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58)
구룡전기-158화(158/217)
구룡전기 (158)
“보아하니 쫄다구 같고, 너희들 대장보고 나오라고 그래. 시꺼먼 옷 입고 허세로 무게 잡고 하는 놈 말이야.”
마교의 마졸들이 화린과 백군성을 향해 살기를 드러내었다.
“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
백군성의 입장에서는 마졸 한 명을 상대하는 것도 버거운 입장이니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걱정 마. 별일 없을 거야. 일이 생겼으면 벌써 칼 들고 설쳤겠지. 넌 소천의 곁에 서 있기만 해. 나머지는 내가 다 처리할 테니까.”
“너 무림의 일에 관여하면 안 되는데?”
“그럼 너 여기서 죽을래?”
백군성이 고개를 저었다.
“살고 싶으면 그냥 나에게 맡겨. 돼지 잡으러 왔다가 마교도들을 잡겠네.”
이들 사이로 두 사람이 걸어 나왔는데 확실히 앞서 나온 자들보다는 강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위험하겠는데.”
두 사람은 백군성도 감당할 수 없는 자들이라 긴장감이 더 올라갔다.
“걱정 말라니까. 그리고 졸지 마. 남자 새끼가 졸긴…….”
“야, 이 상황에서 안 졸게 생겼냐?”
“뭣하면 다 죽이면 되지.”
“죽이면? 죽으면 아니고?”
“넌 애도 있는데 말하는 것 하고는. 잘 봐. 이 형님이 어떻게 일을 처리하는지.”
화린은 소천을 보며 말했다.
“너를 얻기 위해서 이 아저씨가 노력하는 거 잘 봐. 앞으로 넌 아저씨에게 충성해야 한다.”
소천은 어리지만 분위기라는 걸 느낄 수가 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화린은 몸을 돌려 마교도들을 향해 말했다.
“마군, 마영, 마졸이 있다고 하던데 너희들을 보니 앞선 놈이 마영이고, 뒤에 있는 놈들이 마졸인 모양이군. 마군은 여기 없나 보지?”
화린이 묻자, 앞선 두 명의 마영이 서로 시선을 교환하였다.
곧 그들이 움직이려고 하자, 화린이 허공에서 피리 하나를 꺼내었다.
살황묵혈소가 허공에 떠서 천천히 그들을 향해 날아가더니 푸른 빛을 발하며 바닥을 향해 검기를 발출하였다.
파지지지직!
그러면서 바닥에 기다란 선이 그어졌다. 그 모습에 모두는 놀란 듯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아버지께서 강하다고 언질하여 알고 있긴 했지만 저건 또 다른 경지인데.’
내공의 기운을 이용하여 멀리 있는 물체를 당겨 오거나, 밀어내는 수법으로 격공섭물, 혹은 능공섭물이라고 하는 상승의 공부처럼 보였지만 그 후에는 어검술과 같이 검에 내기를 실어 검기를 이용해 바닥에 기다란 선을 그었으니 동시에 두 가지의 수법을 사용한 것이다.
“그 선 넘으면 죽는다. 그러니 생각 잘 하고 움직여.”
살황묵혈소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허공으로 사라졌다.
‘검을 허공에 숨기는 건 도술이나 술법에 가까운 능력인데.’
“이게 누구십니까? 명왕께서 이 누추한 곳까지 어인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목소리가 들려오자, 마졸과 마영이 한쪽으로 물러나 고개를 숙였다.
이들 사이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는데 그는 화린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눈치였다.
“당산마군이라고 그랬나?”
화린 역시 한눈에 그를 알아보고 물었다.
“그렇습니다. 명왕께서는 군부의 사람이라 이렇게 중원에서 마주칠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한동안 명왕으로 인해서 무림이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당산마군은 화린에게 친한 척 대화를 이어 나갔다.
“쓸데없는 소리들을 하는군. 음서마군이 나에 대해서 알린 건가?”
“그렇습니다. 명왕께서 구룡장이라는 작은 장원을 개장하셨다고 말입니다.”
―야, 너 저놈 알고 있었어?
―한 번 봤지. 그런데 여기에 있을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지.
“그런데 명왕께서 어인 일로 이곳을 찾아오셨습니까? 설마 제가 여기에 있는 줄 아시고 오신 겁니까?”
“그럴 리가 있나. 난 여기를 휘어잡고 있는 왈패들을 때려잡으려고 왔지. 그런데 이게 웬일? 잔챙이가 아니라 대어가 있네.”
“하하하하!”
당산마군은 소리를 내어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낭패한 심정으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철사자성을 멸문시킨 것도 그렇지만 그가 사혈맹이랑 싸우면서 보여 준 전투력은 우리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우리와 싸우시려는 겁니까? 명왕께는 큰 이득이 없는 일로 보입니다.”
“그럼 안 싸우고 나의 바람을 들어줄 거야?”
“무엇입니까?”
“여기서 월세 장사하는 놈들이랑 애들 괴롭히는 놈들 싹 정리했으면 하는데.”
“그것만 하면 되겠습니까?”
“그리고 또 한 가지.”
“무엇입니까?”
“나는 상관이 없는데. 이 친구가 사혈맹의 맹주 사황 백무기 님의 아들이란 말이지.”
당산마군이 백군성을 보았다.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이 친구가 가까운 사혈맹의 지부에 너희들이 있는 이곳을 알릴 거야. 그럼 너희들도 피곤해지겠지.”
―야, 그걸 말하면 어떻게 해!
백군성이 화린에게 전음으로 버럭 화를 내었다.
―어떻게 하긴. 난 무림에 개입을 안 하려고 하니 그런 거지. 괜히 나 때문에 저들이 곤란해지면 나도 곤란해진다.
―그래도.
―그냥 마교가 중원에 나와 이런 곳에 자리를 잡고 있음을 안 것으로 만족해. 너희 정보부를 움직이면 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낼 수 있지 않아?
―그건 그렇지만.
―그럼 이걸로 만족해.
화린이 백군성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 당산마군이 말하였다.
“명왕께서는 우리가 이곳에서 물러나길 바라시는 겁니까?”
“다 너희를 위한 거지. 우리가 떠난 뒤에 못해도 닷새 안에 소림과 개방, 사혈맹의 무인들이 이곳으로 들이닥칠 거야.”
“음…….”
“나의 입장에서는 너희들이 여기에 있든 없든 상관없어. 아니, 있으면 나에게 더 좋을 수도 있겠지. 정파나 사파의 신경을 너희들에게 돌릴 수 있으니까.”
당산마군은 화린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난 굳이 적을 만들 필요가 없으니 이리 말하는 거야. 난 수익만 보전해 주면 마교랑도 거래할 수 있어. 장사꾼이 누구인들 마다하겠어. 안 그래?”
당산마군의 눈이 반짝였다.
“그러니 쓸데없는 오해를 피하려고 하는 거야. 무슨 뜻인지 알겠지?”
당산마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결정은 너희들이 하는 거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 역시 너희가 지는 거지.”
“만약 저희가 명왕과 싸우자고 한다면?”
“그것도 상관없겠지. 그런데 이거 하나는 분명해. 너희가 이 친구는 죽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를 죽이지는 못해.”
당산마군을 백군성을 보았다.
“그럼 사혈맹에서 본격적으로 나서겠지. 섬서성에 음서마군이 온 걸 보면 아마도 각성에 마군이 한 명씩 파견 간 것 같은데 그들도 위험해지겠지. 조금 전에 말했지만 이 친구가 사황 백무기의 아들이라서 말이야.”
당산마군은 화린의 말을 듣고 이곳을 떠나야 함을 알게 되었다.
“알겠습니다. 정리하고 떠나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면 고맙고.”
―그리고 혼자 있지 말고 두세 명이 함께 있어. 오늘 이후로 사혈맹과 정천맹에서 너희들을 찾아 움직일 테니까.
화린은 당산마군에게 전음을 보냈다.
―너희가 강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사혈맹이나 정천맹 역시 너희들이 있는 곳을 찾아내면 상대할 수 있는 병력을 구성해서 보낼 테니까.
―병 주고 약을 주시는 것입니까? 이곳으로 오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여기에 당신이 있는지 몰랐지. 난 제자 한 명 얻어 볼 생각에 온 것이니까.
당산마군의 시선이 어린 소천에게 향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어떻게 하겠어. 그냥 너희가 손해를 좀 봐.
“다시는 만날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나도 그래. 매번 이렇게 도움만 받으니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그리 생각하시면 언제 한번 도움을 주시지요. 구룡장이 돈을 많이 번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말입니다.”
“그렇게 하지. 돈이 필요하면 구룡장으로 찾아와. 내가 여비 정도는 줄 수 있으니까.”
“하하하,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당산마군이 뒤쪽을 향해 고갯짓하자 마군들이 움직였다.
화린과의 대화를 들었으니 당산마군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크아아악!”
얼마 가지 않아 비명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그 비명에 소천이 깜짝 놀랐다.
백군성이 자신의 기운으로 소천이 사람들의 비명을 듣지 못하도록 소리를 차단하였지만 이미 누군가가 죽는다는 걸 인지하였기에 소천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하였다.
화르르르륵!
잠시 후 불이 일어나며 판자촌의 판잣집을 태웠다.
따닥따닥 붙어 있는 집들이라 불은 순식간에 옆으로 옮겨붙었고, 점점 큰불로 번졌다.
“아저씨, 불이…….”
소천이 불이 나는 걸 보고 뭐라 말하려고 하였지만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저들이 이곳에 있는지도 몰랐고.”
백군성이 소천에게 말하였다.
“저들이 누구인데요?”
“마교도들이다.”
소천은 당산마군을 노려보았다.
“그런데 저 아저씨라면 불이 나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았어요?”
“글쎄다. 하지만 네가 저들을 혼내 달라고 하지 않았느냐?”
“혼내 달라는 것이 죽이라는 말은 아니잖아요.”
“그래.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흐른다면 너 말고 다른 아이들이 괴롭힘을 당할 것이고, 많은 이들이 저 돼지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런저런 말은 아직 소천에게는 어려운 말이었다.
“그건 나중의 일이잖아요.”
“저들에게는 지금 당장의 일이기도 하다.”
불이 나자, 사람들이 판잣집에서 뛰쳐나왔다.
“크아아악!”
그들은 비명을 듣자,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판자촌을 달아났다.
“이제 만족하셨습니까?”
당산마군이 화린에게 물었다.
“이왕 태우는 거 확실하게 태워. 그래야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서 새 건물을 짓고 살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한 말 명심해. 혼자 있다 객사하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명심하겠습니다.
―명심해야 할 거야. 내가 경험한 사혈맹은 생각보다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었으니까.
화린은 당산마군에게 전음을 보낸 후에 몸을 돌렸다.
“자, 아저씨가 약속을 지켰으니 이제 너도 약속을 지켜야지.”
“무슨 약속요?”
“아저씨 따라간다는 약속 말이다.”
“아, 알겠어요. 그런데 아저씨 따라가면 정말 무공이랑 학문을 가르쳐 주실 건가요?”
“그래. 남아일언은 중천금이라고 했다. 그 말은 사내라면 한번 뱉은 말은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화린은 소천에게 말하고는 그를 안아 들었다.
“그러니까 열심히 배워. 네가 얼마나 열심히 배우고 익히느냐에 따라 너의 미래가 달라질 테니까.”
“네. 그런데 아저씨에게 무공을 배우면 저 아저씨도 혼내 줄 수 있나요?”
소천이 당산마군을 가리켰다.
“글쎄다. 나는 저 아저씨를 혼내 줄 수 있지만 너는 지금 당장은 자신할 수 없구나.”
“왜요?”
“너의 재능이 저 아저씨를 뛰어넘을지 그걸 모르니까.”
소천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말이었다.
“분명 아저씨는 저 아저씨를 혼내 줄 수 있다는 말이죠?”
“그래.”
“알았어요. 그럼 저도 열심히 배울게요.”
화린은 소천의 대답에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의지라면 넌 충분히 저 아저씨를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소천은 당산마군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았는데 그의 얼굴을 기억하려고 하는 듯하였다.
“그럼 우리는 먼저 갈 테니 정리하고 떠나.”
화린은 백군성과 소천을 데리고 명화촌을 떠났다.
그런 화린의 뒷모습을 보는 당산마군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형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봐야겠어. 백군성이라고 했지. 그자로 인해서 형님들의 위치도 발각될 수 있으니 명왕의 말대로 함께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