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54)
구룡전기-154화(154/217)
구룡전기 (154)
화린과 백군성이 객잔에서 하루를 묵은 후에 조식으로 배를 채우고 객잔을 나서려고 할 때, 주인이 출출할 때 요기하라며 이것저것 많이 챙겨 주었다.
두 사람이 객잔을 나서고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자, 십 년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어제 태원파의 이천수에게 고자질한 것이 있으니 그럴 만도 하였다.
두 사람의 모습이 눈에서 사라지자, 몸을 돌려 객잔 안을 보았다.
“어휴…….”
부서진 식탁과 의자, 사람들이 흘린 피의 자국이 바닥에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이걸 언제 또 치우고 수리해서 장사를 하나.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손님이 챙겨 준 도검을 대장간에 팔아 버릴걸.”
지나가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무림인들이 사용하는 도검은 제법 값을 쳐주었기에 부서진 집기들을 수리하고 새로 사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그걸 그냥 태원파에 가져다주었으니 자신이 멍청한 짓을 했다고 자책을 할 법도 하였다.
주인은 입으로는 투덜거리면서 몸은 객잔을 치우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한편 객잔을 떠나 오태산으로 향하는 화린과 백군성은 혼주현과 정양시를 지나 오태산이 있는 오태현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오태현은 오태산 아래 있는 현으로 오태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곳을 반드시 지나쳐야 한다.
그래서일까 오태현에서는 오태산에서 얻을 수 있는 약초, 짐승의 가죽, 고기는 물론 광산에서 채굴하는 광물들도 심심찮게 볼 수가 있었고, 오태현에 큰 대장간이 여럿 있어 무림인들이 양질의 철로 만든 검을 구하기 위해서 많이들 찾는 곳이기도 하였다.
그뿐 아니라 오태산은 망해봉, 계월봉, 금수봉, 염두봉, 취암봉과 같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봉우리들이 다섯이나 있어 오대산이라 불리며 이 다섯 봉우리 주변으로 수많은 사찰, 도관들이 자리 잡고 있어 해마다 많은 참배객들이 몰려오는 곳이라 상업적으로 많이 발전된 현이었다.
오태현에 도착한 이들은 이전과 달리 북적거리고 사방이 어수선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성도인 태원을 떠나 이곳까지 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질 수가 있었다.
“사도준, 그 친구도 제법 하거든. 내가 볼 때, 너랑 남궁진, 사도준이 백중세를 이룰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사도준이 개미 눈곱만큼 기량이 뛰어난 것 같기도 하고.”
“왜 그렇게 생각을 하지.”
“무공만 따지면 너랑 남궁진이 사도준보다 강하긴 한데 사도준 그 친구는 실전 경험도 제법 치른 모양이더라고.”
비슷한 수준의 실력이라면 경험이 많은 쪽이 유리하다는 건 세 살배기 어린아이도 안다.
“실전의 중요함은 나도 잘 알지만 나 역시 많은 실전 경험을 치렀거든.”
“십룡이란 이름을 얻은 사람들은 다 너 정도는 실전 경험을 치르지 않았을까? 지금도 무림행을 하는 이들도 있다며.”
“그렇긴 한데…….”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그럼 잘난 것도 없구만. 아, 옥해보다 네가 조금 더 강할 거야.”
“옥해? 그 사람이 누군데.”
백군성이 물었다.
“화산파의 차기 장문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친구지. 그 친구도 강하긴 한데 십룡보다는 반 수 정도 아래라고 보면 돼.”
“음…….”
“그냥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만약 구파일방의 후기지수들이 모두 옥해 정도의 수준이라면 십룡이 후기지수들 중에서는 뛰어나다는 걸 인정해 줄게.”
“인정해 주는 게 아니라 뛰어난 건 사실이잖아. 그러니 십룡이라 불리는 거고.”
백군성은 마음이 상했는지 투덜거렸다.
“그것도 아니던데. 들어 보니 인지도라더만.”
“인지도?”
“그래. 세상천지에 십룡보다 뛰어난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누가 있는데.”
“남궁수연이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 구룡장의 서 총관도 있지. 하다못해 구룡표국의 표국주인 동춘이도 너보다 강해.”
백군성은 세 사람을 떠올리며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동춘 표국주는 내가 비빌 수 있지 않을까?”
“비비기는, 동춘이가 주둥이로 일을 다 하려고 해서 그렇지. 그놈이 칼춤 한번 추면 반경 오 리 안에 살아 있는 놈들이 없을 정도로 잔인한 놈이었어.”
백군성이 그게 사실이냐는 시선으로 보자, 화린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난 처음에 살인에 미친 놈인 줄 알았지. 그래서 어디서 살인마 한 놈이 굴러들어 왔구나. 했는데.”
“했는데?”
“살인마가 아니라 지도 무섭다고 그렇게 정신을 잃을 정도로 칼을 휘두르고 다녔대.”
백군성은 화린이 하는 말을 듣다 보면 가끔 참인지, 아니면 자신을 놀리려고 하는 말인지 갈피를 잡지 못할 때가 있었다.
백군성이 안 믿는 눈빛을 하자, 화린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였다.
“그럼 십룡의 이름을 걸고 한번 붙어 봐.”
“십룡의 이름을 걸고?”
“그래. 네가 지면 사룡이라는 무호를 땐다고. 그리고 동춘이를 표룡이라 불러 주겠다고 해 봐. 그럼 당장이라도 너랑 싸우려고 할걸.”
이리 말을 하는 걸 보니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을 하였는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난 처음에 십룡팔봉 하기에 그들이 천하무적인 줄 알았는데 한두 명씩 만나 보니 허당들이 많아.”
“허당?”
“몰라?”
백군성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땅바닥이 움푹 패어서 다니다 빠지기 쉬운 곳을 두고 허당, 혹은 허방이라고 하지.”
“그게 왜 십룡이랑 비유가 되는 건데?”
“너희들이 그 움푹 팬 곳에 잘 빠질 것 같거든. 사람들이 십룡, 팔봉, 하면서 높여 주니 정말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 된 줄 알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놈, 저놈 무시하다 한 방에 골로 갈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러니 내가 허당이라고 하지.”
백군성은 화린의 말에 뭔가 불만스러웠지만 딱히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하여간 말로는 이길 수가 없는 친구야.’
“오태현에서는 안 쉬어?”
“어. 곧장 오태산으로 올라갈 거야. 그곳에 본가에서 운영하는 광산이 있어. 광산 주변으로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어. 그곳에서 쉴 거야.”
두 사람은 오태현 가운데 우뚝 솟은 오태산을 향해 계속해서 걸어갔다.
산길을 따라 걷다 보니 마주치는 사람들도 몇 명 만날 수가 있었는데, 화린은 그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누가 보면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었는데, 그냥 오며 가며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는 말에 백군성이 조금 당황하기도 하였다.
‘말을 잘해서 그런지 친화력이 엄청 좋구나.’
그렇게 산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니 해가 떨어질 때쯤에 광산 마을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주군, 모두 모였습니다.
광산 마을에 도착을 하자, 이도문의 전음이 들려왔다.
―알았어. 오늘 밤에 갈 테니 이놈 잘 붙잡고 있어. 허당기가 있는 놈이라 조금 실수를 해도 긴가민가할 거야.
―알겠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조심하겠습니다.
―알았어. 숙소는?
―광산을 관리, 감독하는 자의 집이 비어 있어 그곳을 공관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청소해 두었습니다.
―지난번에 내 걸 빼돌리다 걸린 그놈의 집?
―그렇습니다.
“여긴 객잔이 없잖아.”
백군성이 물었다.
“내가 광산 주인인데 거주할 곳 하나 없을까 싶어서 그래? 그냥 따라오기만 해.”
화린이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마을 사람들이 화린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였다.
“장주님, 오셨습니까?”
오래전 광산의 일로 소란이 크게 나 마을에서는 화린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간 잘 지냈습니까?”
“저희야 늘 그렇지요.”
“지난번에 아기 태어난다고 하셨는데 아들이에요, 딸이에요?”
“하하하, 그것도 기억하십니까?”
“그럼요.”
“딸입니다.”
딸이라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조금의 서운함이 묻어 있었다.
“그럼 제가 나중에 선물 하나 집으로 보내 드릴게요.”
화린은 마을에 들어서자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렇게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를 보는 백군성은 내심 놀라는 중이었다.
‘세심한 것인지, 아니면 배려가 깊은 것인지. 마을이 작아 몇 가구 살지 않는다고 하나 그래도 집이 백 호는 넘을 것 같은데, 그들의 대소사를 다 알고 있다는 건 그만큼 기억력도 좋다는 말이 아닌가?’
그렇게 화린은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후에 공관으로 사용하기로 한 옛 관리자의 집으로 갔다.
집이 제법 넓어 두 사람이 사용하기에는 불편함이 전혀 없어 보였다.
“장주님, 오셨습니까?”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화린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잘 지냈죠?”
“저희야 늘 그렇지 않습니까?”
“먼 길 온다고 식사를 아직 못했어요. 그러니 식사 좀 챙겨 주시고요. 방에 불도 넣어 주세요.”
“민성댁에게 말하여 준비하겠습니다.”
“그럼 수고 좀 해 주세요.”
백군성은 화린과 이들의 대화에서 어색함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온 것 같은데 친숙하게 대화를 나누는 걸 보니 자신의 일에 세심한 사람이구나.’
백군성은 화린의 평소 모습에 그렇게 평가를 하였다. 하지만 화린이 세심하다기보다는 앞서 온 이도문이 모든 작업을 끝내 놓았고, 또 화린의 그림자에 숨어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고 있어 마치 이곳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사람처럼 마을 사람들과 대화가 가능한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백군성이니 오해를 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오해가 화린을 다시 평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 쪽 쓸래?”
“뭘?”
“방이 없는 것도 아닌데 같이 한방을 쓰는 것도 그렇잖아.”
화린이 가리킨 안채에는 좌우로 방이 하나씩 위치해 있었고, 가운데 낮은 퇴청마루가 있어 두 방을 연결해 주고 있었다.
“이쪽.”
“그럼 난 이쪽. 밥 먹으려면 반 시진 정도 걸릴 테니 좀 쉬어.”
화린은 백군성에게 말하고는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화린이 방으로 들어서자 이도문이 모습을 드러내었고 곧장 화린의 모습으로 변하였는데, 이제는 완벽할 만큼 똑같은 모습을 하였다.
“그럼 오늘 하루만 수고해.”
“걱정 마십시오. 아무리 촉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하루 정도는 들키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 그럼 다녀올게.”
화린의 모습이 옅어지며 그 자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를 대신하는 이도문은 침대에 덜렁 누워 버렸다.
“식사할 때만 조심하면 되겠지.”
그 이후에는 방에만 있을 테니 아무리 눈치가 좋고 눈썰미가 좋은 백군성이라고 해도 자신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아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한편 이도문과 바꿔치기를 하고 공관에서 나온 화린은 빠르게 오태산에 있는 오태산채로 향했다.
하루 동안 처리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화린이 오태산채에 도착하였을 때, 산채 안에서는 산적들이 살수들의 수발을 들고 있었다.
이들도 아직 식전이라 식사를 준비하고 있으니 이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끝내면 될 것 같았다.
화린의 모습이 바뀌었는데 이전 살인검제와 싸웠던 눈코입이 없는 무면의 모습이었다.
산채의 망루에 올라 화린이 기운을 드러내자 기운에 반응한 살수들이 일제히 산채의 공터로 나왔다. 그 수가 백오십 명은 넘어 보였다.
‘이 호법이 말하기를 중원에는 살수 문파가 백마흔여섯 곳이 있고, 이중 쓸 만한 살수 문파가 일흔 곳 정도 있다고 하였으니, 여기 모인 이들의 수가 대략 백오십 명 정도이니…….’
문주까지 포함하여 제자 두 명이니 한 문파에 세 명이 이 자리에 참석하였고, 이를 근거로 계산해 보면 대략 오륙십 곳의 살수 문파가 자신의 부름에 응답한 것이다.
‘전부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군.’
화린이 손을 들어 올릴 때는 분명 빈손이었는데 올린 손이 아래로 내려올 때는 그의 손에 살황묵혈소가 들려 있었다.
파아아앗!
살황묵혈소가 그들의 앞으로 날아가 바닥에 박혔고, 앞선 이들이 살황묵혈소를 확인하자 일제히 부복하였다.
“살수의 종주이신 살황 서문 님의 전인을 뵈옵니다.”
앞선 자들의 입에서 힘찬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뒤에 선 자들도 앞선 이들을 따라 부복하며 고개를 숙였다.
“살황 서문 님의 전인을 뵈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