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47)
구룡전기-147화(147/217)
구룡전기 (147)
화정국은 찬바람에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정신을 차리니 전신에 고통이 엄습해 왔고, 절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간밤에 일어난 일을 떠올렸다.
누군가의 습격을 받았고, 자신은 그 상황에서 약속한 대로 표두와 표사들에게 뒷일을 맡기고 쟁자수들과 등짐을 가지고 현장을 벗어나려고 하였다.
그 순간 자신을 앞을 막아선 복면인에게 당해 쓰러졌는데 다행스럽게도 죽음은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몸에 크고 자잘한 부상을 입어 그 고통으로 인해 절로 표정이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을 파악하자, 입에서 욕지거리가 나왔다.
“다들 어떻게…….”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이 있는 곳은 봉태산의 초입이었고, 주변은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화정국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끼고는 서둘러 봉태산을 내려가 양주 포구로 갔다.
그곳에 화명상단의 선박이 정박되어 있는데 선박이 한산해 보였다.
화정국은 서둘러 배 위에 올랐고, 그를 본 선원들은 고개를 숙였다.
“쟁자수들이 물건을 가지고 오지 않았느냐?”
그는 선원들에게 급하게 물었고, 그 물음에 선원들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표두님, 표사님들도 돌아오지 않아 저희들은 객잔에서 머물렀다가 오나 보다 하고 있었습니다.”
화정국은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자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런데 부상단주님의 몸이…….”
보기에도 크고 작은 부상들로 인해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한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
“여기서 대기하고 있거라.”
화정국은 자신의 몸을 돌보기보단 잃어버린 짐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다시 기습을 받았던 봉태산 초입으로 달려갔다.
“헉헉…….”
한 시진이 지나 싸움이 있었던 곳에 도착하였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잠시 숨을 고른 후에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니 싸웠던 흔적은 발견할 수 있었지만 표두, 표사, 하물며 쟁자수들의 시체도 찾을 수가 없었다.
“젠장, 아아아악!”
화정국은 의문의 무리들에게 밀수품을 도난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욕지거리와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며 괴성을 질렀다.
“도대체 어떤 놈이…….”
그는 몸을 부르르 떨며 혹여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있을까 하여 주변을 샅샅이 찾아보았지만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젠장.”
* * *
“뭐라, 밀수품을 도난당했다고?”
“작은형님께서 큰 부상을 입고 본가로 돌아왔습니다.”
화정수는 화정국이 큰 부상을 입었다는 말에 버럭 화를 내었다.
“함께 갔던 놈들은 도대체 뭘 하였단 말이더냐.”
“표두와 표사들은 모두 죽었고, 쟁자수들도 배로 돌아오지 않은 걸로 봐서 모두 죽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모두 죽어? 누가 어떤 놈이 그들을 죽였단 말이냐!”
화정수의 분노가 눈에 보일 만큼 강력하였는데 보고를 하는 화생방이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작은형님께서 지금…….”
화정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의 문을 거칠게 열고는 밖으로 나갔다. 화생방이 곧 그의 뒤를 따랐다.
“정국이는 어디 있느냐?”
“지금 방에서 치료를 받고 누워 있습니다. 형수님께서 형님을 보살피는 중입니다.”
화정수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화정국의 방으로 갔다. 화정국의 방 앞에서 문을 확 열어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혀…… 형님.”
화정국이 화정수를 보고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였지만 화정수가 이를 제지하였다.
“누워 있어. 부상당한 몸으로 무리하게 움직이면 부상이 덧난다.”
“죄송합니다.”
“물건을 도난당했다고 들었다. 어떤 놈들인지 알겠느냐?”
화정국은 고개를 저었다.
“해동국의 밀수업자들은 거래를 끝낸 후에 곧장 산을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짐을 챙겨 산을 내려오는 도중에 복면을 쓴 자들을 만났습니다.”
화정국은 그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하였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발각되면 쟁자수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가 포구에 정박된 배로 오기로 약조하였는데 이틀을 기다려도 돌아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화정수는 화정국의 설명을 듣더니 눈을 좁혔다.
“해동국의 밀수업자가 아니라면 우리가 그 시간 밀거래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인데. 그러니 그놈들이 찾아온 것이 아니더냐.”
화정수의 말을 듣고 보니 그랬다.
“우리가 밀거래를 하는 걸 아는 사람이 누구지?”
“거래에 동원되었던 쟁자수들과 표두, 표사들입니다. 그리고 형님께서 아시는 것처럼 식구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쟁자수들과는 오랫동안 거래를 해 왔으니 그들이 배신할 일은 없고, 표두와 표사들 역시 자신들의 심복들이니 마찬가지!
“어쩌면 하오문도 알고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조심한다고 해도 그들의 눈과 귀를 피하기 쉽지 않으니 말입니다.”
“음…… 하오문이 우리의 밀거래를 알고 있었단 말이지. 그럼 그들이 우리의 것을 노릴 수도 있겠군.”
하오문은 흑도에 속하는 무리들이다. 녹림의 산적, 수로채의 수적 그리고 하오문의 도적. 하오문이라면 충분히 밀수품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형님. 제가 해동국과 밀거래를 할 때, 해구신과 노예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래?”
“열흘 뒤에 거래를 한다고 하였으니 만약 그놈들이 들었다면 열흘 뒤에 다시 나타날 것입니다. 그러니 거래를 중단해야 합니다.”
“그럴 수는 없다. 밀수업자들과 거래하기로 하고 약조를 맺었다가 파기하는 순간 어찌 되는지 너도 잘 알고 있지 않으냐?”
“형님, 이번 사건을 벌인 자들 역시 곡물을 훔친 놈들과 한패인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저만 놓아두고 표두, 표사들의 시체들을 치웠겠습니까?”
화정수는 고개를 돌려 화생방을 보았다.
“놈들은 제가 형님께 물건을 도난당했다는 사실을 알린 후에 형님이 직접 밀거래를 하러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직접?”
“그게 아니라면 왜 저를 살려 보내 주었겠습니까?”
“아니다. 단순히 그런 이유는 아닌 것 같다. 만약 그놈들이 너를 죽였다면 다음 거래는 무조건 내가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너를 살려 두었다는 건 다음 거래 역시 내가 아닌 네가 나오기 원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화정수는 자신의 상단을 노리는 놈들이 자신을 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곡물을 훔쳐 갈 때도, 밀수품을 훔쳐 갈 때도 화정국이나 화생방을 죽일 수가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화정수는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놈들은 우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언제, 어디서 거래를 하는지 모두 알고 움직이고 있다. 하오문이 알고 있다고 해도 이렇게 자세하게 알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분명 흉수와 내통하는 자가 있다는 말이다.
‘정국이나 생방이 그리고 정욱이 중 한 명인가?’
화정수는 자신의 동생들 중에 흉수와 내통하는 자가 있을까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동생들이 그러한 일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렇다면 표두나 표사들 중에서?’
쟁자수들이야 품삯을 받아 생활하는 이들이니 흉수에게 매수되거나 아니면 흉수들이 간자를 심어 놓았다고 해도 일에 대한 자세한 내막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표두나 표사는 상단의 일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을 회유하거나 간자를 심어 놓는다면 충분히 상단의 일을 방해할 수가 있다.
‘지난번에 표두와 표사들이 많이 죽어 새로이 뽑은 자들 중에 있는 건가?’
지난날 중원 각지에서 곡물을 거두어 사천의 호주 집하장으로 운송할 때, 흉수들과 마찰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무림백대고수에 포함이 된 자를 무려 두 명이나 고용하였지만 그들도 흉수의 손에 죽음을 면치 못하였다.
그 일이 있고 새롭게 표두와 표사들을 뽑아 상단의 표국을 운영 중에 있었는데 그들 중 누군가가 간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아니, 아니다. 그들은 이번 밀수 사건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화명상단에서는 밀수를 하는 데 동원되는 사람들이 따로 정해져 있었다.
밀수가 그만큼 위험한 일이기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함께 일할 수가 없어서였다.
화정수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혹시 살수를 고용해서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화정수는 화정국에게 물었다.
“열흘 뒤에 거래가 있다고?”
“그렇습니다. 형님, 노예들도 있어서 이번 거래는 바다 위에서 하기로 하였습니다.”
“바다 위에서?”
“네. 바다 위에서 노예들을 건네받은 후에 곧장 월하로 가서 그곳의 노예 상인들에게 팔아넘길 계획이었습니다.”
화정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외에는?”
“해구신과 호피 가죽을 사들이기로 하였습니다.”
“알았다. 너는 쉬면서 몸조리를 하거라. 생방아.”
“네, 형님!”
“너는 지금 사람들을 시켜서 개의 그것을 백 개 정도 구해 오너라.”
“개의 그것이라면?”
“개부랄 말이다. 성기까지 달린 채로 구해 와야 한다.”
화생방은 갑자기 개부랄을 말하니 영문을 몰라 하였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건 어디에 쓰려고……?”
“이번에 흉수를 확실하게 파악해야겠구나. 심증만으로 건드리기에는 부담스러우니 보다 확실한 물증이 필요하다.”
“형님께서는 이번 일도 구룡장에서 꾸몄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심증만 가지고 있다.”
“형님, 만약 진짜 구룡장에서 이 일을 꾸몄다면 우리가 구룡장주를 찾아가 용서를 빌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용서?”
“구룡루를 노리고 우리가 먼저 구룡장주를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닙니까?”
“그는 우리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형님, 그럼 구룡장이 우리를 노릴 이유가 없습니다. 단순히 섬서성에서 상단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우리를 노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화생방의 말에 화정수는 발끈하려다 숨을 고르며 말을 하였다.
“왜 그렇게 생각을 하느냐?”
“객잔, 기루 영업을 하는 장사꾼들은 많습니다. 그런 그들이 우리를 노리고 음모를 꾸미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이 구룡장주의 짓이라면 그는 우리가 먼저 자신의 목숨을 노렸다는 것을 알고 우리를 공격하는 것입니다.”
“음…….”
“형님, 구룡장주는 백대고수를 이긴 무림의 고수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손에 박살이 난 사파 문파가 열 곳이 넘습니다. 오죽했으면 사혈맹이 직접 나섰다가 창피만 당하였겠습니까?”
“구룡장주가 항복을 하지 않았느냐?”
“사황이 나섰으니 그러한 결과를 얻은 것입니다. 사황이 나서지 않았다면 아직도 사혈맹과 구룡장은 싸우고 있었을 것이고, 그 와중에 사파 문파는 계속해서 박살 났을 것입니다.”
화생방의 말에 화정수는 침묵했다. 그가 하는 말 중에 틀린 말이 하나도 없어서였다.
비록 중원에서 십대상인으로 이름을 알렸다고 하지만 무림에서 자신의 영향력은 미천할 뿐이었다. 그에 반해 구룡장주는 어떠한가?
비록 사혈맹에 항복하고 오 년간 봉문을 하지만 구룡장주의 이름은 무림에 널리 퍼진 상태였고, 그가 무림백대고수를 이겼다는 소문으로 인해 이제는 무림백대고수를 논할 때 그의 이름도 당당하게 언급될 만큼 영향력이 커진 상황이었다.
“이제 거물이 된 구룡장주와 계속해서 싸운다면 우리의 상황만 악화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럼 어찌하자는 말이냐!”
“사실대로 모든 걸 털어놓고 납작 엎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납작 엎드려야 한다는 말에 발끈하였다.
“어림없는 소리!”
화정수는 오히려 화를 더 내었다.
“다시는 내 앞에서 그런 소리 하지 말도록 해라. 생방이 네가 나의 친동생이라고는 하나 그러한 소리를 한 번만 더 하였다간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다!”
화정수는 화를 버럭 내며 화정국의 방을 나가 버렸다.
“형님 성격을 잘 알면서 그런 말을 왜 한 것이냐?”
“그럼 다 죽게 생겼는데 그 정도 말도 못 한다는 말씀입니까?”
화생방이 억울하다는 말을 하였다.
“그래도 지금 형님 앞에서 그러한 말을 했다는 건 네가 잘못한 것이다.”
화정국이 타이르자, 화생방은 고개를 숙였다.
“형님께 죄송하다 말하고, 시킨 일에 대해서는 말이 안 나오게 처리해라. 지금은 형님께 무슨 말을 해도 심기만 거스를 뿐이니 일단 본가의 급한 불을 끌 때까지는 형님의 심기를 건들지 않도록 조심해라.”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는 말이 있듯 삶이 여유롭다면 웃고 넘길 일이지만 형편이 어려울 때는 사소한 것도 신경을 거슬리게 만든다.
“형님을 찾아뵙고 용서를 구하겠습니다.”
“얼른 가 보아라.”
화생방이 방을 나서자, 화정국의 입에서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어 버렸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