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5)
구룡전기-15화(15/217)
구룡전기 (15)
단리세가의 남매
단리혁진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화린을 죽이겠다며 난리를 쳤다.
“정신 좀 차려.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건데.”
단리소소가 길길이 날뛰는 단리혁진에게 소리치자, 단리혁진은 더 큰 소리로 그녀에게 소리쳤다.
“내 인생 어떻게 살든 상관 마. 방 안에 누워 있는 노친네랑 누이랑 살 방도를 생각해.”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하 노가 여태껏 우리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는 개뿔, 늙어 오갈 데가 없으니까 우리에게 빌어 붙어먹은 거지. 앞으로 나 찾지 마!”
단리소소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집을 나가 버렸다. 그런 모습을 보는 단리소소의 눈이 붉게 충혈이 되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고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가씨…….”
“혁진이가 한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하루 이틀이 아니잖아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하 노가 우리를 위해서 얼마나 애를 썼는지 혁진이도 잘 알고 있어요. 그냥 투정하는 소리이니 하 노는 신경 쓰지 말고 몸조리 잘 하셔서 얼른 일어나세요.”
“혁광 도련님께서 계셨어도 작은도련님께서 저리…….”
“하 노, 큰오라버니 이야기는 그만 해요.”
단리소소는 단호하게 말을 하였다.
힘들다고 도망치듯 집을 나간 큰오라버니에 대해서는 단리소소 역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그만 쉬세요.”
단리소소는 방을 나왔다. 절로 한숨이 나왔는데 지금의 상황에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계십니까?”
밖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오자, 단리소소는 손으로 눈을 한 번 훔친 후에 문밖을 나가 보았다.
“공자님…….”
어제 단리혁진을 업고 온 그 사내였다.
“오늘도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의 등에는 단리혁진이 정신을 잃은 모습으로 업혀 있었다.
화린은 단리혁진을 마루에 눕혀 두었다.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아닙니다. 동생으로 인해서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저보다는 동생분이 조금 다쳤을 것입니다.”
“아…… 제가 주의를 주겠습니다.”
“아무래도 그리하셔야겠습니다. 정말 나쁜 자들을 만나면 큰 봉변을 당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이건 당분간 동생분이 움직이지 못할 터이니 치료비와 생활비로 쓰십시오.”
“아니, 아닙니다. 전에 주신 돈도…….”
사양을 하였지만 화린은 단리소소의 손에 돈을 쥐여 준 후에 그의 집을 나왔다.
“공자님!”
그런 화린을 단리소소가 불렀다.
화린이 돌아보자, 단리소소는 화린의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다.
“주화린이라고 합니다.”
“네에. 저는 단리소소, 동생은 단리혁진입니다.”
“아, 단리세가의 자제분들이셨군요. 제가 큰 결례를 범했습니다.”
화린이 단리소소에게 고개를 숙였다. 단리소소는 그런 화린의 과한 예의에 부담스러웠지만 자신의 가문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내심 반갑기도 하였다.
“아닙니다. 이제 단리세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찌 그리 말씀을 하십니까? 자제분들께서 이리 계시는데.”
“하지만…….”
“사정은 잘 알지 못하나 지금 힘들다고 하여 앞으로도 힘들라는 법은 없습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좌절할 수 있지만 눈을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본다면 의외로 희망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화린은 이 말을 단리소소에게 해 주고는 집을 나왔다.
단리소소는 화린이 해 준 말을 되뇌었다.
“눈을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면 의외로 희망이 생길 수 있다고…….”
그러다 마루에 누워 있는 혁진을 보았다. 한쪽 눈이 퍼렇게 멍이 들었다.
“주화린 공자님이라고 하였지.”
* * *
화린이 섬서성 산양현으로 온 지 한 달이 되어갈 때, 집을 구할 수가 있었다. 급매물로 나온 집이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집이 옛 단리세가의 본가였다.
화린은 그 집을 사들인 후에 현판을 달았는데 현판에는 ‘구룡장’이라 쓰여 있었다.
“마마.”
“황궁에서 나왔을 때, 난 그 지위를 버렸으니 앞으로는 나를 공자, 혹은 장주라 부르도록 하세요.”
황제는 화린에게 집과 땅뿐만 아니라 그 집에서 일할 식솔들까지 내려 주었다.
이들 중 무공을 익힌 동창의 무인들이 일곱 명 있었고, 장원 관리, 보수, 잡일을 할 이들이 스물이나 되었다.
화린은 그 집과 땅을 팔아 돈으로 만들어 이곳으로 와서 그 돈으로 단리세가를 구입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장주님!”
구룡장이 옛 단리세가의 본가에 자리를 잡자, 산양현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구룡장의 장주 덕분에 왈패들이 활개를 치지 못하니 시전 상인들과 저잣거리의 상인들은 구룡장의 장주인 화린에게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여간 있는 새끼들은…….”
단리혁진이 구룡장의 장주라는 소리에 반감을 가지며 화린을 욕하였지만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는 화린에게 악착같이 달려들었고, 그럴 때마다 화린은 그를 기절시켜 누이에게 데려다주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악착같은 모습에 질릴 뻔도 하지만 화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번번이 죄송합니다, 장주님.”
“아닙니다. 이제는 이 녀석에게 정이 가서 그런지 안 찾아오면 심심하기까지 합니다.”
화린이 단리혁진을 마루에 눕혀 놓고 단리소소에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외람된 질문이지만 혹시 지금 하시고 있는 일에 만족을 하십니까?”
“네에?”
“일부러 알아본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낭자께서 하시는 일에 대해서 들었습니다.”
“아…….”
단리소소는 조금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제가 그것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그나마 옷 수선이라도 할 줄 아니 이렇게 사는 것이지요.”
“그렇군요. 혹시 상점을 하나 운영해 보실 생각은 없습니까?”
“상점요?”
“네.”
“그런 생각도 해 보았지만 금전적인 문제도 그렇고, 장사를 한 번도 해 본 경험이 없어서요.”
화린은 단리소소의 말을 듣고 그녀에게 하나의 제안을 하였다.
“제가 있는 장원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해 보려고 합니다.”
단리소소는 왜 이런 이야기를 자신에게 하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새로운 점포를 내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상점을 인수할 생각인데 소저께서 한번 운영을 해 보시겠습니까?”
“제가요?”
“그렇습니다. 다양한 사업을 통해서 장원에 수익을 내어야 하는데 딱히 제가 알고 있는 사람이 없어서 말입니다.”
단리소소는 화린이 자신에게 뭔가 바라는 것이 있나 싶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런 시선으로 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조금 전에 말씀을 드렸지만 장원에 수익을 내어야 해서 말입니다.”
화린은 자신의 생각을 단리소소에게 말하였다.
“장원에서 상점과 물건을 대어 주는 조건으로 수익의 삼 할을 장원에 주시면 됩니다.”
“상점과 물건을 대어 준다고요?”
“그렇습니다. 물건의 대금은 치러야 합니다. 다른 상단보다는 싸게 공급을 하겠지만 우리도 수익을 내어야 하니까요.”
“아…….”
“단, 매달 수익이 어느 정도 올라와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도 투자를 계속할 수 있겠지요. 그러니 매달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되지 않으면 같은 조건으로 다른 사람을 알아봐야겠지요.”
단리소소는 화린이 무슨 뜻으로 이러한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소저께서 장사를 잘해 주셔서 소문이 나게 되면 다른 분들도 장원에서 운영하는 상점을 맡으려 할 터이니, 만약 생각이 있으시면 정말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단리소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무슨 상점을 하려고 하시는지?”
“소저께서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상점이 무엇입니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바느질과 옷을 새로 만들거나 수선하는 일을 하였으면 합니다.”
화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포목점은 어떻습니까?”
“포목점요?”
“그렇습니다. 옷의 원단을 파는 것뿐만 아니라 오시는 손님들에게 맞춤으로 옷을 만들어 주는 일도 겸하면 좋겠군요.”
“아…….”
“그럼 장원에서 준비를 할 터이니 한번 맡아서 해 보십시오.”
“감사합니다.”
화린은 단리혁광의 부탁을 받았지만 직접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을 주지는 않았다. 그것이 이들에게는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어서였다.
자립을 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고 독립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했다.
돌아가는 화린의 뒷모습을 보는 단리소소는 뭔가에 홀린 것은 아닐까 하여 자신의 볼을 꼬집어 보았지만 고통을 느끼는 것을 보니 그건 아닌 듯하였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마루에 쓰러져 있는 동생을 보았다.
“휴우…….”
그를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언제쯤 사람이 될까?”
* * *
“그래서? 단리혁진에게서 상납금이 올라오지 않았다고?”
“그렇습니다. 최근에 산양현에 구룡장이라는 장원이 하나 생겼는데 그 장원의 장주가 시전 상인들과 저잣거리의 상인들에게 보호비를 걷지 못하게 하는 모양입니다.”
“그건 나와 상관없지. 난 단리혁진에게 매달 정해진 상납금만 받으면 되니까.”
섬서성의 산양현에 자리를 잡고 있는 사파 문파인 흑사방은 무림 삼류 문파라고 하나 엄연히 무림에 적을 두고 있는 문파이고, 각 시전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는 왈패들은 이러한 삼류 문파들을 가장 두려워하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삼류 문파에 매달 일정한 상납금을 지불하고 그들의 비호를 어느 정도 받으며 시전 상인들과 저잣거리의 상인들에게 보호세 명목으로 돈을 뜯어낸다.
왈패들 역시 정파에 속한 문파의 보호를 받는 상점들에게는 보호세를 걷지 못하지만 간혹 그들과 시비가 붙으면 사파의 문파들에게 알려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단리혁진의 왈패들 역시 이러한 사파의 비호를 받고 있었는데 그 문파가 바로 흑사방이었다.
흑사방의 방주는 무림에서 검은 독사 임충이라 불리며 이곳 산양현에서만큼은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일류 고수이기도 하였다.
그는 이류, 삼류 무인들을 모아 흑사방이라는 방파를 만들어 산양현에서는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구룡장의 장주에 대해서 알아보았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하는 행실로 보아 정파 쪽인 것 같지만 무림의 장원인지, 상림의 장원인지 확실치는 않습니다.”
“하오문을 통해서 알아보았나?”
“아직 연락해 보지 않았습니다.”
“하오문이라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겠지.”
무림인들은 새로이 생겨나는 장원이나 문파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자신의 밥그릇도 밥그릇이지만 자칫 목숨도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기에 보다 많은 정보를 얻은 후에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이들의 습성이기도 하였다.
“하오문을 통해서 조금 더 알아봐. 장원에 무인들이 몇 명 있는지, 식솔은 얼마나 되는지, 장주라는 놈은 어떤 놈인지 말이야.”
“알겠습니다.”
“요즘 정파 놈들의 움직임이 수상하다고 하니 작은 변화라도 놓치면 안 돼.”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리고 아이들을 보내어 단리혁진이 그놈에게서 내 돈을 받아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