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56)
구룡전기-156화(156/217)
구룡전기 (156)
제자를 얻다
오태산에 모인 살수 문파의 수장들은 화린이 제의한 살수연맹에 대한 의견들을 나누는 중이었다.
“저는 이로우면 이롭지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전인의 말씀대로 이루어진다면 살수 업계의 의뢰 성공률 십 할이라는 전무후무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로 인해서 살수업계는 호황을 누릴 것이 분명하였다.
“전인께서 해결 못 할 일도 있지 않겠습니까? 가령 천마를 죽여 달라는 그런 의뢰 말입니다.”
“그런 의뢰가 가능하겠습니까? 만약 그런 의뢰가 들어오면 의뢰비를 얼마나 받아야 합니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천하대상이라고 알려진 대륙상단의 만금상인 전오락도 의뢰비를 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전인의 말씀대로 우리가 연합하여 맹이 만들어지면 우리의 위상도 올라갈 것입니다.”
그의 말에 모두가 동의하였다.
“그리고 문파도 강하게 만들어 주신다고 하셨으니 우리에게는 손해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손해는 없고, 득만 있으니 저 역시 전인의 말씀대로 연맹을 추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섬서성 사당의 당주인 문소의 말처럼 손해는 없고, 이득만 있으니 안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럼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문파의 문주들은 어찌하오?”
“그들은 종주의 전인을 부인하고 살인검제 님을 따르기로 한 자들입니다. 이 계획이 그들의 귀에 들어가면 살인검제 님의 귀에도 들어갈 것이고, 그리되면 다른 문파에도 알려질 것입니다.”
“그럼 여기 모인 사람들만 연맹을 만들자는 말씀입니까?”
“시작도 하기 전에 외압을 받게 되면 전인께서 힘이 빠지실 겁니다. 더구나 지금은 사혈맹의 감찰을 받고 있는 실정이니 조심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모두는 공감하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무엇보다…….”
이들은 밤이 늦도록 충분한 대화를 나누었고,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럼 전인의 뜻에 따르겠다는 연판장을 만들지요.”
“그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구룡장의 봉문이 풀리는 오 년 동안은 이와 같은 사실을 숨기고, 봉문이 풀리는 날, 다른 살수 문파에 제의하여 그들의 가입 여부를 묻도록 합시다.”
이들은 화린과 함께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비밀 유지를 위한 연판장을 피로 작성하였다.
* * *
“이 광산이 네 것이란 말이야?”
“내 것이라기보다는 구룡장의 것이지.”
“그게 그거 아니야?”
“아니지. 내가 없어도 이 광산은 구룡장의 소유로 구룡장의 식솔들이 먹고살 수 있도록 돈을 벌어 주는 곳이야. 내가 가지고 있는 지분이 식솔들보다 많을 뿐이야.”
화린은 백군성과 함께 광산으로 와서는 광산을 둘러보았다.
광물을 채석하는 과정에서부터 광물을 구분하는 일까지 이곳 광산에서 진행되었다.
이렇게 분류가 된 광석은 마을로 보내어져 가루가 될 정도로 잘게 부순 후에 열을 가한다.
그리고 또다시 열을 가하는 공정을 통해서 혹시 모를 불순물을 최대한 태워 양질의 광물을 얻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얻은 광물은 영천상단의 동서독을 통해서 중원의 각 성으로 팔려 나가는 중이었다.
영천상단의 동서독은 한순간의 잘못으로 인해서 자신의 광산에서 생산되는 광물을 비싼 값으로 사들여 되파는 일을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서 막대한 손해를 보는 중이었다.
더구나 이곳에서 일하는 인부들의 월봉까지 부담해야 하니 그 피해가 이로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만을 터뜨릴 수가 없는 이유는 재산을 다 빼앗기고 구족이 멸문당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그리 깊지 않은 것으로 보아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겠는데.”
“그렇지. 최소 오십 년은 광물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하니 나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사업체라고 할 수 있지.”
백군성은 광산을 둘러보며 화린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평생을 돈 걱정 안 하고 살겠네.”
“넌, 돈 걱정을 해?”
“지금은 안 하는데 맹에서 한자리 차지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돈과의 싸움이지.”
화린은 왜 그러느냐는 시선으로 백군성을 보았다.
“당연한 것 아니겠어? 맹에서 일 년 동안 쓸 돈은 정해져 있지. 그 돈으로 각 부서, 단체에 나누어 주는데 항상 부족하게 주거든.”
“그래?”
“그러니 각 부서의 장, 단체의 장들은 재정을 담당하는 재무부에 가서 굽실거릴 수밖에 없지.”
“꼭 있는 것들이 더한다니까.”
“그러니까.”
백군성도 공감을 하며 투덜거렸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산나물로 식사를 맛있게 제공하는 식당을 알 거든.”
“그래?”
화린은 백군성을 데리고 광산마을의 한 가정집으로 들어갔다.
외형은 가정집인데 마당 같은 곳에 평상을 놓고 자리를 만들어 그곳에 손님을 받고 장사를 하는 그런 식당이었다.
화린이 집 안으로 들어가자, 주인이 나와서 반겼다.
“어서 오십시오, 장주님.”
지난날 광산 관리자로 인해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고, 그 후 화린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산채나물과 우육홍신탕을 주세요.”
화린은 익숙한 듯 주문을 하였고, 백군성이 물었다.
“우육홍신탕은 뭐야?”
“소고기와 무를 넣고 푹 끊인 후에 매운 향신료를 넣어 탕을 끊인 건데, 먹어 보면 환장할 거다.”
백군성은 화린의 말을 토대로 머릿속에 대충 떠올려 본 후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고기는 진리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주인이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부엌으로 가자, 백군성이 물었다.
“너, 정파 애들 말고 사파 애들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어?”
“사파 애들?”
“그래. 의향이 있으면 내가 소개시켜 줄게.”
“나 비싼 몸인데. 아무나 친구 안 해.”
백군성은 피식 웃었다.
화린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하는 행동이나 말투는 시전거리나 저잣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왈패나 다름이 없어서였다.
“그런데 왜 그리 싼 티가 나냐?”
“내가?”
“그래. 말하는 거며, 행동하는 걸 보면 망나니나 다름이 없다니까.”
“뭐라는 거야. 내가 얼마나 고급진데.”
“고급은 개뿔…….”
백군성도 화린과 함께 다니면서 옮았는지 말투가 이전보다는 조금 가벼워져 있었다.
“그래서 사파 애들이 누구누구 있는데? 지난번에 화산파에서 여는 화산지회에서 사파 쪽 사람들도 몇 명 친구로 사귀었는데.”
“그래?”
“친구 사귀는 데 정파, 사파 구분을 왜 해.”
백군성은 화린의 말이 옳다 생각하였다.
“하여간 네가 만나고 싶다고 하면 십이사가의 사람들을 비롯하여 맹에 영향력이 있는 문파의 후계자들을 소개해 줄게.”
“십대문파, 구파일방과 비슷한 급의 애들이야?”
“그렇다고 봐야지.”
“그런데 나 무림인들이랑 접촉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
“그건 아니야. 무림인과 접촉은 해도 되는데 목적을 가지고 만나느냐, 순수하게 친목을 위해서 만나느냐의 차이가 있지.”
화린은 잠깐 생각하다 물었다.
“그 차이를 누가 판단하는데.”
“맹에서 하겠지.”
“에라이……. 그럼 사파 애들 만나면 순수함이고, 정파 애들 만나면 목적을 가지고 만나는 거잖아. 그렇게 안 봤는데 이게 약도 팔 줄 아네.”
“내가 무슨 약을 팔아. 맹에서 그렇게 판단할지 안 할지는 난 모르겠고, 만날 의향이 있으면 내가 소개시켜 준다고.”
“만나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지금은 내키지가 않네. 그리고 너를 통해서 만나기보다는 사도준을 통해서 만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아, 그리고 천량사가의 이서원이랑 친구니까 그 친구를 통하면 되겠어.”
“그럼 그렇게 해. 내가 만나는 이들 중에 괜찮은 이들도 제법 있는데. 예쁜이들도 있고.”
화린이 피식 웃었다.
“너, 그 말 수연이 있을 때는 하지 마. 찢겨 죽을지도 몰라.”
“아…….”
백군성은 남궁수연의 얼굴이 떠오르자, 화린의 반응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쩌다 넌 그렇게 드센 애한테 걸렸냐?”
“너에게는 드셀지 몰라도 나에게는 순한 양인데. 가끔 반항도 하긴 하지만.”
“그게 반항이야? 두 번 반항하면 구룡루 대들보 중에 남아 남는 것이 없겠다.”
백군성이 남궁수연에게 악감정을 가진 이유는 그가 처음 구룡루에 왔을 때, 남궁수연에게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어서였다.
사파의 인물에 대해서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지고 있는 그녀였기에 처음 구룡루에 와서 거들먹거리는 백군성의 수행원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곤죽을 만들어 놓은 적이 있었다.
이 일로 백군성과 언쟁이 벌어졌고, 남궁수연의 언성이 높아지더니 무력을 사용하여 백군성을 때려눕혀 버렸다.
이러한 일로 인해 백군성에게 남궁수연은 그리 좋은 인연은 아니었다.
“내가 진짜 순한 여자를 소개시켜 줄까? 그녀에 비하면 남궁수연은 여자도 아니야.”
“아서라. 수연이 귀에 들어가면 기절만으로 끝나지 않을 거다.”
“안 끝나면?”
“내가 말 안 해 줬어?”
“무슨 말?”
“수연이가 군대 있을 때, 여자에게 시비를 걸거나 치근대는 놈들 거시기를 빡!”
화린이 손을 쥐는 시늉을 하며 아파하는 표정을 짓자, 백군성의 다리가 절로 오므려졌다.
“내가 있을 때, 한 오십 명 정도 그렇게 보냈지. 너 기절했을 때, 그거 터뜨리려고 하는 걸 간신히 말렸어.”
“하아…….”
무력으로는 남궁수연에게 이길 수 없는 백군성이었기에 그녀에 대한 말만 나오면 한숨부터 나왔다.
“남궁세가에 그런 돌연변이가 나와서는.”
주인이 주문한 음식들을 상에 올려서 가지고 왔다.
따로 음식을 평상에 내려놓지 않고 상째로 올려 주었다.
화린은 상을 끌어당겨 가까이 놓고 히죽 웃으며 말했다.
“먹자. 사파 애들은 조금 더 생각해 볼게.”
* * *
화린은 밤이 되자, 이도문에게 자신의 대역을 맡기고 오태산채로 와서 살수 문파의 문주들을 만났다.
살수문파의 문주들은 작성은 연판장을 화린에게 내밀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연맹을 만드는 일에 찬성을 하는 문주들의 이름이 적힌 각서입니다.”
“각서요?”
화린은 이들이 내민 서책을 훑어보았다. 문주들끼리 정한 몇 가지의 규칙과 함께 예순여섯 명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곳에 온 문주들은 모두 서명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지 않은 문주들의 경우는…….”
의견을 나눈 것들 중에서 서책에 기록되지 않은 사항들은 구두로 이야기를 하였다.
화린이 이야기를 들은 후에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받아 든 서책을 책장에 꽂아 두는 시늉을 하자, 서책이 허공중에 속 들어가 사라져 버렸다.
“잘 들었습니다. 그럼 저도 연맹을 위해서 체계를 만드는 일을 시작하겠습니다.”
화린의 말이 끝나자, 살수 문파의 문주들은 자세를 고쳐 잡더니 화린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맹주님을 뵈옵니다.”
새로이 만들어지는 연맹의 초대 맹주로 화린이 추대되었다.
이를 두고 화린 역시 딱히 반대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화린이 손가락을 허공에 찍자, 그곳에 공간 주머니가 나타났다.
화린은 공간 주머니 안에서 얕은 책자를 꺼내었는데 그 수가 문주들의 수만큼 되었다.
책의 표지에는 ‘화마혈랑공’이라고 적혀 있었다.
권마 단초운의 무공인 화마혈수권을 개량하여 만든 수공으로 각자의 특성을 살려 도검은 물론 창, 단봉과 같은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무공이었다.
화린이 화마혈수권을 익히고 있는 이유는 황궁에서 익힌 무공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화마혈수권이 황궁 보고에 잠들어 있었던 이유는 그의 죽음에 황궁의 동창이 관여하였기 때문이었다.
황궁의 정보력은 무림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뛰어나다.
권마 단초운과 무림의 고수들이 천뇌봉에서 싸울 것이란 소문을 듣고 동창에서는 은밀하게 천뇌봉의 곳곳에 화약을 매설해 두었다. 그러나 싸움이 시작되고 폭발이 일어나자 그들조차도 천뇌봉이 무너지는 상황을 대비하지 못하고 함께 함몰되었다.
그런 와중에서 권마 초단운은 무너지는 천뇌봉 사이를 뚫고 나왔는데, 심각한 부상으로 인해서 힘 한번 제대로 써 보지 못하고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동창의 무사들에게 제압당해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 후, 동창에서 그의 무공을 회수한 뒤 화골산으로 시체조차 남기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천뇌봉이 무너질 때 함께 함몰되었다고 믿게 된 것이다.
문주들은 화린이 주는 얕은 책자를 받아 표지를 보였다.
“화마혈랑공?”
“어디서 비슷한 이름을 들어 보지 않았습니까?”
“화마혈수권…….”
한 사람의 입에서 나지막하게 나오는 무공의 이름에 모두가 놀란 눈을 크게 떴다.
“개량한 것입니다. 무공에서 화마혈수권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니 마음 놓고 익히셔도 됩니다.”
화린이 화산파에서 사황만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도 화마혈수권을 익힌 자가 무림을 활보하고 다녔을 것이다.
“그럼 맹주께서 최근에 나타난 권마 초단운의 전인이었다는 말씀입니까?”
“우연히 그자의 무공을 익힌 자를 만났습니다. 자신의 무공을 믿었는지 안하무인격으로 사람을 무시하여 그냥 죽여 버렸습니다.”
이들에게 사실대로 말할 필요가 없어 둘러 말하였다.
“사혈맹과의 싸움이 장기전으로 갈 것이라 예상하고 마교를 끌어들일 생각으로 새로운 신분을 만든 것인데 사황 백무기가 나서는 바람에 그 계획을 성공하지 못하였습니다.”
모두는 할 말을 잃었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였다.
“명색에 문주님들인데 문도들보다 약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그 말씀은?”
“이곳에 데리고 온 제자들 역시 지금보다는 더 강해져 문파로 돌아갈 것입니다.”
“하해와 같은 은혜에 감사하옵니다.”
호복성의 천사곡 곡주 사군성이 선창을 하자, 다른 문파의 문주들도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전했다.
“무공의 이름은 편의상으로 그리 기록한 것이니 그 무공에 문주님들의 깨달음을 더한 새롭고 독창적인 무공으로 재탄생시켜 이름을 정하여 사용하십시오.”
“그리하여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앞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