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57)
구룡전기-157화(157/217)
구룡전기 (157)
“근데 여기는 언제까지 있을 거야?”
백군성은 오태산에서 언제까지 있을 거냐고 물었다.
“왜?”
“그냥, 이제 볼일을 다 본 것 같아서 말이야.”
“잘 아네. 안 그래도 중식 먹고 강소성으로 갈 참이었어.”
“강소성은 왜?”
“볼일이 있으니 가는 거지. 장사치가 중원 대륙 어디를 못 다닐까?”
백군성은 화린의 대답에 자신이 제동을 걸 명분을 찾지 못하였다.
“알았어.”
―주군, 준비는 끝났습니다.
―그럼 그들을 데리고 먼저 출발해.
―알겠습니다.
화린은 살수 문파의 문주들과 했던 것들을 실행해 옮겼다.
뜻하지 않은 오 년의 봉문이지만 이 봉문을 통해서 사람들의 눈과 관심을 피해 만든 것을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왜, 심심해서 그래?”
화린이 백군성에게 물었다.
“심심하다기보다…….”
“그럼 저기 가서 무공이나 보여 줘라. 내가 너의 부친과 검을 겨누면서 느꼈던 점들을 알려 줄 테니까.”
백군성의 눈이 반짝였다.
“정말?”
“싫으면 관두고.”
“아니, 아니야.”
백군성은 화린이 자신의 무공을 봐준다는 말에 반색하며 검을 들고는 마당으로 가서 섰다.
“잘 봐.”
백군성은 마치 자신의 무공을 사부에게 확인시켜 주는 것처럼 화린의 앞에서 무공을 펼쳤다.
‘대단하긴 하네.’
그런 백군성의 모습을 보는 화린은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지만 백무기에 비하면 조족지혈. 역시 깨달음의 차이가 무공의 차이를 만드는 거구나.’
화린이 백군성의 무공을 봐주겠다고 하지만 실상은 백군성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사령마공에 대해서 알고자 함이었다.
백군성이 펼치는 사령마공의 초식이나 변초는 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백무기가 펼치는 사령마공의 깊이에 대해서는 알아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저 친구 무공을 끌어 올려 겉핥기라도 일단 눈에 익숙하게 만들어 놓아야겠어.’
백군성은 그러한 화린의 속셈도 모르고 자신보다 강한 화린이 무공을 봐준다고 하니 절로 신이 나서 자신의 무공을 펼쳐 보였다.
백군성이 사령마공 상의 사령검결을 모두 펼쳐 보여 주었다.
“대단해. 역시 군더더기 하나 없어. 그런데 그게 단점이야.”
화린은 백군성의 사령검결을 보고 말하였다.
“그게 왜 단점이야?”
“변수가 없잖아. 너보다 하수나 동수에게는 통할지 몰라도 고수에게는 금방 검로가 들통날 거야.”
백군성은 화린의 말을 들으며 생각해 보았다.
“내가 경험한 부친의 사령검결은 그보다 더 다양한 변화를 일으켰어. 만약 지금 네가 펼친 사령검결이 전부라면 사령검결을 펼치면서도 그 사이 사이에 다른 무공을 자연스럽게 녹여 연계하는 방식인 것 같았어.”
“다른 무공을?”
“그런데 이질적인 느낌은 단 한 번도 없었어. 그만큼 자연스러웠다는 거지.”
백군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화린이 마당으로 나서며 허공에서 검을 빼어내었다.
“잘 봐. 일반적인 검로는 위에서 아래로 내리면 여기서 취할 수 있는 행동이 몇 가지로 정해져 있어.”
화린은 아래서 검을 위로 올리기도 하고, 발을 움직여 몸을 돌리면서 검을 횡으로 휘두르기도 하며 연결되는 초식들을 보여주었다.
“이런 초식의 연결은 무공을 어느 정도 익힌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예상하겠지.”
“그렇지.”
“그런데 만약에 검을 이렇게 위에서 내린 후에 발로 이렇게 차면?”
화린은 뒤차기로 발을 앞으로 쭉 뻗어 보여 주었다.
“아니면 이렇게 길게 찌르기로 검을 내지르면?”
화린은 변칙적인 검로와 동작들을 몇 가지 보여 주며 백군성의 이해를 도와주었다.
“음…….”
“같은 것 같으면서도 느낌이 다르지.”
“그런 것 같아.”
“부친께서 이런 식으로 무공을 펼쳤는데 어색함이나 이질적인 느낌을 받지 못했다는 건 사령심공을 바탕으로 펼칠 수 있는 사령마공 무공들을 조합해 연계했다는 뜻이거든.”
“음…….”
“거기에 깨달음이 더해져 어떤 무공을 펼쳐도 자연스럽게 녹여 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여 굳이 사령마공이 아니더라도 그때그때 필요한 초식들을 함께 사용하시는 것 같았단 말이지.”
백군성은 화린을 보았다. 그렇게 잘 아는데 왜 졌냐고 묻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게 깨달음의 차이지. 알아도 막을 수 없는 경지의 차이이기도 하고.”
“그래?”
“그래. 너랑 나랑 지금 싸우면 너도 마찬가지야. 알아도 당해. 그게 너와 나의 차이고, 나와 네 부친의 차이야.”
백군성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아들었으면 연구를 해 봐. 육체적인 수련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수련도 중요해. 그러니 못해도 하루에 한 시진은 심법 수련을 통해서 무공의 연결점들을 연구하며 찾아봐. 그럼 성과가 있을 거야.”
“알았어. 고마워.”
“고맙긴 친구끼리는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화린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는 검을 허공에 던진 후에 퇴청마루가 있는 곳으로 와서 앉았다.
“뭐 해? 계속 무공을 펼쳐 보지 않고.”
* * *
화린은 강소성으로 가는 길에 하남성에 들렀다.
“산서성이 시골이라면 여기는 도시 같은 그런 느낌이야.”
백군성이 말하자, 화린도 공감을 하였다.
“그렇지. 산서성보다야 하남성이 볼 것도 많고, 사람도 많으니 자연스럽게 수공업도 발전되고, 무엇보다 중원 삼대 기루인 낙양루가 있잖아.”
낙양루를 찾아오는 관광객들만 한 해 오십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이로 인해서 생겨나는 경제적인 이익은 실로 엄청났다.
특히 낙양과 정주, 개봉을 잇는 관도에 줄줄이 늘어선 상점들은 다른 어느 성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큰 시전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 밤이 되면 낮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불야성을 이루니 이 또한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야시장을 찾아보고, 먹고,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해 놓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낙양 아래 등봉현에는 숭산이 있고, 개봉 위 봉구현에는 개방의 총타가 있어 치안도 잘 유지되고 있으니 찾아오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아 매년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였다.
“근데 낙양루가 좋아?”
“글쎄. 그냥 삼대기루라고 하니 그러려니 하는 거지. 그런데 규모 자체는 상당해. 구룡루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말이야.”
“그럼 우리 한번 들렀다가 갈까?”
“그것도 괜찮겠지. 마침 낙양에 아는 사람도 있으니.”
그렇게 두 사람은 낙양루를 구경하기 위해서 낙양루로 향했다.
낙양에 가까워질수록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들 사이를 요리조리 다니던 두 사람은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 다 낙양루를 구경하기 위해서 온 거야?”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낙양에는 엄청 유명한 절도 있고, 석굴도 있고, 볼거리가 많잖아. 그러니 성도인 정주보다 더 발전된 도시고.”
“이 사람들이 다 낙양루로 가면 우리는 발 디딜 틈도 없겠다.”
두 사람이 투덜거리며 길을 가는데 어린아이들이 이들 사이를 달려 빠르게 지나갔다.
그때 백군성이 한 아이의 손을 움켜잡았다. 그 아이의 손에는 백군성의 비단 주머니가 있었다.
“어린놈의 새끼들이 할 짓이 없어 남의 주머니를 터는 것이냐? 너는 이 칼이 안 무서우냐.”
백군성이 아이에게 겁박을 하자, 아이는 용서해 달라고 빌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바닥에 있는 모래를 집어 들었다.
“아이야. 내가 생각할 때, 지금 그 행동을 했다간 너 정말 이 아저씨의 칼에 맞아 죽어. 이 아저씨 엄청 무서운 사람이야.”
화린은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듯 말을 하였고, 아이는 화린을 보았다.
“내가 너라면 살려 주세요, 용서해 주세요, 하고 진심으로 빌겠어. 그리고 저기 봐.”
화린은 손가락으로 다른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백군성의 손에 잡힌 아이보다 서너 살 많은 아이들이 있었는데 아이는 그들을 보고 두려워하는 기색으로 화린에게 말했다.
“저 형아들에게 잡히면 저는 죽어요. 그러니 아저씨가 저 좀 살려 주세요.”
아이의 말에 화린과 백군성이 시선을 마주쳤다.
“보통 이럴 때는 용서해 달라고 빈 후에 잽싸게 도망쳐야 되는 거 아니야?”
“그럴 상황이 아닌가 보지. 저들 중에 빠른 애가 있어서 도망쳐도 잡힌다는 것을 알든가.”
“아이야, 그런데 왜 저들이 너를 잡으려고 하는 거야?”
“여기는 저 형들 구역이거든요.”
“그래? 남의 구역을 침범하였으니 잘못은 네가 한 거네.”
“그렇지만 저 형들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우리를 막 괴롭히고 그러거든요.”
“그래? 그럼 복수하기 위해서 이렇게 도수짓을 하는 거야?”
“그건 아니지만 우리도 먹고살아야죠.”
아이의 당돌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백군성에게 말하였다.
“근처에 아는 사파 없어?”
“있긴 한데, 그건 왜?”
“이놈 키우라고 그래. 똘똘하게 생겨서 십 년 뒤에는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은데.”
백군성은 화린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아마 못 견딜걸.”
“너의 부탁인데도?”
“내가 있을 때나 잘해 주겠지. 그런데 내가 없으면 티 나게 뭔가를 하지 않아도 따돌림부터 시작해서 견디지 못하게 만들어 스스로 나가게 만들 거야.”
“그래? 아쉽네. 그럼 내가 데리고 다녀 볼까?”
“네가?”
“똘똘하게 생겼잖아. 수행원으로는 딱이지.”
화린이 아이에게 말했다.
“이름이 뭐야?”
“소천요.”
“작은 하늘?”
“네. 어머니께서 그렇게 이름을 지어 주셨어요.”
“그럼 모친께서는?”
“병으로 돌아가셨어요.”
“부모님 모두 다 돌아가신 거니?”
“네.”
화린은 아이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들었다. 그런 후에 말했다.
“아저씨 따라갈래? 그럼 아저씨가 공부도 시켜 주고, 무공도 가르쳐 주고, 장사하는 법도 알려 줄게.”
소천이 화린을 보았다.
“왜? 아저씨가 사기꾼 같아?”
“네.”
“하하하하!”
듣고 있던 백군성이 소리를 내어 웃었다.
“너, 사람 볼 줄 아는구나. 그래. 장사꾼은 사기꾼이나 다름이 없지. 상품을 팔 때 거짓말도 섞고 그러거든. 그럼 어떻게 하면 소천이가 나를 따라갈까?”
“저 형들 혼 좀 내 주세요.”
화린의 시선이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아이들에게 향했다. 그러자 아이들이 벼락을 맞은 듯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 자리에서 달아나 버렸다.
“자, 그럼 이제 아저씨랑 가 보자.”
“어디를요?”
“저 형들 혼내 주라며?”
“네.”
“그럼 저들의 우두머리부터 혼을 내야지. 그래야 네 친구들이 저들에게 덜 맞을 거야.”
아이는 긴가민가하였지만 남은 한 손을 화린이 잡는 바람에 꼼짝없이 따라나서야 했다.
“저들의 패거리가 어디 있어?”
“낙양루 뒤쪽으로 가면 명화촌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있어요.”
“정말 가게?”
“너 실수했어. 이런 인재를 얻는 게 어디 쉬운 일일 줄 알아?”
화린은 아이를 인재라 하고는 그의 손을 잡고 명화촌으로 갔다.
화려한 곳 이면에는 늘 어두운 면이 존재했고, 그곳의 삶은 밝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 상상하지 못할 만큼 비참할 때가 많다.
명화촌은 낙양의 변두리에 위치해 있는 판자촌이었다. 판자촌이라고 하지만 제대로 된 집보다는 다 부서진 집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었다.
중원에서는 이러한 판자촌을 돼지촌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여기가 명화촌이야?”
“돼지촌이군.”
“돼지촌?”
“이곳을 지배하는 자가 있고, 빈민들에게 이 거지 같은 집을 고가의 월삯을 받고 임대해 주지.”
“여기로 들어와서 살려고 하는 사람도 있어?”
“사람은 사는 환경이 다 다르니까.”
화린은 백군성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았다.
“보는 것처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고가의 월삯을 낼 형편이 못 되지. 그럼 월삯이 계속 밀리면서 결국 이곳 주인의 말을 들어야 해.”
“음…….”
“처음에는 저렇게 온전한 집을 임대해 주지만 월삯을 내지 못하면 그다음은 구멍 난 집, 부서진 집 등으로 밀려나지.”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닌데 저들의 삶의 방식이니 참견해서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할 수는 없겠군.”
“그렇지. 그리고 대부분 이런 곳의 주인은 무림인과 연관이 되어 있어 관군도 상대하기 꺼려 하지.”
“무림인이면 사파?”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화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그런데 나의 기운에 반응하는 놈을 보니 사파인은 아닌 것 같은데.”
화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들 앞에 나타난 자들이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놈들인데.”
화린은 그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듯 말했다.
“알아?”
“지난날 내 장원을 빼앗으러 왔다가 꼬리를 말고 도망친 놈들이랑 같은 옷을 입고 있어서.”
“같은 옷? 그럼 그들과 한편이라는 소리잖아.”
“아마도 그런 것 같다.”
“그놈들이 누군데?”
백군성이 묻자, 화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그 미소를 접하는 순간 백군성의 등줄기에 땀이 흘러내렸다.
‘위험한 거 아니야?’
“그때 찾아온 놈이 음서마군이라고, 마교에서 한 가닥 하는 놈이었지,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