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53)
구룡전기-153화(153/217)
구룡전기 (153)
백군성은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화린을 보다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는 생각에 이천수를 보며 말하였다.
“사혈맹의 백군성이라고 합니다.”
백군성은 자신이 누구인지 이천수에게 알리고 대화를 해 보려 하였지만 그는 백군성의 말을 믿지 않았다.
“네놈이 백군성이라면 어째서 사혈맹이 아닌 이곳에 있는 것이냐?”
“이 친구를 감찰, 통제하는 일이 저의 일이라, 이 친구가 산서성에 볼일이 있다 하여 따라나선 겁니다.
“저놈을 감찰한다고? 저놈이 누구이기에?”
“소문은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본 맹과 구룡장 사이에서 일어난 일 말입니다.”
“하면?”
“저 친구가 구룡장주인 주화린입니다.”
“뭐?”
백군성의 말을 듣고 화린을 보던 이천수가 눈을 좁혔다.
“저리 천박스러운 자가 구룡장주란 말이냐?”
“야, 천박스러운 거랑 장주랑 무슨 상관인데. 장주는 다 지엄하고 권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나? 어디서 노인네의 생각을 가르치려고 해. 확 죽여 버릴라.”
“뭐라? 이놈이!”
이천수가 노성을 토하며 당장이라도 쳐 죽일 것 같은 얼굴을 하였다.
“왜 그래. 수습해야 하잖아.”
그 모습을 보고 백군성은 일을 계속해서 키우려고 하는 화린을 말리려 하였지만 화린은 그의 뜻대로 참고 있을 위인이 아니었다.
“산서성에서 사파가 득세하고 있을 때는 찍소리도 못한 것들이 사파가 힘을 잃으니 이제 네놈들의 세상이 된 것 같아?”
“네놈이 감히 나를 무시하고 살아서 이곳을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냐?”
“미친놈.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너희가 나를 죽이려고 하면 사혈맹에 대한 도발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리고 내가 네놈이 두려워서 이렇게 주둥이만 털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거야?”
이천수의 얼굴이 붉다 못해 검어졌다.
“이놈!”
이천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화린을 향해 출수하였다. 이를 본 백군성은 짜증이 났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이니 검을 빼 들고 이천수의 공격을 막아 내었다.
체에에에엥!
“잠시 참으시고 대화를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백군성은 이천수의 앞을 막아 세우며 말하였다.
“네놈과 할 이야기는 없다. 비켜서라!”
이천수는 힘으로 강하게 백군성을 밀쳐 냈다. 그러나 백군성 역시 십룡이라 불리며 후기지수들 중에서는 뛰어나다고 인정을 받는 무인이었다.
백군성은 이화접목의 수법으로 이천수의 힘을 흘려 버리고는 반대로 이천수를 밀쳐 냈다.
“윽!”
이천수는 순식간에 힘의 방향이 바뀌어 버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이천수가 자신이 밀렸다는 생각에 백군성을 바라보았을 때, 화린의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하여간 쥐뿔도 없는 것들이 어깨에 힘은 잔뜩 주고 다닌다니까.”
“야!”
백군성은 화린에게 소리를 질렀다.
“나보고 수습하라며, 지금 일 수습하고 있는 거 안 보여? 왜 자꾸 끼어들어 시비를 거는 건데.”
백군성이 한 소리 하자, 화린이 입을 닫았다.
“저 친구의 무례함을 용서하…….”
말하려는 순간 이천수의 검이 백군성을 향해 움직였다.
백군성은 왼발을 좌측으로 한 걸음 떼는 것을 시작으로 몇 걸음을 움직였는데 사령마공의 보법인 이령보였다.
백군성의 신형이 둘로 나누어지는 것처럼 보이더니 순간 하나로 합쳐져 옆으로 이동하였다.
어떻게 보면 이형환위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이형환위는 아니었다.
“허엇!”
백군성의 모습을 보고 화린은 짜증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저것에 당했지. 조금만 침착했어도 백 초는 너끈하게 버틸 수 있었는데.”
이형환위는 순간 이동을 하는 것처럼 옆으로 이동하지만 이령보는 본신의 모습은 그대로인 채 잔영이 옆으로 이동한 후 본신이 잔영과 합쳐져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알고 이동하는 잔영을 향해 공격의 흐름을 바꾸면 반대로 잔영이 본신으로 합쳐진다.
이령보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황 백무기를 상대로 갈피를 잡지 못한 화린은 제대로 힘을 쓸 수가 없어 패하였다.
비단 이령보 때문만은 아니라 사황 백무기에 비해서 무공, 깨달음 등이 부족하긴 하였다. 그럼에도 화린이 조금 더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 것은 저 이령보의 어이없는 실용성에 힘 한번 제대로 사용해 보지 못하고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자신이 당하기 전에 백무기에게 한 방 먹일 수 있었다는 것에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내가 익힌 만자무서와 조화십삼공 그리고 공무도원공을 하나로 합일시키지 못하면 사황 백무기에게는 승산이 없다는 걸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지.’
백무기에게 이길 수 없다면 천마나 검황에게도 이길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뿐 아니라 독왕, 권왕, 도왕에게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고, 사형마제, 음양마제, 살인검제, 도살도제와 양패구상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백군성은 일단 분노하고 있는 이천수를 제압한 후에 대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를 향해 검을 움직였다.
사령마공의 사령검결이었다. 사령검결은 모두 십이초식에 마흔두 개의 변초로 이루어진 검술로 초식과 초식을 잇는 변초의 조합이 자유롭다는 것이 큰 장점인 그런 검술이었다.
이로 인해서 정형화된 일반 검술이 아닌 살아 있는 자유로운 검술로 분류가 되어 한때는 신공이라 불린 적도 있었지만 사령마공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사령심공을 익히다 주화입마에 빠질 위험이 있어 신공이 아닌 사공으로 분류가 되어 무림에 전해지고 있는 중이었다.
사령마공은 사령심공, 사령검결 외에도 이령보, 사령육참권, 사령투심장 등이 있다.
“이놈이!”
백군성의 검이 가슴을 노리고 찔러 오자, 이천수는 손목을 움직여 검으로 곡선을 그리며 백군성의 검을 쳐 낸 후에 반격하려 했다. 그 순간 화린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저 친구가 다치면 사황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그 말에 이천수가 흠칫하자, 백군성이 빈틈을 노리고 검을 움직였다.
내공을 사용치 않아 검로가 눈에 들어올 정도로 뻔한 검격이었지만 저기에도 무서운 함정이 있다는 걸 화린은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고강한 무공을 갖춘 일문의 장문인답게 이천수가 백군성의 검을 한 번 더 쳐 낸 후 반격하려고 하자, 백군성의 검이 반발력을 얻어 교묘하게 움직였다.
마치 뱀이 땅을 기어가는 것처럼 검이 휘어지면서 이천수의 어깨를 노렸다.
“허엇!”
그 모습에 놀라 헛바람을 들이켜며 검을 세워 검을 막아 보려고 하였지만 백군성의 검은 연검이라도 된 것처럼 크게 휘어져 이천수의 검을 돌아 들어왔다.
“어디서 이런 사술을!”
이천수가 손목을 꺾어 세웠던 검을 눕히더니 위로 퉁기듯 올려쳤다.
쩌어엉!
어깨를 노리던 백군성의 검이 방향을 잃고 허공을 찔렀고, 그 틈을 노려 왼손바닥으로 백군성의 복부를 노리고 손을 뻗었다.
‘사황 백무기에 비하면 모든 면에서 현저하게 떨어지는구나.’
화린은 백군성을 통해서 사령마공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자 하였지만 그의 수준으로는 백무기가 익힌 사령마공과 비교하는 것이 각화무염이었다.
추녀가 화장을 아무리 예쁘게 한다고 해도 천하절색의 미인과는 비교할 바가 못 되는 것처럼 지금의 백군성의 수준으로 사황 백무기에 대해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음을 알고는 조금 실망하였다.
‘십룡이라고 떠들고 받들어 줘 봐야 애송이는 애송이구나.’
화린은 두 사람의 싸움에 흥미가 떨어졌다.
“하루 종일 싸울 생각이 아니라면 이제 그만들 하지.”
화린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식탁 위에 있는 젓가락을 빼 들어 두 사람을 향해 던졌다.
쉐이이이익!
강력한 힘이 실린 젓가락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두 사람의 검 옆면을 때리며 검의 궤도를 바꾸어 버렸다.
“윽!”
젓가락이 검을 때린 충격으로 인해서 두 사람 다 손아귀가 찢어질 것만 같은 충격을 받고는 하마터면 검을 손에서 놓칠 뻔하였다.
‘무슨 힘이…….’
“이봐, 내가 정말 좋게 끝내려고 하는 말인데. 살려 줄 때, 당신 아들 죽인 그 남녀를 쫓아가. 안 그러면 당신 죽여 버릴 수도 있어.”
“어린놈…… 헉!”
화린이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천수를 향해 살기를 드러내자, 그가 화들짝 놀라 저도 모르게 헛바람을 들이켰다.
“말끝마다 어린놈, 어린놈 하는데 나이가 많다고 다 어른은 아니지. 자식이 내 마음 같지 않다고들 하나, 자식을 천하에 난봉꾼으로 키운 놈에게 그런 말을 들을 만큼 내 마음은 넓지 않아.”
이천수는 화린의 살기를 직접 접한 후에야 자신이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조금 전에 했던 말들은 모두 사실인가?’
“정말 당신이 구룡장주요?”
“그럼, 내가 아니면 누가 구룡장주일까?”
“당신은 정파의 인물이지 않소. 그런데 왜 정파인 본 파의 무사들을 죽인 것이오.”
“누가 그래? 내가 정파라고.”
“그건 사혈맹과…….”
“착각하지 마. 음사문과 혈사파가 나를 죽이고 내 것을 빼앗으려고 했기 때문에 그들과 싸웠을 뿐이야. 만약 화산이나 종남에서 그리하려고 했다면 난 그들과도 싸웠어.”
이천수는 화린의 대답을 듣고 살짝 눈을 좁혔다.
“나를 당신네들 기준으로 생각지 마. 난 정파도, 사파도 아니니까.”
“그러면 정사지간이오?”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나를 뭘로 보고 간신배들이나 하는 정사지간이라는 말을 하지?”
화린은 정사지간이라 말하는 문파에 대해서는 이쪽, 저쪽 간을 보다 상황이 유리한 쪽으로 갈아타려고 하는 자들이라 생각하고 있어 딱히 그들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굳이 말하면 난 막가파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막 나가는 놈이란 말이지. 그러니까 다시 말하는데, 살고 싶으면 수하들 데리고 나가서 달아난 그 남녀를 쫓아가든 말든 해.”
상황이 묘하게 변하자, 당혹스러워진 사람은 다름 아닌 객잔 주인이었다.
백군성은 더 이상 싸움이 일어날 것 같지 않아 검을 거두고 화린의 곁으로 왔다.
“뭐, 계속하겠다면 그때는 내가 직접 네 어깨 위에 있는 걸 바닥으로 떨어뜨려 주지.”
화린의 살기를 접하기 전이었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죽여 버리겠다고 달려들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저자가 소문의 구룡장주라면 내가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무림백대고수를 둘이나 이겼다고 소문이 났기에 무림백대고수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한 자신이 싸워서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난다면 자존심은 물론 문파의 위상도 크게 하락할 것이 분명하였다.
‘이대로 물러난다면 오늘내일 소문이 퍼져 다른 문파에서 비웃을 텐데.’
“잔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군. 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한번 확인을 시켜 줘?”
화린이 손을 옆으로 뻗자, 손에 검이 절로 생겨났다.
파지지직!
검신에서 뇌전의 기운이 일렁이며 자잘한 충돌을 일으켜 미세한 불꽃들이 생겼다, 사라졌다를 반복하였다.
그 모습에 결국 태원파의 이천수도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검을 들고 겁박하는 젊은 놈이 망설임 없이 행동으로 옮길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였다.
“돌아간다.”
이천수가 몸을 돌려 객잔을 나가자, 함께 온 수하들도 눈치를 보다 그를 따라 객잔을 나섰다.
“저, 저기…… 이렇게 가시면 저는…….”
객잔의 주인은 돌아가는 이천수를 붙잡으려고 하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천수가 돌아가자, 화린은 싱겁다는 표정을 짓고는 자리에 앉아 술병을 들어 잔에 술을 채웠다.
“지금 자네가 무슨 짓을 하였는지 아나?”
백군성이 화린을 보고 언성을 높였다.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알지. 잘 알고말고. 귀 안 먹었으니까 이리 와 앉아서 내 이야기 들어.”
백군성은 얼굴이 붉어진 채로 화린의 맞은편에 앉아 술병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서는 벌컥벌컥 마신 후에 내려놓았다.
“이럴 땐 남자답네.”
“뭐?”
“들어 봐. 너도 소문 들어 알고 있지? 변방과 새외의 고수들이 중원으로 들어왔다는 거.”
“그래.”
“그중 남해 백팔군도는 왜 들어왔는지 알 수 있었어. 그렇지? 그러니까 넌 오늘 중요한 정보를 얻은 거야.”
백군성은 화린을 보았다.
“백팔군도의 두 사람을 통해서 그들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도 짐작할 수 있었지. 그럼 넌 맹에 보고할 때, 그들을 만나면 어떻게 하라고 의견을 첨부할 수 있겠지. 그 의견을 토대로 사혈맹의 무인들이 움직일 테고.”
백군성은 화린의 대답이 묘하게 일리가 있어 설득을 당하는 중이었다.
“그럼 이런 걸로 비추어 봤을 때 다른 문파, 그러니까 포달랍궁, 소뇌음사, 암흑마탑, 부산궁, 빙궁 역시 비슷한 목적으로 고수들을 중원으로 보낸 것일 수도 있겠지.”
“음…….”
“그럼 최근에 중원에 새롭게 나타난 무공들이 뭐가 있지?”
“잔살십육검, 천화난무, 소수신공, 화마혈수권.”
“화마혈수권은 해남검문에서 볼일이 있다고 하니 일단 빼고, 지역을 생각하면 서장, 흑룡강성, 북해 빙궁 이렇게 세 곳이야.”
“그러니까 네 말은 그들도 해남검문과 같은 목적일 수도 있다는 말이지?”
“그렇지 않을까? 특히 빙궁은 소수신공과 연관이 깊은 곳이니까.”
백군성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내가 이천수를 도발해서 그를 화나게 만든 건 다 너를 위해서야.”
“나를 위해서?”
“너 이천수와 싸우면서 느낀 거 없어?”
백군성은 이천수와의 대결을 떠올려 보았다.
“이렇게 멍청한데 어찌 사룡이라는 무명을 얻었지?”
“뭐? 내가 뭘 느껴야 하는 건데.”
“숙제!”
갑작스러운 말에 백군성이 화린을 보았고, 화린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백군성에게 말했다.
“내가 경험한 네 부친의 사령마공은 더 간결하고 부드러웠어. 끊어지는 듯하면서도 이어지고, 이어지듯 막힘이 없다가 순간 끊어지고.”
화린은 자신의 목적보다는 대충 백군성에게 도움이 될 법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화린의 조언을 듣는 백군성의 모습에서 조금 전에 화난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러니 잘 생각해 봐. 그리고 십룡이면 후기지수들을 대표하는 사람인데 이천수 하나 이기지 못해서야. 쯧쯧!”
“야, 내가 못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면 큰일 나니까 그런 거지.”
“남자가 변명은, 숙제나 열심히 해.”
화린은 걸음을 옮겨 이 층으로 올라갔다.
“방에는 백팔군도 사람들이 있잖아.”
“저리 둔해서야. 너랑 이천수가 싸움을 시작할 때, 창문을 통해서 벌써 달아났어.”
백군성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너도 반성을 좀 해야 해. 그 대단한 부친을 두고 무공이…… 쯧쯧.”
백군성이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할 때, 화린은 이미 이 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하아…….”
백군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화린이 자신에게 도움을 주려 한 건 알겠는데 뭔가 당한 기분이 들었다.
“거참, 꼭 뒷간 갔다가 닦지 않고 나온 것처럼 개운치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