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32)
구룡전기-132화(132/217)
구룡전기 (132)
“그러니까 섬서성 성주가 너에게 무고한 시민이 다칠 수도 있으니 배동성이를 만나 이야기를 잘 해 보라고 했단 말이지?”
검존 남궁청야의 강제가 섞인 협박에 이기지 못한 배동성은 결국 남궁진과 남궁연아를 풀어 주었지만 오해가 풀릴 때까지 섬서성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붙였다.
남궁청야는 이를 두고 이들과 싸우려고 하였지만 남궁진이 나서서 무마한 덕에 서안에서 구룡루로 돌아올 수가 있었다.
남궁청야는 남궁진으로부터 그간의 일들을 듣는 중이었다.
“그렇습니다. 이 구룡루가 섬서성의 기간사업장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구룡장의 것이 아니고?”
“소유는 구룡장의 것인데 이곳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섬서성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숙부님께서 이곳에 오시면서 바뀐 것을 느끼지 못하였습니까?”
“글쎄다.”
“산양현에서 상남현, 상주현 그리고 성도인 서안까지 도로 공사는 물론 배수로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구룡루가 그리 돈을 많이 번단 말이냐?”
“제가 예상하기를 금 만 냥 정도가 이 안에서 돌고 돕니다. 그중 절반 정도인 금 오천 냥 정도가 구룡루의 수입이라 보시면 되는데, 절반이 인건비, 재료비, 시설 관리비에 들어간다고 치면 남는 돈은 금 천칠백 냥에서 이천 냥 사이입니다. 이 중 구룡루에서 가져가는 금액이 금전 이백 냥 정도이고, 나머지는 섬서성의 발전을 위해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말로만 듣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구나.”
“그러니 섬서성의 성주인 이도백의 입장에서는 무림인들로 인해 개발 사업들이 피해를 보는 걸 묵과할 수 없으니 저에게 그리 말한 것입니다.”
“그래서 인질이 되었다?”
“인질이라기보다는 복잡하게 만들지 않고 조금 쉽게 해결하기 위해서 그냥 인질이 되어 준 것입니다.”
“그들이 널 죽이려고 했다면?”
“할아버지와 숙부님을 상대로 싸우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 말에 피식 웃었다.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구나.”
“그리고 친구의 도움을 받아 이곳을 빠져나갈 자신도 있어서 순순히 잡혀 준 것이기도 하고요.”
“친구?”
“사도준이라고 화산지회에서 사귀었는데 저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무공을 익히고 있는 친구입니다.”
“그래? 의심이 들 만한 정황은 없고?”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일부러 너에게 접근한 것은 아니냐는 그런 말이다.”
“아닙니다. 구룡장주인 화린과 친구로 만나면서 함께 만난 것입니다.”
“구룡장주와도 친구였냐?”
“네. 화린 그 친구가 수연이 군대 선배라고 합니다. 수연이가 군대에 있다는 사실도 그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되어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던 것입니다.”
“구룡장주란 놈은 재미난 놈이구나.”
“재미있는 친구가 아니라 대단한 친구입니다. 저와 같은 또래에 그만한 성취를 얻은 자는 드뭅니다. 아니, 없을지도 모릅니다.”
남궁청야는 너도 이길 수 없느냐는 시선으로 남궁진을 보았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석하지만 전 수연이에게도 밀린 상황입니다. 수연이가 화린 그 친구를 만나 엄청 강해진 모양입니다.”
“사고뭉치 수연이가?”
남궁청야는 남궁수연을 떠올리며 인상을 썼다.
“그 사고뭉치가 더 강해졌다면 큰일이지 않으냐?”
“왜 큰일입니까?”
“그것이 형님을 협박해서 제왕검결을 익히려고 할 터이니 말이다.”
“아버지께서는 벌써 수연에게 제왕검결을 익히라고 주셨습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수연이도 제왕검결을 익히고 있을 것입니다.”
“형님이 수연이에게 제왕검결을 알려 주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훗날을 위해서라도 저 혼자 알고 있는 것보다는 두 사람이 알고 있는 것이 더 낫겠다는 아버지의 판단이십니다.”
“형님께서 그리 생각하셨다면 수연이가 기연을 얻은 모양이구나.”
“제가 이길 수 없을 만큼 강해져 돌아왔으니 아버지께서도 그리 결정하신 것입니다.”
“아이고…… 앞으로 무림이 조용할 날이 없겠구나. 사고뭉치가 날개를 달았으니.”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군대에서 많은 경험들을 하였을 터이니 생각도 깊어지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도 질 줄 하는 성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 놈이 이렇게 큰 사고를 쳐? 어릴 때 사고 치는 것과는 그 규모가 다르지 않으냐? 자칫 사파 문파들에 의해 세가가 공격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설마요. 할아버지와 숙부님께서 계신데 사파에서 본 가를 공격하려고요?”
“할아버지와 나를 너무 믿지 마라. 이제는 늙어 사파의 고수 한 명도 상대하기 버거운 실정이니 말이다.”
“다른 분이 그리 말씀하시면 믿겠지만 숙부님께서 그리 말씀을 하시니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믿지 않으면 너만 손해지. 그건 그렇고, 너는 저들의 말처럼 이곳에서 머물 것이냐?”
남궁진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곳에서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태어나 처음으로 겪어 보는 대사건이 아닙니까?”
“그 호기심이 명을 앞당길 수가 있다.”
“그리된다면 그건 저의 운명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놈아, 넌 세가의 소가주다. 그런 놈이 목숨을 그리 쉽게 생각해서 될 일이더냐.”
남궁청야가 호통을 치자, 남궁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하였다.
“숙부님, 저는 지금껏 제 목숨을 쉬이 여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건, 저들이 저를 죽이려고 해도 무사히 세가로 돌아갈 자신이 있어서 이리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정말 그리 생각하느냐?”
남궁청야의 질문에서 이전과는 다른 이질감을 느낀 남궁진은 그를 보았다.
“다시 물으마. 정말 너의 무공으로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 연아를 데리고?”
“물론입니다.”
남궁진은 자신 있게 대답하였지만 남궁청야는 고개를 내저었다.
“어리석구나.”
“네에?”
“그런 자신에 차 있는 건 좋으나 자만해서는 아니 되는 법이다.”
“자만이 아니라…….”
“나도 이곳에서 무사히 빠져나가리라 장담할 수 없거든, 네가 이곳에서 연아를 데리고 나갈 수 있다고?”
남궁청야가 자신의 기운을 끌어 올리자, 남궁진의 숨이 턱 하고 막혔다.
“무림에서는 함부로 장담을 하거나, 확언을 하여서는 아니 되는 법이다.”
남궁청야는 남궁진에게 비정무림에 대해서 알려 주었다.
“사람을 파리 목숨보다 못하게 여기는 무림에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이 무공뿐이라 생각을 하느냐?”
남궁진은 대답하지 못하였다.
“배동성이 너를 죽이고자 마음을 먹었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넌 죽었을 것이고, 너의 시체는 한 줌의 혈수로 녹아 흔적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남궁청야는 이번 기회에 남궁진의 마음을 고쳐 주리라 생각하고 혹독하게 말하였다.
“자신감을 가지려면 나를 알아야 하고, 적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나를 알고 적을 모르면 그건 자만심이고, 오만이다. 하물며 나 자신에 대해서 모르고, 적에 대해서도 모르는 건 무지하고 미련한 것으로 나의 목숨을 적에게 가져다 바치는 일이나 다름이 없다.”
“죄송합니다.”
“너의 그 어설픈 자심만으로 인해서 연아까지 몹쓸 일을 당할 수도 있다.”
남궁진은 고개를 숙였다.
“너는 형님의 뒤를 이어 본 가를 이끌어 가야 할 사람이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너 자신에 대해서 냉철해야 하며 박한 평가를 내려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 너의 일이다.”
남궁진은 남궁청야의 충고에 고개를 들지 못하였다.
“세가로 돌아가거든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할 거다. 그리하여 네가 말한 것처럼 배동성을 비롯한 사파의 고수들과 홍령멸사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수련에 매진하여라.”
“짧은 저의 생각을 고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숙부님.”
“앞으로 언행에 있어서 각별히 신경을 쓰도록 하고, 너를 믿는 이들에게 늘 잘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실망을 시키는 일은 최대한 줄여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여라.”
“명심하겠습니다.”
남궁진이 고개를 숙여 조언에 고마움을 나타내자, 남궁청야는 너털웃음을 웃고는 그에게 술병을 내밀었다.
“하하, 너에게 경각심을 주려고 한 말이니 크게 괘의치 말아라. 너는 지금도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것이다. 한 잔 받아라.”
남궁진은 잔을 내밀어 남궁청야가 따라 주는 술을 받았다.
“그놈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 보아라.”
“……!”
“수연이가 푹 빠져 있다는 그놈 말이다.”
* * *
화린은 남궁세가에서 며칠 쉬는 동안 별채에 식객으로 머물고 있는 무림의 명숙들과 제법 친해질 수가 있었다.
남궁세가의 식객으로 머물고 있는 사람들은 네 명이었는데 거력신군 아오지, 월명선자 냉설여, 벽력창 의태령, 철패검 서자명으로 이들은 삼십 년 전 무림에서 활동했던 전대 고수들로 배교와의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들이었다.
“배교도들이 나쁜 짓을 많이 했나 보죠?”
“글쎄다. 그 기준이 어느 쪽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배교도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이단이라 정의한 이들의 입장에서는 나쁜 일이겠지.”
화린은 배교와 자신의 관계를 이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럼 마교와 비슷하네요.”
“그렇긴 한데, 마교와 배교는 조금 다른 면이 있지. 마교는 마공을 익히는 과정에서 심성이 틀어지는 자들이 생기는 반면에 배교의 술법은 그렇지 않거든. 오직 그 사람의 인성으로 인해서 악용되어 문제가 되었지.”
“그럼 배교의 술법을 익힌다고 다 나쁜 건 아니네요.”
“나쁜 술법이 있을 뿐이지. 정파에도 심성을 변화시키는 무공이 존재한단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정파는 폐기를 하거나 봉인해서 다른 사람들이 익히지 못하도록 조치한다고 들었는데요.”
“그래. 그게 마교와 사혈맹 그리고 배교와 다른 점이란다. 그렇다고 하여도 온전히 막을 수가 없으니 가끔씩 탈이 나곤 하지. 그럴 때마다 무림이 시끄러워지곤 하는 거란다.”
이들은 마치 손자에게 이야기해 주는 것처럼 자상하게 삼십 년 전의 일을 알려 주었다.
“그렇군요. 그래서 배교의 잔당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모두 죽었나요?”
“그렇지 않다. 중요한 인물들은 대부분 빠져나갔단다.”
“그럼 배교가 멸문을 당했지만 다시 나타날 수도 있겠네요. 지난 삼십 년이면 술법을 익혀도 제법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시간인데.”
네 사람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화린이 말한 것처럼 삼십 년은 짧으면 짧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배교의 술법을 익히기에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래서 늘 걱정이란다. 특히 배교의 소공녀의 탈출을 막지 못하였고,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도 있으니…….”
화린은 모친의 이름을 들어도 딱히 별다른 감정이 생기지가 않았다.
“소공녀가 강했나 보군요.”
“글쎄다. 소공녀의 무공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배교의 진산 술법, 즉 마법에 통달하여 상대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지.”
냉설여는 당시를 떠올리며 말하였다.
“소공녀의 무공이 강했다면 우리의 희생은 불가피했겠지만 붙잡을 수는 있었을 거야.”
“왜요? 술법도 뛰어나다면서요? 그럼 상대하기 더 어려운 것 아닌가요?”
화린이 묻자, 거력신군이 대답을 해 주었다.
“배교의 무공은 대단하지만 뭔가 부족했단다. 마교의 무공보다는 덜 패도적이었고, 정파의 무공에 비해서는 깊이가 얕았지. 사파의 무공과 비교하면 어린아이들이 익히는 무공처럼 순수하다고 할까? 그렇다고 배교의 무공을 우습게 볼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서 그들이 무공으로 싸우려고 하면 제압할 수 있었겠군요.”
“그렇다. 그런데 소공녀는 달아나는 데 중점을 두고 마법과 무공을 적절하게 사용하였단다. 그녀의 마법은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신기와 같았지.”
화린은 이들이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익히고 있는 배교의 술법들을 떠올렸다.
“근데 냉설여 님께서는 왜, 배교의 술법을 마법이라고 말씀하세요?”
“글쎄다. 민간의 술법이나, 도가의 도술, 불가의 법술은 뭔가 매개체를 통해서 발현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배교의 술법은 매개체가 없어도 천지의 변화를 일으킬 수가 있단다.”
흔히들 말하는 법보, 성물, 부적 등을 이용하여 술법이나 도술, 법술을 부리지만 배교의 술법은 이와는 또 달랐다.
벽력창 의태령이 냉설여의 말을 거들었다.
“처음에는 많이 당했지. 그렇게 배교의 술법에 익숙해졌나 싶었는데 소공녀의 술법은 배교도들이 사용하는 술법과는 또 다른 술법이었네. 이 사람의 말대로 마법이었지. 그녀의 뒤를 쫓긴 하였지만 결국 놓치고 말았네.”
화린은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것처럼 밝은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배교 공격에 참가했던 이들 중에서 배교의 술법을 빼돌린 사람은 없나요? 저 같으면 몇 개 빼돌려서 익혔을 것 같은데.”
네 사람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공식적으로는 마교와 사혈맹, 정천맹이 배교의 술법을 한 자리에 모아 태웠다고 했지만 또 모르지. 누군가는 배교의 마법을 훔쳐 익혔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