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50)
구룡전기-150화(150/217)
구룡전기 (150)
화린이 구룡루를 나서자, 사혈맹에서 구룡장을 감시하기 위해서 파견 나온 자가 따라붙었다.
“어디 가십니까?”
그는 화린과 비슷한 또래로 보였는데 사내다움보다는 잘생긴 미공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가 구룡루에 머무는 동안 많은 여인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산서성에 일이 있어 가는데, 왜?”
화린의 입장에서는 감시를 당하는 것이 그리 좋은 기분이 아니었기에 퉁명하게 대답을 하였다.
“무슨 일입니까?”
“영업장이 한두 곳이 아니고, 내가 그동안 사혈맹과 싸운다고 업장을 챙기지 못하였으니 이제라도 한번 둘러봐야지. 내 걸 또 빼앗아가려고 하면 어떻게 해?”
“하하. 당연히 그래야지요. 그럼 저도 동행해도 되겠지요?”
“알아서 해. 단 내 일은 방해하지 마. 방해했다간 그냥 확 죽여 버릴 테니까.”
화린이 툭 쏘아붙이자, 사내는 능글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주 형, 말씀이 좀 살벌합니다. 우리 이제 좀 친해질 때도 되지 않았소?”
“그건 당신 생각이고, 내 생각에는 친구를 할 정도로 당신이 매력적이지 않아.”
“하하. 그래도 여성들에게는 꽤나 인기가 있소.”
“여성들에게 가서 하소연하고.”
“하하. 알겠소. 내 주 형의 마음에 들도록 한번 노력해 보리다.”
화린이 구룡루를 나서자, 사혈맹에서 파견한 감독관인 백군성이 함께 길을 나섰다.
화린은 먼저 섬서성에서 장사하고 있는 영업장에 들러 그들의 고충을 들어 보고, 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조치를 취해 주었다.
그렇게 이들은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산서성으로 향했다.
섬서성 합양현을 통해서 산서성으로 넘어가는 관도를 택하였는데, 그 길에 크고 작은 산들이 위치하고 있어 산길을 따라갈 때 가끔 산짐승이 나타나 이들을 위협하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백군성이 살짝살짝 드러내는 기운에 짐승이 으르렁거리다가도 꼬리를 말고 달아나곤 하였다.
―주군.
―왜?
―곁에 있는 자가 누구인지 알아냈습니다.
―누구인데?
―사황 백무기의 아들이자, 십룡 중 사룡이라 불리는 백군성입니다.
화린은 백군성이 보통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지만 백무기의 아들이라곤 생각지 못하였다.
―그래? 그럼 이놈을 확 죽여 버릴까?
―그랬다간 사황이 주군을 죽이러 오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겠지. 그런데 어떻게 이놈의 눈을 속일 수가 있겠어?
―가능합니다.
―알았어. 그럼 계획대로 움직이자. 이 호법은 먼저 가서 기다려.
―알겠습니다.
이도문의 기척이 사라진 것을 느낀 화린은 곁에서 걷고 있는 백군성을 보았다.
그는 이도문의 기척을 느끼지 못한 모양이었다.
‘알고도 일부러 이런 표정을 짓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남궁진이나 사도준 그리고 이 친구의 무공 수준은 동춘이와 비슷하다는 말이군.’
동춘이 화린에게 구박을 들어서 그렇지 의외로 그의 무공은 대단하였다. 비록 백대고수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나이를 생각하면 십 년 후에는 백대고수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고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
‘동춘이 이놈을 조금 더 괴롭혀야겠네.’
화린이 동춘을 괴롭히는 건 일종의 훈련법이었다.
심법을 통해서 내면의 깨달음을 얻는 것이 요원하면 실전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게 해야 하고, 그걸 바탕으로 내면의 성숙을 이룬 후에 내면의 깨달음을 얻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화린은 동춘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알고 있었기에 이러한 방법으로 그를 꾸준히 훈련시키는 중이었다.
동춘 역시 화린이 자신을 위해서 많은 걸 가르쳐 준다는 걸 알고 있어 구박해도 그의 곁에 붙어 있는 것이었다.
“내가 조장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버티면 백대고수를 만들어 줄 거요?”
맹호사사혈전대 시절 동춘이 울면서 자신에게 한 말이었다.
그 눈물로 인해서 동춘을 밀어내지 못하고 끌어안았고, 지금의 관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화린이 맹호사사혈전대 시절 단리혁광이 죽은 이후 밀어내지 못한 사람이 남궁수연과 동춘이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그 인연이 그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주 형! 우리 저기 객잔에 가서 요기나 하고 갑시다.”
작은 산 중턱에 홀로 떡하니 지어진 객잔을 본 화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곳에서 가게를 하면 장사가 되려나?”
“우리처럼 이렇게 산을 넘어가는 사람들에게 간단한 요기거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니 어느 정도 장사는 되지 않겠소. 자, 자, 가서 허기진 배나 채웁시다.”
백군성이 화린을 데리고 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객잔 안은 단출하였다.
작은 식탁이 여섯 개가 있었고, 하나의 식탁에 의자가 두 개 놓여 있었다.
“어서 오시오.”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두 사람을 반겼다.
“아무 데나 앉으시오. 우리 객잔은 만두, 소면밖에 안 된다오.”
“만두와 소면 주십시오.”
“앉아서 잠시 기다리시오.”
두 사람이 식탁으로 가서 의자에 앉아 잠시 기다리니 만두가 먼저 나왔다.
만두는 흔히 볼 수 있는 밀가루를 반죽하여 찐 것으로 안에는 아무런 내용물이 들어 있지 않은 평범한 만두였다.
“그래도 간은 되어 있네.”
백군성은 이러한 음식도 잘 먹는지 맛있게 먹었다. 그러는 와중에 등짐을 진 사내들이 객잔 안으로 들어왔다.
“대충 자리를 만들어 앉아.”
노인은 음식을 만들면서 손님들을 향해 말했고, 들어온 상인들은 식탁을 붙여 자리를 만들어 함께 앉았다.
“허 노인, 우리 만두랑 소면 주시오.”
그들은 이곳을 자주 이용하는 듯 노인에게 익숙하게 주문을 하였다.
“갈 때 만두 싸서 갈 거지?”
“물론이오. 한 사람 당 만두 두 개를 싸 주시오.”
이 모습을 본 화린은 이런 곳에서도 장사가 되는 게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지으시오?”
“그냥 나이 들어 소일거리로 이런 가게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 형이 말이오?”
“나는 안 되나?”
“에이, 농도 그런 재미없는 농을 하시오.”
화린은 왜 재미없는 농이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당연하지 않소. 무림백대고수를 이긴 주 형께서 이런 객잔을 한다면 사람들이 고이 믿어 주겠소?”
“안 믿으면?”
“아마도 찾아와서 서로 초빙해 가려고 할 거요.”
“그럼 문전성시를 이루겠네.”
“그러니 이런 한적한 장사는 못 한다는 말이오. 아마도 사람들에 치여 장사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거요.”
“한동안 그렇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조용해지겠지.”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제가 볼 때는 주 형께서 가만히 있지 못할 것 같소.”
“내가 왜?”
“그냥 느낌에 주 형은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타입이지, 한자리에 있을 사람은 아닌 것 같소.”
화린은 백군성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사람을 뭘로 보고, 빨빨거리고 다니면 무공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진득할 때는 진득하게 한자리에 있을 수 있거든.”
화린은 만두를 한 입 베어 먹으며 투덜거렸다.
“하하하. 그러하오? 그게 가끔 궁금하였는데, 그렇군요.”
“웃음이 헤픈 사람이네. 웃을 일도 아니구만.”
“사람에 따라 다르지 않겠소. 아버님께서 가서 보고 배우라고 하여 뭐 대단할까 하는 마음에 왔는데 갈수록 마음에 드오.”
“아버지?”
“조금은 답답한 양반이 있소.”
“나를 알고 있다면 한 사람밖에 없구만.”
화린은 별것 아니라는 듯 말하며 그가 백무기의 아들임을 확인하려고 하였다.
“하하. 그렇지요. 그 사람이 나의 부친이오. 부친께서 돌아와 주 형을 얼마나 자랑하던지. 귀에서 피가 날 정도였소.”
“그럴 리가 없는데? 내가 얼마나 두들겨 맞았는데.”
“팼다고 들었소.”
“옷깃을 스친 것으로 맞았다고 말하면 안 되지. 내가 맞은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투정을 하는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화린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노인네를 이기고 싶었소? 그 노인네가 보통 노인네가 아니지 않소?”
“그럼 이겨야지. 목숨 걸고 싸우는데 남녀노소의 구분을 뭣 하러 해? 못 이기면 다 빼앗기는데.”
“음.”
사람들은 구룡장주가 정파에 가까운 인물이라고 말하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정파보다는 사파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아마도 주변의 사람들에게 잘해 주고 그들의 어려움을 모른 척하지 않고 나서서 해결해 주니 사람들이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분명 대화를 나누다 보면 사파인들보다 더 사파인처럼 느껴졌다.
“주 형은 정파인이지 않소. 그럼 아량과 배려를 베풀어야 하지 않소?”
“아량과 배려는 개뿔, 그런 알량한 선심으로 인해서 내 것을 많이 빼앗겼지.”
“그렇소?”
“당연한 것 아니겠어? 내 것을 빼앗으려고 하는 사람은 선심을 베풀어도 기회만 생기면 다시 빼앗으려고 할 테니까.”
“그렇군요. 이런 건 제가 주 형에게 좀 배워야겠습니다.”
“배우긴……. 나보다 더 잘 빼앗고 살면서.”
“내가 말이오?”
“그럼 아니야? 애초에 당신네들이 내 것을 노리지 않았다면 내가 무림에 나설 일도 없었어. 가만히 있는 사람의 코털을 뽑은 사람은 당신네들이야.”
백군성은 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 놓고 쥐어 터지고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니 사건을 크게 키워서 당신의 부친이 나선 거잖아. 당신 부친만 아니었어도 몇 개 더 부술 수 있었는데.”
“그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소.”
“할 말이 있으면 양심이 없는 거지.”
그때 노인이 소면 두 그릇을 가지고 나왔다.
“손님들도 가실 때, 만두 포장해서 가져가실 거요?”
“네, 우리도 두 개씩 해서 네 개 포장해 주십시오.”
“알겠소. 그럼 천천히 드시구료.”
노인이 음식을 놓고 가자, 백군성이 화린에게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같이 지내면서 화도 풀고 그러시오. 속에 담아 두면 주 형만 답답한 것 아니겠소.”
“생각해 보고.”
백군성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피해는 우리가 보았는데 왜 죄책감이 드는 건지, 참 모를 일이네.’
피해는 자신들이 더 크게 보았는데 매달려서 사정을 하게 만드는 것도 참 대단한 기술이라 생각을 하였다. 그러던 중 상인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자네, 그 이야기 들었나?”
“무슨 이야기?”
“변방과 새외의 무인들이 중원으로 들어왔다는 소문 말이야.”
“아, 그건 나도 들어서 아네. 그런데 무인들을 대거 이끌고 중원으로 온 것이 아니라고 하던데.”
‘미옥 분타주에게 들은 내용인가?’
화린이 속으로 생각할 때, 백군성이 말하였다.
“아마 중원의 상황을 보기 위해서 들어왔을 것이오. 지금 중원은 정파와 사파가 크게 대립하고 있다고 소문이 나 있소.”
“정파와 사파가?”
“주 형과 본 맹이 싸우면서 와전되어 변방과 새외에 전해진 걸로 알고 있소.”
“뭐든 다 내 책임이구만.”
“하하. 상황이 그리된 걸 어찌하겠소.”
“그러게 가만히 있는 사람을 왜 건드려서 피곤하게 만드는 건지.”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소. 이제 그 이야기는 그만합시다.”
화린이 투덜거림을 멈추지 않자, 백군성은 혼란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따라다니면서 보고 배우도록 해라. 네가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주도록 하고. 웬만한 건 눈감아 주어라.”
“그럴 가치가 있는 사내입니까?”
“현 무림에서 그 가치를 따지고자 하면 너보다는 더 가치가 높은 사내이다.”
백군성은 부친의 말에 수긍하고 화린의 곁에서 뭔가를 보고 배우려고 하였지만 아직까지는 배울 만한 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긴…… 조금 함께 있다 보면 알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