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52)
구룡전기-152화(152/217)
구룡전기 (152)
백의와 흑의를 입고 있는 이들은 남해의 백팔군도를 지배하고 있는 해남검문의 무인들이었고, 태원파와 사소한 시비로 인해 이들이 태원파의 소문주를 죽여 버린 것에서 사건이 발단되었다.
“흥! 그따위 음적은 백번 죽어 마땅하다.”
백의를 입은 여인의 입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적? 소문에 태원파의 소문주가 문파의 위세를 믿고 망나니짓을 하고 다닌다고 하던데, 그 소문이 사실이었나 보네.”
백군성은 말을 하며 화린을 보았다.
“왜 날 봐? 난 무림에 개입할 수 없는 몸인데. 너희가 날 이렇게 만들어 놓았잖아.”
백군성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화린을 보았다.
“그럼 내가?”
“난 개입할 수 없으니까.”
“어느 쪽을 도와야 하는데.”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지. 그런 것까지 하나하나 다 알려 줘야 해? 사람이 머리를 좀 써!”
백군성은 화린의 핀잔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럼 감찰관의 권한으로 이번만큼은 봉인 해제시켜 주면 내가 나서지.”
“음…….”
백군성은 잠깐 생각을 하는 모양새로 고개를 주억거렸는데, 화린은 그것을 허락이라 생각하고 곧장 움직였다.
“야…… 야!”
백군성이 뒤늦게 화린을 불렀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화린이 허공에 손을 뻗어 검을 빼내자, 백군성은 순간 흠칫하였다.
‘술법?’
그리고 화린이 싸움에 끼어들었는데 화린은 백군성의 예상과 달리 태원파의 무사들을 베어 버렸다.
“커어억!”
그 모습에 백군성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그쪽이 아니잖아!”
백군성이 소리치며 끼어들려고 하였지만 순식간에 화린은 태원파의 고수 여섯을 베어 버렸다.
태원파의 고수들은 왜, 자신들을 공격하냐고 억울한 눈빛으로 화린을 보았지만 그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너희보다는 저쪽에 관심이 많아서.”
“야, 도움을 청한 쪽은 태원파인데 다 죽여 버리면 어떻게 해?”
백군성이 화린에게 화를 내며 물었다.
“이들의 소문주가 음적이라고 하잖아. 내가 다른 건 다 참아도 여인을 노리개 취급하는 놈은 용서할 수가 없어.”
“하아…….”
한숨을 길게 내쉬는 백군성이 화린에게 따질 듯이 물었다.
“그건 저 여자의 일방적인 주장이잖아.”
“그 주장으로 인해서 이렇게 싸움이 일어났잖아. 그리고 너도 그놈이 난봉꾼이라며?”
“그렇다고……!”
백군성은 말을 하려다 입을 닫았다.
“도움에 감사를 드립니다.”
백의와 흑의를 입은 남녀가 화린과 백군성에게 예를 표하였다.
“도움? 도움 준 것이 아닌데.”
백군성은 화린이 또 무슨 생각으로 이리 말을 하는지 의문스러웠다.
“그럼?”
“내가 당신들 위험에 빠진 거 구해 줬으니 이제 당신들도 내가 궁금한 걸 알려 줘야지.”
“궁금한 것이라면?”
화린은 객잔을 둘러 보았다.
“그나마 멀쩡한 식탁과 의자는 우리가 앉아 있었던 저것뿐이네. 일단 저기 앉아서 대화를 나누지.”
화린은 식탁으로 걸어가서 자리에 앉은 후에 이들을 향해 손짓했다.
“와서 앉으라고. 주인장, 여기 술 한 병 더 가지고 와요.”
주인은 화린의 말에 울상을 지었다.
“일단 가지고 와 봐요.”
화린은 그렇게 말을 하더니 죽은 태원파의 무인들에게 가서는 그들의 품을 뒤졌다.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모두 회수하여 주인에게 주었다.
“뭐 하는 거야?”
“무인들이 와서 이렇게 깽판 치면 손해는 상인이 보는데 그럼 어떻게 해? 태원파가 손해 보상을 해 주나?”
“그건…….”
“왜 남의 영업장에 피해를 주고 더 큰소리를 치는지 몰라. 내가 이래서 무림인들을 별로 안 좋아해. 합리적이지가 않아서 말이야.”
백군성은 이제까지 이러한 생각을 단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다. 화린의 말대로 태원파가 두 사람을 잡기 위해서 객잔 안으로 들어와서 기물을 부수고, 손님들을 다 내쫓아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그뿐 아니라 내부를 정리하고 부서진 식탁과 의자, 장식 등을 보수하려면 또 많은 돈이 들어간다.
“주인장, 술 한 병 주고 얼른 이것들 대장간에 가지고 가서 팔아 버려요.”
“태원파에서 이 사실을 알면 크게 경을 칠 겁니다.”
“그건 걱정 마세요. 이 친구가 다 막아 줄 테니까.”
백군성은 자신을 끌어들이려 하는 화린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았지만 고개를 주억거리며 히죽 웃는 모습에 허탈함까지 생겨났다.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놈이지? 정말 내가 배울 것이 있나?’
주인은 화린의 말대로 술을 가져다주고 태원파의 무사들이 사용하던 도검을 들고 객잔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 뭐 해? 이리 와서 앉지.”
화린은 백의와 흑의를 입은 남녀에게 손짓을 하였다.
“어떻게 해요?”
“일단 가서 이야기를 들어 보자. 잠깐이지만 그가 보여 준 무력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두 사람이 화린과 백군성의 맞은편에 앉았다.
“해남검문의 사람이라고?”
“정확하게는 해남검문에 소속된 백팔군도의 화령문의 사람입니다.”
“화령문?”
화린은 처음 듣는 문파의 이름이라 되물었다.
“화령도라는 섬에 자리를 잡고 있는 문파입니다.”
흑의를 입은 사내는 순순히 화린의 질문에 대답을 하였다.
“그럼 그 가슴에 새겨진 숫자는 백팔 개의 섬에 위치한 문파를 뜻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럼 육이라 쓰여 있는 것을 보니 백팔군도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 아니면 여섯 번째로 강한 문파?”
“큰 섬입니다.”
“그럼 큰 섬과 문파의 강함은 별개군.”
“그렇습니다.”
화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들의 대답을 통해서 남해의 백팔군도의 체계와 그를 위에 군림하고 있는 해남검문에 대해서 대충 짐작할 수 있어서였다.
‘많은 섬을 관리하고 알아보는 데 편하겠군.’
가슴에 적힌 숫자만으로 그가 어떤 섬의 어떤 문파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으니 이것만으로 각 문파를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정말 태원파의 소문주가 치근댄 거야?”
“그렇습니다. 사매의 미모를 보고 수치심을 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조용히 볼일을 보고 떠나려고 하였으나 그가 수면제와 음약을 이용해 나를 죽이고, 사매를 욕보이려고 하였습니다.”
화린과 백군성의 시선이 백의를 입은 여인에게 향했다.
“내 말이 맞지? 이들은 잘못한 것이 없다니까.”
면사를 쓰고 있다곤 하나 어느 정도 짐작할 수는 있었다.
“그래서 소문주를 죽이고 태원파에 쫓기는 중이다?”
“그렇습니다.”
화린은 순순히 대답하는 이들에게 진짜 알고 싶었던 질문을 하였다.
“그런데 여긴 왜 온 거야? 아까 볼일이 있다고 했는데 그걸 알려 주면 안 될까?”
백군성은 직선적인 화린의 화술에 깜짝 놀랐다.
―야, 그걸 알려 줄 리가 있냐? 물어볼 걸 물어봐야지
“한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이들은 의외로 순순히 자신들의 목적을 알려 주었다.
“한 사람?”
“권마 초단운의 전인을 찾고 있습니다. 그를 만나 해남검문 문주님의 초대장을 전해 줘야 합니다.”
“그를 왜?”
“이백 년 전에 권마 초단운에게 해남검문을 비롯한 팔백군도의 문파들이 큰 치욕을 당하였고, 이를 갚아 주기 위해서라고 들었습니다.”
“단순히 그 이유 때문이야?”
“그렇습니다.”
백군성은 화린을 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지금 들은 정보는 제법 유용한 정보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럼 두 사람이 그를 찾아다니는 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 몇 사람이 더 나왔겠군.”
“백팔군도의 무인들이 각 성에서 그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너무 순순히 말해 주는 거 아니야?
백군성이 화린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남들이 알아도 별문제 없는 말인데. 넌 저들의 대답 중에서 큰 사달이 날 만한 이야기를 들었어?
―그건 아닌데.
―그럼 그냥 듣고만 있어.
화린에게 핀잔을 들은 백군성은 술잔을 들어 입에 털어 넣었다.
‘내가 멍청한 놈은 아닌데 왜 화린 이 친구와 대화를 하면 말리는 거지?’
“그럼 그를 만나 초대장을 전해 준다고 쳐. 만약에 그가 해남군도로 안 가면?”
“해남검문에서 직접 그를 만나기 위해서 무림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저희의 일은 그에게 초대장을 전해 주는 것까지입니다.”
“그와 안 싸우고?”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니 해남검문에서 직접 할 것입니다.”
이들의 말을 듣고 화린은 해남검문이 제법 멋있는 문파라 생각을 하였다.
“나중에 해남검문을 방문해 봐야겠군.”
“거긴 왜?”
“멋있잖아. 이백 년 전의 치욕을 갚기 위해서 절치부심했고, 그 기회가 찾아오자 곧장 그를 찾아 나서다니. 그리고 그 치욕은 해남검문에서 직접 갚겠다고 하잖아. 그러니 얼마나 멋있어. 이런 문파와는 친분을 가져도 돼. 낭만이 있잖아.”
“그런 거야?”
“그럼 내가 해남검문과 일면식도 없는데 굳이 찾아갈 이유가 있을까? 멋있는 사람들이 가득하니 그곳에 가서 인연을 만들어 놓으면 서로가 좋은 거니까 그런 거지.”
“넌 상인이라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넌 무인이라 복잡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 그게 다 쓸모없는 생각들인데 말이야.”
또 한 번 핀잔을 들은 백군성은 말로는 도저히 화린을 이길 수 없음을 시인하였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지? 산서성에서 그를 찾아다닐 건가?”
“우리가 맡은 임무이니 일단은 찾아다녀 볼 생각입니다.”
“태원파와 계속해서 부딪칠 수 있을 텐데.”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우선입니다.”
화린은 두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누구와는 정말 다르군.”
“누구?”
백군성이 물었다.
“몇 대 쥐어 터졌다고 부모에게 쪼르르 달려가 고자질하는 그런 곳이 있어. 부모도 웃기지. 애들 싸움에 떡하니 나서서 뭐라고 하는 걸 보면 말이야.”
백군성은 화린이 음사문과 혈사파를 두고 하는 말임을 알아차리곤 인상을 썼다.
“너, 의외로 뒤끝이 있다.”
“난 당한 걸 열 곱으로 되돌려 줘야 성질이 풀리는데 그걸 못 돌려줘서 그런다, 왜.”
“그럼 너도 내 부친만큼 강해지든가!”
백군성이 툭 쏘아 말을 하자, 화린은 입술을 삐죽이며 말을 돌렸다.
“그럼 서둘러 이 자리를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네. 태원파도 이들을 수습하려면…….”
화린은 말을 멈추고 아쉽다는 듯 말을 하였다.
“왜 사람들은 호의를 베풀면 호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런 게 있어. 두 사람은 이 층 가장 안쪽 방으로 올라가 있어. 내가 내려오라고 할 때까지 그곳에서 몸을 숨기고 있어.”
두 사람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다 고개를 주억거렸다.
“빨리 올라가. 사람들 눈에 띄면 좋을 것 하나 없으니까.”
두 사람은 화린의 말대로 이 층으로 올라가서는 화린이 얻었던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일단의 무리들이 객잔 안으로 들어왔는데, 허리에 도검을 찬 무림인들이었다.
“저놈들이냐?”
앞선 사내가 화린과 백군성을 가리키며 물었다.
“백의와 흑의를 입은 남녀입니다. 그리고 저 두 사람은 그 남녀를 도와 태원파의 무사들을 죽였습니다.”
객잔의 주인이 태원파의 문주인 이천수에게 조금 전에 객잔에서 있었던 일을 고해바쳤다.
“쯧쯧, 내가 주인장을 잘못 봤네. 나는 주인장을 생각해서 선의를 베푼 건데.”
화린의 말에 객잔 주인이 흠칫하였지만 곁에 태원파의 문주인 이천수가 있음을 믿고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있었다.
“그 연놈들은 어디로 갔느냐?”
“주방 뒷문 통해서 벌써 나갔지. 이제까지 있으려고.”
화린은 상대가 태원파의 문주임을 알고도 예의를 지키기보다는 편하게 말을 하였다.
“뭐라?”
“뭐, 문제 있어?”
이천수는 자리에 앉아 있는 젊은 사내들이 자신이 알아보지 못한다 생각하여 물었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느냐?”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넌 나를 알아?”
“뭐, 넌……!”
백군성은 화린이 이천수를 말로 가지고 노는 것을 보고 웃음이 나왔지만 억지로 참아야 했다.
“너도 나를 모르면서 내가 너를 왜 알아야 하는 거지? 당신 유명한 사람이야?”
“당신……?”
“너 저 사람 알아?”
화린이 곁에 있는 백군성에 물었다.
“진짜 몰라서 나에게 묻는 거야?”
“내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어떻게 알아.”
“태원파의 문주님이신 태산검 이천수 님이시잖아.”
“그래? 그런데 내가 저 사람을 꼭 알아야 되는 거야?”
“이놈!”
화린이 자신을 무시하는 듯 말을 계속하자, 이천수는 분노하며 일갈을 터뜨렸다.
소리에 내공을 실었는지 객잔이 흔들릴 정도였다.
“이봐, 당신 우리를 감당할 수 있겠어?”
“뭐? 감당?”
“이 친구는 사혈맹의 맹주이신 사황 백무기 님의 아들 백군성이야. 그런데 이렇게 소리치며 행패 부리면 감당할 수 있겠냐고.”
백군성의 고개가 화린을 향해 획 돌아갔다.
‘이 새끼, 진짜 뭐 하는 새끼지?’
화린이 그런 백군성을 보고 히죽 웃으며 말하였다.
“난 무림의 일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거 알지? 그러니 알아서 정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