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45)
구룡전기-145화(145/217)
구룡전기 (145)
“아니, 왜 우리가 구룡장을 새로 짓는 데 보상을 해 줘야 한단 말입니까?”
사혈맹의 근간이 되는 십이사가의 가주들이 사이에서 구룡장의 일로 인한 불만들이 터져 나왔다.
“맹주께서 그러는 편이 본 맹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결정을 하였으니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맹주님의 결정이라고 하나 구룡장에 의해 박살이 난 건 우리고, 또 구룡장이 항복하여 고개를 숙였는데 왜 우리가 구룡장의 신축 비용을 줘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십이사가의 가주들은 사혈맹에서 장로의 직을 맡고 있었는데 십이사가 중 세가 가장 큰 진량사가의 진충영이 제일장로의 위치에서 장로원을 이끌고 있었다.
진충영은 잠시 말을 아끼더니 불만을 토로하는 장로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맹주님과 구룡장주의 싸움에서 맹주님께서 내상을 입으셨습니다.”
순간 장로전에 침묵이 흘렀다.
“큰 내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당시 구룡장주와 남궁세가의 여식도 함께 있어 그들이 함께 싸웠다면 맹주님께서도 위험할 뻔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일장로님, 농이 지나치십니다. 아무리 무림백대고수들을 이겼다고 하나 맹주님께서 위험할 뻔하였다니요?”
“사실입니다. 제가 맹주님의 안위를 농으로 이야기할 만큼 대담하지 못하다는 건 장로님들께서 더 잘 알고 계실 것이 아닙니까?”
“정말 내상을 입으신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이영사가의 가주 종하운의 물음에 답이 뒤에서 들려오자, 모두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들어섰는데 사혈맹의 맹주 백무기였다.
“맹주님을 뵙습니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백무기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앉으십시오.”
백무기는 걸음을 옮겨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 앉았는데 상석이 아닌 일장로와 마주 보는 자리였다.
“한참 어린 후배가 그렇게 대단한 무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지 못하였습니다. 백대고수 둘을 이겼다고 하여 무공은 어느 정도 익히고 있다 생각하고 방심하지 않았음에도 본 좌와 필적할 만큼 대단하였습니다.”
“이제 약관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스물여섯이면 아직 약관이긴 합니다. 하지만 구룡장주는 다양한 실전 경험을 해 보았는지 후기지수답지 않은 전투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사전에 백대고수 둘을 이겼다는 소식을 듣지 않고 방심하였다면 제가 당했을지도 모릅니다.”
백무기의 입에서 자신이 질 뻔하였다는 말을 듣자, 장로들은 조금 혼란스러웠다.
“만약 그 자리에 남궁세가의 여식이 없었다면 큰 부상을 입더라도 구룡장주를 죽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도 그와 싸우면서 내상을 입은 상태라 그 상태로 남궁세가의 여식을 상대할 수 없을 것이라 판단해 구룡장주를 살려 주었고, 그의 뜻대로 구룡장을 재건하는 데 비용을 지불하기로 약조하였습니다.”
“음…….”
“그리고 나머지 봉문이라든지 무림에 대한 개입, 감사를 받는 일은 그대로 이행될 것입니다.”
대외적으로는 이긴 싸움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알맹이가 없는, 패배나 다름없는 싸움이었다.
“제가 구룡장을 오 년간 봉문시킨 건 그 기간 동안 우리 사파의 후기지수들이 구룡장주와 친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후기지수들과? 구룡장과 구룡장주는 정파를 지향하고 있지 않습니까?”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딱히 정파를 지향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사파보다는 정파가 접근하기 쉬우니 정파에 먼저 접근한 것이지요.”
“정사지간이란 말씀입니까?”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구룡장주와의 대화를 통해서 그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는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이익?”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상대의 목숨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죽일 수 있는 인물입니다. 그러니 정파보다는 사파에 조금 더 치우쳐 있지요.”
“음…….”
“오 년 동안 봉문을 시켜 놓았으니 정파인들은 쉽게 구룡장주를 만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구룡장주가 정파인을 만나게 되면 무림 활동을 한다는 오해를 할 수가 있으니 구룡장주도, 정파의 인물들도 조심할 것이란 뜻이었다.
“남궁세가의 여식은 어떻게 합니까? 그녀가 구룡장주의 곁에 있다면 정파의 소식들을 전해 주지 않겠습니까?”
“그 정도는 구룡장주도 알려고 하면 얼마든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궁세가의 여식은 구룡장주와 밀접한 관계로 예상하기에는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면 남궁세가가 버티고 있으니 사파로 전향하게 만드는 건 힘든 일이 아닙니까?”
“조금 전에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주변을 이용하는 성향이라고 말입니다.”
“그 말씀은?”
“남궁세가는 피난처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씀입니다.”
“피난처라면?”
“무림에서 남궁세가의 이름으로 얻을 수 있는 면죄부 같은 것이지요.”
장로들의 생각이 깊어졌다.
백무기는 장로들이 생각을 정리할 동안 잠시 기다려 주었다.
“그러면 우리의 아이들이 오 년 동안 구룡장주와 만나 친분을 쌓고 봉문이 풀리는 날 사파로 전향하게 만든다는 말씀입니까?”
“그리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은 그럴 계획으로 구룡장주에게 접근시킬 생각입니다. 그만한 고수를 얻는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 * *
사황 백무기와의 대결에서 큰 부상을 입은 화린이 깨어난 건 그 사건이 있고 보름이 지나서였다.
화린은 눈을 뜨고 주변을 확인하니 익숙하지 않은 곳임을 알 수가 있었다.
화린은 한동안 천장을 바라보다 입가에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사황 백무기와 벽 하나 차이였어. 물론 그가 무공을 숨겼다면 그 이상의 차이가 날 수도 있겠지만 그날 보여 준 것이 진심이었다면 나와 벽 하나의 차이였어.”
벽 하나의 차이, 지금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깨달음의 벽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실전을 통한 깨달음은 큰 차이가 없었다.”
화린은 그 당시를 떠올리는 듯 눈을 감았고 입가에 그려진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그는 배교의 비전 술법중 하나인 몽환비술을 이용하여 꿈에서도 무공을 수련할 수가 있었는데 부상을 당해 쓰러지는 순간 이 술법을 이용해 자신만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화산파에서 자신을 치료하는 보름 동안 화린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무공을 수련하면서 사황 백무기와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서 화린은 보다 명확하게 지금 자신의 경지를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 것이 일마이황삼왕사제 중에서 일마와 이황은 자신보다 반수, 혹은 한 수, 즉 깨달음의 벽 하나 차이이고, 삼왕사제는 실수 하나로 승패가 결정이 날 만큼 비슷한 수준이라는 걸 알 수가 있었다.
그때 방문이 열리고 한 여성이 들어왔는데 남궁수연이었다.
남궁수연은 화린이 눈을 뜨고 자신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잠깐 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
화린이 미소를 짓자, 남궁수연도 따라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살아 돌아왔네.”
“그럼 내가 명왕인데 감히 누가 날 데리고 갈 수 있겠어.”
남궁수연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화린의 곁으로 가서 앉았다.
“내가 얼마나 누워 있었어?”
“보름. 우리는 사혈맹에 패했고, 오 년간 봉문을 받아들이기로 했어. 오 년 동안은 무림의 일에 간섭하면 안 돼.”
“먼저 건들면?”
“그건 알아서 해야겠지. 그런데 봉문당한 문파는 건들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야.”
“그건 그때 가서 보면 되고.”
남궁수연은 화린에게 사혈맹이 구룡장에 취한 조치들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정파의 인물들을 만나면 안 돼. 사혈맹에서 감찰사가 나와서 우리와 함께 생활하며 이를 감시할 거야.”
“잘했어. 안 그래도 사황을 이겨 먹으려면 시간이 필요했는데.”
“감사를 통해서 무공을 수련하는 걸 들키면 규정 위반인데.”
“저들이 내 경지를 알 수 있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상관없어. 그리고 이번에 구룡전단의 대원들도 가르쳐야겠어.”
“괜찮겠어?”
“상관없어. 무림의 일만 관여하지 않으면 되잖아. 우리는 표국을 운영하고 있으니 그 핑계를 대면 되고, 그걸로 시빌 걸면 박살 내면 되고.”
화린의 대답에 남궁수연은 피식 웃었다. 화린의 이런 반응이 당연한 걸 그동안 혼자 전전긍긍하였다는 생각에 그저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조심해.”
“설마 사황이 또 오려고. 그때는 제대로 도망 다녀야지.”
“하여간, 사람 불안하게 만들지 말고.”
“야, 네가 왜 불안해.”
“그럼 안 불안해? 선배 밑에 딸린 식구가 몇 명인데. 선배가 잘못되면?”
“그러니까 그걸 네가 왜 걱정을 하냐고.”
“후배니까 걱정하지.”
“동춘이는 너처럼 걱정 안 할 텐데.”
“그놈은 인간미가 없잖아. 만날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하고 있는데 걱정할 리가 있겠어. 어디 떡고물 하나 떨어지지 않나 하고 눈을 부릅뜨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놈인데.”
“그래?”
남궁수연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떡고물 하나 던져 줘야지.”
남궁수연은 화린의 표정에서 뭔가 일을 치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슨 사고를 치려고?”
“그런 게 있어. 우리는 일단 무림인만 안 건들면 되는 거잖아.”
“그렇지.”
“그럼 됐어. 일단 가자.”
“어디를?”
“깨어났으니까 집으로 가야지.”
“아직 부상이 다 나은 건 아닌데?”
“움직일 수 있으니 걱정 마. 그리고 남에게 신세를 오래 지면 나중에 부탁할 때 거절할 수 없어, 코 꿰이는 거야.”
남궁수연은 이런 화린의 모습에 내심 기뻐하였다.
‘사황에게 패해서 기가 죽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행이다.’
“일단 구룡루로 가자.”
* * *
화린이 화산파에서 구룡루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깨어났다고 하지만 아직 부상이 완쾌되지 않아 치료를 더 받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화린은 미옥과 마주 앉아 있었는데 그녀에게서 그동안 무림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들었다.
“마교나 정천맹의 움직임은 딱히 없군요.”
“그렇습니다. 사혈맹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감숙성에 나타난 화마혈수권을 익힌 자의 행방이 묘연합니다.”
“그 외에는요?”
“변방과 새외의 고수들이 중원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들이 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지금 무림의 힘이 다른 때와 비교해서 약한가요?”
“삼십 년 전, 배교가 있을 때와 비교하면 전력이 약해진 상태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꾸준히 전력 상승을 위해서 노력하였기에 변방이나 새외의 무림이 중원 무림을 노릴 정도로 약해지지는 않았습니다.”
‘오 년 동안 그렇게 변방, 새외, 색목국을 돌아다니면서 부숴 놓았는데 그새 그들이 성장해서 간을 본다는 건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자들이 있는 건가? 아니면 뭔가를 찾기 위해서 중원으로 들어온 것이라면?’
화린의 눈빛이 반짝였다.
“어떤 문파들이 있죠?”
“알려진 건 빙궁, 포달랍궁, 소뇌음사, 암흑마탑, 부산궁, 백팔군도의 고수들입니다.”
화린은 문파의 이름을 듣고는 뭔가를 생각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생각한 것이 아닌가?’
“그렇군요.”
화린의 눈에서 푸른빛이 옅어지자, 미옥의 눈빛도 따라 변했다.
“요즘도 돈을 잃었다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이 있나요?”
“없습니다. 장주님께서 무려 무림백대고수 두 명을 이겼다는 소문이 나서 구룡루를 찾아오는 손님들 모두가 얌전합니다.”
일상의 대화로 돌아간 두 사람이었다.
“그건 좋은 일이네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로 인해서 성주님과 남궁세가에서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건 제가 따라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죠. 혹여 일하는 사람들이 부족하거나 그러지는 않나요?”
“손님이 갈수록 늘어나니 일손이 부족하긴 합니다.”
“그럼 섬서성에 연고를 둔 사람들을 우선으로 사람을 더 고용하세요.”
“그렇게 조치를 하겠습니다.”
“그것 말고 제가 또 알아야 할 것이 있나요?”
“없습니다.”
화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미옥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한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이 호법!”
화린이 이도문을 부르자, 옆에서 귀신처럼 나타났다.
“지금 화명상단의 상태는?”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서 밀수에 손을 댔습니다.”
화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겨났다. 그 미소를 접한 이도문은 흠칫하였는데 가끔 이렇게 짓는 미소를 접할 때면 등골이 서늘한 그런 기분이 들어서였다.
‘주군께서는 한시도 조용히 지낼 생각이 없으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