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31)
구룡전기-131화(131/217)
구룡전기 (131)
“넌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사는 것이냐? 아니면 하루를 막사는 것이냐?”
남궁백야는 남궁수연을 독대하여 그녀의 행동들을 꾸짖는 중이었다. 어릴 때부터 사고를 조금 치고 다니긴 하였지만 이번처럼 이렇게 큰 사고를 친 적은 없었기에 그녀에게 실망을 조금 한 것도 사실이었다.
“아버지, 제가 그리 야단 들을 일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너로 인해서 지금 진이와 연아가 사혈맹에 인질로 잡혀 있다.”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저 때문이 아니라 오라비와 진이가 너무 순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까?”
“뭐?”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세상에 자신에게 해를 가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순순히 인질이 된답니까?”
남궁수연은 남궁백야와 독대를 하면서도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
“오라비는 본가의 소가주인데 지 목숨을 그리 가볍게 여겨서 어찌하려고……. 제가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라비가 없는 것입니다.”
“그럼 진이가 어찌해야 하겠느냐?”
“싸워서라도 연아를 데리고 달아나야지요.”
“그러다 다치거나 죽으면?”
“사혈맹이 오라비와 연아를 죽인다고요? 절대 그러지 못해요. 본 가와 싸울 생각이 없으니까요.”
남궁백야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는 듯한 시선으로 남궁수연을 보았다. 그 시선의 의미를 알고 있는지 남궁수연은 입을 열어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다.
“지금 사혈맹은 구룡장과의 싸움에 본 가가 끼어들지 못하도록 약을 치고 있는 거예요. 왜? 구룡장과의 싸움도 버거운데 본 가까지 끼어들면 사혈맹은 공중분해될지 모르니까요.”
“사혈맹이 공중분해가 돼?”
사파의 연합인 사혈맹이 구룡장과 남궁세가와 싸워서 분해된다는 말이 어이가 없어 되물었다.
“당연하죠. 사혈맹의 입장에서는 절대 화린 선배를 못 잡아요. 사황 백무기가 나선다면 모를까, 그러지 않고서는 화린 선배를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만한 고수가 사혈맹에는 없어요.”
남궁백야의 표정이 변하였다.
“물론 이길 고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런 자들은 드러난 고수, 혹은 전투단이 아닌 숨겨 놓은 자들이겠지요.”
“화린이라는 자가 그리 강하다는 말이냐?”
“제가 삼 년을 함께 무수한 임무를 수행했으니까요. 제 눈으로 선배의 무공을 직접 보았고, 또 그와 함께 수십 개의 문파를 멸문시켰으니까 선배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아요.”
확신에 가득 찬 대답이었다.
“그래서 사혈맹이 구룡장주를 이길 수 없다?”
“아니요. 이길 수는 있겠죠.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사황 백무기가 나선다면요. 하지만 그는 나서지 않을 거예요. 만약 그가 나서게 된다면 이미 사파는 엄청난 타격을 받은 후가 될 거예요.”
“그래도 그가 사혈맹에 의해 죽는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싸움이 지속되면 그렇겠죠. 하지만 그러는 사이 정천맹과 마교가 가만히 있을까요? 상처 입은 맹수는 상처를 입었을 때 물어뜯어 죽여야 하는 법이에요.”
남궁백야는 남궁수연의 말에 살짝 눈을 좁혔다. 그러고 보니 남궁수연이 군을 제대하고 돌아온 이후,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못하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군에서 요상한 걸 배운 모양이구나.”
“요상한 걸 배운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배운 겁니다.”
“생존?”
“화린 선배 곁에 있어야 생존율이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 무공을 완성시키려면 화린 선배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이 세상에서 화린 선배와 같은 남자는 없습니다.”
남궁백야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남궁수연을 보았고, 그녀는 잘못 듣지 않았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네가 화린이라는 청년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말이냐?”
“네. 화린 선배는 아니지만 전 제가 남궁가의 사람이 아닌 구룡장의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놈아!”
남궁백야가 버럭 화를 내었다.
“왜요!”
남궁수연 역시 지지 않고 소리를 치자, 남궁백야의 입에서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던 아이였기에 지금에 와서 이를 고치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구룡장주의 상황이 지금 몹시도 위험한 상황이라 자신의 딸이 그와 엮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너로 인해서 준이와 연아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숙부님을 보내셨잖아요. 그럼 숙부님께서 알아서 하시겠지요.”
“그걸 어찌 안 것이냐?”
“소문이 다 났던데요. 남궁세가의 검존이 세가를 나섰다고 말이에요.”
“쫓기는 주제에 들을 건 다 듣고 다니는 모양이구나.”
“쫓기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전투를 벌이는 거예요. 산동성에서 대령멸마대를 전멸시켰으니 이제 무림에 나온 건 홍령멸사대뿐이에요.”
남궁백야의 눈이 커졌다.
“뭐? 대령멸마대를 전멸시켰다고?”
“네. 그것도 화린 선배가 빠진 열다섯 명이서 백 명의 대령멸마대를 전멸시켰어요.”
남궁백야는 믿을 수가 없어 물었다.
“혁지석과 전 현무단의 단원들 무공이 그리 높았던 것이냐?”
“그건 제가 알 수 없죠. 다만 구룡장으로 들어와 그들의 무공이 일취월장하였다는 건 내가 알고 있죠. 가끔 제가 그들의 무공도 손봐 주고 그랬으니까요.”
“네가 그들의 무공을 손봐 줘?”
“네. 제가 구룡장에서는 두 번째로 강해요.”
그 말에 남궁백야는 남궁수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두 번째로 강해? 제왕검결을 모두 익힌 것이냐?”
“제왕검결은 제가 완성하고자 하는 무공을 얻기 위한 도구에 불과할 뿐이에요.”
“아까부터 네 무공, 너만의 무공이라고 말하던데 그게 무엇이냐?”
“말 그대로 제가 화린 선배를 만나 그의 무공을 보고 느끼면서 나름의 목표로 삼았던, 완성하고 싶은 이상적인 무공이죠.”
“그래서 그게 뭐냐는 말이야.”
“제왕십삼결!”
“제왕십삼결?”
남궁수연은 아버지인 남궁백야에게 자신이 지금 익히고 있는 제왕십삼결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화린 선배에게서 조화십삼공을 배웠어요.”
“조화십삼공?”
“쉽게 말하면 쾌, 변, 강, 환, 폭, 중, 흡, 와, 충, 탄, 환, 뇌, 참의 묘리를 익힐 수 있는 무공이에요. 물론 패, 곡, 만, 합 등과 같은 묘리가 섞여 있지만 말이에요.”
“음…….”
“이 열세 개의 묘리와 제왕검결과 합일을 시켜 열세 개의 초식을 만들어 내었어요. 하나의 초식에 조화십삼공의 열세 개의 묘리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으니 실제로 더 복잡하고 많은 초식의 운용이 가능한 무공이에요.”
남궁백야는 남궁수연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였다.
“그게 가능한 것이냐?”
“저 혼자라면 힘들었죠. 하지만 곁에는 화린 선배가 있고, 조언을 듣고 실전에서 유용한지 선배와 대결하면서 조금씩 수정하거나 보완하고 있어요.”
“구룡장주가 그리 대단한 인물이더냐?”
“말씀드렸잖아요. 세상에서 화린 선배와 같은 남잔 찾을 수가 없다고요.”
남궁수연이 사고는 많이 치고 다니긴 하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더 혼란스러웠다.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사람도 아니고.’
남궁수연의 말처럼 그리 뛰어난 사람이라면 어릴 때부터 소문이 났어야 했는데 그렇지가 않으니 의심스럽고 수상하기도 하였다.
“군대에 들어오기 전에는 무엇을 했던 사람이냐? 아니, 그는 어느 가문의 사람이냐?”
“그건…… 저도 모르는데요. 다만 유추하기에 무림보다는 관림과 관련이 있는 가문의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관림?”
“네. 섬서성주와도 친하고 지난번 구룡루를 찾아온 오황자와도 알고 지낸 사이였는지 만나 친하게 대화를 나누는 걸 보면 무림보다는 관림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에요.”
“알겠다.”
관림이라면 자신도 알고 있는 사람이 꽤 있으니 그들을 통해서 알아보면 된다 생각하여 화린에 대해서는 일단 접어 두기로 하였다.
“네가 익히고 있다는 제왕십삼결을 한번 보여 줄 수 있겠느냐?”
“왜요? 가문에 남기라고요?”
“완성되지 않은 무공을 왜 남겨. 아비로서 네가 무림에서 무림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지.”
“그건 걱정 마세요.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화린 선배 곁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요.”
“이것아! 아비가 보자고 그러면 ‘네, 알겠습니다.’ 하고 보여 줘라. 아비의 근심을 사라지게 해 주는 것도 네가 해야 할 도리인 것이다.”
남궁백야가 버럭 화를 내자, 남궁수연은 마지 못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았어요. 보여 드리면 되잖아요. 여기서 보여 드려요? 아님, 연무장으로 자리를 옮겨요?”
“지하 연무장으로 가자꾸나.”
“네.”
* * *
“자네가 이번에 그렇게 사고를 치고 다니는 구룡장주였구먼.”
별채에 식객으로 있는 이들과 화린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혁지석과 구룡전단 단원들은 별채 한쪽에서 무공을 수련 중이었다.
“제 것을 강탈하려고 하기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는 중입니다.”
화린의 말에 그들은 웃었다.
“구룡루인가 하는 걸 두고 말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상인들이 탐을 내 무림 문파에 사주하여 괴롭히더니 시간이 지나 지금에 와서는 아예 무림의 문파들이 나서서 저의 것을 빼앗으려고 합니다.”
“나도 들어 보았네. 구룡루에서 제법 많은 돈을 번다고 하니 그들이 탐을 낼 만도 하지.”
“사실 구룡루는 섬서성의 성주와 거래를 통해서 개업을 하였기에 구룡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가? 그런데 왜 구룡루를 열어 분란을 일으키는 건가?”
“본 장원이 단기간에 무림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뭔가 그럴듯한 미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구룡루를 미끼로 던졌더니 세상에 이런 대어가 덜컥 물어 버리지 뭡니까? 전 음사문 정도 생각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대어가 물어 낚싯대가 부러질 것 같습니다.”
“허허허, 머리를 잘 굴린 것 같은데 감당할 수 없는 것이 나타나 버린 셈이군.”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당해 줄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발버둥을 치는 겁니다.”
“그렇겠구먼. 그래서 저들을 데리고 각개격파를 노리는 건가?”
“이렇게 시간을 끌면 정천맹이나 혹은 마교에서 간을 보고 있다가 끼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좋은 생각이긴 한데 쉽지는 않을 걸세.”
“왜 그리 생각하십니까?”
“그들 입장에서는 싸워서 얻는 것보다 협상을 통해서 얻는 것이 더 유익하기 때문이라네.”
“협상 말입니까?”
별채 식객들이 생각하지 못한 걸 말하자 화린이 되물었다.
“예를 들어 정천맹이 이 싸움에 끼어들었네. 그럼 정천맹 입장에서도 피해를 보게 될 것일세. 그리되면 사혈맹의 피해는 더 커지겠지.”
“그리될 것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맹수가 몸을 웅크리고 있네.”
“마교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지. 맹수 두 마리가 싸워 상처를 입었으니 다른 맹수가 달려들어 두 맹수를 물어뜯어 버리면 어찌 되겠는가?”
“어부지리로 인해서 다른 곳에 이득을 넘겨줄 수 있으니 직접적으로 싸우지는 않을 것이란 말씀이시지요.”
“그렇지. 정천맹이 아닌 마교가 사혈맹을 공격해도 마찬가지라네. 남은 정천맹이 상처 입은 두 맹수를 공격할 테니까.”
“지금 하남성의 정파 문파가 사파 문파를 공격하여 멸문시키고 있지 않습니까? 산동성도 그러한 정파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이고 말입니다.”
“그런 소문은 들었네. 그건 정천맹이 나서면 간단하게 정리가 될 것이네. 사혈맹과 협상을 통해서 어떻게든 무마를 시키겠지.”
“그 대가로 저와 구룡루가 사혈맹의 손에 들어가겠군요.”
“아마도. 그리고 자네가 사파 문파를 몇 개 멸문시켰으니 사혈맹에서는 자네를 공적으로 선포할 것이고, 정천맹이 뒤에서 도와준다면 자네는 몹시도 피곤한 도망자 신세가 되지 않을까 하네. 중원 천지에서 하오문과 개방의 눈을 피해서 다니려면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닐 테니 말일세.”
화린은 이 말을 듣고 방긋 웃었다.
“호랑이를 피하려고 곰의 굴 안으로 들어간 격이네요.”
“그 비유가 적당하구만.”
“그럼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