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34)
구룡전기-134화(134/217)
구룡전기 (134)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그렇습니다. 산동성으로 간 대령멸마대의 연락이 오지 않고 있습니다. 소문처럼 산동성에서 무인들끼리 큰 싸움이 있었다고 하던데 혹시 대령멸마대와 구룡장의 싸움이 있었지 않나 추정하고 있습니다.”
배동성은 홍령멸사대의 대장 만장성의 보고에 눈을 찌푸렸다.
“대령멸마대가 당했다면 구룡전장의 무력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대단하다는 말 아닙니까?”
진량사가에서 함께 온 장로 이적생이 말하자, 마찬가지로 지원을 나온 공명사가의 장로인 송덕후가 이에 걱정하듯 말하였다.
“남궁청야가 괴팍한 성격이긴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의 말처럼 남궁세가의 개입이 없었다면 구룡장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을 해야 합니다.”
“대령멸마대가 당했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전투만 일어났다는…….”
“여태껏 소식이 없다면 당했다고 봐야겠지.”
배동성은 대령멸마대가 당했다고 확신을 하는지 뭔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고작 열두 명이라고 들었는데 그들을 상대로 백 명이 죽다니, 정천맹의 현무단 소속이었다 그러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중경에서 본 맹에 대패하여 후퇴하였던 그들입니다.”
“그런 그들이 단시간에 괄목상대의 성장을 하였다고 해도 대령멸마대 전부를 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남궁가의 여식이 도와준 것 아니겠습니까? 백마사의 삼남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 백대고수에 준하는 무력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구룡장주도 합류하였을 수 있습니다. 백마사의 삼남이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백대고수에 준하는 두 사람이 합류하여 싸웠으니 대령멸마대가 고전하였을 것입니다.”
배동성은 두 장로의 의견에 공감하며 홀로 생각에 잠겼다.
“우리만으로 힘들 수 있습니다. 만약 남궁가의 여식이 우리와 싸우다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면 검존과 검룡이 합류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이 아예 도울 수 없도록 맹에 지원을 요청해야 합니다.”
홍령멸사대의 대장 만장성은 장로들이 자신과 자신의 부대를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았지만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검존을 견제하려면 누구를 불러야 하지?”
십룡팔봉 중 한 명인 검룡 남궁진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더라도 검존은 그 무게감이 다르기에 소홀이 할 수 없는 존재였다.
“위소봉이라면 검존도 한 수 양보해 줄 것입니다.”
“사혈적화 위소봉? 좀 위험하지 않겠나.”
“검존은 백대고수들 중에서도 상위에 포함되어 있는 고수입니다. 그와 맞서 싸우려면 본 맹에서도 그만한 고수가 와야 하는데 그들을 부르는 것이 쉽지 않을 겁니다.”
“하긴.”
무림백대고수에 포함된 이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이들은 무림에 존재하지 않는다.
마교는 서열이라는 것이 있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사혈맹이나 정천맹은 맹주가 아닌 이상은 그게 쉽지 않다.
설명 맹주의 명령이라고 해도 스스로가 원치 않으면 거부할 수 있으니 실상 무림백대고수에 포함이 되는 자들을 부리는 건 그들이 조건에 부합이 될 때 가능한 일이었다.
“위소봉은 검존과의 관계도 있으니 도움을 청하면 올 것입니다. 그리고 검존 또한 위소봉이라면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가문의 여식과 관련된 일인데 위소봉과의 지난 관계 때문에 검존이 가만히 있을까?”
“그렇다고 하여도 협상을 통해서 원만히 일을 해결하려고 하지, 무력을 동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위소봉이라…….”
배동성이 사혈적화 위소봉을 불러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할 때, 만장성이 말하였다.
“그들이 여기로 오지 않고 계속해서 다른 성을 돌며 본 맹과 연관이 있는 문파를 공격하면 어찌합니까?”
“그 문제는 사마총관이 정천맹과 이야기할 것이네. 우리 사파에는 공적으로 선포를 할 것이고, 정천맹도 구룡장주를 공적으로 선포하고 그를 추포하는 데 협조해 달라고 할 것이니 마냥 사람을 죽이고 다닐 수는 없을 것이네.”
“하면 무림첩을 돌리신단 말씀입니까?”
“남궁세가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세가의 여식이 무림의 공적이 된다는 것은 남궁세가 역시 공적의 가문으로 낙인이 찍히는 일인데.”
“그건 정천맹에서 알아서 하겠지. 일단 맹에 위소봉을 보내 달라고 연락을 넣게.”
* * *
“생각지도 못한 가문에 의해서 본 맹이 이리 어려움을 겪는다니 그간 등이 따듯하고 배가 많이 불렀던 모양이야.”
사혈맹의 맹주전에는 맹주인 사황 백무기와 총관 사마맹 그리고 한 여인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사혈적화 위소봉이었다.
그녀의 나이는 사십 대 중반을 넘었지만 겉보기에는 삼십 대 후반으로 보일 만큼 젊어 보였다.
병적으로 붉은 옷만 입고 다녀 적화라 불리기도 하였는데,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는 죽음의 혈화가 핀다고 하여 무림인들은 그녀를 사혈적화라 부르며 두려워하였다.
“죄송합니다. 본 맹에 가입이 되어 있는 문파에 연락하여 쇄신하도록 하겠습니다.”
“구룡장주에 대해서 위소봉에게 알려 주게.”
사마맹은 위소봉에게 구룡장주 화린에 대해서 알려 주었다.
배동성이 준 정보와 그동안 정보부에서 얻은 정보 그리고 하오문에서 얻은 정보를 종합하여 위소봉에게 구룡장주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 알려 주었다.
“거품이 조금 끼어 있긴 하겠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대단한 자로군요. 나이가 이십육 세면 이제 후기지수에서 벗어날 나이인가요?”
무림에서는 후기지수를 열여덟 살에서 스물다섯 살까지 보고 있다.
화린이 군을 제대하였을 때가 스물다섯 살이었고, 지금 일 년이 지났으니 올해 스물여섯 살이 되었다.
후기지수에서 벗어난 스물여섯 살이라고 하나 무림에서는 후기지수로 취급하는 나이기도 하였다.
“무림에서 활동한 사람이 아니니 후기지수라 보아도 무방합니다. 다만 무림과 다른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오 년이라는 시간을 보냈기에 어쩌면 무림인보다 더 위험한 자일 수도 있습니다.”
위소봉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 역시 무림인과 군인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알고 있기에 화린을 쉽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 제가 섬서성으로 가서 그를 죽이란 말씀인가요?”
“구룡장주의 편에 남궁세가의 여식이 있습니다.”
“남궁수연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지금 섬서성에 검존이 와 있습니다.”
검존이란 말을 듣자, 위소봉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였다.
“배동성 장로님의 말씀은 혹여 싸움이 일어나 남궁수연이 위험에 처한다면 검존이 싸움에 난입할 수도 있어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위소봉은 이해하였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검존이 나선다면 제가 가도 소용이 없습니다. 배동성 장로도 제가 검존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을 텐데요.”
“배동성 장로님도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검존을 상대할 정도의 고수가 우리의 말을 들을 리도 없겠지만 보내도 문제가 됩니다.”
“무엇이 말입니까?”
“배동성 장로님이 지금 인솔자로 가 있는 상황인데 무림백대고수가 배동성 장로님의 말에 따라 움직이려고 하겠습니까?”
자존심이 강한 그들이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을 하였다.
“하면 저는 배동성 장로의 명을 받아 움직일 것이라 생각하여 부른 것입니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배동성 장로님께서는 위소봉 님과 검존의 관계를 생각하여 따로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알아서 검존을 제약해 줄 것이라 생각한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살짝 기분이 나빠지려고 하는군요.”
“너도 내심은 좋지 않으냐.”
백무기의 말에 위소봉은 눈을 흘겼다.
“알겠어요. 제가 가지요. 어느 정도는 수용을 하겠지만 수하를 부릴 생각으로 저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참을 수가 없어요.”
“너는 가서 검존의 곁에 딱 붙어 있으면 된다. 너 말고도 다른 자들을 더 보낼 것이다.”
“다른 자들요?”
“배동성이 전해 온 것처럼 무림백대고수에 육박할 정도의 무공을 지니고 있다면 지금 나가 있는 이들이 위험할 수도 있다. 무림백대고수 서너 명을 보내 독자적으로 움직여 구룡장주의 행방을 찾고 그를 죽이라고 할 것이니, 너는 다른 것에 신경 쓰지 말고 검존의 곁에 붙어 있기만 해라.”
검존의 곁에 붙어 있으면 된다는 말에 활짝 웃는 위소봉의 미소가 너무나 보기 좋았다.
“알았어요. 그 정도는 저도 할 수 있어요.”
* * *
“크아아악!”
늦은 밤, 한 장원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하남성에 위치하고 있는 영사파의 장원에 혈사가 일어났다. 영사파는 사혈맹 소속 사파 문파로 하남성에서는 상위에 속한 일류 문파였다.
그동안 하남성에서는 혈사파를 비롯하여 적지문과 온수파가 있어 영사파가 큰 힘을 쓰지 못하였지만, 그들이 구룡장에 의해 멸문을 당한 후 사파 문파들은 영서파를 중심으로 힘을 모으려 했다. 그러던 중에 공격을 당한 것이다.
침입자들의 손 속은 잔인하였다. 이들은 영사파의 무인들은 물론 무공을 모르는 식솔들과 어린아이들까지 모두 죽인 후에 장원의 건물을 불태웠다.
복면을 쓴 자들이 영사파의 담을 넘은 후 반 시진도 지나기 전에 멸문시킨 뒤 불을 지르고 떠나 버린 것이다.
다음 날 하남성은 난리가 났다.
멀쩡했던 영사파가 하루아침에 멸문을 당하였으니 이보다 약한 사파 문파들은 불안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였다.
하남성에서 사파 문파가 몰락하자, 눈치를 보고 있던 상인들도 사파가 아닌 정파에 줄을 대며 자신들이 살길을 모색하였다.
하남성에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 후에 얼마 가지 않아 산서, 산동성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며 무림이 흉흉해졌다. 사파에 속한 문파들이 구룡장의 무차별적인 이러한 공격을 규탄하며 사파의 공적으로 지정하고 추포조를 구성하여 구룡장주를 잡아 죽이라는 서신을 하루가 멀다 하고 보냈다.
사혈맹은 시간이 흐를수록 사파의 상황이 불리해지는 걸 알고 구룡장주를 사파의 공적으로 선포하였다.
그 뒤 정천맹과 회동을 가질 것을 대대적으로 무림에 알려 구룡장주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도록 압박했으나 그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 * *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한 일도 아닌데 우리가 한 것처럼 꾸며서 나를 사파의 공적으로 만들었다 그 말이죠?”
화린은 동춘과 함께 안휘성의 남궁세가를 떠나 섬서성으로 왔고, 남궁수연은 구룡전단과 함께 강서성으로 갔다.
화린은 구룡루에서 미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는데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장주님께서 그동안 처리한 일의 방식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 저희도 나름대로 조사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나온 단서가 있나요?”
“시체들이 불에 타서 뭐라고 확언을 할 수 없지만 시체의 몸에서 마공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마공? 그럼 마교가 개입되었다는 말인가요?”
“그건 확언할 수가 없습니다. 마공을 사용하였다고 하여 마교가 개입되었다고 단정하는 건 아주 위험한 판단이라 지금은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있습니다.”
화린은 지난날 구룡루를 찾아온 음서마군을 떠올렸다.
“정파인나 사파인들 중에서 마공을 익힌 자들이 있나요?”
“물론입니다. 그뿐 아니라 정천맹, 사혈맹의 옥에 수감되어 있는 자들 중에서 마공을 익힌 자들도 제법 있습니다.”
“그럼 정파나 사파에서 꾸민 일일 수도 있겠군요.”
“그 또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가능성은 열어 두고 있습니다.”
화린의 생각이 복잡해졌다.
“마교든 아니든 이번 기회에 날 제거하고 구룡루를 손에 넣겠다는 심보인가 본데…….”
“상인들이나 관군, 혹은 군인들 중에서 마공을 익힌 자들도 있겠죠?”
“그렇습니다.”
잠시 생각하던 화린은 강서성으로 간 남궁수연과 구룡전단이 위험할 수도 있으니 그들에게 알려 주고 섬서성으로 복귀시켜야겠다고 판단했다.
“이 호법!”
화린이 이도문을 부르자, 귀신처럼 그의 곁에 나타났다. 이도문이 화린을 향해 읍을 하였는데 미옥은 그런 이도문이 보이지 않는 듯 놀라는 기색도 없었다.
“지금 강서성의 포양호로 가서 수연이에게 구룡전단과 함께 돌아와 화산파에서 대기하라고 전해.”
이도문이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소리 없이 사라졌다.
“마교가 중원에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 나왔다고 하던데 그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나요?”
“그렇습니다.”
“알려 주세요.”
화린은 중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교도들의 정보를 미옥에게서 들은 후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면서 자신의 손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마공이란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