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44)
구룡전기-144화(144/217)
구룡전기 (144)
화린은 부상이 심각한지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숨이 고르고 몸에 열이 없는 걸로 봐서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우리 장주님은 자면서도 무공 수련을 할 수 있는데 부상을 핑계로 꿈에서 무공 수련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몰라.”
서대영은 화린이 꿈속에서 무공을 수련할 수 있는 기이한 심법을 익힌 걸 알고 있었기에 그가 아무런 증상 없이 오랫동안 누워 있는 걸 보며 꿈에서 무공을 익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을 하였다.
“그래요? 선배가 꿈에서도 무공을 익혀요?”
“네. 하여간 요상한 양반이라니까요.”
“듣고 보니 요상한 것 맞네요. 꿈속에서 익히는 무공이라니……. 경지를 넘어선 무인들이 심상의 세상에서 무공을 익힌다고 하던데, 그런 것과 비슷한 것인가 봐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분명한 건 저렇게 누워 있어도 무공을 수련할 수 있고, 장주님 성격에 지고는 못 사니 사황을 이기기 위해서 수련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총관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선배는 절대 지고는 못 살죠. 욕심도 얼마나 많은데.”
“어디 욕심뿐이겠습니까? 심보란 심보는 다 달고 태어난 사람이 저희 장주님이십니다.”
서대영은 부상 중에 누워 있는 화린을 떠올리며 그동안 당했던 울분을 남궁수연에게 고자질하였다.
“그런 좀생이 같은…….”
“속이 엄청 넓은 것 같은데 좁습니다. 이게 사람들마다 다른데, 남자에게는 한없이 좁은데 또 여자에게는 한없이 넓습니다.”
“그래요?”
“제가 보아 온 바로는 그렇습니다. 특히 단리소소 님에게는 간, 쓸개 다 빼 줄 것처럼 잘해 줍니다. 동생인 단리혁진에게는 잘해 주는 것 같으면서도 엄청 굴리고 그럽니다.”
서대영에게서 단리혁광의 동생들 이름을 듣자 남궁수연은 단리혁광이 떠올랐다.
비록 다른 조의 조장이었지만 임무 중에 그의 도움을 몇 번 받은 적이 있고, 그로 인해서 목숨을 구한 적도 있었다.
“단리세가의 사람들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죠.”
다른 사람이라면 질투를 하겠지만 단리소소라면 질투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잘해 줘야 했다.
자신이 듣기로는 화린 역시 단리혁광에게 목숨 빚을 진 적이 있었다고 들었다.
“단리소소 님이 일하는 포목점의 상황은 좀 어떤가요?”
“화음현에서 장사하고 있는 포목점 중에서는 매출이 가장 높습니다. 단리세가의 피가 소소님께 그대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장사를 참 잘하십니다.”
“단리혁진은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식업이라는 것이 단순히 열심히 하는 걸로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 아직은 요령이 조금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남궁수연은 두 사람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한번 보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주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전 화산파에 들러 선배 상태를 확인하고 이틀 후에나 돌아올게요.”
“그냥 둬도 살아날 분입니다.”
서대영이 퉁명스럽게 말을 하였다.
“알아요. 선배가 죽음의 사선을 넘나드는 걸 수도 없이 본 사람이 저니까요. 그래도 사람 마음이 그렇지 않다는 걸 알잖아요.”
서대영도 남궁수연이 화린과 같은 부대 출신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말에 공감하였다.
“그럼 다녀올게요. 혹시 진 오라버니나 연아가 저 찾아오면 모른다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다녀오십시오.”
* * *
섬서성의 화음현은 화산파의 지대한 영향을 받는 곳으로 화음현에 자리 잡고 있는 상점들 대부분이 화산파가 위탁 경영으로 상인들에게 맡긴 상점들이었다.
상인들 입장에서는 무일푼으로 상점을 얻어 장사하면서 일정 수익을 화산파에 주고, 남은 수입을 챙길 수가 있으니 손해 볼 것이 전혀 없어 화음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화산파에게 상점을 하나 얻는 게 소원인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남궁수연이 화음현에 위치하고 있는 구룡객잔을 찾아갔다.
구룡장에서 운영하는 객잔의 이름은 모두 구룡객잔으로 본점은 섬서성 산양현에 있는 객잔이고, 다른 현이나 시에 있는 객잔들은 모두 지점이었다.
무림에서 문파의 지부를 만들어 각 성에 두는 것과 비슷한 형태의 영업 방식으로 상인들 사이에서는 널리 쓰이는 방법이었다.
여기에 화린은 각 지점에 본점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그대로 만들어 팔 수 있도록 하여 구룡객잔의 어느 지점을 가도 같은 음식,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화음현에서 영업을 하는 구룡객잔 역시 마찬가지였고, 본점에서 판매하는 요리 외에 화음현에서 독창적으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혹은 다른 객잔에서 잘 팔리는 음식을 보고 배워 와 만들어 팔기도 하였는데, 본점에서 판매하는 요리보다는 판매가 시원찮았다.
남궁수연이 구룡객잔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북적였다.
“어서 오십시오. 지금 자리가 없는데 합석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이제는 지점장이 된 단리혁진이 남궁수연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하였다.
“상관없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만약 손님들께서 합석을 거부하면 잠시 기다려 주셔야 합니다. 그게 아니면 객잔에서 우측으로 오십 보 정도 걸어가시면 오복객잔이라고 있습니다.”
“알았으니 일단 사람들에게 여부를 묻고 와요.”
“그럼…….”
단리혁진은 손님들이 앉아 있는 식탁으로 가서 손님들에게 의사를 물었는데 여러 손님 중 여성 손님 혼자이거나, 남녀가 함께 앉아 있는 식탁으로 가서 합석 여부를 물었다.
“나름 배려를 하는 건가? 왈패 짓 하면서 정신 못 차리고 있다던데 그게 아닌가 보네.”
한 여성이 남궁수연이 있는 곳을 힐끗 보더니 고개를 주억거렸고, 단리혁진이 남궁수연에게 와서는 한 여성이 앉아 있는 식탁으로 안내를 하였다.
“자리를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궁수연은 앉아서 식사하는 여성에게 먼저 고맙다고 인사한 뒤 단리혁진에게 말했다.
“팔보채반이랑 동춘어육을 주세요. 그리고 화과주 한 병이랑 같이.”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단리혁진이 주문을 받은 후에 주방으로 달려가서는 숙수장에게 남궁수연이 주문한 요리를 부탁하였다.
남궁수연은 자리에 앉아 자신에게 합석을 허락한 여성을 힐끗 보았다.
허리에 검을 차고 있었고 검파에 수실로 장식이 되어 있었는데 그 무늬가 꼭 매화처럼 보였다.
‘매화검수?’
화산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매화검수를 나타내는 검을 착용하고 있는 여성을 보자, 남궁수연은 그녀가 궁금해졌다.
“혹시 화산파의 사람이세요?”
남궁수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아, 저는 남궁수연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화산파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남궁수연……!”
그녀는 갑자기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는 남궁수연을 보았다.
“그 구룡장주와 함께 계셨다는?”
“네.”
“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화산파의 제자인 허영화라고 합니다.”
“현봉 허영화?”
허영화가 남궁수연의 이름을 듣고 놀란 것처럼 남궁수연 역시 허영화의 이름을 듣고 놀랐다.
그녀의 검을 보고 매화검수일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그녀가 팔봉 중 한 명인 현봉 허영화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허영화는 화산파의 인물로 그녀의 지혜는 천하에 닿았다고 알려질 만큼 현명한 여인이었다.
제갈세가에서도 그녀에게만큼은 뛰어난 두뇌를 자랑하지 않는다고 하여 무림인들은 그녀를 현봉이라 불렀다.
당금 후기지수들 중 가장 뛰어난 여덟 명의 여류 무인 중 한 명인 허영화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 무림행을 하던 도중에 화산파의 부름을 받고 복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화음현에 새로운 객잔이 생겨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 들렀다가 우연찮게 남궁수연을 만난 것이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저도 반갑습니다. 남궁수연 님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저의 명성은 허명이에요. 저보다 허영화 님께서 더 명성이 높죠. 그런데 실례가 안 된다면 허영화 님은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남자가 물었다면 큰 실례라 생각을 했을 테지만 같은 여자인 남궁수연의 물음이라 편하게 대답을 하였다.
“갑오년 스물셋입니다.”
“저랑 같네요. 저도 갑오년 스물셋이에요.”
“이런 우연이…….”
남궁수연은 활짝 웃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 친구 할까요?”
“친구요?”
“왜, 남자들은 서로 만나 나이 물어보고 뜻이 맞으면 친구 하고 그러잖아요.”
“아, 그렇죠.”
“화린 오라버니랑 옥해 오라버니도 친구 맺었는데 우리도 친구 하기로 해요.”
“옥해 사형을 아세요?”
“그럼요. 저희가 화산에 큰 빚을 졌거든요.”
“큰 빚을요?”
“여기서 말하는 건 좀 그렇고요. 저도 한 곳만 더 들렀다가 화산파에 갈 예정인데 괜찮으시면 저랑 함께 화산파에 올라가요.”
허영화은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 그리고 어때요?”
“뭐가요?”
“친구.”
“그래요. 우리도 친구 해요.”
두 사람은 친구가 되어 말을 놓고 편하게 대화를 이어 나갔다.
“소문이라는 것이 본시 부풀려 퍼지게 되어 있잖아. 내가 백대고수 중 한 명인 쌍룡혈부 이시언과 싸워서 이긴 건 맞지만 소문처럼 쉽게 이기지는 못했어. 엄청 고전했지.”
“그래도 이긴 거잖아.”
“그렇긴 한데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승부는 장담할 수 없었어.”
남궁수연은 평소의 모습과 달리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주변의 도움이 컸다고 말하였다.
친구를 맺었다고 하나 자신에 대해서 다 보여 주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나는 무림행을 한 삼 년 정도 한 것 같은데 그런 고수들을 만나 본 적이 없어.”
“그래? 그래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어? 난 군대에서 생활해서 조금 지루했거든.”
“너 군대에 간 거야?”
“응, 홧김에 집 나와서 갈 데가 있어야지. 일단 집을 나왔으니 뭐라도 하고 들어가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고 하고 군대를 갔지.”
“이야, 너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군대에 갈 생각을 다 했어?”
“군대라고 다를 것이 있을까?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고, 또 힘을 내세우는 집단이니까 나름 어느 정도 대우를 받겠지 하고 간 거지.”
“그랬더니? 대우받고 군 생활을 한 거야?”
“아니, 전선으로 갔어. 감숙성에 있는 군부대로 말이야. 그곳에서 남자들과 같이 훈련을 받고 임무에도 투입이 되었는데…….”
남궁수연은 맹호사사혈전대에서 겪었던 일을 허영화에게 이야기해 주었는데, 임무를 부여받고 변방과 새외 문파들을 멸문시키는 일을 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럼 치근대고 하는 남자들은 없었어?”
“없었지. 그래도 무공을 익힌 덕에 조금은 편하게 지낼 수 있었는데 군대는 아무리 편해도 군대라는 거야.”
허영화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단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고생이 심했겠다.”
“고생은 다 하는 건데, 뭐. 너도 무림행을 하였다면 쉽지 않았을 텐데.”
“나도 고생 많이 했어.”
허영화는 자신이 무림행에서 겪은 일들을 남궁수연에게 말해 주었다.
군대가 거칠고 투박하다면 무림행은 나름대로의 부드럽고 낭만도 있었다.
‘부럽네.’
남궁수연은 허영화의 말을 들으며 정말 배부른 소리를 한다고 생각을 하였지만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제법 흘렀다.
“나가자. 한 군데 들러야 할 곳이 있어.”
“그래.”
남궁수연은 단리혁진에게 값을 치르며 말했다.
“열심히 해요. 그럼 화린 선배가 잘 챙겨 줄 거예요.”
단리혁진은 남궁수연을 보았다. 남궁수연은 그를 향해 활짝 웃으며 수고하라는 말을 하고는 객잔을 나섰다.
허영화와 찾아간 곳은 구룡포목점이었다.
이곳에서는 단리소소가 일을 하고 있었는데 지난번 화린과 함께 찾아온 적이 있어 단리소소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어서 오세요.”
단리소소가 화사하게 웃으며 두 사람을 맞이하였다.
“노리개와 장신구 좀 보여 주세요.”
남궁수연이 단리소소에게 말하자 그녀는 노리개와 장신구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는 하나하나 설명을 해 주었다.
“저희 상점과 거래를 하는 옥 장인이 만든 노리개예요. 이렇게 쌍으로 제작해 판매하고 있어요.”
둥근 달 모양의 노리개였는데 중앙이 반으로 갈라져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노리개였다.
노리개의 장식도 오색실을 엮어 만들어 허리에 찰 수 있도록 하였다.
“이걸로 하나 주세요.”
남궁수연은 노리개를 사서 반을 떼어 허영화에게 주었다.
“우리 친구가 된 기념으로.”
“고마워.”
허영화는 남궁수연이 주는 노리개를 받으며 활짝 웃었다.
“그런데 상점이 조금 작지 않나요? 산양 현에 있는 구룡포목점은 규모가 제법 크던데.”
“장주님께서 포목점을 증축해서 커진 거예요. 처음에는 이처럼 작았어요.”
“아, 그랬구나. 그럼 여기도 장사가 잘되면 증축을 하겠네요?”
“네. 우선 장주님의 허락이 있어야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증축하게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수연 님, 장주님은 괜찮으신 건가요?”
단리소소가 묻자,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론이에요. 그 인간, 어디 가서 쉽게 죽을 인간이 아니니까 소소님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부상을 입었다고 들었는데.”
“조금 다치기는 했어요. 상대가 사황이다 보니 말이에요. 그래도 목숨을 건졌고, 곧 상처를 털고 일어날 거예요.”
“다행이네요. 장주님께서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했었는데.”
“선배가 깨어나면 소소 님이 많이 걱정했다고 전해 줄게요.”
“아, 아니에요.”
남궁수연이 활짝 웃었다.
‘단리소소 님도 선배를 좋아하나 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