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48)
구룡전기-148화(148/217)
구룡전기 (148)
“오 년 동안 봉문? 미친 소리지.”
구룡루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오 층 전각인 구룡각이지만 실제로 오 층 위에는 다섯 개의 방이 더 있었다.
가장 안쪽에 있는 방은 화린의 별장처럼 사용되는 방이었고, 다른 방들은 집무실을 비롯하여 구룡루에서 실질적인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방이었다.
화린은 구룡루의 꼭대기 자신의 집무실에서 사황 백무기와의 약조를 떠올리며 비웃었다.
물론 드러내 놓고 무림에서 활동하지는 않겠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무림에서 활동할 수가 있으니 그 약조를 지킬 생각이 없었다.
“내가 정파의 인물들을 만나면 무림 활동을 한다고 의심이 살 것이 분명하지만 마교도나 사파인들과 만나지 말라는 조항은 없었으니 상관이 없단 말이지.”
화린은 굳이 찾아오는 사람을 가려 가며 만날 생각은 없었다.
“주군!”
문밖에서 부르는 소리에 들어오라는 말을 하였고, 이도문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시켰던 일은?”
“만수장으로 하나도 빠짐없이 물건이 도착한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고생했어. 이 호법이 보기에는 어때? 새명파 애들 좀 쓸 만해?”
“아직 미숙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동춘 님께서 조금씩 개선해 나가고 있고, 무공도 강해지고 있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나아질 것입니다. 표국은 그들에게 맡겨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쓸 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무림의 일보다는 표국의 일만 맡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화린 역시 당장은 그들까지 동원하여 무림의 일에 투입할 생각은 없었다.
“그럼 됐어. 일단 앉아서 들어.”
이도문은 화린의 맞은편에 있는 탁자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
“이번에 내가 사혈맹이랑 싸우면서 느낀 건데. 우리도 세력이 있어야 할 것 같아.”
“세력이라고 함은……?”
“사혈맹이나, 정천맹과 싸울 수 있는 그런 세력 말이야.”
“살수 문파들을 규합하여 연맹을 만드시겠다는 말씀입니까?”
화린이 가진 가장 큰 무기가 바로 살황의 전인이란 것이다. 살황의 전인으로 또 살수들의 종주로 그 명예와 권위를 이용하여 살수 문파를 규합하면 중원 천하에 산재되어 있는 살수 문파들 중 못해도 칠 할은 화린의 뜻에 따를 것이다.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긴 한데, 살수들은 무림과 달리 각자의 영역이 있으니까 필요할 때만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하면? 세력을 만들 곳이 있습니까?”
“흑도!”
흑도라고 함은 살수, 녹림, 수로채, 하오문을 말하는데 범위를 넓게 잡으면 시와 현의 시전과 저잣거리에서 왈패 짓을 하는 자들까지 포함된다.
다만 무림에서 말하는 흑도는 살수와 녹림, 수로채, 하오문을 가리킨다.
“무림과 연관이 있다고 하나 흑도는 변방에 속한 곳입니다. 그들의 무공을 생각해 보면 주군께서 하시는 일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도문의 말이 흑도의 현실이기도 하였다. 물론 흑도 중에서도 무림의 고수가 있긴 하지만 그 비중이 현저히 떨어지기에 무림에서 조금은 소외되어 있기도 했다.
“당장 전력으로는 부족하겠지만 한 오 년, 십 년 가르친다면 제법 쓸 만해지지 않을까?”
“그들을 말입니까?”
“그래도 기본은 되어 있을 터이니 가르치면 삼류는 벗어나겠지. 이류, 일류 정도의 무인이 된다면 그 힘은 생각보다 더 대단할 거야. 그리고 몇 명은 재능을 보여서 일류를 뛰어넘을 수도 있고.”
“도둑들에게 무공을 가르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비밀을 유지하기도 힘들 거고요. 주군께 도움이 되기보다는 그들로 인해서 소란이 더 많이 일어날 것입니다.”
이도문이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흑도를 하나로 뭉치는 건 쉬운 일이 아닌 듯하였다.
“그 정도로 쓸모가 없어?”
“산적과 수적에게 도움을 받아 봐야 산길과 물길을 조금 편하게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하오문의 경우는 주군께서 하시는 일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녹림과 수로채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음…….”
자신의 생각으론 몇 대 두들겨 팬 후에 조금 다독이면 따라올 것 같은데, 이도문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화린이 고민을 하는 것처럼 침묵하며 뭔가 생각하는 얼굴을 하자, 이도문은 화린이 생각을 정리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래도 의리가 있고, 제법 강골인 자들도 있지 않을까?”
“하오문을 통해서 알아보면 빠를 것입니다.”
“알았어. 그럼 계획을 수정해서, 하오문은 우리와 동업으로 가고, 산적, 수적들 중에서 제법 쓸 만한 자들을 골라 그들로 하여금 녹림과 수로채를 장악하게 만들면 어떨까?”
“그리하시는 것이 주군께서 하고자 하시는 일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도문도 동의하자 화린은 그에게 또 물었다.
“그럼 연맹을 만들지 말고 구룡장의 덩치를 키우는 건 어때?”
“괜찮습니다. 하지만 사혈맹과의 약조 때문에 무림의 일에는 관여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무인들을 받아들이는 것도 금지되어 있을 것입니다.”
“에이, 누가 그걸 티 나게 한대? 은밀하게 한다는 거지.”
이도문은 화린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가 하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하여 보좌할 생각이었다.
“중원의 살수 문파들에게 은밀하게 전해. 내가 최고의 살수로 만들어 줄 테니까. 각 살수 문파에서 이해력이 뛰어난 자들 두 명씩만 오태산의 녹림채로 보내라고 말이야.”
“저희 살막곡도 포함이 되는 겁니까?”
“물론이지. 단, 내가 그들을 최고의 살수로 만드는 과정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생각 깊게 해서 보내라고 그래.”
“만약에 제자를 보내지 않는 살수 문파가 있으면 어찌합니까?”
“그건 어쩔 수 없지. 싫다는 사람 붙잡고 제발 이것 좀 익혀 주세요. 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그런 사람이 있으면 괜히 분란만 일으키니까 없는 것이 나아.”
“알겠습니다. 지금 주군의 이름으로 살수 문파에 전하겠습니다.”
화린은 이도문에게 살황묵혈소를 건네주었다.
“아, 그리고 사람들 보낼 때, 문파의 주인들도 함께 오라고 해. 내 사람은 내가 챙겨야지, 안 그래?”
“알겠습니다.”
* * *
“장주님, 크게 다치셨다고 하던데 몸은 좀 어떻습니까?”
“걱정해 주신 덕분에 이렇게 건강합니다.”
화린은 오랜만에 외출을 하였다. 몸 상태는 아직까지 정상적이지 않았지만 외출을 하거나 가볍게 운동을 하는 정도는 큰 무리가 없었다.
화린은 안부를 묻는 시전 상인에게 자신의 알통을 보여 주는 행동을 하며 활짝 웃었다.
“저보다 송덕 아저씨가 더 건강하셔야죠? 이번에 따님이 혼례를 치른다 들었는데.”
“하하. 맞습니다. 그래서 한 짐 내려놓은 것 같습니다.”
“딸을 다른 사람의 집안으로 보내면 시원섭섭하다고 하던데, 아저씨는 어때요?”
“저는 속이 후련합니다. 그것이 얼마나 소인의 속을 태웠는지.”
“에이, 그래도 보내고 나면 허전할 겁니다. 그렇다고 술독에 빠져서 사시면 안 됩니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소인은 술을 전혀 못 하니까요.”
화린은 시전 거리를 거닐며 인사하는 상인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시전 안에 위치한 구룡표국을 찾아갔다.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힘을 빼라고 몇 번을 말했어. 힘을 빼!”
동춘의 목소리가 표국의 담장 밖까지 흘러나왔다.
“기합! 기합을 왜 안 넣어. 배에 힘을 주고 응축된 힘을 입으로 토해 내!”
화린은 표국의 담벼락에 기대어 동춘이 자신의 사제들에게 하는 잔소리를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 한다더니, 지는 저들보다 더 어리바리했으면서.”
“기합만 잘 내어도 소림의 사자후 부럽지 않은 기공을 얻을 수가 있는 법이야. 잘 들어 봐!”
동춘은 시범을 보여 주려는 듯 표국의 담벼락을 향해 기합을 터뜨렸다.
“이야앗!”
그의 기합이 앞으로 발산되며 담벼락을 강타하였다.
“으악!”
담벼락에 기대 있던 화린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동춘이 놀라 표국 밖으로 나가보니 화린이 넘어져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매섭게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 거기서 왜 그러고 계십니까?”
“너 일부러 그랬지?”
“뭘 말입니까?”
“내가 담벼락에 기대 있는 거 알고 일부러 소리에 내공을 실었지!”
화린이 따지고 들자, 동춘은 괜한 사람 몰아세우지 말라고 말을 하며 표국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제는 내 말도 씹어? 오늘 너 죽었다고 생각해라.”
화린은 표국 안으로 들어간 동춘을 따라 들어갔다.
“봤지. 이렇게 기합만 잘 내질러도 효과를 볼 수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게, 죽을래? 감히 나를 대상으로……!”
“내가 알고 했겠소? 하다 보니 조장이 거기에 있었던 거지.”
“아주 뚫린 입이라고……. 그렇게 암살을 시도했단 말이지. 너 오늘 잠은 다 잔 줄 알아.”
“아니, 부상을 당했으면 방구석에 가만히 있을 것이지, 왜 나와서 시비를 거는 거요!”
“심심해서 그런다, 왜.”
“아 씨, 심심하면 구룡루에서 노름이나 하시오.”
“이리 와, 내가 네 머리카락 다 뽑아서 짝패를 만들어 버릴 테니까.”
화린이 동춘을 잡기 위해 손을 뻗자, 동춘이 그 손을 피해 움직였다.
“어라, 피해?”
화린이 다시 손을 움직이자, 동춘의 발이 빨라졌다.
“제법인데.”
화린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번지는 순간 동춘은 화들짝 놀라며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 수가 있었다.
‘뭣 됐다.’
화린의 손이 잔영을 남기며 동춘을 사방에서 압박하자, 동춘 역시 잔상을 남기며 몸을 빠르게 움직였다.
“아니,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요. 전생에 원수지간이라도 이러지는 않을 거요!”
동춘의 입에서 속마음과 다른 말이 튀어나오며 화린의 약을 올렸는데, 이는 습관이 되어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이었다.
“전생에 부부였겠지. 나는 너만 보면 괴롭히고 싶거든. 넌 아마 전생에 나를 엄청 구박했던 몹쓸 남편이었던 게 분명해.”
“어디서 그런 말 같지 않은 말을 하고 그러시오. 그냥 나를 괴롭히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오.”
동춘은 꼬박꼬박 대꾸를 하면서도 화린의 손을 요리조리 잘 피해 내고 있었다.
“좀 피하는데.”
“내가 그동안 괴롭힘을 얼마나 당했는데, 이 정도는…….”
순간 화린의 손이 더 빨라졌고, 덩달아 동춘의 발도 더 빠르게 움직였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동춘의 사제들은 놀란 눈을 크게 떴다.
“대사형이 화린 장주님의 공격을 다 피해 내고 있습니다.”
“그러게 말이다. 그럼 우리 사형도 혹시 무림백대고수를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설마, 사형이 강한 건 알지만 설마 백대고수를 이기려고.”
이들은 화린의 공격을 모조리 피하는 걸 보고 동춘도 백대고수에 육박하는 고수가 아닐까 하고 토론하며 조금의 희망을 품었다.
“백대고수는 개뿔, 이 미친 작자가 내 수준에 맞춰서 나를 가지고 노는 거잖아!”
“뭐? 미친 작자? 정말 죽으려고 환장을 한 모양이구나.”
화린의 목소리에 뜨끔하여 동춘이 사정을 하였다.
“헛소리요. 내가 조장을 가끔 미친놈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그건 오직 생각만 했소. 절대 입 밖으로는 내뱉지 않았소.”
“아주 지능적으로 날 가지고 놀려고 하지? 오늘 어디 한번 죽어 봐라.”
화린은 입으로는 동춘을 죽어라 저주하듯 말했지만 실상은 그의 무공을 높여 주기 위함이었다.
동춘 역시 이러한 사실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그 과정이 조금은 고통스러울 뿐이었다.
“내가 잘못했소. 그러니 한 번만 봐주시오. 조장은 마음이 넓은 사람이 아니오.”
“아니거든. 일단 도망 못 다니게 다리 몽둥이 하나 부수고 시작하자. 이리 와!”
“살려 주시오. 다리 부서지면 표국은 누가 운영하오!”
“네 사제들 중에서 한 놈 골라 시키면 돼.”
그 말을 듣는 순간 사제들은 그 자리에서 달아나 버렸다.
“이것들이 나를 단체로 무시한단 말이지.”
“아니, 아니오! 내가 저것들을 잡아 오겠소. 그러니 조장은 여기서 잠시 쉬고 계시오.”
“일없어. 너 일단 다리 하나 부수자.”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면서도 한시도 손과 발을 쉬지 않았다.
“내 전생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조장 같은 사람을 만나서.”
“나라를 팔아먹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