단주이자 형인 화정수에게 한 가지 은밀한 제안을 하였다.
“이번에 돌아오는 대륙전장의 어음을 막지 못하면 대륙전장에서 돈을 더 융통할 수가 없습니다.”
“막아야 할 어음이 얼마지?”
“금전 삼백만 냥입니다. 다음 달부터 석 달간 어음 결제를 막아야 하니 여유분을 생각하면 우리에게 금전 오천만 냥은 있어야 합니다.”
“오천만 냥이라…….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군. 우리가 지금 가용할 수 있는 금액은?”
“이래저래 끌어모으면 삼백만 냥은 만들 수 있지만 그리하면 영업장의 업무가 힘듭니다.”
“그래서 밀수로 돈을 마련한다?”
“당장 돈을 만들려면 그 방법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밀수 역시 물건을 사 와서 팔아야 하는 기간도 있으니 당장 돈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서둘러야 우리도 여유를 가지고 제값을 다 받아 낼 수가 있습니다.”
화정수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였다.
밀수가 돈이 되긴 하지만 위험 부담이 큰 사업이다. 성공하면 큰돈을 벌 수 있지만 밀수하는 자들 중에서는 사기꾼도 많고, 혹여 관에 들통이라도 나면 패가망신할 정도로 큰 벌금을 내어야 하기 때문에 가문이 휘청거릴 수도 있다.
“지금 섬서성은 사혈맹과 구룡장의 싸움으로 시끄럽습니다. 관군의 관심도 그쪽에 집중되어 있으니 밀수를 단속할 여유가 없을 것입니다.”
화정국이 구룡장을 언급하자, 화정수의 볼이 씰룩였다. 구룡장과 엮인 후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구룡장에서 먼저 시비를 건 것도 아니었다. 자신이 먼저 구룡장에서 영업하고 있는 구룡루에 눈독을 들였고, 온갖 꼼수로 괴롭히려고 하였지만 당하는 쪽은 늘 이쪽이었다.
화정수는 왼손의 팔꿈치를 책상에 고이고, 손가락으로 이마를 눌렀다. 그러면서 오른손 검지로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뭔가 생각을 할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밀수라…….”
한참을 생각하던 화정수가 입을 열었다.
“거래하는 조직은?”
그의 말에 반색하며 화정국은 곧장 입을 열었다.
“연락을 해 봐야겠지만 예전에 거래하던 밀수 조직이 그대로 영업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라면 신뢰할 수 있지. 밀수의 규모는 얼마나 생각하고 있지?”
“일단 필요한 돈은 삼백만 냥입니다. 급한 불을 끈 후에 대륙상단에서 돈을 융통하여 조금 더 큰 규모로 진행을 해 볼 생각입니다.”
화정수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트라빌 왕국의 곡물 상인과 거래를 할 수 있겠나?”
“알아봐야 하겠지만 가능할 것입니다. 기존에 거래했던 자들은 다른 자와 거래를 하기로 하였으니 당분간은 힘들 것 같고, 새로 알아보는 상인들에게 조금의 웃돈을 주어 거래를 할 생각입니다.”
“웃돈을?”
“그렇습니다. 그래야 우리를 배신하고 다른 놈에게 곡물을 제공하기로 한 상인들이 후회할 테니 말입니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남는 것이 있나?”
“다음에 접근할 때 편할 겁니다.”
“다음에? 그들도 거래하는 곡물 상인에게 말하여 돈을 더 올려 받을 수 있지 않나?”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첫 거래이니 쉽게 올려 달라는 말은 하지 못할 것입니다.”
화정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뭔가를 생각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너의 생각은 어떠냐?”
갑작스러운 질문에 화정국은 영문을 몰라 물었다.
“무엇을 말입니까?”
“사혈맹과 구룡장의 싸움 말이다. 사혈맹이 구룡장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었다.
“물론입니다. 사혈맹이 구룡장을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 하는 것입니다.”
“시간?”
“구룡장은 이미 불에 타서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구룡장의 영업장에는 전혀 피해가 없습니다.”
“그렇지.”
“그뿐 아니라 구룡장주를 비롯하여 구룡장의 식솔들 역시 피해를 입지 않고 있습니다.”
화정수는 이게 못마땅하였다. 일개 장원이 거대한 사혈맹을 상대하는데 고작 장원 하나밖에 불에 타지 않았다.
반면 사혈맹의 입장에서는 음서문, 혈사파, 백마사를 비롯하여 섬서성에 있는 사파가 전부 박살이 났고, 산서, 하남, 산동성의 사파까지 그들의 터전에서 쫓겨나게 생겼다.
실제로 하남성에서는 정파 문파에서 사파 문파를 공격하여 쓸어버리며 정리하고 있는 상태였다. 만약 이대로 싸움이 지속되면 구룡장으로 인해서 사혈맹과 정천맹이 전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혈맹과 정천맹이 전쟁을 시작하면?
그렇게 되면 사혈맹의 승리가 아닌 구룡장의 승리가 될 것이다.
화정수의 고민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구룡장에서는 자신이 구룡루를 노리고 이런저런 음모를 꾸몄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겠지만 만약 그 사실이 알려진다면 그때는 정말 위험해진다.
“사혈맹이 빠른 시간 안에 구룡장주를 죽이지 못하면 정천맹이 끼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되면 누가 이길지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너도 그리 생각하느냐?”
“사파의 힘이 줄었으니 정천맹의 입장에서는 기회라 생각할 테지요. 정파라고 하여 정의로운 건 아닙니다. 사파에 비해 조금 덜할 뿐, 그들 역시 득과 실을 따져 움직이는 자들이니까요. 정천맹이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고수들과 무인들의 수는 정파보다는 사파 쪽에 더 많지 않느냐?”
“절대 고수의 수는 정파가 많습니다.”
그나마 정파가 사파와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절대 고수라 불리는 무림백대고수의 수가 조금 더 우위에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절대 고수가 많다…… 쉽지 않은 문제이군.”
“무엇이 말입니까?”
“구룡루. 이 싸움에 정천맹이 끼어들게 되면 구룡장이 의도하는 대로 흘러가게 될 것이니 더 이상 구룡루를 노릴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형님, 구룡루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도백 성주가 평생 섬서성의 성주로 있을 것 같아? 시간이 지나면 성주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어 있어. 하지만 구룡루의 주인은 영원히 구룡장주가 되겠지.”
화정국은 그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구룡루는 황금알, 아니…… 황금을 쏟아 내는 금광과도 같은 곳이다. 지금은 구룡장에서 구룡루의 수익 일부를 섬서성에 투자하고 있지만 성주가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 약속 역시 자연스럽게 무효가 될 것이고, 그 수익은 고스란히 구룡장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것까지 생각을 하신 겁니까?”
“몇 년 수익이 없더라도 그 뒤에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금광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위험 부담을 안고 밀수를 하거나 인신매매를 하지 않아도 되겠지.”
중원십대상단에 포함되는 화명상단이었지만 곡물 운송을 제외하고는 영업 이익을 크게 내는 사업이 없었다.
중원 각지에서 많은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들은 딱 사업장을 운영할 정도의 수익을 낼 뿐 상단에 도움을 주는 영업 이익을 내진 못했던 것이다. 이들의 최대 단점이었다.
그렇기에 이처럼 곡물을 운송, 납품하는 일에 차질을 맺게 되니 상단이 흔들릴 정도로 타격을 입게 되었고, 또 위험한 거래를 위해서 모험을 감수해야만 하였다.
“죄송합니다.”
“네가 죄송할 것이 무엇이더냐. 그리고 이번 기회에 영업 이익이 어중간한 업장들은 모두 정리하도록 해.”
“영업장들을 말입니까?”
“허울만 가득한 상단을 운영하는 것보다는 망했다는 소리를 들어도 알짜 영업을 통해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
“알겠습니다. 알아본 후에 영업장 정리에 들어가겠습니다.”
“그리고 정국아.”
“네, 형님.”
“거래를 할 때는 몇 번이고 조심하고, 두드려 본 뒤 길을 건너야 한다. 수상한 점이 있거나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곧장 손을 떼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형님께서는 심려를 놓으십시오.”
화정수는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혼자 생각할 것이 있으니 나가서 일을 보도록 하여라.”
화정국이 집무실을 나가자, 그의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
“느낌이 안 좋아.”
* * *
“그러니까 수연이가 구룡장의 편에서 사혈맹과 싸우는 중이고, 수연의 손에 백마사를 비롯한 산동성의 사파 문파가 박살 났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이 일로 우리가 구룡장과 손을 잡은 것이 아니냐고 사혈맹에서 따지고 들어왔다고 합니다.”
남궁세가에 개방의 사람이 긴급하게 찾아와 섬서성의 상황과 큰 싸움을 막기 위해 남궁진과 남궁연아가 사혈맹에서 파견 나온 홍령멸사대에 사로잡혀 있음을 알려 주었다.
이 소식을 들은 남궁세가는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그 자리에는 검황 남궁소군과 검존 남궁청야, 가주인 남궁백야가 참석하였고, 그 아래 남궁세가의 직계는 물론, 방계와 무력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까지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섬서성에 갔던 진이와 연아가 사혈맹에서 파견을 보낸 홍령멸사대에 인질로 잡혀 있다고 합니다.”
인질이라는 말에 눈을 좁히는 남궁백야는 부친인 남궁소군을 슬쩍 보았다. 그는 손자가 인질이 되었다는 말에도 딱히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소가주님과 아가씨를 구하러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제가 단원들을 데리고 가서 구해 오겠습니다.”
제왕단의 단장인 남궁림이 남궁진을 구해 오겠다고 말을 하고 나섰다.
제왕단은 남궁세가를 지키는 호위 무단으로 그들의 임무에는 남궁세가의 직계를 지키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하면 좋겠지만 사혈맹에서는 우리가 구룡장과 손을 잡았다 확신하고 우리를 핍박하려 할 것이네.”
장로인 남궁상천이 사혈맹의 의심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하였다.
“지금 이 시기에 섬서성에는 왜 간 것입니까?”
가주인 남궁백야의 동생이자, 무림에서는 검존이라 불리며 무림백대고수에 포함되어 있는 남궁청야가 물었다.
“진이와 구룡장주가 친구지간이라네. 이번 화산지회에서 친구가 되었다지. 그런데 알고 보니 집을 나갔던 수연이와도 연이 있었네. 그동안 군대에서 생활을 하였는데 구룡장주가 선임이었다고 하더군.”
“우연이라고 해도 이런 우연이 없군요.”
“군에서 수연을 만나고, 전역한 뒤 진이와 친구를 맺었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수연이 구룡장주의 소식을 듣더니 그길로 집을 나가 구룡장에서 생활하는 걸 보면 아마도 구룡장주와 깊은 사이였던 모양일세.”
“그럼 구룡장과는 아예 관계가 없음이 아니군요. 망아지 같은 수연이를 처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 않습니까?”
남궁수연은 남궁세가에서도 그리 반기는 인물은 아니었다. 뛰어난 무공을 소유하고 있지만 그녀로 인해서 남궁진이 가려질까 염려되어 될 수 있으면 그녀가 무림에 나서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수연이 하나 처리하려고 우리가 입어야 할 피해를 생각해 보았나?”
“그건…….”
“모르쇠로 일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문제는 진이와 연아가 인질로 잡혀 있는 게 마음에 걸린단 것일세.”
“소가주님과 아가씨가 다치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일단 두 분을 구한 다음 뒷일을 생각하시지요.”
“걱정 마라. 아무리 사혈맹이라고 해도 본가와 직접적으로 싸우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남궁소군이 자신 있게 말하였다.
“왜요? 그들이 본가를 못 이긴다는 말씀입니까?”
남궁세가가 아무리 천하제일무가라 할지라도 사파의 연합 세력인 사혈맹에는 비빌 수가 없다.
“우리가 이길 수는 없겠지. 하지만 그만큼 그들도 피해를 입게 된다는 말이다. 무림에서 상처 입은 맹수를 그냥 놓아둘 것 같은가?”
굶주린 늑대처럼 달려들어 여기저기 물어뜯고 산산이 흩어지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그런 후에 두 번 다시 성장할 수 없도록 지속적으로 탄압할 것이고, 사혈맹 즉 사파는 구심점을 잃어버리고 쇠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우리 역시 사혈맹에 의해 멸문당할 것이 아닙니까?”
“우리는 몇 명 살아남을 테고 그들이 지금의 명성을 쌓아 올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하며 오랜 시간을 보내겠지. 사혈맹도 이러한 미래를 알고 있기에 진이와 연아를 붙잡고만 있을 뿐 위해는 가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럼 어떻게 하라는 말입니까?”
“어떻게 하긴, 네가 가서 구룡장과 본 가는 관련이 없고, 본 가의 딸이 구룡장주에게 흠뻑 빠져 저지른 일이라고 설명하여 진이와 연아를 데리고 와야지.”
남궁청야는 눈을 깜빡이며 부친인 남궁소군을 보았다.
“제가 말입니까?”
습관적으로 태상이자, 부친인 남궁소군에게 시선이 향하였고, 그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가주가 나서는 건 모양새가 빠지고, 다른 이가 나서면 설득력이 떨어질 터이니. 청야, 네가 가서 상황을 설명해 주고 우리와는 상관없음을 알려 주고 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