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39)
구룡전기-139화(139/217)
구룡전기 (139)
화린은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고, 곁에서 걷고 있는 동춘은 언행에 조심을 하였다.
‘수연 선배가 조장보다 무림에서 먼저 명성을 얻어서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로군. 이 사실을 사람들이 알면 뭐라고 할까?’
오랫동안 화린과 함께하였던 동춘이었기에 그의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림짐작을 할 수가 있었다.
“너 왜 조용해?”
화린이 묻자, 동춘은 습관적으로 입을 열었다.
“표정이 그런데 내가 무슨 말을 합니까?”
화린은 오호라 잘 걸렸다는 표정으로 변하더니 동춘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내 표정이 어때서?”
동춘은 화린의 목소리가 올라가는 걸 듣고 아차 하였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표정에 다 써 있구먼.”
‘에라, 모르겠다.’ 하고 속마음을 말해 버렸다.
“뭐라고 쓰여 있는데?”
“수연 선배가 조장보다 먼저 명성을 얻어 샘이 나 그리 뾰루퉁하게 있는 거 아니오. 어째 남자가 그리 쫀쫀하오.”
“뭐? 쫀쫀해?”
“말이 나왔으니 그렇지 않소. 아끼는 후배가 명성을 얻었으면 축하를 해 줘야 하는 거 아니오? 그런데 축하는커녕 샘이 나서 입은 이렇게 한 자나 튀어나와 있으니.”
“야, 너 뚫린 입이라고 말을 막 하지.”
“뚫린 입이라고 말을 막 하는 게 아니라 입이 뚫려 있으니 바른말을 하는 거요.”
화린이 손을 올리자, 동춘이 순식간에 거리를 벌렸다.
“그나저나 어제저녁에는 어디 다녀온 거요?”
“어제저녁?”
“졸다 깨어 보니 안 보이던데요.”
“나도 명성 얻으려고 무림백대고수 근처에 없나 찾아다녀 봤다. 왜!”
“할 말만 좀 하슈. 어린 애도 아니고 조장은 오장육부가 아니라 오장팔부요.”
“오장팔부?”
“심술보와 욕심보가 함께 뱃속에 있지 않소. 후배가 잘되면 축하해 주지 못할망정…….”
“야, 네가 잘되었으면 축하해 주겠는데 수연이 그건 나를 잡아먹으려고 난리를 치는 애잖아. 나만 보면 칼부림을 하려고 하는 애가 잘되는데 내가 어떻게 축하를 해 줘.”
화린이 버럭 소리를 치자, 동춘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림에서 명성을 얻었다고 앞으로 나에게 얼마나 칼질을 해 대려고 할지 생각만 하면 끔찍하다.”
동춘은 화린의 말을 들어 보니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였다.
“하긴 수연 선배도 화린 선배와 마찬가지로 미친 과에 속하는 사람이니…….”
“뭐? 내가 미친놈이라고!”
“아니, 내가 언제 조장한테 미친놈이라고 했소.”
동춘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달아나려고 하는 순간 화린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러면서 입가에 번지는 미소가 동춘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동춘은 달아나면 죽는다는 생각에 급하게 변명을 하였다.
“아니, 조장한테 그리 말한 것이 아니라 수연 선배…….”
화린의 입가에 번지는 미소가 더욱 짙어지자, 동춘은 그 자리에 엎드려 싹싹 빌었다.
“내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진짜 그리 생각해서 말을 했겠습니까? 수연 선배가 하도 조장을 못살게 구니까, 수연 선배를…….”
화린의 무반응에 이상함을 느낀 동춘이 고개를 들자 눈앞에 있어야 할 화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 양반 또 어디…….”
그 순간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강력한 기운의 충돌이 일어나며 충격파가 사방으로 흩어지는 걸 느꼈다.
“그 살인미소가 나를 향해 지은 것이 아니라 저들에게 향했던 것인가? 아 씨, 괜히 겁먹었네.”
동춘은 십년감수했다는 표정을 짓고는 자리에서 얼른 일어나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곳으로 갔다. 화린이 일남일녀와 싸우고 있었는데 그들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로 보였다.
자신은 한 사람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상대를 화린이 손쉽게 상대하는 걸 보며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저 여인은 어디서 본 기억이 있는데.”
화린과 싸우고 있는 검을 든 중년의 여인이 누구일까 생각하던 동춘의 눈이 갑자기 크게 떠졌다.
“무혈사화 초설연!”
그녀가 춤을 추면 죽음의 꽃이 핀다고 하여 무혈사화라 불리는 초설연은 사파 고수 중의 고수로 무림백대고수에 포함된 몇 안 되는 여류 무인 중 한 명으로 성격이 사갈과 같이 포악하고 질투심이 많아 늘 주변에 사건, 사고가 일어난다고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럼 저 사내는 음형추권 백구정.”
음파를 잡을 수 있는 권을 내지를 수 있다고 하여 음형추권이란 무호를 얻은 백구정은 엄청난 속도의 정권 내지르기가 무림일절이라 알려진 고수였다.
그 역시 무림백대고수 중 한 명으로 내지르는 정권의 풍압만으로도 사람을 압살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음형추권은 무혈사화 초설연과 부부 사이로 항상 함께 다니며 무림에서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켰는데 한동안 조용하더니 감숙성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저들이 우리가 감숙성에 있다는 걸 어떻게 안 거지?”
동춘은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적으니 소문이나 소식을 접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 감숙성에 화마혈수권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화린의 검이 초설연의 허리를 베려고 하는 순간 새하얀 빛이 눈앞에서 번쩍였다.
화린은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어 새하얀 빛을 피하였다.
초설연은 화린의 공격이 무산되자, 곧장 반격에 나섰다. 그녀의 검무는 화려하기보다는 간결하였다.
여성들에게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울 정도의 절제와 힘이 그녀의 검에 실려 있었다.
‘초식을 단순하게 변형시켜 속도를 높인 검술이다. 속도에 의한 힘을 검에 실어 빠르고 무거운 검을 사용한다.’
화린은 초설연의 검술을 단숨에 파악했다. 문제는 초설연이 아니라 그녀를 보조하면서 자신의 공격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목숨에도 큰 위협이 되는 음형추권 백구정의 주먹이었다.
화린은 검을 착검하여 허공으로 던졌다. 검이 허공으로 빨려 들어간 것처럼 사라지자, 백구정과 초설연은 무슨 꿍꿍이일까 생각을 하였다.
그런 그들을 향해 화린이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였다.
“일단 너부터 잡고 난 후에.”
화린은 맨손으로 두 사람을 상대하였다.
검이나 창을 들면 그만큼 유리해지는 건 사실이나 고수들의 싸움에서는 불리한 점도 없지 않아 있었다.
무기의 길이가 길면 길수록 회수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비록 그 시간이 찰나의 순간이라고 해도 고수들에게는 목숨이 오가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백구정이 자신을 흉내 낸다 생각하여 화린을 향해 접근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의 독문 권법인 폭풍권이었다.
강력한 힘으로 몰아치는 그의 주먹질은 화린은 물론 그가 서 있는 공간마저 제압할 정도로 폭발적인 힘을 과시하였다.
화린의 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백구정의 주먹이 오갈 때마다 화린의 손이 그의 주먹을 다 쳐 내며 백구정의 주먹에 실린 힘을 다른 곳으로 날려 버렸다.
화린이 주먹을 내지르는 속도가 백구정 못지않게 빨랐다.
퍼어어어엉…… 퍼어어어엉…….
이를 지켜보던 동춘은 음형추권 백구정과 무혈사화 초설연이 합공을 하고 있지만 화린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 단정을 하였다.
“백구정은 저 인간이 맨손으로도 사람을 얼마나 잘 패는지 모르겠지. 같이 생활을 안 해 봤으니 모를 거야.”
화린은 기본적으로 검을 사용하는 무인이었지만 어떨 땐 검을 사용하지 않을 때가 더 무서울 때가 있었다.
지금처럼 맨손으로 싸울 때는 더 섬뜩하였는데 그 이유는 자신이 화린에게 당한 그때의 경험을 몸이 기억하고 있어서였다.
“그때가 언제인데 아직도 이렇게 떨리냐.”
짜아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백구정의 고개가 크게 돌았다. 또한 고개가 돌아가는 속도와 힘에 의해서 몸이 함께 돌아갔는데 얼마나 빠르게 돌았는지 몸이 허공에 뜬 채로 두 바퀴를 돌아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초설연의 검이 화린의 심장을 노리고 뻗어 왔다.
“초식을 줄이는 일이 그리 쉬운 건 아니지.”
화린은 손바닥으로 초설연의 검을 옆으로 쳐 냈다.
띠이이잉!
검신이 출렁임과 동시에 그 힘이 초설연에게 전달되었다.
“아아악!”
초설연은 잡고 있던 검을 놓치며 뒤로 물러나 비명을 질렀는데 그녀의 손아귀가 찢어져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화린의 발이 움직였다.
그녀가 놓친 검이 화린의 발등에 걸쳤고, 그는 초설연을 향해 발을 뻗었다.
초설연은 자신의 검이 날아오는 걸 보고 질끈 눈을 감았다.
타아아앙!
초설연은 소리와 함께 자신에게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자 눈을 떴다. 어느새 백구정이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는 화린은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위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네. 못해도 반 시진은 누워 있어야 했는데.”
화린은 믿을 수가 없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허공을 향해 싸대기를 때리는 시늉을 몇 번 하더니 백구정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그런 화린을 본 백구정은 기마자세를 한 후에 정권을 내질렀다.
소림사의 백보신권과 비슷하였지만 그 위력은 천양 차이가 있어 보였다.
백구정의 주먹에서 내질러진 권강이 접근해 오는 화린을 향해 날아갔다.
화린의 신형이 흐릿하게 옅어지더니 순간이동을 하듯 우측에서 나타났다.
백구정은 그 모습을 보고 이형환위로 공격을 피하였다 생각하고 주먹으로 강하게 바닥을 내리쳤다.
콰아아앙!
바닥이 크게 울리며 강력한 진동을 일으켰다. 화린이 나타난 곳까지 영향을 주어 중심을 잡지 못하게 만들려고 했지만 그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화린의 신형이 바닥에서 살짝 떠 있었는데 부유행공이라는 일종의 경공술의 변형 수법을 사용하여 백구정의 공격을 피한 것이었다.
“이놈!”
백구정이 노성을 터뜨렸고, 화린 역시 이에 지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그럼 내가 이놈이지, 이년일까?”
화린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사라지자 순간 두 사람은 긴장했고, 백구정과 초설연은 동시에 좌측을 보며 손을 내질렀다.
하지만 화린은 이들의 예상과는 달리 반대편에서 나타났고, 손바닥으로 백구정의 뺨을 사정없이 갈겨 버렸다.
짜아아악!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백구정의 고개와 몸이 함께 돌아가며 날아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녹슨 것 같지는 않은데, 저놈이 맷집이 좋은 건가?”
말을 하면서 초설연을 보았고, 초설연은 자신의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 대더니 차고 있는 혁대를 강하게 잡아당겨 화린을 향해 뿌렸다.
쉐이이이이익.
그녀의 혁대는 마치 뱀이 먹이를 노리고 움직이는 것처럼 기이한 곡선을 그리며 화린을 향해 날아왔고, 화린은 손을 뻗어 그녀의 혁대를 낚아챘다.
화린이 낚아챈 혁대를 잡아당기자, 초설연이 화린의 품으로 끌려와 안겼다.
“사…… 살려 주세요.”
품에 안겨 살려 달라 말하는 초설연의 모습이 애처롭게 보였지만 화린은 어설픈 동정심 따위를 베풀 사람이 아니었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내 후임이 나보다 명성을 먼저 얻어서 말이야.”
“그게 무슨…….”
“너 쌍룡혈부보다 약하잖아.”
그 순간 초설연은 화린이 말하는 후임이 남궁수연임을 알 수 있었다.
“아니에요 제가 더 강해요.”
“그래? 그럼 죽어야지.”
“아니, 아니에요. 제가 약해요. 저를 죽여도 쌍룡혈부를 죽인 남궁수연보다 명성을 더 얻지는 못할 거예요.”
초설연은 살려 달라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화린을 보며 말하였다.
“약하니까 너희 둘을 다 죽이면 내가 더 큰 명성을 얻겠지. 난 둘을 죽였으니까.”
“아니, 저 사람, 음형추권 백구정은 쌍룡혈부 이시언보다 강해요. 저 사람만 죽인다면 당신은 남궁수연보다 더 큰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초설연은 자신이 살고자, 백구정을 팔았다.
“그래?”
화린의 시선이 쓰러져 있는 백구정에게 향하는 순간 초설연의 손이 화린의 복부를 파고 들어갔다.
“호호호, 멍청한…….”
초설연은 웃다가 웃음을 멈추었다.
“이래서 사람을 죽일 때는 시간을 끌면 안 된다니까.”
초설연의 손이 화린의 손바닥에 막힌 것이었다.
화린의 옅어지는 미소에 초설연은 공포를 느꼈지만 그것으로 더 이상 화린의 미소를 볼 수가 없었다.
우두두둑…….
초설연은 화린에게 안긴 채 허리가 꺾여 죽임을 당하였다.
“동춘아.”
“왜 부르오?”
“내가 두 사람을 죽였다는 표식을 내려면 똑같은 상처를 내어야겠지?”
“아마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하오.”
“그래서 말인데. 너 저기 쓰러진 놈 일으켜 세워 봐.”
“그건 왜요?”
“내가 이 사람의 허리를 부숴서 죽였으니 저놈도 허리를 부숴야지. 그러니까 네가 일으켜 좀 세워 놓고 있어.”
동춘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냥 가서 뒤집어 놓고 발로 누르시오! 그럼 허리가 부서지잖소!”
동춘은 화린에게 소리치고는 그 길로 달아나 버렸다.
“저게 아주 죽으려고 발악을 하지. 감히 군대 선임의 명령을 무시해? 야, 너 거기 안 서!”
화린이 소리를 쳤지만 동춘은 이미 멀리 달아난 후였다.
“너 잡히면 죽을 줄 알아. 거기서 딱 기다려. 내가 이놈을 마무리하면 너를 그냥 아주 지근지근 밟아 주마.”
화린은 동춘에게 소리치며 활짝 웃었다.
“하여간 하는 걸 보면 귀엽다니까.”
화린은 동춘이 말한 대로 백구정을 엎어 놓고 허리를 밟은 후에 힘을 주었다.
“우두두둑!”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 근처에 화염문이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