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59)
구룡전기-159화(159/217)
구룡전기 (159)
명화촌을 나오자, 백군성의 폭풍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화린은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았지만 꾹 참고 그의 잔소리를 묵묵하게 듣고만 있었다.
“내가 너 때문에 정말 미친다.”
“그래도 소문으로 떠도는 말들을 확인했잖아.”
“무슨 소문?”
“마교가 무림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이야. 넌 나한테 잔소리하지만 내가 아니었으면 실체를 파악이라도 했겠어?”
“맹에서 마교도들의 흔적을 쫓고 있었어.”
“쫓고만 있었지. 성과는 없었잖아.”
“그건 그런데…….”
“그럼 됐지. 넌 사혈맹 지부에 이 사실을 알려. 그리고 마교도들을 찾아 그들이 무슨 일을 꾸미는지 더 자세히 알아봐.”
“그래도 다 죽을 뻔했어.”
“우리가 죽긴 왜 죽어. 그놈들이 죽을 뻔한 거지. 하여간 넌 사혈맹에 알려 공이나 챙겨.”
“공?”
“마교의 활동을 확인했으면 그들이 뭘 꾸미고 있는지 짐작할 것 아니야?”
백군성은 눈을 깜빡였다.
“몰라? 느끼는 바가 없어?”
대답 없는 백군성을 보는 화린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숙제, 사혈맹의 지부에 보고하기 전까지 생각해 봐.”
“야, 그냥 속 시원하게 가르쳐 주면 되는 거 아니야?”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녀? 그 정도는 생각해 낼 줄 알아야 무공도, 깨달음도 얻을 수 있지.”
“그게 무공이랑 무슨 상관이야?”
“똑똑한 놈이 무공도 빨리 느는 법이다. 그리고 너, 나보다 강해?”
“아니.”
“그럼 하라는 대로 좀 해. 다 너 위해서 하는 소리니까. 형님 말씀을 잘 들으면 살이 되고 피가 되는 법이다.”
“친구 하자며? 그런데 왜 네가 형이야.”
“말이 그렇다는 거지. 소천아, 넌 저 아저씨 닮지 마.”
“네.”
백군성이 소천을 노려보자, 소천은 화린의 옷깃을 살며시 잡았다.
“지금부터 잘 생각해 봐. 세상 두려울 것이 없는 마교가 왜 저렇게 숨어서 조용히 있는지 말이야.”
“음…….”
“너, 이것만 제대로 생각해도 앞으로 사혈맹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럼 사혈맹 안에서 너의 입지도 더 단단해지겠지.”
“그건 무슨 말이야?”
“네가 사혈맹의 맹주이신 사황 백무기 선배의 아들이라고 해도 차기 맹주로 내정된 건 아니잖아.”
백군성은 말이 없었다.
“십이사가 사람들 중에서도 맹주의 제자가 있을 거잖아.”
“그렇긴 해.”
“그럼 그들과 경쟁한다는 말이고, 그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우위를 점하려면 맹에 많은 도움을 줘야지.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인정하겠지.”
백군성은 화린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너의 앞날을 위해서 잘 생각해. 너랑 며칠 생활해 보니 백무기 선배가 왜 널 나에게 보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백군성이 화린을 보았다.
“그런 게 있어. 에휴……. 이걸 언제 사람 만드나.”
화린은 고개를 흔들며 소천을 안아 들었다.
“가자. 낙양루 구경하러 왔다가 이게 무슨 일이니.”
화린이 앞으로 걸어가자, 백군성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화린의 뒷모습을 보았다.
“내가 그렇게 멍청한 놈은 아닌데, 왜 저놈이랑 말을 섞으면 멍청해지는 건지.”
화린과 백군성은 낙양루를 구경하면서 그 크기에 압도되었다.
팔 층 높이의 팔각 전각이 가운데 우뚝 세워져 있고, 각 면에 다시 오 층 전각이 세워져 있었다.
낙양루는 구룡루처럼 주 전각에서 부 전각으로 가는 다리는 없지만 조경을 예쁘게 꾸며 놓아 보는 즐거움이 가득하였다.
오 층 전각의 삼면에 다시 삼 층 전각이 세워져 있었는데 이 또한 엄청난 규모였다.
화린과 백군성은 걸어서 낙양루의 구석구석을 다 둘러본 후에 왜 사람들이 이곳으로 많이 모여드는지 알 것 같았다.
“이걸 만들려면 엄청난 돈이 들어갔겠는데. 낙양루의 루주는 도대체 누구일까?”
“너도 몰라?”
“모르지. 듣기로는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던데? 비밀에 가려졌다고 해.”
“그럼 누가 운영을 하는데?”
“운영하는 총관이 따로 있다고 들었어.”
“섬서성의 돈은 구룡루가 다 번다고 하던데 낙양루에 와 보니 그것도 아니네.”
화린은 부러운 듯 말했다.
“그럼? 누가 버는데?”
“낙양루가 중원의 돈을 다 벌고 있네. 구룡루를 찾는 손님들은 낙양루를 찾는 사람의 십분지 일도 안 되겠다.”
투덜거리는 화린의 모습을 보면 영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허술한 것 같기도 한데 또 아닌 것 같기도 하단 말이지.’
투덜거리며 낙양루를 돌아보던 중 화린이 소천에게 말했다.
“우리 위에서 한번 내려다볼래?”
“그게 가능해요?”
“그럼. 네가 무섭지만 않으면 가능하지.”
“네. 보고 싶어요.”
화린은 소천을 안고는 바닥을 박차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처음에는 삼 층 전각의 지붕 위로 올라서더니 다음에는 오 층 전각, 그다음은 팔 층 주 전각의 지붕 위로 올라갔다.
“우와!”
아래에서 걷는 것만으로 대단한 규모임을 알 수 있었는데 위에서 보니 아래에서 보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꽃 같아요.”
소천이 낙양루의 전체를 내려다보며 말하자, 화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천의 말대로 꽃봉오리에서 활짝 핀 꽃과 같았다.
“잘 봐. 훗날 네가 전각을 지을 때는 이보다 곱절은 더 대단한 전각을 지어야 하니까.”
“제가요?”
“그럼. 사내로 태어나서 목표를 가지고 뭔가를 이루고자 한다면 최고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소천은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화린에게 물었다.
“그럼 아저씨는 목표가 뭔데요?”
“아저씨는 무림의 왕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살아가고 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살면서 노력하다 보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무림의 왕…….”
소천은 혼자 곰곰이 되뇌더니 다시 물었다.
“그럼 소천이도 아저씨에게 무공이랑 공부를 배우면 무림의 왕이 되어야 하는 거예요?”
“아니, 넌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그럼 전 돈을 많이 벌 거예요.”
“돈을?”
“네. 세상에 있는 돈을 다 벌 거예요. 그래서 나처럼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혹은 팔려 가서 고생하는 아이들을 보살펴 줄 거예요.”
화린은 소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 그럼 소천이는 상왕이 되면 되겠다.”
“상왕요?”
“그래. 상인들의 왕이지. 지금은 대륙전장의 만금상인 전오락을 상왕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고, 대리세가의 가주인 대리명한을 상왕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지.”
“그럼 상왕이 두 사람이에요?”
“대륙에는 중원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으냐? 다른 왕국도 존재하고 있고, 그 왕국을 다스리는 사람들도 다 왕이지.”
소천은 화린의 말을 이해하였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같은 상림에 속하지만 그들의 영역이 서로 다르니 존중해 주는 것이지.”
“아, 그렇구나. 그럼 소천이도 상왕이 될 거예요.”
“그래. 사내로 태어나 그 정도의 포부는 가지고 있어야지.”
화린은 소천에게 말하면서 부친께서 자신에게 무림의 왕이 되란 말을 하였을 때를 떠올렸다.
‘아버지께서도 그 당시 나를 이런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을까?’
* * *
“어인 일로 이리 누추한 곳까지 찾아 주셨습니까?”
화린은 백군성과 함께 낙양에 본가를 두고 있는 영천상단의 동서독을 찾았다.
“이 친구가 낙양루를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찾아왔다가 당신이 생각나서 소개시켜 주려고 왔지.”
동서독의 시선이 백군성에게 향했다.
“사혈맹의 백군성이야. 말은 많이 들어 봤지? 사룡이라고 하는데 내가 볼 때는 영 시원찮아.”
―야, 넌 사람을 앞에 두고 그리 무안을 주냐?
백군성이 전음을 보내자, 화린은 퉁명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백군성의 생각과 달리 동서독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백무기의 제자들 중에서도 단연 발군의 무공을 익히고 있고, 사혈맹의 맹도들에게도 지지를 받고 있어 차기 맹주가 될 후보들 중에서는 가장 유력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사파의 문파를 지원하고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혈맹에 속한 문파이지, 직접적으로 사혈맹을 지원하고 있지는 않았다.
“백군성입니다. 이 친구에게 오면서 상단주님의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동서독입니다. 소맹주님을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소맹주라는 말에 화린이 백군성을 보았다.
“아직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다른 후계자분들도 뛰어나 그들과 경쟁하는 중이니 어디 가서 그리 말씀하시면 다른 이들이 크게 노할 겁니다.”
“아…… 제가 실언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될 거니까 실언은 아니지. 그리고 쓸데없는 줄 잡으려고 하지 말고, 이 친구 줄을 확실하게 잡아.”
화린이 동서독에게 말하자, 그는 단번에 화린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고개를 숙였다.
“신경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화린 장주님.”
화린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짓고는 소천의 손을 잡고 말했다.
“우리 한참을 돌아다녀서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픈데, 먹고 쉴 수 있는 별채 한 칸 내어 줘.”
“알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화린은 자연스럽게 동서독을 하대하였는데, 이를 듣고 있는 백군성은 조금 이질적인 기분이 들었다.
‘평소에 말을 막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대상단의 상단주에게도 이렇게 대할 줄이야. 그리고 그걸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동서독도 이상하군.’
백군성은 두 사람의 관계가 일반적인 관계가 아님을 알 수가 있었다.
‘이전에 영천상단에서 혈사파를 부추겨 구룡루를 공격했다는 문서를 본 적이 있는데 그게 사실인가?’
뭔가 책을 잡혔으니 화린이 아랫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행동해도 뭐라고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쉬고 계시면 식사를 준비하여 올리겠습니다.”
“고마워. 그리고 우리 소천이 깨끗하게 씻을 수 있게 따뜻한 물이랑, 갈아입을 옷도 준비해 둬.”
“알겠습니다. 소공자님의 옷도 준비해 두겠습니다.”
동서독이 별채를 안내하고 돌아가자, 백군성이 물었다.
“동서독과 어떤 사이야?”
“어떤 사이긴, 같은 상인으로 알고 지내는 사이지.”
“단순히 그런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동서독이 혈사파를 시켜 너 죽이려고 했다던데, 그것 때문에 저리 저자세야?”
“그랬다면 동서독 상단주가 지금까지 살아 있겠어? 음사문이랑 혈사파를 보고도 몰라?”
“음…….”
“그냥 같은 상인으로 만나서 이런저런 사람 소개해 주고 소개도 받고, 그러면서 친해진 거지.”
“동서독에게 말을 그리 편하게 하는 걸 보면 그게 아닌 것 같은데.”
“난 아무에게나 말 편하게 하거든.”
화린은 백군성에게 별것 아닌 듯 말하고는 소천을 보았다.
“어디 보자, 이놈 깨끗하게 씻기려면 시간 좀 걸리겠군. 사람들 시켜야겠어.”
소천이 화린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아저씨.”
“왜?”
“제가 아저씨 따라가서 무공도 배우고 학문도 배우고 그러면 저도 이런 좋은 집에서 살아요?”
“그래.”
“그럼 매일같이 좋은 음식도 먹을 수 있어요?”
“글쎄다. 좋은 음식이 어떤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아마 삼시는 다 챙겨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제가 아저씨랑 생활하다 실망시키면 쫓겨날 수도 있나요?”
백군성은 화린에게 질문을 하는 소천을 보며 보통 맹랑한 꼬마가 아니라 생각을 하였다.
“쫓겨난다는 개념보다는 일찍 출가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거다.”
“출가요?”
“집을 나간다는 말인데. 아저씨의 장원에는 소천이랑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무공과 학문을 익히고 있어.”
“저랑 비슷한 또래요?”
“그래. 나이가 많은 형, 누나들도 있고, 또 동생들도 있지.”
소천은 화린의 말을 듣고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을 하였다.
“그렇게 배우는 아이들 중에서는 일찍 아저씨가 운영하는 객잔이나 기루에 가서 장사를 배우는 아이들도 있고, 무공에 재능이 있어서 종남파나 화산파에 속가제자로 들어간 아이들도 있지. 그리고 학문에 있어 배움이 뛰어나면 서림으로 가서 더 많은 공부를 해 관직에 오를 수도 있고.”
“그게 정말 다 가능해요.”
“그럼. 단, 조건이 있다.”
“무슨 조건요?”
“함께 지내면서 아이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하고, 나쁜 짓도 하지 말아야지. 지금처럼 남의 주머니를 훔친다든가, 아이들과 싸운다든가 하는 말이야.”
“저 잘 지낼 수 있어요. 그러니 아저씨, 부탁이 있는데요. 들어주시면 안 돼요?”
“무슨 부탁?”
“동생이 있어요. 동생도 함께 데리고 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