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3)
구룡전기-13화(13/217)
구룡전기 (13)
“맹호사사혈전대라니 그게 무엇입니까?”
마교도가 물었다.
“새외의 무림에 떠도는 소문이 있소. 중원의 흥친어림군 소속 무인대전 특수부대인 맹호사사혈전대에 대한 소문이.”
해리손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이야기하였고,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마교도는 순간 난감해하였다.
―지산 형님, 군부와 척을 져서 좋을 것이 없지 않습니까?
당산이 전음을 보내자, 지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한 놈이라도 살아 나가서 본교가 연루되어 있다는 소문이 난다면 그때는…….
일이 잘못되면 흥친어림군과 전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다 죽이면?
―그렇다면 좋겠지만 저놈의 무공을 생각하면 놈들을 다 죽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단 한 수로 이십사마영중 한명을 불태워 죽여 버린 화린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들의 손에서 얼마든지 달아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해리손을 우리가 죽이고 여기서 물러나면?
―그게 우리에게는 더 유리할 것입니다.
천하의 마교라고 해도 중원의 군과 싸울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게 사실이면 저놈이 우리의 생각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으니 합공을 합시다.”
지산마군이 해리손에게 말하자, 당산이 무기를 빼어 들었다.
“그리합시다.”
해리손은 자신의 독문 무기인 도를 빼어 들었다.
“내가 오른쪽을!”
“그럼 전 왼쪽을 맡습니다.”
당산과 지산의 말을 듣고 해리손이 앞서 나가려고 하는 순간 오른쪽, 왼쪽에서 화끈함을 느낀 해리손은 양옆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왜?’라고 물음이 담겨 있었다.
“용서하시오. 우리는 흥친어림군과 싸울 수가 없는 입장이오.”
그 말에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
해리손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손에 든 도를 강하게 휘둘렀다.
“커어어억!”
당산마군과 지산마군이 해리손의 공격을 피해 뒤로 물러나면서 그의 허리를 찔렀던 검을 회수하자, 양쪽 허리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이보시오. 우리는 당신들과 싸울 의사가 없소. 우리는 이만 물러날 터이니 오해가 없었으면 하오.”
지산마군이 화린에게 말을 하였고, 화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들을 못 본 것으로 하지.”
“고맙소!”
지산마군은 당산마군과 시선을 교환하더니 그대로 달아났다. 그런 모습을 본 해리손은 분노로 인해서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흥분하였다.
‘마교도의 도움으로 의외로 쉽게 해리손을 잡을 수가 있겠어.’
분노에 사로잡힌 해리손은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는지 마구 소리를 지르며 혼자서 그 분노를 표출하였는데 그런 놈을 잠시 바라보고 있다가 화린이 움직였다.
체에에엥!
심각한 부상을 당한 중에도 화린의 공격을 막아 내며 반격까지 하는 그였다.
화린은 그가 더욱 난폭하게 공격을 하도록 유도하였다. 그가 미쳐 날뛸수록 상처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고 그로 인해서 체력은 금방 고갈될 것임을 알고 있어서였다.
체에에엥!
화린은 위태위태한 모습으로 해리손의 공격을 막아 내며 시간을 끌었고, 해리손은 그런 화린의 계획을 알지 못하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화린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더욱 세차게 몰아붙였다.
그럴수록 상처는 더욱 악화되어 갔지만 분노가 상처의 고통을 잡아 먹어 버렸는지 여전히 그 기세가 사그라지지 않았다.
“죽어라!”
해리손의 도가 화린의 머리 위에서 떨어졌고, 황급히 검을 들어 막았지만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보고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였는지 해리손의 도에 강력한 기운이 모여들었고, 그 기운은 세상 모든 걸 다 집어삼켜 버릴 것 같은 기세였다.
해리손의 도가 화린을 향해 움직였고, 도 끝을 통해서 빠져나온 기운은 허공을 찢어발기며 화린의 가슴을 향해 쇄도하여 날아왔다.
그런 해리손의 도강을 본 화린의 검이 움직였다. 화린의 검은 해리손의 강맹하고 난폭한 기운과 달리 부드러운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검이 움직일 때마다 허공에 푸른색으로 수를 놓는 것처럼 그렇게 움직이더니 작은 그물과 같은 것을 허공에 펼쳐 놓았다.
그러자 해리손의 도강이 화린이 펼쳐 놓은 허공의 그물에 걸렸다.
화린은 이에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검을 움직였는데 검이 움직이는 대로 검 끝을 따라 도강을 감싼 그물이 따라 움직였다.
사량의 힘으로 능히 천근의 힘을 다스린다는 사량발천근의 수법과 달리 온전히 상대의 힘을 되돌려 주는 그런 수법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화접목의 수법과도 비슷하지만 또 달리 생각하면 반탄강기와도 비슷한 그런 공부였다.
순간 거대한 힘이 되돌아오는 것을 느낀 해리손이 놀라 도를 잡은 채 양손을 위로 들어 올려 내리치려는 순간 양쪽 허리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아차…….’
그제야 해리손은 자신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자신이 만들어 낸 강력한 도강이 되돌아오는 걸 보고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들어 올렸던 도를 내리쳤다.
도강을 양단해 버릴 생각이었지만 이를 가만히 둘 화린이 아니었다. 해리손의 행동을 보고 시차를 두고 자신의 기운을 담은 비검을 던졌다.
해리손의 도가 도강을 두 동강을 내며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화린이 던진 비검이 해리손의 목 바로 아래를 꿰뚫었다.
정면에서 뒤가 보일 만큼 몸에 구멍이 생긴 해린손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그러게 사람을 사귈 때는 믿을 수 있는 놈들을 좀 사귀지 그랬어.”
화린이 해리손에게 다가가면 말을 하였다.
“아무튼 마교도들 덕분에 쉽게 해결할 수가 있었어. 그리고 너무 억울해하지 마. 내가 제대하고 무림에 나가면 마교도들을 다 때려잡아 줄 테니까.”
화린의 말을 들은 해리손의 신형이 그대로 무너졌다.
“우후…….”
화린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뱉고, 죽은 해리손의 도를 회수한 후에 그 자리에서 조장들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일각 정도가 지났을까?
화린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온 자들은 조장들이 아닌 다른 자들이었다.
화린은 그런 이들을 보며 살짝 눈을 좁혔다.
‘모두 당한 건가?’
이들은 철사자성의 당주들이었다. 모두 세 명이었는데 극렬한 전투를 치룬치른 흔적이 옷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화린은 당주들을 보며 회수한 도를 해리손의 시체 위에 던져 놓고는 자신의 검을 꺼내었다.
“보아하니 우리 애들 죽이고 온 것 같은데. 다 죽였나?”
당주들은 화린과 해리손의 시체를 번갈아 보았다.
“네놈이 성주님을…….”
“이런 동문서답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뭐, 부대 복귀해 보면 알겠지.”
화린이 움직이려고 할 때, 이들 뒤에 내려선 네 사람이 있었다.
각 조의 조장들이었다.
화린을 제외한 아홉 명 중에 다섯 명이 죽은 것이었다.
남궁수연이 당주들을 먼저 공격하였고, 그 뒤를 이어 다른 조장들도 당주들을 공격하였다.
화린은 한쪽으로 물러나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각 조장들의 무공도 보통은 아니었지만 특히 남궁수연의 무공은 다른 조장들보다 한 수 위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남궁세가의 무공을 토대로 실전 경험을 쌓은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의 무공을 어느 정도 정립한 상태였다.
“커어억!”
남궁수연이 당주 한 명의 가슴에 검을 찔러 넣었다.
“이제 그만 쉬어라.”
발로 복부를 밀어 차며 가슴에 있는 검을 자연스럽게 뽑아 허공에 휘두르자, 검기가 뻗어 나와 당주의 허리를 베어 버렸다.
다른 조장들도 당주들과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기에 곧 싸움이 끝날 것처럼 보였다.
남궁수연이 화린의 곁으로 와 서서는 나지막하게 말하였다.
“이번 임무에서도 살아남았네.”
화린은 남궁수연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녀의 말대로 이번 임무에서도 살아남았다. 이 말의 뜻은 맹호사사혈전대 소속 군인 중에 살아서 제대를 한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래 이번에도 살아남았다.”
* * *
철사자성의 멸문은 새외에서 큰 사건이었지만 이 사건은 금방 묻혀 버렸다.
철사자성을 멸문시키고 부대로 복귀한 맹호사사혈전대 이백오십 명 중 탈영이나 먼저 부대 복귀를 한 오십 명을 제외한 이백 명의 대원들 가운데 살아서 부대로 복귀를 한 이들은 칠십 명에 불과하였다.
퇴로를 확보하기 위해서 전선에서 한발 물러났던 구조와 십조의 대원들은 큰 피해가 없었지만 직접적으로 전투에 참여한 다른 조 대원들은 모두가 큰 피해를 입었다.
철사자성을 멸문시키고 그들에게서 얻은 전리품은 공평하게 전투에서 살아서 돌아온 대원들이 나누어 가졌고, 화린은 전리품을 돈으로 바꾸어 전장에 맡긴 후에 전표를 챙겼다.
화린은 이래저래 모아 둔 돈이 제법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월봉을 받으면 쓰기 바쁜데 왜, 그렇게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거야?”
남궁수연이 물었다.
“삶에 대한 집착이다. 이 돈을 맡겨 놓고 죽으면 억울하니 악착같이 살아서 돌아오기 위한 삶의 집착이다.”
남궁수연은 화린이 말한 것처럼 그런 것이 큰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하였지만 뭔가에 의미를 두면 더 간절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네가 가문에 인정을 받고자 노력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 그렇구나. 그런데 선배는 왜, 우리 만두 가게에 안 와? 예전에는 자주 놀러 왔었잖아. 내가 보고 싶지 않아?”
“할 말만 하자. 내가 안 가는 이유는 너네 가게 만두가 맛없어서야. 예전에는 맛있었고.”
“그래도 이곳에서 가장 장사가 잘되는 곳이 우리 만두 가게야.”
“그건 사람들의 입맛이 달라서 그렇겠지. 하여간 지금은 나의 입에 맞지 않다.”
남궁수연은 입술을 삐죽였다.
“그리고 나와 이런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으면 무공 수련을 더 해. 내가 제대하고 나면 적장을 상대할 사람이 너밖에 없으니까.”
부대에 들어와 다들 죽어 나가니 어느덧 남궁수연이 부대 내에서 세 번째로 강한 무인이 되어 있었다.
“대장 있잖아.”
“대장이 임무에 나가는 것 봤어?”
“아, 그렇긴 하네. 뭐, 그동안은 선배가 있으니 안 나갈 수도 있지. 선배가 없다면 대장이 나서겠지.”
하지만 자신이 이곳에 온 이후, 대장이 임무에 나서는 걸 단 한 번도 보지 못하였다.
“그럴 수도 있겠군. 넌 삼 년 남았나?”
“삼 년 하고 조금 더 남았지.”
화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제대하면 너의 부고 소식을 세가에 알려 주마.”
“선배, 왜 그래!”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곳에서는 누구도 널 위해서 싸워 주지 않는다. 내가 적의 장을 맡아 상대한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살기 위해서 그들과 싸운 것이지. 너희들을 살리려고 그들과 싸운 것이 아니다.”
“치이.”
매번 와서 화린에게 말을 걸고, 잔소리를 듣지만 이게 싫지 않은지 남궁수연은 늘 화린의 곁에서 맴돌았다. 그렇다고 화린에게 좋아하는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스스로도 알지 못하지만 그냥 화린의 곁에 있으면 안정감을 느낄 수가 있다는 것이 전부였다.
“하여간 재미없어.”
남궁수연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객잔을 나가자, 일을 하는 조원들이 화린의 눈치를 살폈다.
“구경할 것이 그리 없나? 저녁 장사하려면 청소도 좀 하고 그래.”
교역 도시에서는 늘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조원들은 서둘러 움직였다. 그런 조원들을 보며 화린은 느릿한 걸음으로 객잔을 나섰다.
“다녀오십시오.”
화린은 신경을 끄라는 뜻으로 손을 흔들어 보여 주며 자신이 가고자 하던 길을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