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36)
구룡전기-136화(136/217)
구룡전기 (136)
명성
구룡장으로 인해 섬서성의 사파가 모두 당해 버렸기에 호천문을 멸문시킨 자를 찾아 벌하기 위해 종남파와 화산파의 고수들이 산문 아래로 파견을 나갔다.
이들이 파견 나오자, 자연스럽게 섬서성의 정파 문파들이 이들을 중심으로 모였다.
평소에는 발언권이 강했던 문파의 수장들도 종남파와 화산파의 고수들 앞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이들이 묻는 말을 제외하고는 어떤 말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종남파와 화산파가 섬서성의 무림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나 영향력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였다.
“본 방에서 수소문을 하고 있지만 흉수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오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개방의 섬서성 지부장인 걸충선은 지금으로선 흉수를 특정하는 일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자가 다시 움직이지 않는 이상은 호천문을 멸망시킨 흉수는 찾기 힘들 것이란 생각입니다.”
걸충선의 이야기를 들은 좌중은 예상했다는 표정을 하였다.
“하지만 그자는 또다시 무림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예상되니 그때를 대비하여 본 방이 각 성에 천라지망을 형성하여 대기 중입니다.”
천라지망은 하늘의 그물과 땅의 그물이란 뜻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건이 일어난 지역을 에워싸고 수색을 통해서 범인을 특정하여 색출, 추포하는 일종의 진법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간혹 천라지망을 빠져나가는 고수들도 더러 있긴 하지만 극히 드문 경우였다.
“그럼 또 하나의 문파가 멸문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솔직히 하나가 될지, 둘이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운이 나쁘면 여기 모인 문파들이 모두 당할 수도 있습니다.”
걸충선의 말에 문파의 수장들은 기분이 나쁜 표정을 지었지만 호천문이 멸문을 당하였으니 자신의 문파 역시 흉수의 살수를 견딜 수 없다는 걸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하필이면 구룡장과 사혈맹이 대립하는 가운데 이러한 일이 일어나다니.”
종남파의 송철 장로가 아쉬운 듯 말을 하였다.
“아무리 구룡장주라고 해도 초단운의 화마혈수권에는 무리가 있지 않겠습니까?”
화산파의 화영 장로가 묻자, 송철 장로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소수신공이 빙백소수신공의 일초식에 불과하다고 하였으니 상승초식이라면 화마혈수권에 충분히 맞서 싸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화마혈수권이 극양의 무공이라면 빙백소수신공은 극음의 무공이니 상극의 무공을 만나 우위를 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송철 장로의 전음을 들은 화영 장로도 빙백소수신공이라면 능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 고개를 주억거렸다.
“여러모로 도움이 안 되는군요.”
“누구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화영 장로의 말을 듣고 곁에 있던 옥해가 물었다.
“사혈맹의 사람들이지.”
“그들이 왜?”
“그들이 구룡장과 싸움을 하는 바람에 구룡장주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어 이리 말하는 것이 아니냐.”
“화린의 도움을 말입니까?”
옥해는 화린과 친구를 맺은 사이라 편하게 불렀다.
“그렇다. 구룡장주가 이번 일에 나서 준다면 보다 빠르게 놈을 특정하여 추포할 수 있을 텐데, 사혈맹으로 인해 섬서성을 떠나 있으니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이리 말하는 것이란다.”
“구룡장주의 무공이 그리 강합니까?”
호송문의 문주가 물었다.
“지금 사혈맹과 싸우고 있는 소식을 들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룡장주에 의해서 섬서성은 물론 산서, 하남, 산동성까지 사파의 영향력이 줄어들었으니 말입니다.”
특히 섬서성은 사파가 전멸하였으니 구룡장주가 사혈맹과 싸우면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이나 다름이 없었다.
만약 구룡장주가 사혈맹과 싸워 살아남는다면 무림에는 또 한 명의 신성이 나타나는 것이고 그의 명성은 섬서성을 넘어 중원 전역에 퍼질 것이다. 그리된다면 단숨에 성급을 넘어 대륙급의 고수로 인정받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건 진짜 고수들이 투입되지 않아서가 아닙니까?”
이는 무림백대고수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싸움이 지속되면 사혈맹에서는 그러한 고수들을 내보낼 것이지만 그들 역시 구룡장주를 쉽게 이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화영 장로의 대답에 송철은 수긍하였고 다른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들을 지었다.
화린과 친구인 옥해도 화영 장로의 말이 긴가민가하였다.
“장로님, 구룡장주의 나이가 저와 비슷하다고 하던데 그리 대단한 자입니까?”
종남파의 후기지수 중 한 명인 이칠연이 송철에게 물었다.
“네가 반딧불이라면 그는 태양이라고 생각해라. 그와 만날 기회가 있으면 어설픈 호승심을 드러내기보다는 진심으로 친해지기를 바란다.”
송철의 평가에 이칠연은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가 사람을 평가하는 데 후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기회가 되면 꼭 만나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구룡장주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듯한데.’
걸충선은 송철 장로와 화영 장로의 반응을 보고 구룡장주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본 방에 알려 구룡장주에 대한 조사를 다시 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구룡장주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눈 이들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많은 이야기가 오가며 서로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의견을 나누는 와중에 화산파와 종남파를 제외한 다른 문파들은 홀로 흉수를 막을 힘이 없으니 두세 문파가 함께 있으면서 대비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럴 것이 아니라 문파를 비우고 함께 모여 있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문파를 나누어 일부는 종남에서, 다른 일부는 화산에서 대기하면 더 안전하지 않겠습니까?”
중소 문파의 경우, 자기들끼리 모여 있어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 보다 안전한 방법으로 화산과 종남에서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기다릴 생각으로 의견을 내었다.
송철 장로와 화영 장로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였다.
“음…….”
“그게 낫지 않겠습니까?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끼리 모인다고 하여 흉수를 막거나 잡을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건 지금 당장 우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장문인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니 본 산에 연락을 취해 보겠습니다.”
화영 장로의 말에 다른 문파의 장문인들은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저런 말들이 오가겠지만 결국 화산과 종남이 자신들을 보호해 줄 것이라 생각을 하여서였다.
“참, 구룡루에 검존 남궁청야가 와 있습니다.”
걸충선이 말하자, 송철 장로가 반색하며 물었다.
“그 친구가 여긴 웬일로?”
“구룡장의 일로 왔습니다. 구룡장주와 남궁세가의 남궁수연도 함께 있습니다.”
“남궁수연?”
“그렇습니다. 사파를 멸문시키는 데 남궁수연이 관여하였으니 사혈맹에서 남궁세가가 구룡장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여 남궁진과 남궁연아를 인질로 붙잡았고, 남궁세가에서 검존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섬서성으로 온 것입니다.”
“그럼 이렇게 하지요. 일단 본 산에 연락하여 문파가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에 대한 장문인의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저와 화영 장로가 검존을 만나 흉수에 대해 의견을 나누어 보겠습니다. 그가 도움을 준다면 함께 대응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리해 주신다면 저희는 따라 움직일 것입니다.”
섬서성의 정파는 공동운명체처럼 함께 움직이기로 하고 검존 남궁청야를 만나 보기로 하였다.
“그럼 그리합시다.”
* * *
“그런 일이 있었어?”
남궁진과 사도준 그리고 옥해는 화린으로 인해 친구가 된 사이였고, 여기에 종남파의 이칠연이 끼었다.
이칠연은 나이가 두 살이 어려 그들을 친구가 아닌 형님으로 대하기로 하였다.
송철과 화영이 남궁청야를 만나는 동안 이들도 만나 그간의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구룡루 때문에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이나 다름이 없지.”
사도준은 수긍하듯 고개를 주억거렸고, 아직은 무림의 일에 어두운 옥해나 이칠연은 왜 그런지 궁금하여 물었다.
“구룡루가 왜?”
“왜는, 돈이 되니까 그렇지. 막대한 자금을 생산할 수 있는 구룡루는 세력을 가진 이들에게 있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이 없으니까.”
“여기가 돈을 많이 법니까?”
“많이 벌다 못해 갈고리로 쓸어 담고 있다고 봐야지.”
이칠연은 구룡루가 돈을 많이 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지 감이 오지 않는 눈치였다.
사도준은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하였다.
“종남파가 이곳 구룡루의 주인이라면 아마 기부금이나 속가제자를 받지 않아도 될 거야. 종남파의 무인들은 오직 무공 수련에만 몰두할 수 있겠지. 그렇게 되면 종남파는 구파일방 중에서 으뜸은 물론이고, 무림에서 손을 꼽을 만큼 큰 세력을 만들 수 있을 거야.”
“그게 사실입니까?”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 돈을 주체할 수 없어 어디에 돈을 써야 할지 고민해야 할 거야.”
이칠연은 사도준이 자신을 놀리려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였다.
“형님, 제가 문파에서만 생활하였지만 알 건 다 압니다. 세상에 그리 돈을 많이 버는 장사가 어디 있습니까?”
“여기 있잖아. 구룡루!”
남궁진과 사도준이 동시에 말하자 정말이냐는 시선으로 두 사람을 보았고, 둘은 동시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허억, 그럼 왜 다른 문파나 상인들은 구룡루처럼 장사를 못 하는 것입니까?”
“그건 불법이기 때문이지. 하다가 걸리면 멸문지화를 당하니까.”
“그런데 왜 구룡장은…….”
“여긴 합법이니까. 중원에서 유일하게 합법으로 도박장 영업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야.”
“세상에 그런 일이…….”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어. 그러니 사파에서 눈독을 들이고 화린의 손에서 빼앗으려고 한 것이고.”
“그래서 화린이 그들과 싸운 건가?”
“그래. 화린의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한 면이 있지.”
남궁진이 말을 하자, 사도준은 반대 의견을 말하였다.
“억울하긴, 이게 다 화린 그 친구의 계획이라니까.”
“계획?”
“자신이 사파나 정파를 패고 다니면 손가락질당하니까 누군가가 자신의 것을 빼앗도록 유도한 것이지.”
“설마?”
“그 설마 때문에 정마대전도 일어나고, 정사대전도 일어나고 그랬어. 불과 삼십 년 전에는 마교와 사혈맹, 정천맹이 손을 잡는 일이 일어났지.”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였다.
“설마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야. 그러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살피는 것이 중요해.”
“그러니까 화린 그 친구가 이걸 예상하고 구룡루를 만들었다고?”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거지. 가끔 엉뚱한 면이 있는 친구라서 말이야.”
남궁진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화린 그 친구에게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긴 하지.”
“아, 이번 일에 네 동생이 연관되어 있다고 하던데, 그건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 화린, 그 친구와 함께 사파 문파를 때려잡고 있지. 아주 난리도 아닌 모양인데 그 때문에 본가가 난처한 입장이야.”
“보기에는 그리 난처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옥해가 물었다.
“숙부님이 오셨으니까요. 숙부님이 오신 이상 사혈맹의 사람들도 우리를 겁박할 수 없어요.”
남궁연아가 대답을 하였다.
“그건 아니고, 딱히 우리가 불안해할 것이 없으니까 그런 거야. 그리고 사혈맹의 입장에서는 수연이가 이 일에 관련이 있다고 해도 남궁세가를 상대로 싸우려고 하지는 않을 테니까.”
남궁세가와 싸우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에 사도준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왜 그런 겁니까? 남궁세가가 천하제일세가라서요?”
이칠연의 물음에 남궁진이 피식 웃었다.
“천하제일세가라서 아니라 본 가의 힘이 사혈맹의 힘 오분지 일, 혹은 그 이상과 맞먹기 때문이야.”
이칠연은 남궁진의 말을 듣고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표정으로 옥해를 보았다.
“그건 남궁세가와 싸우려면 상대도 어느 정도 피해를 입는다는 뜻이지.”
옥해가 이칠연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산을 지배하고 있는 호랑이가 있어. 다른 호랑이의 침입에 맞서 싸워 이겼어. 그런데 싸우다 상처를 입은 거야.”
“음…….”
“상처를 입었다는 소문이 다른 호랑이들에게 알려지면 다른 호랑이들은 어떻게 할까?”
“산의 지배권을 빼앗기 위해서 상처 입은 호랑이를 공격할 것입니다.”
“그래. 사혈맹이 남궁세가를 공격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그런 이유야. 남궁세가로 인해서 상처를 입게 되면 마교나 정천맹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이칠연은 그제야 이해가 되었는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형님들,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
고개를 숙여 가르침에 고마움을 전하는 그의 모습에 다른 이들의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너는 내가 키워 주마. 앞으로 이 형님을 큰형님으로 모시거라.”
사도준이 말하자, 이칠연은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준 형님의 사문은 어찌 됩니까?”
“어? 사문, 그건…….”
살수 문파인 천사곡이라 말하기 꺼려 하자 남궁진이 대신 대답을 해 주었다.
“윗사람이 아닌 이상 사문에 대해서 묻는 건 실례이네.”
“아…… 죄송합니다, 형님.”
“아니, 괜찮아.”
사도준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을 하였다.
“사문에 이것저것 제약이 많아서 드러낼 수가 없네. 저 위에 있는 분이 엄격해서 말이야.”
“하늘? 위에? 설마 형님은 천…….”
“그만하게.”
남궁진이 이칠연의 말을 막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좋은 형님들을 만나 기분이 좋아 흥을 주체하지 못하였습니다.”
“아니야. 흥이 나면 흥을 표현하는 것이 맞지. 그럼 우리 내려가서 한잔할까?”
“준 오라버니는 그저 한잔.”
“하하하, 좋은 동생을 얻었으니 한잔 안 할 수가 있어야지. 안 그래?”
남궁진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하하. 그렇지. 이렇게 좋은 날에는 한 잔해야지. 오늘만큼은 연아 네가 한 번 눈감아 줬으면 하는구나.”
“피잇!”
“자, 자, 내려가자고.”
“그런데 괜찮을까? 사숙님들께서는 권마 초단운의 화마혈수권 때문에 심각할 텐데?”
옥해가 말하자 남궁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마 그분들께서도 한잔하고 있을 거야.”
“왜 그렇게 생각해?”
“왜는, 여긴 술집이니까. 그리고 술을 마시면서도 얼마든지 심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그러니 걱정 말고 내려가서 한잔해.”
옥해와 이칠연은 정말 그리해도 괜찮을까 생각했지만 끝내 두 사람에 의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봐. 내 말이 맞지?”
구룡루 이 층에서 남궁청야와 송철, 화영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원래 심각할수록 한잔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법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