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38)
구룡전기-138화(138/217)
구룡전기 (138)
화르르륵…….
감숙성의 서화현에 오랫동안 자리를 잡고 성장한 패혈문이 불에 타고 있었다.
패혈문은 사파의 세력이 강성한 감숙성에서 제법 이름을 떨치고 있는 정사지간의 문파로 현재 패혈문의 문주인 동천군의 성향이 사파에 조금 더 치우쳐 있었다.
패혈문의 문주 동천군은 성급 고수이자 감숙성에서 이름을 떨친 고수로 그의 영향력은 상당하였다.
그렇기에 정사지간의 문파로 감숙성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었다.
그런 패혈문의 장원이 화마에 휩싸여 재로 변해 가고 있었다.
붉게 타오르는 화마를 뒤로한 채 한 사내가 서 있었는데 그의 손에는 방금 사람을 죽인 듯 붉은 선혈이 손가락을 타고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본 교의 아래로 들어오라고 했을 때 들어왔으면 이런 일은 당하지 않았잖아.”
“당신들이 언제…….”
저승사자가 찾아온 사람처럼 숨을 헐떡이는 동천군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내를 바라보며 억울하다는 듯 말을 하였다.
“지금.”
그를 내려다보는 사내는 조금 전과 달리 나지막하게 말을 하였다. 그 말에 동천군은 자신을 놀린다 생각하였다.
“죽는 마당에 끝까지 나를 조롱하려고 하는구나.”
사내는 동천군에게 접근하여 자세를 낮추어 앉아 속삭이듯 말을 하였다.
“조롱은 무슨, 네가 나에게 조롱당할 자격이 있을 것 같나?”
동천군이 사내를 노려보았다.
“내가 호천문을 멸문시킬 때, 실수를 조금 했거든. 그래서 말이야.”
사내는 동천군의 매서운 눈빛을 보며 별것 아닌 것처럼 말하였다.
“그러니 네가 미끼가 되어 줘야겠어.”
“미끼?”
“그런 것이 있어.”
사내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다 했다는 듯 손을 뻗어 동천군의 머리를 붙잡았다.
“크아아악!”
커다란 고통을 느끼는 동천군은 비명을 지르다 결국 옆으로 쓰러졌다.
사내는 죽은 그를 잠시 내려다보더니 발길을 옮겨 패혈문을 떠났다.
* * *
화마혈수권의 공포!
섬서성에 이어 감숙성에서도 화마혈수권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불에 타 버린 패혈문의 무인들의 상처에 화마혈수권이 휩쓸고 지나간 상처들이 남겨져 있었다.
“분명히 제가 들었습니다. 그놈이 분명 ‘본 교’라는 말을 했고, 문주님께 들어오라는 제안을 하였는데 문주님께서 그걸 거부했다고 하였습니다.”
유일한 패혈문 생존자의 증언에 화마혈수권을 익힌 자가 어느 단체에 속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림은 생존자가 말한 교에 대해서 여러 가지 추측을 해 보았지만 특정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다만 현 무림에서 ‘본 교’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곳이 마교뿐이라 정파와 사파가 마교를 의심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
정천맹의 이름으로 무림첩을 발동하여 맹에 속한 고수들이 호북성의 무한으로 모이는 중이었다. 그만큼 화마혈수권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이기도 하였다.
구파일방과 십대세가는 물론 스물네 개의 장원과 서른여섯 개의 대문파의 수장들도 예외 없이 정천맹으로 향했다.
정천맹에서 고수들을 소집하자, 사혈맹 역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손을 놓고 있다가 정천맹이 사혈맹을 향해 검을 겨누게 되면 그 피해는 막심하니 사혈맹 역시 사파의 고수들에게 무림첩을 돌려 그들을 사혈맹이 있는 광서성으로 불러들였다.
무림을 양분하다시피하고 있는 두 개의 거대 세력에서 힘을 집결시키니 이 소식은 삽시에 퍼져 나갔고, 외부의 사람들은 긴장하며 정천맹과 사혈맹으로 모여드는 고수들을 지켜보았다.
“무림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인지.”
무림이 어수선해지자, 덩달아 바빠진 건 관군들이었다. 무림 세력들 간의 충돌로 민가에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으니 관군들이 매일같이 순찰을 돌며 피해가 없는지 살펴야 했고, 그로 인해서 잡범들이 몸을 사리니 백성들은 조금 편해지기도 하였다.
이러한 소문은 사혈맹과 구룡장이 대립하며 싸우고 있는 섬서성에도 퍼지게 되어 사혈맹의 명분이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사혈맹과 구룡장의 대립에 무림의 이목이 집중되자,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약자를 괴롭히고, 거악이 창궐하는 것을 막는 일에 소홀히 하였다 하여 민심은 더욱 나빠졌다.
사혈맹의 경우 사파의 문파를 멸문시킨 것에 대해서 벌하고자 출정을 하였지만 사파에서 구룡장의 영업장을 빼앗기 위해서 먼저 장원의 담을 넘고, 구룡장주를 죽이려고 했다는 사건의 진실이 알려지자 사혈맹의 행동을 규탄하는 무림인들도 늘어나 홍령멸사대를 이끌고 있는 배동성의 입장이 난처해지기도 하였다.
이러는 가운데 쌍룡혈부 이시언의 죽임이 알려지면서 무림은 또 한 번 충격에 사로잡혔다.
쌍룡혈부 이시언과 대결을 펼친 이가 다름 아닌 남궁세가의 여식인 남궁수연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로 인해서 구룡장주와 구룡전단 무인들을 죽이기 위해 사혈맹에서 뒤로 은밀히 무림백대고수를 보내 그들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무림인들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구룡장을 멸문시키기 위해서 홍령멸사대와 대령멸마대도 부족하여 무림백대고수들까지 보냈다고? 누가 들으면 남궁세가랑 싸우려고 하는 줄 알겠군.”
“무뢰배들이 하는 일이 늘 그렇지.”
무림인들을 두려워하는 민가 사람들은 정파나 사파나 다 똑같이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아는 무뢰배에 협잡꾼들이라 생각할 뿐이었다.
물론 무림인들 중에서도 민가의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들이 더러 있긴 하지만 그건 아주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섬서성에서 많은 일들을 하며 민가의 사람들과 친분을 가지고 있던 구룡장의 일이니 섬서성에서 만큼은 사혈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오라버니 그 소문 들었어요?”
“무슨 소문 말이냐?”
“언니가 쌍룡혈부와의 생사결에서 이겼대요. 지금 그 소문으로 난리도 아니에요.”
남궁진과 남궁연아, 사도준과 옥해, 이칠연은 구룡루에 머물며 무림에서 귀추를 주목하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남궁수연의 소식이 들려와 놀라기도 하였다.
“나도 그 소문을 들었다. 믿을 수가 없지만 소문은 사실인가 보더구나. 사혈맹에서는 쌍룡혈부 이시언 외에도 여러 명의 무림백대고수를 보낸 모양이더구나.”
“대단해. 남궁세가가 무림제일세가라고 하더니 그 이유가 있었어. 안 그래?”
사도준이 부러운 얼굴로 남궁수연이 본격적으로 무림에 명성을 떨치게 된 것을 축하해 주었다.
“그 일로 숙부님께서는 곤란해질 수 있겠지만 그래도 수연이가 나를 넘어선 명성을 얻게 되었으니 나름 나쁘지만은 않지.”
“오라버니, 그럼 언니에게도 무명이 생기는 건가요? 무림백대고수를 이겼으니 당연히 생기겠죠?”
함께 있는 이들은 남궁연아의 물음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할아버지께서는 검황, 숙부님은 검존, 오라버리는 검룡. 그럼 언니는 검제 하면 되겠다.”
“살인검제 백정인 대협이 검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단다. 그리고 우리가 그리 붙인다고 하여 무명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무림의 동도들이 그 업적에 따라 불러 주는 것이니 아마도 다른 무명을 얻을 것 같구나.”
“사형마제 님과 음양마제 님은 같은 마제라는 무명을 얻었잖아요.”
“그렇긴 해도 그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은 수연이가 쌍룡혈부 이시언을 이긴 것보단 사혈맹과의 싸움에서 빠질 수 없게 되었단 사실이 중요하다.”
“그럼 언니가 대신 죽어요? 화린 오라버니의 일도 그렇잖아요. 지들이 먼저 시비를 걸고 죽이려고 했잖아요. 그럼 가만히 당하고 있어야 해요? 그런 억울한 걸 정천맹에서 나서서 풀어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남궁연아의 말에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구룡장이 사혈맹에 의해서 멸문당하고 식솔들이 죽는다면 정천맹에 가입한 문파들은 한 번쯤 고민하게 될 거예요. 만약 그들도 구룡장의 경우처럼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정천맹이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예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남궁청야와 송철 장로 그리고 화영 장로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틀린 말은 아니네. 남궁세가의 사람들은 뭔가 달라도 달라. 자네 생각은 어떤가?”
“어떻긴. 대견스럽지. 어릴 때부터 데리고 여행을 많이 다녔더니 생각하는 것이 다르군. 이래서 조기교육이 필요한 거야.”
남궁청야의 철없는 소리에 송철이 한숨을 내쉬며 말하였다.
“아니, 그 말이 아니라 구룡장이 사혈맹에 의해서 멸문을 당하면 그 후에 정파 문파에 변화가 생길 것이냐는 물음이네.”
“당연한 걸 왜 묻나? 십대세가, 구파일방 스물네 개의 장원, 서른여섯 개의 대문파가 당하지 않는 이상 정천맹은 움직이지 않을 걸세. 뭔가 이득이 있어야 움직이지. 안 그래? 이제껏 보아 왔잖아.”
남궁청야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럼 중소 문파들은 어떻게 할까? 사파의 공격으로 구룡장이 멸문당하는 걸 보며 정천맹만 믿고 있으면 안 되겠단 생각을 하겠지.”
“그 뜻은?”
“정파를 떠나 정사지간이나 사파로 전향할 거네. 그럼 문파가 멸문당했다고 대신 나서서 복수라도 해 주지 않나. 그리고 지금 구룡장주는 사혈맹에서 사파의 공적으로 선포한 모양이던데.”
화영은 남궁청야의 말을 인정할 수가 없었지만 송철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어느 정도 인정하였다.
“정천맹에서 처음부터 잘못 결정을 내린 것이지. 제갈총사가 구룡루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건 십대세가 사람이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거든.”
“그럼 제갈 총사가 구룡장으로부터 구룡루를 빼앗기 위해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사혈맹에서 정천맹에 먼저 제안을 하였지. 구룡장을 칠 터이니 너희들은 가만히 있어라, 그 대가로 구룡장에서 운영하는 영업장을 너희에게 넘겨주겠다, 하고 말이야.”
송철과 화영은 믿을 수가 없단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 다시 남궁청야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네는 그걸 어찌 알고 있는가?”
“위소봉이 이야기를 해 주어서 알고 있지. 무림백대고수 여섯 명이 구룡장주와 구룡전단의 무인들을 죽이기 위해서 사혈맹을 나선 것도 알고 있고.”
“그게 사실인가? 그런데도 이렇게 여유롭게 있을 수가 있는가? 자네 가문의 여식이…….”
“사혈맹에서 위소봉을 여기로 보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송철은 눈을 좁혔다.
“나를 붙잡아 놓기 위함이야. 내가 수연을 구하기 위해서 이곳을 떠나면 위소봉은 제일 먼저 진이와 연아를 죽여 버릴걸.”
“음…….”
“그리고 사혈맹과 싸우면서 사파 문파를 박살 낼 정도로 대담한 사람들이라면 설령 무림백대고수들을 만난다고 해도 쉽게 지지 않아. 수연이 쌍룡혈부를 죽였다고 하지 않나.”
송철은 화린이 한 말을 떠올렸다.
“남궁가의 여식이 한 명 있는데 그녀도 운이 좋으면 전역할 수 있을 겁니다.”
맹호사사혈전대를 무사히 전역할 수만 있다면 무림백대고수에 결코 뒤지지 않는 무공과 실전 경험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니 남궁청야의 말처럼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문제없는 것이군.”
“그렇지. 최근 감숙성에 화마혈수권이 나타났다고 하니 구룡장보다는 그쪽에 신경을 더 쓰는 것이 좋을 거야.”
“자네는?”
“난 본 가의 소가주를 지키는 임무를 맡아 여기에 파견 나왔으니 진이와 연아만 안전하다면 움직일 생각이 없네.”
“그리 단정 짓지 말고 섬서성에 나타난다면 힘을 보태어 주게.”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하지만 아직 그자의 용모파기도 모르지 않나?”
송철과 화영은 침묵하였다.
“그자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화마혈수권을 익혔다는 것이네. 이런 경우 못해도 희생 문파가 십수 개는 더 나와야 용모파기를 알 수 있을 것이니 그자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지 말고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도록 만들어야겠지.”
“어떻게?”
“문파를 비우고 한곳에 모을 수밖에.”
“다른 문파에서 그리하려고 할까?”
“홀로 있다가 멸문을 당하는 것보다는 백번 나을 것이라 생각하네. 그리고 자존심이 강한 문파들은 몰라도 중소 문파들은 얼씨구 좋구나 하고 모일 것일세.”
당장 섬서성만 해도 중소 문파들이 함께 있기를 원하여 종남과 화산으로 분배해 보냈으니 다른 성도 그리하지 않을까 하였다.
“알겠네. 맹에 보고하고 움직이도록 하겠네.”
“아니, 그냥 개방을 통해서 각 문파에 알려. 정천맹에 알린 후에 회의를 거쳐 다시 명령이 하달되고 문파가 한 곳에 모이려면 한 달은 넘게 걸릴 것이네. 이런 일은 빠르게 처리하면 할수록 좋은 것이니 자네들의 재량으로 선조치를 하고 후보고를 통해서 맹에 알리는 편이 좋을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