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40)
구룡전기-140화(140/217)
구룡전기 (140)
감숙성의 사파 문파인 화염문이 불에 탔고, 화염문의 무인뿐만 아니라 문주인 송천민도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화염문의 멸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음형추권 백구정과 무혈사화 초설연의 주검까지 화염문에서 발견된 것이었다.
이로 인해서 무림은 한 번 더 발칵 뒤집혔다. 무림백대고수인 백구정과 초설연이 동시에 죽음을 맞이하였고, 화염문의 멸문과 두 명의 무림백대고수의 죽음에 구룡장주가 관여하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파에 속한 문파들이 불안에 떨었다.
“이러다 우리도 구룡장주의 손에 당하는 것이 아니오?”
“그러게 말이오. 아니, 왜 멀쩡히 잘 있는 구룡장을 건드려 이 사달이 나게 만들었는지.”
사혈맹에 속한 중소 문파 문주들이 불만을 토로하자, 사혈맹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음사문과 혈사파를 멸문시켰다고 하지만 사혈맹이 나서면 순식간에 정리가 될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그게 아니었다.
단순하게 생각한 것이 지금에 와서는 큰 실수였다는 걸 깨달았다.
사혈맹에 속한 문파들의 반발이 갈수록 커지니 사혈맹이 입장에서도 이대로 시간만을 보낼 수는 없게 되었다.
“공적으로 선포하였으니 본 맹에 속한 문파들을 모두 동원하여 그들을 찾아내어야 하지 않겠소.”
“찾아내어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백대고수 세 명이 당했습니다. 구룡장주는 두 명이 싸웠지만 이기지 못한 고수입니다. 그런 고수를 중소 문파의 무인들이 찾아낸들 그들과 싸울 수 있겠습니까? 아니, 접근이라도 할 수 있겠습니까?”
사혈맹의 맹주전에서 사황 백무기와 총관인 사마맹 그리고 십이사가의 가주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중이었는데 이런저런 말은 많이 나오고 있지만 확실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대고수를 이긴 구룡장주와 남궁수연을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이가 사황 백무기뿐이라 그가 나서지 않는 이상은 해결되지 않을 일이었다.
“수많은 문파가 희생당한 후에 그들을 잡는다고 의미가 있겠습니까. 우리의 전력이 그만큼 약해지면 정천맹이나 마교가 이를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 종하운 가주께서는 어찌하였으면 합니까?”
“이쯤에서 구룡장과의 싸움에서 우리 사혈맹이 패하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립을 멈추었으면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그럼 우리가 구룡장에 고개를 숙이자는 말이오!”
진량사가의 가주 진충영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고개를 숙이자는 것이 아니라 이 명분이 없는 싸움을 멈추자는 것입니다.”
“명문이 왜 없소. 그들이 본 맹에 속한 문파를 멸문시키지 않았소.”
“음사문과 혈사파가 먼저 구룡장의 사업체를 빼앗기 위해서 구룡장주의 목숨을 노렸으니 구룡장주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닙니까?”
“뭐요?”
진량사가의 가주 진충영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사황 백무기가 두 사람을 중재하였다.
“진 가주님께서는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시지요.”
“우리의 패배를 인정하자는 말에 흥분을 안 하게 생겼습니까? 강호의 동도들이 우리를 비웃을 것입니다.”
“때로는 체면보다는 실리는 챙기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우리가 패배를 인정하면 우리에게 득이 될 것이 있습니까?”
백무기가 묻자, 종하운이 대답을 하였다.
“듣기로 구룡장은 정천맹에 속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제갈탁과의 대화를 통해서 확인을 하였습니다.”
총관 사마맹이 대답을 해 주었다.
“구룡장에 남궁세가의 여식이 있다고 하지만 남궁세가에서는 내놓은 자식이라 하였고, 종남과 친분이 있는 것 같지만 정천맹에서 분명하게 선을 그었으니 우리가 노력하기에 따라 구룡장을 한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한편이라는 말에 십이사가의 가주들이 부정적인 시선으로 고개를 저었다.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구룡장이 정말 남궁세가와 종남파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상관없지 않겠습니까? 적을 두지 않고 있으니 말입니다. 본 맹에 속한 문파들 중에서도 정천맹에 소속된 문파와 친분을 유지하는 문파도 있고, 또 이 자리에 계시는 분들께서도 정파의 명숙들과 친분을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것과 이것이 같습니까?”
“다를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선점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닙니까?”
“선점이라…….”
“정파와 친하면 어떻고, 우리 사파와 사이가 나쁘면 어떻습니까? 소속이 사파면 정사대전에서 정파의 편을 들겠습니까?”
사황 백무기는 일리가 있다 생각하여 고개를 주억거렸다.
“만약 정천맹과 다툼을 하더라도 구룡장이 정천맹의 편에 서지 않는 것만으로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총관인 사마맹 또한 종하운의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강력한 적을 만드는 것보다 친구를 만드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구룡장주가 연고를 떠나 중원을 돌아다니면서 본 맹에 속한 문파를 공격하면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요?”
“구룡장에 두고 감시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말이지요.”
종하운의 말이 끝나자, 맹주전에는 침묵이 흘렀다. 어떻게 하는 것이 이익이 될지 생각하는 중이었다.
이들의 침묵은 생각보다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사황 백무기는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
“우리가 공식적으로 패배를 인정하는 건 좀 그렇지 않소? 사적으로 구룡장주를 만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떻겠소?”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구룡장주의 화살이 자신들의 가문으로 향한다면 막을 수 있을까? 이를 생각하면 구룡장주와 계속해서 대립하기보다는 회유를 하는 것이 사혈맹이나 사파의 입장에서 더 유익한 일이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대외적으로 인정하는 건 자존심이 상하니 은밀히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의였다.
다른 이들도 이 제의에 불만이 없는 듯하였다.
“그럼 문제는 누가 구룡장주를 만나느냐는 것인데…….”
“내가 만나지.”
사마맹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황 백무기가 말하였다.
“맹주님께서 나서신다면…….”
“은밀히 만나는 것도 그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또 협상을 통해서 우리가 이득을 취하려면 최소한 그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이가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그럼 그렇게 하시지요. 제가 맹주가 되어 한 일도 별로 없는데 이 기회에 맹을 위해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구룡장주와 인연도 있는 것 같으니 이번 일은 제가 나서서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사마맹은 백무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적어도 그가 나선다면 원만하게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인연이라고 함은?”
“직접적인 연인은 아니니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되네.”
“알겠습니다. 그럼 구룡장주가 있는 곳을 최대한 빨리 찾아내겠습니다.”
“아닐세. 내가 직접 움직이지.”
“맹주님께서 말입니까?”
“어차피 찾아서 정보를 알려 준다고 해도 그자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면 소용이 없는 일이 아닌가? 그러니 내가 직접 무림으로 나가서 놈을 찾아 일을 해결하겠네.”
“하오나.”
“그리하게. 그보다 그를 만나면 우리가 양보할 건 양보하고, 얻을 건 얻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그 문제를 가주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정하게. 그리고 내가 직접 나섰다는 말을 무림에 흘리도록 하게.”
“그건 왜……?”
“그래야 구룡장주가 다른 사파 문파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남궁가의 여식과도 함께 있을 것이고.”
구룡장주가 자신을 상대하려면 혼자만으로 상대할 수 없으니 함께 모여 있으라는 의미이기도 하였다.
“그래도 맹주님이 직접 나선다는 것이…….”
“저의 자존심보다 맹의 명예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닙니까? 대화를 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힘으로 눌러야 하고, 또 구룡장의 전력을 한자리에 모을 수가 있으니 제가 나서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더 쉬울 것입니다. 그러니 가주님들께서는 큰 걱정 마십시오.”
십이사가의 가주들은 백무기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였다.
“그럼 회의를 계속 진행하게.”
이들은 구룡장주를 만나 주고받을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얻었고, 그 결과를 가지고 사황 백무기가 사혈맹을 떠나 무림으로 나왔다.
* * *
“미치겠네.”
사황 백무기가 직접 나설 것이라곤 화린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화린은 사혈맹의 맹주 백무기가 구룡장주를 상대하기 위해서 사혈맹을 나섰다는 말에 결국 화산파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게 왜 무식하게 사파 문파를 때려잡고 다녔어요. 사람이 어떻게 ‘적당히’를 몰라.”
남궁수연은 화산파로 돌아온 화린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아니, 난 그냥 그들이 나를 죽이려고 왔길래 내가 죽을 순 없으니 죽인 거지.”
“누가 그 말을 믿어요. 내가 백대고수를 이겼다고 하니까 선배가 그 두 사람을 찾아가서 죽인 거잖아요. 누가 그걸 모를 줄 알아요?”
화린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동춘을 보았다. 그런데 동춘의 얼굴에 푸른 멍 자국이 군데군데 보였다.
“동춘아, 네가 이야기 좀 해 줘. 내가 찾아간 거야?”
“나는 모릅니다. 가끔 조장이 밤마다 사라진 것 외에는 말입니다.”
“야, 내가 언제!”
“지난밤에도 그랬고, 백구정과 초설연과 싸우기 전날 밤에도 사라지지 않습니까?”
“죽을래?”
화린이 살기를 드러내자, 동춘은 거북이가 목을 감추듯 몸을 움츠리며 고개를 최대한 몸에 붙였다.
“이봐,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어떻게 나이를 그리 먹고도 하는 짓이 애와 같은지.”
“아니야. 정말 아니야.”
“아니긴, 밤마다 싸돌아다니며 찾아오라고 흔적들을 남겼구만. 내가 그런 선배의 잔머리를 모를 줄 알았어? 하여간 남이 자기보다 잘되는 건 눈 뜨고 못 보지.”
화린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어쩔 수가 없는지 고개를 저었다.
“걱정 마! 이번 기회에 내가 사황 백무기를 이겨서 무림에서 더 높은 명성을 얻을 테니까.”
“사황이 마작판에서 마작으로 따낸 이름인 줄 아시오? 아무리 조장이라고 해도 이번에는 힘들 것 같소. 그러니 사황을 만나면 싹싹 비시오.”
“동춘이 너…….”
“그렇게 해. 선배가 강한 건 알겠는데 상대는 무림 최강자 중 한 명인 사황이야. 할아버지가 마교의 천마보다 더 조심하라고 한 사람이 사황 백무기란 말이야.”
“이것들이 나를 뭘로 보고.”
화린이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남궁수연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하라고 하면 좀 해! 선배 밑에 딸린 식솔이 몇 명인데 기분대로 행동하려고 해!”
남궁수연이 더 큰소리를 치자, 화린의 목소리가 쏙 들어가 버렸다. 그때부터 남궁수연의 폭풍 잔소리가 시전되었는데 이를 듣고 있는 이들은 마치 아내가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는 모습으로 비추어졌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위기를 기회로 삼기 전에 폭삭 망하게 생겼는데 무슨 기회. 그러니 이번만큼은 싹싹 빌어, 그래도 안 되면 무조건 남궁세가로 도망쳐 와.”
“남궁세가로는 왜?”
“할아버지가 계시니까, 선배랑 할아버지랑 함께 싸우면 이길 수 있을 테니까.”
화린은 남궁수연의 말에 조금 섭섭하게 생각을 하였지만 상대가 사황이니 딱히 내색하지는 않았다.
‘하긴 살인검제보다 강하다고 하니 당연히 나보다는 강하겠지.’
십대고수들 중에서 가장 약하다고 평가를 받는 살인검제도 겨우 상대를 하였다.
허세와 허풍이 통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살인검제의 검에 크게 부상을 입었을지도 모른다.
‘살인검제 님에게는 팔다리 하나는 내어 주고 이길 가능성이라도 있었다면 사황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
같은 십대고수로 분류가 되어 있지만 일마이황, 즉 천마, 사황, 검황은 그 강함이 한 단계 더 위라고 알려 있었다.
“내 말 듣고 있어?”
남궁수연의 목소리가 화린의 생각을 깨뜨렸다. 그러자 화린은 양손으로 귀를 막고 ‘안 들려’를 시전하였다.
“안 들려. 안 들려.”
따아악!
경쾌한 소리가 장내에 울리자, 동춘이 놀란 눈으로 화린과 남궁수연을 번갈아 보았다.
“걱정을 해 주면 좀 들은 척이라도 해.”
화린은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만지며 남궁수연을 보고 투덜거렸다.
“나만큼 너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놈이 어디 있어?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내가 옛날에 너 잘 봐달라고 너희 조장과 밥도 먹고 술도 먹고 다 했어.”
“그래서 뭐?”
순간 할 말을 잃은 화린은 목소리가 안으로 기어들어 가는 것처럼 나지막하게 대답을 하였다.
“아니, 그랬다고.”
“하여간 이번에는 나랑 같이 있어. 동춘이 너는 여기서 식솔들을 지키고.”
“선배, 아무리 사황이라고 해도 화산파로 들이닥칠까?”
동춘의 말에 끝나기가 무섭게 화린의 눈빛이 변했다.
“왜?”
화린의 변화를 알아챈 남궁수연이 묻자, 화린은 동춘이를 보았다.
“하여간 저 주둥이가 문제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