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51)
구룡전기-151화(151/217)
구룡전기 (151)
그냥 친구해
화린은 백군성과 함께 산서성의 성도인 태원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예전에는 태원에 사파 문파가 있어 자신이 산서성에 오면 그곳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곤 하였는데 화린의 손에 의해 산서성의 사파 문파들이 박살 나면서 이제는 그러한 대접을 받기란 힘들게 되었다.
“날이 어두워지는데 어디 객잔을 잡아 쉬어야 하지 않겠소.”
“그래야지. 그런데 아는 곳이라도 있어?”
“내가 아는 곳이 어디 있겠소. 주 형이 사파를 박살 내는 바람에 떨어진 낙엽 신세요.”
“그래? 그럼 내가 아는 곳으로 가지.”
“이곳에도 영업장이 있소?”
“아니, 그냥 몇 번 들러 본 객잔인데. 그곳 음식이 맛이 있더군.”
“그럼 그리로 갑시다.”
화린이 백군성을 데리고 간 곳은 두양객잔이라는 곳이었다.
객잔 안으로 들어서니 손님들이 가득하여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장사가 잘되었다.
“손님, 자리가 없습니다.”
“방은?”
“방은 있습니다.”
“그럼 방으로 안내해 줘.”
화린은 빈 식탁이 없어 곧장 방을 잡았다. 점소이는 두 사람을 이 층으로 안내하며 가장 안쪽에 있는 방을 내주고는 말을 하였다.
“식사는 어떻게…… 방으로 가져다 드릴깝쇼?”
“아니, 내려가서 먹을 테니까 빈자리가 생기면 그 자리에 두양 채소볶음이랑 오리구이 한 마리, 그리고 계란탕 하나 준비해 줘.”
“알겠습니다.”
화린은 손가락으로 동전을 튕겨 점소이에게 주었다. 반짝거리는 금전이었다.
“그것이면 방값이랑 내일 조식까지 가능하지?”
“물론입니다, 나으리.”
돈의 위력으로 인해 손님에서 나으리로 호칭이 바뀌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있을 터이니 식탁에 음식이 준비되면 데리러 오도록. 아, 남는 돈은 자네가 가지고.”
“알겠습니다. 편하게 쉬십시오, 나으리.”
점소이가 바쁜 걸음으로 내려가는 것을 본 백군성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놈, 경공술이라도 익힌 것처럼 발 한번 빠르게 놀리는군.”
“경공술 익힌 거 맞아. 저래 봬도 하오문의 문도니까.”
백군성의 고개가 돌아가며 화린을 보았다.
“여기가 하오문 지부요?”
“그건 아니고, 저놈이 하오문의 문도라고. 이곳에서 나오는 정보를 정리해서 보고하는.”
화린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며 방 안에 길게 누워 기지개를 켰다.
“아우…… 누우니까 편하네. 뭐 해, 들어오지 않고. 바람 들어오니 어서 들어와서 좀 쉬어.”
백군성은 화린과 함께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도통 그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었다.
‘아버님의 말씀대로 뭔가 배울 것이 있는지도 모르겠군.’
“그리합시다.”
백군성이 방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고 화린의 곁에 누웠다.
“주 형 말대로 누우니 편하네요. 얼마 만에 이렇게 걱정 없이 두 발을 뻗고 누워 보는지.”
“젊은 사람이 걱정은……. 그럴 시간에 손발을 한 번 더 움직여.”
“하하하. 가끔 이렇게 뼈 때리는 말을 하니 방심을 할 수가 없소.”
“말 편하게 해. 뭣 하러 그리 예의를 차리고 그래? 여차하면 칼부림부터 할 무림인들끼리 말이야.”
백군성은 눈을 깜빡이며 누운 채로 고개를 돌려 화린을 보았다.
화린은 여전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나지막하게 말을 하였다.
“이익에 따라, 생각에 따라 편을 나누어 칼질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같은 편이라도 욕심, 욕망에 의해 등에 칼을 꽂는 사람들인데 그깟 예의 안 차린다고 달라질 것이 있나?”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어른을 공경해야 하지 않소.”
“공격이나 안 하면 다행이지.”
“하하하! 가끔 주 형의 재치에 깜짝깜짝 놀라오.”
“놀랄 일도 참 많다. 나도 편하게 말하니까 너도 편하게 말해. 나보다 한 살 어리다며?”
“그렇소.”
“사회 나와 한 살은 친구야. 그러고 보니 사도준과 같은 나이네. 그 친구도 나랑 친구 먹기로 했으니, 그냥 너도 편하게 말해.”
“아, 알겠소. 아니…… 그렇게 하지.”
“이봐, 이렇게 말하니 얼마나 좋아. 나 눈 좀 붙일 테니 점소이 오면 깨워. 상처가 쑤셔서 영 피곤하네.”
화린은 눈을 감았고, 백군성은 뭔가 자신이 손해를 보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설마 종놈 취급하려고 수를 쓰는 건 아니겠지?’
사실상 자신은 감찰관이니 위치상 화린보다는 높은 위치에 있다. 그런데 지금 화린이 자신을 대하는 걸 보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았다.
감찰관이 옆에 있다고 대우를 해 주거나 신경을 써 주기보다는 오히려 부려 먹으려고 하니, 느낌에 자신이 화린의 수행원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교묘하게 말로 사람을 설득당하게 만든단 말이야.’
객잔 안은 여전히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화린과 백군성은 손님들이 떠드는 말을 들으며 느긋하게 식사를 하였다.
“내가 경험해 본 바에 의하면 이런 객잔에서 떠도는 말들이 좋은 정보가 될 때가 있지.”
“그래?”
“그러니까 사람들 말하는 거 흘려듣지 말고 꼼꼼히 잘 들어 둬.”
화린은 아주 중요한 것처럼 말했지만 정작 자신은 사람들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렇다네. 화마혈수권을 익힌 자가 감숙성을 끝으로 행방이 묘연하다더군. 그자를 추포하기 위해서 산문을 내려온 화산과 종남파의 고수들도 더 이상 그자를 쫓기 힘들다며 복귀한다고 하고.”
“소문에 의하면 화마혈수권을 익힌 자가 마교도의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던데, 그게 사실이야?”
“천뇌봉이 함몰되면서 권마 초단운이 묻혔고, 그곳을 금지로 지정하고 정, 사, 마의 고수들이 지키고 있으니 사실 누가 권마 초단운의 무공을 훔쳐 익혔는지 알 수는 없지.”
일반인들도 무림의 일에 관심이 많은 듯 항상 모이면 무림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화린은 권마 초단운의 이야기가 나오자, 살짝 인상을 썼다.
‘사황이 나타나는 바람에 계획이 완전히 틀어졌어.’
화린은 화산파에 나타난 사황을 떠올렸다. 만약 그가 한 달 정도만 더 늦게 나타났더라면 마교도 이 싸움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는데 그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을 하는가?”
객잔 안의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백군성이 화린에게 물었다.
“뭘? 권마?”
백군성이 고개를 주억거리자, 화린은 피식 웃으며 말하였다.
“권마 초단운은 이백 년 전의 사람이야. 그의 무공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그동안 무공이 발전해 내려오면서 화마혈수권을 파훼할 무공들이 얼마나 많이 생겼는데.”
“그래?”
“어쭙잖은 문파들은 몰라도 대문파나 세가, 장원은 능히 화마혈수권에 대항해서 싸울 수 있을걸.”
“그래도 이백 년 전 무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자인데.”
“그러니까 무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건 화마혈수권이 아니라 화마혈수권을 익힌 권마 초단운이란 말이지.”
“무공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그래. 네가 익힌 사령마공과 부친께서 익힌 사령마공을 비교하면 어때?”
화린이 사령마공을 언급하자, 백군성이 흠칫하였다.
“둘이 똑같이 생겼어. 몰라볼 수도 없겠구만 뭘 그리 놀라고 그래.”
“하하. 그걸 생각하지 못했네. 난 나름 잘 속였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잘 속이긴…….”
“물론 다르지, 부친께서는 경지를 넘어섰지만 난 그러지 못하였으니까.”
“그래. 같은 무공을 익힌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의 자질에 따라 차이가 나는 법이야.”
“그래서 화마혈수권을 익힌 자를 경계할 필요는 없다?”
“작은 문파들은 긴장하겠지만 어느 정도 세가 있는 문파는 크게 긴장하지 않아도 될 거야. 그놈이 또 나타나리라는 보장도 없고.”
백군성은 화린이 확신하는 듯한 어투로 말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왜, 그리 생각을 하지?”
“모습을 감췄다고 그러잖아. 왜 감췄겠어. 한번 싸워 보니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무림을 휘어잡거나 혹은 초단운처럼 무림을 공포로 몰아넣기에는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겠지.”
“음.”
일리가 있다고 생각을 한 백군성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화린의 전음이 들려왔다.
―우측 끝에 앉아 있는 자들.
백군성이 전음에 반응해 고개를 돌려 우측 끝 식탁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백의와 흑의를 입은 남녀 두 사람이었는데 여인은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사내는 영웅건으로 머리를 묶어 시원하게 이마를 드러낸 잘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 냄새가 몸에 배어 있다. 아마도 이곳으로 오기 전에 큰 싸움을 한 것 같은데.
―그래? 완전 개 코네. 몸에 밴 피 냄새를 어떻게 맡아?
―부친께서 말씀 안 해 주셨나? 내가 부친과 같은 군부대 출신이라고.
―그런 말 없으셨는데.
―삶과 죽음의 선을 넘나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죽음의 냄새와 삶의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돼.
―그런데 저들은 왜?
―피 냄새가 진한 걸로 봐서 곧 사달이 날 것 같아서.
화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객잔 안으로 검을 찬 무인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저기다!”
그들은 백의와 흑의를 입은 두 남녀를 향해 검을 빼 들고 달려들었다.
흑의를 입은 사내가 수저통에 들어 있는 젓가락을 뽑을 던지자 앞서 달려온 자의 미관을 관통하며 그의 목숨을 빼앗았다.
“싸움이다.”
객잔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렸고, 사람들은 이들의 싸움에 휘말릴까 싶어 우왕좌왕하면서도 서둘러 객잔을 벗어났다.
“아…….”
이 모습을 본 객잔의 주인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객잔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우다당탕 하면서도 순식간에 객잔 안은 한산해졌다.
객잔 주인의 입장에서는 손님들에게 받지 못한 식대와 저들의 싸움으로 인해서 부서지는 집기를 생각하면 오늘 하루 매출이 부서진 물건들을 수리하는 데 다 들어가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체에에엥!
백의를 입은 여인은 검을 사용하였고, 흑의를 입은 사내는 도를 사용하였는데 두 사람의 무공이 보통이 아니었다.
“죽어!”
객잔 안으로 들어와 다짜고짜 저들을 죽이려고 하는 이들은 산서성의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태원파의 무인들이었다.
화린은 싸움이 벌어진 곳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식탁으로 음식을 들고 이동해서는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저들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불구경 싸움 구경이 제일 재미있다고 하던데. 오늘 제대로 된 싸움 구경을 한번 해 보겠네.”
“푸른색 무복을 입은 자들은 태원파 무인들인데.”
백군성이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말하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태원파는 정파에 속한 문파로 시시비비에 있어 합리적인 문파란 소리를 듣고 있어 웬만해서는 다툼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어서였다.
“저들 사이에 일이 있었나 보지. 그러니 저리 사납게 달려드는 것 아니겠어.”
화린은 오리 다리를 손으로 집어 입으로 가져가 뜯으며 말하였다.
“저들의 무공도 제법인데.”
백군성은 백의와 흑의를 입은 남녀의 무공이 보통이 아님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런데 여자는 백의, 남자는 흑의를 입는 문파가 있나?”
화린이 묻자, 백군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 저건 저들의 취향이 아닐까?”
“아닌 것 같은데. 저들의 왼쪽 가슴에 숫자가 쓰여 있잖아.”
백군성이 자세히 보니 정말 숫자 육이 쓰여 있었다.
“같은 숫자 육이라면 육으로 시작하는 문파인가?”
화린이 백군성을 한심한 시선으로 보았다.
“왜?”
“아니다. 녹림이나 수로채에는 저 정도의 고수는 없겠지.”
“위로 올라가면 몇 명 있을지 몰라도 전체적으로는 수준이 떨어지지. 산적, 수적이 강해 봐야 얼마나 강하겠어.”
“하긴 좀 한다는 놈들도 다 정파나 사파에서 사고 쳐서 흑도로 전향한 놈들이라고 하니까. 그럼 저들은 흑도는 아닐거고.”
저들의 싸움으로 인해서 음식이 담긴 그릇이 화린과 백군성에게 날아오자, 백군성이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백군성이 일으킨 경력에 의해 그릇의 방향이 바뀌며 다른 곳으로 떨어졌다.
“왜 그게 궁금해?”
“태원파가 그리 나쁜 놈들은 아니라며?”
“그렇지.”
“그런데 저들이 저리 죽자, 살자 달려드는 건 백의와 흑의를 입고 있는 자들이 사고를 쳤단 말이겠지.”
백군성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저들이 태원파에 원한이 있어서 사고를 쳤을까? 난 아니라고 보거든.”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원한이 있다면 저 둘만 오진 않았을 테니까.”
화린은 확신하듯 말하였다.
태원파의 무인들이 두 사람을 죽이려 했지만 그들의 무력의 차이는 제법 있었다.
“커어억!”
태원파의 무인들이 한 명씩 쓰러지면서 상황이 불리해지자, 그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구경하고 있던 화린과 백군성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보아하니 무림인 같은데 좀 도와주시오. 저들을 추포하거나 추살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크게 사례를 하겠소.”
화린은 그 말을 듣고 눈이 반짝였다.
“그럼 궁금한 걸 물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