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43)
구룡전기-143화(143/217)
구룡전기 (143)
사황 백무기와의 대결로 인해서 부상을 입은 화린은 화산파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치료를 받는 중이었고, 서대영이 구룡장을 재건축하는 일을 도맡아서 진행하고 있었다.
구룡장이 완공될 때까지 식솔들은 구룡루가 아닌 구룡객잔에서 머물며 생활하였는데 때로는 객잔의 일을 도와주며 조금은 무료한 시간들을 보내었다.
화린이 섬서성 산양현에 자리를 잡은 이후 산양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서인지 산양현의 사람들이 구룡장의 재건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동춘이, 너 일하러 안 가!”
남궁수연은 화산파에서 내려와 구룡장의 일에 솔선수범하며 도움을 주었는데 주로 그녀가 하는 일은 동춘이와 그의 사제들을 들들 볶아 일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표국을 차렸으면 가서 사람들에게 인사도 하고 상인들이 뭐 필요하다는 거 없나 알아보고 그래야지. 이것들이, 일 들어올 동안 손가락 빨고 있을 거야?”
“아니, 선배가 구룡장의 안주인이라도 되는 거요? 왜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요!”
동춘이 남궁수연의 등쌀에 이기지 못해 툭 쏘아붙이자, 곧장 주먹이 날아왔다.
동춘이 남궁수연의 행동에 반응하여 몸을 피하려고 하는 순간 움찔하였다.
퍼어어억!
‘방금 나 진짜 죽이려고 한 것 맞지?’
동춘은 남궁수연의 주먹을 피하려고 하는 순간 집중되는 살기에 움찔했고, 그녀의 주먹을 피하는 순간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피하지 않고 얻어맞았다.
“아니, 나한테 왜 그러는 거요!”
“왜 이러긴, 선배가 없으니까 이러는 거지. 선배가 있으면 이 정도로 끝날 것 같아?”
“그러니까 왜 나한테 그러는 거냐고요.”
“내가 아는 사람이 너뿐이잖아. 그래서 네가 제일 만만해. 내가 너 아니면 서 총관님께 이렇게 할 수 있겠어, 혁 단장님께 이럴 수가 있겠어?”
동춘은 남궁수연의 말에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선배는 남궁세가로 안 돌아가는 거요? 멀쩡한 집 놔두고 왜 여기서 이러는 거요?”
“야, 넌 선배가 부상을 당해서 저리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그냥 문파로 돌아갈 수 있겠어? 너는 전우애도 없어?”
남궁수연이 버럭 소리를 치자, 동춘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아아아…….”
어찌나 빠른지, 남궁수연의 손이 동춘의 삐죽 나온 입술을 붙잡고는 말했다.
“오리 주둥이처럼 만들어 줘?”
“하…… 하 버만 바즈시오. 내 다시는…….”
남궁수연과 동춘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는데 새명파의 제자들이었다.
“서둘러 움직여.”
동춘이 남궁수연에게 호되게 당하는 날이면 그 분풀이를 사제들에게 하니, 빈틈을 보이지 않게 일을 서둘러 하는 모습을 보였다.
남궁수연은 그런 새명파 사람들을 보고 내심 웃었다.
자신의 후임인 동춘을 들들 볶으면 자신이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일이 착착 진행됐다.
“너, 선배가 새명파 식구들 가르쳐 주라고 한 무공은 제대로 가르쳐 주고 있는 거야?”
“물론이오. 내가 열과 성을 다해서 가르치는 중이오.”
“나중에 내가 점검할 테니까 못하거나 부족하면 아주 죽을 줄 알아.”
“아니, 여기가 군대도 아니고.”
“죽을래?”
“군대가 아니니 열심히 한다고요.”
금세 말을 바꾸는 동춘의 모습에 그의 사제들이 실망한 표정들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이해를 하는 것이 남궁수연은 무림백대고수 중 한 명을 이긴 무인으로 후기지수들 중에서는 현 무림에서 구룡장주 다음으로 명성이 높았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들을 하였다.
“난 대사형이 강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동네북이었어.”
“그래도 대사형이 강하니까 인맥도 넓은 것 아니겠습니까? 남궁세가의 사람을 알고 있을 것이라 어찌 알겠습니까?”
새명파, 이제는 구룡표국의 막내로 일하는 송달이 존경의 눈빛으로 대사형인 동춘을 보며 말을 하였다.
“하긴 그렇긴 하지. 우리 같은 삼류 문파 사람들이 백대고수를 이긴 사람들과 말을 섞을 수도 있고 말이야.”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무림인들에게는 이것도 대단한 자부심이기도 하였다.
“이것들아, 얼른 일 안 해!”
남궁수연에게 왕창 깨진 동춘이 사제들을 향해 소리치자, 그들은 또 시작했다는 표정을 하고는 사방으로 흩어졌다.
“동춘아.”
“왜 부르슈?”
“잘해라. 그럼 내가 너와 네 사제들에게 무공 한 자락 가르쳐 줄 테니까.”
“정말이우?”
“그런 걸로 거짓말해서 뭣 하게.”
“알았수다. 내가 정말 열심히 할 터이니 우리 사제들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 않게 좀 가르쳐 주시오.”
남궁수연은 동춘을 보며 고개를 주억거린 후에 몸을 돌렸다.
“어딜 가시오?”
“표국을 둘러 봤으니 다른 영업장도 둘러봐야지. 내가 여기서 눌러앉아 있을까?”
“아니, 아니오. 이곳은 내게 맡기고 얼른 가시오.”
남궁수연이 동춘을 등진 채 손을 흔들어 주고는 표국을 나섰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는 동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구룡장의 안주인이 다 되었어.”
* * *
화명상단은 해동국의 밀수 상인들과 만나 거래를 하였다. 최근 들어 상단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밀수에 손을 댄 것이다.
“구룡장주가 백대고수를 이길 만큼의 고수라곤 생각하지 못한 것이 형님의 큰 실수였어.”
사혈맹과 구룡장의 싸움이 일어났을 때,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좋아하였지만 구룡장주의 손에 백대고수 둘이 죽었고, 구룡장주와 친분이 있는 남궁수연에게도 백대고수가 당했다는 말에 화명상단의 화정수를 비롯한 그의 동생들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경험을 하였다.
그동안 화명상단에서 구룡루를 빼앗기 위해서 벌인 일들과 구룡장주를 죽이기 위해서 청부를 넣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화명상단에서는 사혈맹 측에서 구룡장주를 죽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구룡장주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그의 항복을 받아들였다.
사혈맹은 향후 오 년간 그가 무림의 일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조치하였고, 상인의 가문으로 상단을 이끌어 나가는 것에는 아무런 제약을 두지 않았다. 이로 인해서 화명상단의 화정수와 그의 동생들은 더욱 불안해졌다.
몇 번의 곡물 도난 사건으로 인해서 자금 사정이 나빠진 화명상단은 부족해진 자금을 메우기 위해서 밀수 상인들과 밀거래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화정국은 지금 해동국의 밀거래 상인을 만나기 위해 산동성의 위해현에 있었다.
돌아오는 어음을 막기 위해서 많은 돈이 필요하였기에 많은 물량의 물건이 필요하였고, 이번만큼은 실수가 없어야 했기에 밀거래에 전문이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을 불러 현장으로 함께 온 것이다.
이들은 화명상단이 성장할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밀거래를 비롯한 많은 불법적인 거래에 동원이 되었던 사람들이라 딱히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고, 또 위급 상황에서 잘 대처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그래서일까? 은밀하고 적은 인원이 동원되어야 하는 밀거래임에도 화정국은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움직였다.
화정국은 밤이 되자 상선을 타고 바다로 나갔고 바다 위에서 해동국의 밀거래 상인을 만났다.
두 척의 배가 바다 위에 정박하여 서로 떨어지지 않게 고정된 후에 화정국이 해동국의 밀거래 상인의 배로 넘어갔다.
“하하. 중원에서 잘나간다고 소문이 자자하더니 이리 갑작스럽게 연락을 주어 깜짝 놀랐습니다.”
“급하게 필요한 물건들이 있어 이리 연락을 드렸습니다.”
“저희야 화 대인이 늘 좋은 값을 치러 주니 불러 주면 언제나 환영이지요.”
“하하. 이번에 저희 상단에서 관료들에게 약을 좀 쳐야 하는데 해동국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좀 구해 줬으면 하오.”
“우리나라에서요?”
“천뇌산삼 몇 뿌리와 인삼 그리고 해구신 열 개와 청자 몇 점이 필요하오. 그리고 해동국에서 생산되는 곡물도 조금 필요하고.”
해동국의 밀수업자들은 곡물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에 그 뜻을 알 수 없는 미소가 생겼다가 사라졌다.
“산삼이나 인삼, 청자는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지만 해구신은 조금 시간이 걸릴 듯하오.”
“언제면 가능하겠소?”
“빨라도 다음 달은 되어야 할 것이오. 요즘은 물이 나서 그놈들이 왜국으로 가는 바람에 시간이 걸리오.”
“그럼 그건 다음 달에 거래하고 산삼과 인삼, 청자는 조금 빨리 구해 주시오. 아, 그리고 곡물도.”
“알겠소. 거래는 어찌하시겠소?”
“늘 양주에서 거래하였으니 이번에도 양주에서 하면 되지 않겠소.”
“양주라…….”
강소성의 양주는 장강이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로 바다와 이어져 있어 배로 물건을 싣고 들어와 장강을 이용해 중원 내륙으로 곧바로 운반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강소성의 성도인 남경과도 그리 멀지 않아 육로로 물건을 운송하기에도 적합하여 지리적으로는 완벽한 곳이었다.
다만 양주는 강소성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홍택호와 가까이 있어 장강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흑도 중 한 곳인 장강십팔채의 홍택호채 수적들이 활동하는 지역이었다. 그들에게 발각될 경우 밀수품을 모조리 털릴 수 있다는 위험이 있지만 그들은 활동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그 시간만 피하면 얼마든지 그들의 눈을 피해서 거래를 할 수가 있었다.
“좋습니다. 양주에서 하지요. 그런데 저희가 부탁한 물건은?”
“배에 싣고 왔으니 가서 확인해 보시오. 부족한 것이 있으면 더 말하고.”
밀수 상인의 우두머리가 수하들에게 신호를 보내자, 수하들이 밖으로 나갔다.
“나를 따라오시오.”
우두머리 역시 자신들이 배에 싣고 온 상품들을 보여 주기 위해서 화정국을 선미에 있는 창고로 데리고 갔다.
“화밀약과 오통초 그리고 범과 여우의 가죽이오. 범은 스무 벌, 여우는 오십 벌이오.”
화정수는 물건을 확인한 후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건이 좋소이다. 이것들을 배로 옮겨라.”
화정수가 데리고 온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양쪽 배의 사람들이 연결된 가교를 이용하여 서로의 배를 오가며 물건을 교환하였다.
이번에 배를 통해서 물건들을 교환하는 건 일종의 확인 절차로 사람들의 얼굴을 익히는 과정이었다.
다음 거래에서 오늘 왔던 사람들과 한 명이라도 다른 얼굴이 있다면 그 거래는 성사되지 않을뿐더러 심하면 칼부림까지 할 수가 있었다.
그만큼 밀거래는 보안이 중요하였기에 이러한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되는 것이다.
“강 두령!”
화정국은 해동국의 밀수상인 우두머리를 불렀다.
“왜, 그러십니까?”
“혹시 아직도 인신매매를 하오?”
“노예가 필요하시오?”
“돈이 되는 아이들이 좀 필요하오. 십오 세 전후의 아이들 말이오.”
강 두령이라는 자가 잠깐 생각하더니 몇 명이 필요한지 물었다.
“한 오십 명 정도.”
“그럼 그건 해구신을 가져다줄 때 함께 넘기겠소.”
“알겠소. 여전히 아이 한 명에 금 한 냥이오?”
“지금은 물가가 올랐소. 금 두 냥이오. 그리고 여자아이는 금 세 냥이오.”
“그리 많이 오른 것이오?”
“화 대인, 우리가 거래를 하지 않은 기간이 십 년이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긴 세월이오. 십 년이나 거래를 끊은 화 대인에게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다고 말하지 않았소.”
십 년의 세월을 생각하면 아이들의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그럼 선수금이 조금 부족하오. 난 많아도 두 냥 정도를 생각하였소. 이거라도 받고 일을 진행시켜 주시겠소?”
“하하. 우리가 다시 만난 지 십 년이 되었지만 화 대인의 신용은 내가 잘 알고 있소. 선수금이 부족해도 떼어먹을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 일단 주시오.”
“고맙소.”
화정수는 선수금으로 값을 치른 후에 강 두령에게 말을 하였다.
“그럼 산삼과 인삼은 언제 가능하겠소?”
“넉넉잡고 열흘이면 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