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33)
구룡전기-133화(133/217)
구룡전기 (133)
혁지석과 구룡전단 단원들은 남궁세가의 별채에서 쉬면서 무공 수련에 매진하는 중이고, 화린은 퇴청마루에 비스듬히 누워 그들의 수련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지금이 수연이를 떼 놓을 수 있는 적기인데.”
화린은 남궁수연을 피해 도망갈까 생각을 해 보았지만 구룡전단이 함께 있어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았다.
“우리가 세가를 나서면 따라올 것이란 말이지.”
남궁수연이 크게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남궁세가와 얽혀 있어 부담스럽기도 하였다.
“말한다고 들을 애도 아니고.”
화린은 남궁수연을 떼어 놓기 위해서 나름 고민을 하였지만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선배!”
남궁수연이 별채로 들어서며 한량처럼 누워 있는 화린을 불렀다.
“왜?”
“할아버지께서 선배를 만나 보고 싶다고 하셔요.”
“나를?”
“아마도 왜 이런 무모한 일을 벌였는가에 대한 물음 같은데 대답하기 싫으면 안 가도 괜찮아.”
그랬다간 당장 목이 잘려 남궁세가의 뜰에 묻힐 것이다.
“사람을 골로 보내는 방법이 여러 가지야.”
화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남궁수연에게 길을 안내하라는 눈치를 주었다.
“할아버지 만나서 쓸데없는 말 하면 안 되는 거 알지?”
“내가 쓸데없는 말을 왜 해.”
화린의 대답은 들었지만 워낙 엉뚱한 면이 있는 사람이라 조금은 불안하기도 하였다.
“그럼 뭐라고 대답할 건데?”
“질문도 모르는데 무슨 대답을 해?”
“말했잖아. 왜 무모한 일을 벌였는지 물어볼지도 모른다고.”
“그럼 내 것을 빼앗으려고 하는데 가만둬? 내가 힘이 없으면 목숨이 아까워서라도 굽실거리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잖아.”
“그건 선배의 생각이고,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을 안 한다니까.”
“너도 그렇게 생각 안 해?”
“나야 당연히 선배의 생각과 같지.”
“그럼 됐어.”
순간 남궁수연은 화린을 보며 눈을 깜빡였다.
“뭐가 됐어?”
“너 나 믿는다며. 나에 대해서 그나마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네가 믿으면 그걸로 족하지. 나를 모르는 사람을 이해시켜 가며 말할 정도로 답답한 상황이 아니니 그걸로 됐다고.”
“그러니까 나만 믿으면 된다는 말이잖아. 그렇지?”
“그렇지.”
남궁수연은 활짝 웃었다.
“왜 웃어?”
“그냥, 좋아서.”
화린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피식 웃었다.
“싱겁기는.”
“할아버지 기다리시니 얼른 가자.”
남궁수연은 화린을 데리고 검황 남궁소군이 생활하는 안채의 검각으로 데리고 갔다.
“검각? 무림 문파의 이름 아니야?”
“맞아. 할아버지께서 젊었을 때, 검각에서 검을 수련한 적이 있어. 그때 얻은 깨달음을 잊지 않으시려고 검각이라 이름을 지은 거래.”
화린은 검각이라 적힌 편액을 보고 남궁수연에게 다시 물었다.
“검황께서 편액에 글을 쓰신 거야?”
“내가 듣기로는 할아버지께서 직접 글을 썼다고 들었어. 대단하지?”
남궁수연은 자랑하듯 말을 하였다.
“대단한 것이 아니라 경이롭다고 말을 해야지. 넌 저 편액을 보고 느끼는 바가 없어?”
“느끼는 거?”
화린은 편액에서 떨어져 뒤로 물러나더니 어느 정도 거리에서 멈추어 섰다.
“왜?”
남궁수연은 그런 화린의 행동이 수상하여 물었다.
“이 정도 되는 거리에서 검을 붓 삼아 글을 썼어. 내기를 이용해서 말이야. 그리고 한 번의 끊어짐도 없이 일필휘지로 쓴 거야.”
남궁수연의 눈이 커지면서 화린이 있는 곳으로 가서는 검각이라 적힌 편액을 보았다.
“넌 여기서 저거 보며 검황께서 남기신 것을 찾고 그 오의를 깨닫기 위해서 생각하고 있어. 난 검황님을 만나고 나올 테니까.”
“그게 무슨.”
“너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니 이 자리에 서서 연구해.”
화린은 남궁수연을 홀로 검각의 앞에 세워 두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시게.”
검황이 직접 화린을 마중하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주화린이라고 합니다.”
“남궁소군이네. 그런데 자네는 내가 편액에 나의 오의를 남긴 것을 어찌 알았나?”
남궁소군의 직설적인 물음에 화린이 대답하였다.
“예전에 저의 모친께서 같은 방법으로 남기신 것을 찾으라고 하였기에 알 수 있었습니다.”
“자네의 모친께서?”
모친의 이름이 무엇인지 묻는 의도가 담겨 있었지만 화린은 모친의 이름을 알려 주지는 않았다.
“그렇습니다.”
“자네의 모친이 누구인가? 편액에 깨달음을 남길 정도면 무림에서도 큰 이름을 떨친 여협일 텐데.”
“모친께서는 저에게도 이름을 알려 주지 않았습니다.”
남궁소군은 눈을 살짝 좁혔다.
“그럼 부친께서는 무엇을 하시는 분이신가?”
“나라의 관리로 계신 분입니다. 제가 그분의 뜻을 저버리고 무림으로 발을 디뎠기에 더 이상의 인연은 없다고 말씀을 드렸기에 밝히기가 조금 그러합니다.”
화린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 황제 역시 나라를 관리하는 사람이니 말이다.
“음…….”
남궁소궁은 화린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드러난 기질로 보아 보통 신분은 아닌 것 같은데.’
사람은 저마다 기질을 가지고 있다. 이 기질은 태어날 때보다는 자라면서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간혹 태어날 때부터 이러한 기질을 가지고 태어나는 이들이 있었다.
화린의 경우가 타고난 기질을 가지고 있으며 현 황제가 가지고 있는 제왕지기였다.
화린이 순수 제왕지기를 타고났다면 남궁소군은 후천적으로 제왕지기를 만들어 낸 사람으로 그가 검황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한 무형의 힘이기도 하였다.
“연을 끊을 정도면 자네의 부친께서도 보통은 아니시겠구먼.”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가 조금 민망합니다.”
“허허, 알겠네. 우리 저기로 가서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어 봄세.”
화린과 남궁소군은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 나갔다.
남궁소군은 화린에게 미심쩍은 부분도 있었지만 그걸 차치하더라도 그가 마음에 들었는지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소리 없이 사라졌구먼.”
“워낙 강성한 세력들이라 저희도 많이 죽었습니다.”
“그래도 산 사람은 계속해서 살겠지.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토대로 내가 살 수 있는 방법들을 계속해서 모색할 터이니 말일세.”
“어르신의 말씀대로 그렇게 저와 수연이가 살아서 제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연이는 제대로 경험을 하지 못하였다고 하던데, 자네가 앞서 워낙 쟁쟁한 세력들을 다 박살 내서 말이야.”
남궁수연의 말대로 화린이 맹호사사혈전대에서 오 년간 군 복무를 할 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고, 임무도 많이 나갔던 시기였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앞선 선배님들도 있고, 또 지금도 맹호사사혈전대 대원들이 음지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겸손하군.”
화린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자네는 군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사혈맹과도 싸워 이길 수 있다고 확신을 하였기에 이 싸움을 시작한 것이겠지?”
“이기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입니다. 버티다 보면 사혈맹이나 저 둘 중 답답해지는 쪽이 있을 것이고 그러다 서두르는 쪽이 패착을 두게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음…… 그 패착이 사혈맹이면?”
“저와 협상을 벌인 후에 뒤로는 암습을 노리거나 하겠지요.”
“그걸 알고도 사혈맹과 협상을 벌일 텐가?”
“암습은 사혈맹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저를 한 번 죽이려고 할 때마다 저들도 그에 준하는 것을 잃어야 할 것입니다.”
흔들림 없이 말하는 화린의 모습을 보며 감탄하여 고개를 주억거리는 남궁소군은 화린이 탐이 났다.
“사혈맹과, 아니, 음사문과 혈사파를 멸문시킬 때부터 여기까지 생각을 한 것인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길 수 있다는 확신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저희 쪽이 피해를 얼마나 입느냐가 문제인데 주변에서도 도움을 주니 큰 피해는 없겠다 싶어 시작한 일입니다.”
“그래서 자네가 얻는 건?”
“무림에서의 사회적 지위입니다.”
남궁소군은 화린의 대답을 듣고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대소를 하였다.
“하하하하!”
어찌나 그 소리가 큰지 밖에서 편액을 보고 있는 남궁수연의 귀에까지 들렸다.
“선배가 할아버지에게 점수를 많이 얻은 모양인데.”
남궁소군의 웃음소리에 남궁수연의 입가에도 미소가 생겼다.
“뭐, 나만 믿으면 된다고 하니까.”
화린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남궁수연은 그 말을 자신의 뜻대로 해석하고 믿어 버렸다.
“좋은 게 좋은 거지. 그런데 저기에 뭘 숨겨 놓았다고 찾으라는 거지?”
남궁수연은 다시 편액으로 시선을 돌렸다.
* * *
“아버지께서 구룡장주를 만나 보았으니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수연이가 구룡장주의 곁에 머물러도 되겠는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선을 그어야 할지 말입니다.”
“그냥 둬.”
“네에?”
“그냥 구룡장주 곁에 두는 것이 수연이를 위해서도 나을 것 같구나.”
“그럼 본가에는 해가 없겠습니까? 구룡장주가 아버지의 마음에 드신다면 차리라 구룡장과 손을 잡아도 되지 않겠습니까?”
“아니, 그건 구룡장이나 우리 세가의 입장에서 좋을 것 없으니 그냥 내놓은 자식이라 생각을 하고 지켜보면 되겠구나.”
남궁백야는 남궁소군이 무슨 의도로 이러한 말을 하는지 파악을 하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가 마음에 드시나 봅니다.”
“괜찮은 사내 같더구나. 수연이가 고생을 좀 하겠지만 나쁜 건 아닌 것 같으니 지켜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수연이가 새로운 무공을 만들었다고?”
“제왕십삼검이라고 하는 검법인데 제왕검결과 조화십삼공이라는 무공을 합일시켜 만들었다고 합니다.”
기존의 무공을 합일시켜 새로운 무공을 만들어 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님에도 그리 만들었다는 건 남궁수연 역시 대단한 무재임이 틀림없단 뜻이었다.
“제왕십삼검이라…….”
“제왕심삼검이라고 하여 초식이 열세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초식에 조화십삼공의 묘를 다 섞어 사용할 수 있는 검술이었습니다.”
“보았느냐?”
“네. 내공의 사용을 자제하였지만 검술의 초식에서도 그 묘가 잘 드러나 제왕검결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아니, 다양한 초식 면에서는 제왕검결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궁소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제왕의 곁에서 그를 따라가려고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무공이 느나 보구나.”
“네에?”
“아니다. 그런 것이 있다. 그럼 수연이가 제왕십삼검을 본가에 남긴다고 하더냐?”
“아직은 미완성이라 남길 수가 없고, 완성되면 본가에 남긴다고 하였습니다.”
“그럼 세월이 조금 걸리겠구나. 조화십삼공은?”
“그건 구룡장주에게 배운 것이라 그의 허락 없이는 남길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겠지. 수연이 조화십삼공과 제왕검결을 합일하였다면 다른 무공들 역시 조화십삼공과 합일을 이룰 수가 있을 터이니 훗날 수연이 제왕십삼검을 완성하여 본가에 남길 때, 조화십삼공도 함께 전하라고 일러두어라.”
“수연이 그렇게 하겠습니까?”
“십 년은 더 거릴 일이다. 하나의 무공을 창안하고 검증하는 데는 십 년도 짧은 기간이라 할 수가 있지. 그동안 다양한 경험을 할 것이니 수연이도 본가에 무공을 맡기려 할 것이다.”
훗날에 대해서 장담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지만 구룡장보다 남궁세가의 위세가 더 대단하다면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리할 것이라 생각하였다.
“알겠습니다. 그리 일러두겠습니다.”
“그리고 섬서성에 나가 있는 청야에게 연락하여 진이와 연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라 전하여라. 곧 무림에 큰일이 생길 것 같으니 말이다.”
“큰일이라고 함은?”
“사혈맹이 이대로 시간만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사혈맹은 하루라도 빨리 구룡장주를 죽이기 위해서 움직일 터이고, 구룡장주는 사혈맹의 항복을 받아 내기 위해서 더 많은 사파 문파를 공격할 것이다. 자칫 구룡장주의 검날이 십이사가로 향하게 되면 사혈맹도 이처럼 순하게 상황만을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야.”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정천맹의 움직임도 예의 주시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정천맹 말입니까?”
“옛 현무단의 혁지석과 단원들도 연관되어 있는 일이니 사혈맹이 거래를 통해서 그들을 움직이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살피겠습니다.”
“삼십 년 동안 조용하다 싶었는데, 구룡장이라는 새로운 물결로 인해서 무림이 요동을 치는구나. 언제나 그러하듯 시대를 잘 읽고 움직이는 지혜가 필요한 법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우리의 상황이 난처할 수도 있으니 전투단을 점검하고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해 두어라.”
“시행하겠습니다. 외부로 나가 있는 이들을 모두 세가로 불러들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