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37)
구룡전기-137화(137/217)
구룡전기 (137)
체에에에엥!
남궁수연은 구룡전단과 함께 강서성에서 섬서성으로 오는 길에 사파의 고수를 만나 싸우는 중이었다.
그는 두 자루의 손도끼를 사용하는 무인이었는데 남궁수연은 이 사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듯하였다.
“내가 저놈 잡으면 백대고수의 반열에 오른다는 소리잖아.”
사내는 사파에 속한 무림백대고수 중 한 명인 쌍룡혈부 이시언이었다.
쌍룡혈부 이시언은 두 개의 손도끼를 자신의 독문 무기로 삼아 무림을 독보하며 명성을 얻은 후에 사혈맹에 영입이 된 고수로 그의 독문 무공인 쌍룡타파는 무림의 일절로 알려져 있을 만큼 대단하였다.
남궁수연은 그런 이시언을 만났음에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이긴다면 단숨에 무림백대고수의 반열에 올라 자신의 무공을 알리는 한편, 명성도 얻을 수 있으니 그의 출현을 반겼다.
이시언은 남궁수연과 구룡전단 무인들을 죽이는 일을 가볍고 간단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았다.
자신의 공격을 아무렇지 않게 막아 내는 것은 물론 반격까지 매섭게 하는 남궁수연의 무공에 놀라 설렁설렁하려던 마음을 고쳐 잡고 자신의 전력을 쏟아 냈다.
이시언의 쌍부가 허공을 갈기갈기 찢어 버릴 기세로 남궁수연의 몸을 향해 휘둘렀다.
남궁수연은 붉은 빛을 강렬하게 내뿜는 손도끼에 맞서 피하기보다는 맞부딪치기로 판단하였는지 검을 움직였다.
붉은빛의 손도끼와 푸른빛의 검이 부딪치기도 전, 두 기운의 충돌로 인해 공간이 찢어지는 듯한 강력한 파장이 일어나며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졌다.
“뒤로 물러나라!”
구룡전단의 단장 혁지석은 단원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단원들은 서둘러 자리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을 하였다.
“남궁수연 님의 무공이 강하다는 건 짐작했지만 쌍룡혈부 이시언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구룡전단의 대원 만호가 말하자, 혁지석은 두 사람의 대결에 시선을 떼지 않고 말하였다.
“잘 봐 둬. 저런 고수들의 싸움은 정말 보기 힘들 테니까.”
고수들의 대결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대원들이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길 바라며 둘의 대결에 집중하라고 일렀다.
남궁수연과 싸우는 이시언은 싸우면 싸울수록 내심 놀라고, 당황스러웠다.
‘무공은 물론 힘으로도 나에게 밀리지 않는다. 남궁세가에 또 한 명의 괴물이 등장하는 건가?’
이시언이 말하는 괴물은 검황 남궁소군이었다.
남궁세가에는 검존도 있고, 검룡이라 불리는 후기지수도 있지만 그에게 있어 검황 남궁소군의 무공은 가히 충격이라고 할 만큼 대단하였다.
그런데 남궁수연과 생사결을 하는 지금 그 당시 남궁소군이 보여 주었던 무공을 직접 경험하는 것 같았다.
‘그뿐 아니라 실전 경험도 많이 한 듯 어설픈 도발이나 빈틈에도 걸려들지 않는다.’
천하제일세가라 불리는 남궁세가의 사람이니 무공은 대단하다고 쳐도 실전 경험에서만큼은 자신이 우위라 생각하였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제왕십삼검 팔검 제왕봉기!”
남궁수연은 몸을 깊숙이 숙인 후에 빠르게 검을 휘두르며 손목을 이용하여 변화를 주었다.
보기에 발검과 비슷한 초식이었지만 손목의 변화를 이용해 검의 궤적을 바꿔 상대의 눈을 속이는 한편 조화십삼공의 쾌와 중의 묘리를 이용하여 검에 속도와 힘을 함께 실었다.
체에에엥!
“허엇!”
이시언은 자신의 도끼로 남궁수연의 검을 막으면서 놀라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났다.
발검과 비슷한 초식에 단순히 빠름만 가미가 된 쾌검의 초식이라 생각하였는데 막상 부딪쳐 보니 상당한 힘이 실려 있어서였다.
이시언이 중심을 잃고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나자 남궁수연은 이를 놓치지 않고 그를 향해 더욱 적극적으로 파고 들어가 공격을 하였다.
“제왕십삼검 육검 제왕난비!”
푸른빛을 머금은 검이 아래에서 위로 비상하며 휘둘러졌고, 그 궤적에 따라 푸른빛이 초승달과 같은 검강을 만들어 내며 이시언을 향해 뻗어 나갔다.
이시언은 검강을 보고 또 한 번 놀라며 황급하게 신형을 허공으로 띄워 피한 후에 공중제비를 돌아 바닥으로 내려섰다.
“타아앗!”
이대로 선기를 빼앗기면 힘들어질 것 같아 이시언은 왼손에 든 도끼를 남궁수연을 향해 던졌다.
붉은빛을 발하는 손도끼가 강맹하게 회전하며 남궁수연을 향해 날아왔다.
남궁수연은 이시언을 향해 달려가며 무릎을 굽히고, 허리를 뒤로 젖혀 등이 바닥에 붙을 정로도 몸을 낮추었다.
그 상태로 미끄러지며 이시언을 향해 접근하는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그의 공격을 피해 내었다.
이시언의 손도끼가 몸 위로 지나가자, 남궁수연은 자세를 바로 한 후에 손목에 변화를 주며 검을 휘둘렀다.
남궁수연의 손목이 움직일 때마다 허공에 푸른 선이 그어졌는데 그 선들이 너무도 촘촘하여 그물과 같아 보였다.
“제왕십삼검 구검 제왕망망!”
이시언은 자신을 향해 접근해 오는 내기의 그물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오른손에 들고 있는 도끼에서 붉은빛이 더욱 강렬해지며 남궁수연이 만들어 낸 내기의 그물을 향해 강하고 빠르게 휘둘렀다.
휘리릭. 휘리리릭. 휘리리릭!
이시언은 손도끼로 허공을 난도질하듯 휘둘렀고, 그럴 때마다 붉은 기운이 허공으로 방출되며 다가오는 내기의 그물을 찢어 버렸다.
“조심!”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혁지석이 무의식적으로 남궁수연을 향해 외쳤다.
이시언의 왼손을 떠난 손도끼가 허공에서 커다란 궤적을 그리며 되돌아와 남궁수연의 등을 노렸기 때문이었다.
남궁수연 역시 이를 알고 있었는지 발로 지면을 박차며 도약하더니 거꾸로 공중제비를 돌았다. 그러면서 손에 든 검을 휘둘렀다.
“제왕십삼검 일검 제왕타정!”
남궁수연의 검에서 강력한 기운이 쏘아지더니 이시언에게 되돌아가는 손도끼를 강타하였다.
그로 인해서 손도끼의 속도가 몇 곱은 더 빨라져 이시언에게 날았다.
이시언은 자신의 예상보다 더 빨리 날아오는 손도끼에 놀라 잡으려고 했던 손을 회수한 후 몸을 옆으로 날려 손도끼를 피했다.
남궁수연은 이렇게 될 것이라 예상을 한 것처럼 이시언이 피하는 곳으로 몸을 날린 상태였다.
“허엇!”
이제까지 보지 못하였던 빠른 움직임으로 이시언에게 접근한 남궁수연은 검을 앞으로 뻗었다.
“제왕십삼검 십검 제왕환일!”
검 끝에 푸른 빛이 모여들어 응축되더니 한 점이 되어 빛과 같은 속도로 이시언에게 날아가 심장을 꿰뚫었다.
“커어어억!”
이시언은 자신이 이렇게 당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하였는지 자신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오른손에 쥔 손도끼를 내려다보았다.
손도끼의 면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남궁수연의 검강탄이 손도끼를 관통하여 이시언의 심장을 꿰뚫어 버린 것이다.
“내가…… 네년에게…….”
이서언은 자신의 죽음이 억울하였는지 남궁수연을 향해 욕지거리를 하였다.
“이봐, 늙으면 다 죽는 거야. 그러니 내 욕 실컷 하고 죽어.”
남궁수연은 죽어 가는 이시언에게 한 소리 한 후에 발을 들어 그의 턱을 강하게 차 버렸다.
고개가 크게 돌아가며 쓰러지는 이시언은 더 이상의 움직임이 없었다.
“설마 했는데 쌍룡혈부를 이겼어.”
구룡전단 단원들은 남궁수연이 이시언을 이기자 기뻐하는 것보다 놀라움이 먼저 찾아왔다.
“축하드립니다, 남궁수연 님!”
단원들이 이시언을 이기고 무림백대고수에 포함된 것을 축하해 주었다.
“뭘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요.”
“남궁수연 님께서는 겸손이란 것이 없어 참 편합니다.”
“정말인데요. 아무래도 무늬만 백대고수인 것 같아요. 저놈은 거품이 많이 끼었는지 선배와의 대결이 더 힘드네요.”
거품이 많이 끼었다고 해도 무림백대고수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었다. 단순히 허풍과 소문만으로 그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무림인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쌍부를 챙긴 후에 자리를 떠나요. 사혈맹에서 우리를 잡기 위해 무림백대고수들을 보낸 것 같은데 앞으로는 더욱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 * *
검존 남궁청야와 종남파의 송철 장로 그리고 화산파의 화영 장로가 함께 있는 자리에 중년의 여인이 합석을 하고 있었다.
사혈맹에서 남궁청야를 붙잡아 두기 위해 파견을 보낸 위소봉이었다.
“권마 단초운의 전인이네. 그런 자를 내가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엄살 피우지 말게. 그리고 자네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함께하니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 그리고 권마 단초운이 무림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이백 년 전이라네. 그동안 무공도 많은 발전을 거듭하였으니 충분하지 않겠나?”
“충분은……. 그럼 천마신공은 진작 박살 났어야지. 왜 지금까지도 무림 최고의 위치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는데.”
“그건…….”
“더 이상 발전이 필요 없는 완성된 무공이란 뜻이야. 화마혈수권 역시 마찬가지야. 그러니 이백 년 전에 그 난리를 피울 수가 있었겠지.”
“그래도 완숙의 경지와 이제 경험을 쌓는 것과는 차이가 있지 않나?”
“그 차이가 얼마나 클 것이라 생각해? 내 생각엔 그자에게는 큰 의미가 없어.”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송철이 물었다.
“무림 초출이라면 자신의 무공을 드러내기 위해서 천방지축으로 날뛰겠지. 하지만 지금은 어때? 조용하지 않아?”
다른 이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놈은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놈일 거야. 최소한 후기지수의 나이는 넘겼다는 말이지. 상황을 살필 줄 아는 걸로 보아 놈은 못해도 서른이 넘은 자야.”
“그렇다면 자네는 어떻게 했으면 하는가? 이대로 있다간 많은 이들이 화마혈수권에 희생당할 것이네. 최악의 경우 이백 년 전의 일을 되풀이할 수도 있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지금은 지켜보는 수밖에.”
“왜 이 사람에게 강요를 하고 그래.”
남궁청야의 곁에서 듣고 있던 위소봉은 송철 장로와 화영 장로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짜증을 내며 말하였다.
“도움을 청할 사람이 곁에 있으니 그러는 거 아닌가?”
“구룡장에 의해 사파가 모두 박살이 났으니 화마혈수권에 의해 정파가 모두 박살 나야 공평한 것이 아니야?”
위소봉의 말에 발끈하여 송철이 말하였다.
“음사문과 혈사파가 먼저 구룡루를 노리고 구룡장주를 죽이려고 했으니까 구룡장주의 입장에서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어. 그걸 가지고 사혈맹에서 나서니…….”
“정도가 있지. 정파라는 놈이 그리 잔인하게 가문을 멸문시켜서야…….”
“구룡장주가 정파라고 누가 말을 해? 그는 정파도, 사파도 아닌 정사지간의 사람이야. 그리고 애초에 음사문과 혈사파가 구룡장을 건들지 않았다면 무림과는 상관없이 상인 가문으로 섬서성에 뿌리를 내렸을 거라고.”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알지. 그는 내 군대 후배니까. 나를 찾아와서 몇 번이고 그리 말했네.”
위소봉은 잠시 머뭇거리다 다시 물었다.
“뭐라고?”
“군대 후배라고.”
“그러니까 구룡장주가 너의 군대 후배이고, 너를 몇 번이고 찾아왔다고?”
“그래.”
위소봉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그럼 구룡장의 식솔들은 종남파가 보호하고 있겠네. 너희 종남파도 구룡장과 한통속이지?”
“말조심해라. 함부로 입 놀리다 목에 바람구멍이 날 수도 있다.”
위소봉과 송철은 사이가 그리 좋은 건 아닌 듯하였다.
“왜? 여기서 한번 붙어 보게?”
“못 할 것도 없지.”
송철은 대답을 하며 남궁청야에게 시선을 보냈다.
“두 사람 다 그냥 참지. 여기에 섬서성주가 머물고 있어. 두 사람의 싸움으로 구룡루의 영업에 조금이라도 피해를 준다면 아마 섬서성주가 관군을 움직일 거야.”
송철과 화영은 섬서성주와 안면이 있는 터라 소란을 일으킬 수가 없어 그저 노려볼 뿐이었다.
“왜, 이 미모가 탐이 나 그리 보는 것이냐?”
“다 쭈그러진 얼굴로 그리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걸로 보아 철면을 두르고 있다는 말이 소문만은 아닌가 보군.”
“죽고 싶은 게냐.”
위소봉이 발끈하였다.
“여기서 나를 치면 어떻게 되는지 청야에게 듣지 못하였나?”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남궁진 일행은 점점 유치해져 가는 대화에 실소를 흘렸다.
“나이가 들어도 친우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니 교양은 찾아 볼 수가 없는 것 같아. 우리도 나이를 먹으면 저리 대화를 할까?”
“아마도 그러지 않을까? 무림의 어른으로 후배들을 대할 때나 근엄한 척하지, 친우들을 만나거나 같은 연배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는 쌍욕도 섞어 가면서 하겠지.”
“하긴 그렇겠지.”
“숙부님은 평소에도 이놈, 저놈 하는데요, 뭘.”
남궁연아가 말하자, 이들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그렇지. 사람의 천성은 나이를 먹는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