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6)
구룡전기-16화(16/217)
구룡전기 (16)
“이놈들아, 안 된다.”
부상을 당해 누워 있는 단리혁진을 찾아온 흑사방의 무인들이 그를 잡아다 마루 아래 흙 마당을 향해 내동댕이쳤다.
그걸 본 하 노는 자신의 몸이 성치 않음에도 일어나 흑사방의 무사들 중 한 명의 다리를 붙잡았다.
“이 영감이 미쳤나.”
흑사방의 무사가 발로 하 노의 얼굴을 후려 찼다.
“으윽!”
하 노의 입에서는 고통의 소리가 흘러나왔지만 붙잡고 있는 다리는 놓지 않았다.
“안 된다, 이놈들아. 우리 작은도련님은 몸이 성치 않으셔서…….”
“영감,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야. 영감 몸이나 간수 잘 해.”
또 한 번 발로 머리를 강하게 밟자, 하 노의 머리가 바닥에 부딪치며 얼굴에 상처를 입었는지 피가 배어 나왔다.
“이놈들, 우리 작은도련님께서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것이냐.”
하 노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단리혁진을 위해서 안간힘을 썼지만 노구의 몸과 병이 든 그의 상황은 이 사태를 해결할 수가 없었다.
마당에 쓰러진 단리혁진에게 폭력을 쓰는 또 다른 무사를 보자 어디에서 힘이 생겼는지 방에서 일어나 밖으로 달려가더니 흑사방의 무사를 밀쳐 내고 자신의 몸으로 단리혁진을 끌어안았다.
“이놈들, 하늘이 무섭지도 않느냐!”
하 노가 소리치자, 흑사방의 무사들은 갑자기 소리 내어 웃었다.
“하늘, 무섭지. 그런데 영감, 당신들에게는 하늘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바로 우리들이야.”
무사 한 명이 다가와서 단리혁진을 끌어안고 있는 하 노를 그에게서 떼어 놓고는 주먹으로 얼굴을 후려쳤다.
“커어억!”
입에서 피가 터지면서 바닥을 나뒹굴었다.
다른 무사는 쓰러져 있는 단리혁진의 뺨을 강하게 때리며 말을 하였다.
“방주님의 돈은 어디 있어?”
“지금은 없습니다. 하지만 곧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단리혁진은 고통을 참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대답을 하였다.
짜아아악!
경쾌한 소리가 마당 안에 울렸다.
단리혁진의 입에서도 피가 흘러나왔는데 입안에 다 터져 버린 듯하였다.
“지금 받아 오라고 하셨거든. 돈 없으면 네놈의 누이를 데리고 간다.”
“그거 괜찮은 생각이네. 홍등가에 팔아넘겨도 제법 돈을 받을 수 있을 거야.”
단리혁진은 저들이 자신의 누이를 언급하자, 저도 모르게 두 손에 힘이 들었다.
“이놈들! 우리 도련님…… 커커컥, 어억.”
하 노의 곁에 있던 무사가 쓰러져 소리치는 하 노의 목을 밟아 버렸다.
“죽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해.”
“우리 작은도련님을 놓아줘라. 내가 돈을 마련해 올 터이니 우리 작은…… 커커어억!”
하 노가 고통스러워하자, 단리혁진의 눈이 붉어졌다.
“지금 너, 화를 내는 거냐?”
단리혁진의 붉어진 눈을 보더니 사정없이 그의 뺨을 갈겨 버렸다.
“커어억!”
단리혁진의 입에서 붉은 피와 함께 이빨이 몇 개 부서져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이 새끼가 그동안 방주님의 은혜로 밥 잘 처먹고 살았으면 그 은혜를 고마워해야지. 어디서 눈을…….”
하 노가 자신의 목을 밟고 있던 무사의 발을 두 손으로 잡더니 힘을 썼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조소를 짓는 흑사방의 무사가 밟고 있는 발에 힘을 살짝 빼자, 그가 발을 뿌리치고 일어나 단리혁진에게로 가서는 그와 흑사방의 무사 사이에서 양팔을 벌렸다.
더 이상 단리혁진을 괴롭히지 말라는 뜻의 행동이었다.
“반 시진…… 아니, 일각만 시간을 다오. 그럼 내가 돈을 구해 오겠다. 그러니 우리 작은도련님을 괴롭히지 말고 일각만, 일각만 기다려 다오.”
사정을 하는 하 노의 뜻이 통했는지 아니면 이들이 발악을 하는 모습이 재미가 있는지 흑사방 무사들은 입가에 조소를 머금은 채로 서로 시선을 교환하였다.
“그래? 그럼 어디 한번 구해 봐. 그런데 돈은 얼마인지 알고는 있나?”
“얼마냐?”
“금전 스무 냥이다.”
금전 스무 냥이라는 말에 하 노가 놀란 눈을 하였다.
“한 달에 금전 두 냥을 주는…….”
“지금 올랐어. 그러니 금전 스무 냥이다.”
단리혁진은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렇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알았으니 일각만 기다려라. 대신 우리 작은도련님께 손을 대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영감, 알았으니 얼른 돈을 구해 와. 지금도 시간이 흘러가고 있으니까.”
하 노는 아픈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섰다. 그렇게 하 노가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구룡장이었다.
“계시오. 나는 단리세가의 노복인 하청수라고 하오. 계시면 장주님께 나의 말을 좀 전해 주시오.”
하 노는 구룡장의 문 앞에서 있는 소리를 다하여 외쳤다.
잠시 후 귀신처럼 그의 곁에 한 사람이 나타났는데 다름 아닌 화린이었다.
화린은 하 노를 보고 눈을 좁혔다. 원래 지병으로 아파 누워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군가에게 맞은 것처럼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무슨 일입니까?”
“장주님께 전해 주십시오.”
“내가 구룡장의 장주이니 말씀해 보십시오.”
“아…… 돈이 필요합니다. 금전 스무 냥이 필요합니다.”
뜬금없이 찾아와 돈이 필요하다고 말을 하는 하 노의 모습을 보고 화린은 단리혁진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할 수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서 총관!”
화린이 총관을 부르자, 한 사람이 급하게 달려 나왔다.
“의원을 불러 하 노를 치료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화린의 모습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거기 아무도 없냐?”
총관이 다시 일하는 식솔을 불렀고, 식솔들 중 몇 명이 나오자, 빠르게 할 일을 전달하였다.
“자네는 가서 의원을 모셔 오게. 그리고 자네는 이 분을 업고 방으로 옮기고, 자네는 따뜻한 물과 혹시 모르니 찬물도 준비를 해 주게.”
“알겠습니다.”
각자의 일을 맡은 이들이 서둘러 움직였다.
한편 화린은 어느새 단리세가의 남매가 살고 있는 집 앞에 도착을 하였고, 안으로 들어갔다.
“너는…….”
화린을 본 단리혁진이 분노의 눈빛으로 매섭게 쏘아보았다. 그만 아니었다면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더욱 화가 났다.
“금전 스무 냥이라고 들었소.”
화린이 말을 하자, 흑사방의 무사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 영감, 생각보다 재주가 있네.”
화린은 품에서 금전을 꺼내어 스무 냥을 새었다.
“그런데 당신들은 누구이기에 단리혁진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것이오?”
“그건 알 필요 없고. 그 돈이나 주고 꺼져.”
화린은 흑사방의 무사의 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받으시오.”
화린이 금전 하나를 손가락으로 튕기자, 쏜살같이 날아가 방금 말한 무사의 이마에 박혔다.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하였고, 그의 동료들은 무슨 일인가 하여 그를 보았다.
“허엇!”
이마에 박힌 금전을 보고 놀라 고개를 돌리는 순간 반짝이는 무엇인가가 날아오는 것을 보였다. 두 사람은 반사적으로 어떠한 행동을 취하려고 하였으나 이미 이마를 뚫어 버린 후였다.
단리혁진은 순식간에 흑사방의 무사 세 명을 죽여 버린 화린의 모습을 보고 조금 전의 분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며 두려움이 몸을 엄습하였다.
“이들은 누구지?”
“흑사방의 무사들입니다.”
화린의 물음에 고분해지는 단리혁진이었다.
“흑사방?”
“그렇습니다. 흑사방은 산양현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파 문파입니다.”
“그런데 이들에 왜, 너에게 돈을 달라는 거지?”
“그건 제가 이들의 비호를 받으며 활동하고 있어서입니다.”
대충 감을 잡은 화린이 다시 물었다.
“그 보호비가 금전 스무 냥인가?”
“금전 두 냥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들이 스무 냥으로 올려 받으려고 하여…….”
고개를 숙이고 있는 단리혁진을 한심한 시선으로 바라보다 물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지? 이들이 죽었다는 걸 알면 흑사방에서 너와 네 누이를 그냥 두지 않을 텐데.”
“그건…….”
단리혁진은 당신이 이들을 죽이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듯한 눈빛을 보낼 뿐 차마 그 말이 입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았다.
“흑사방이 나를 어찌할 수 있을 것 같나? 그들은 어느 정도 간을 보겠지. 그리고 자신들의 상대가 아니라고 판단을 하면, 그다음은?”
그리된다면 흑사방은 자신과 누이에게 보복할 것이다.
“살려 주십시오.”
단리혁진은 화린에게 엎드렸다.
“저는 괜찮습니다. 누이만큼은, 우리 누이만큼은 살려 주십시오.”
단리혁진의 부탁에 화린의 입가에 조소가 생겼다.
“이 정도의 일도 예상치 못하고 왈패 짓을 하고 다녔나? 왈패는 무림과 상관이 없으니 대충 백성들 등쳐 먹으면서 살면 될 것 같아 그리하였나?”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젊은 혈기에 앞뒤 분간하지 못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니 제발 부탁드립니다. 누이만큼은 살려 주십시오.”
“그럼 누이와 함께 산양현을 떠나 도망가면 되지 않느냐?”
단리혁진은 입술을 깨물더니 낮은 소리로 말을 하였다.
“산양현에서 기다려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
“형님을 기다려야 합니다. 언제 돌아온다 기약은 없지만 이곳에서 형님을 기다려야 합니다.”
단리혁광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화린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엎드려 비는 단리혁진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다 입을 열었다.
“그럼 나와 약조 하나 하자.”
“무슨…….”
“너, 나의 객잔에서 주방 숙수 보조로 일을 해라.”
“네에?”
“왜, 하기 싫은 것이냐?”
“아니,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살려만 주신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화린이 마음을 바꿀까 싶어 얼른 말을 하였다.
“좋아. 그럼 나와 약조한 것이다.”
“하였습니다. 분명 하였습니다.”
“그럼 일어나 앞장을 서라.”
“네에?”
“흑사방에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그들에게서 확답을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아…… 알겠습니다. 지금 앞장을 서겠습니다.”
화린의 가공할 무공을 본 단리혁진은 순한 양이 되어 화린이 원하는 대로 하였다.
* * *
흑사방의 멸문은 순식간에 산양현에 퍼졌다. 하룻밤 사이에 흑사방의 방주 임충은 목이 잘려 죽음을 당했고, 그의 수하들은 하나같이 이마에 철전이 박힌 채로 죽었다.
적엽비화와 같이 사물을 날려서 사람을 죽일 정도의 무인이라면 내공의 수발이 자유로운 절정의 고수는 되어야 가능한 일이라 이 일로 산양현이 조금은 시끄러웠다.
“그럼 흑사방의 재물은 누가 다 가져간 거야?”
“그건 모르지. 분명한 건 땅문서와 집문서 그리고 흑사방이 운영하는 사업체들의 문서가 모두 사라졌다는 거야.”
“그럼 흑사방을 멸문시킨 자가 챙겨 간 것이 분명하겠네.”
“그렇겠지. 그런데 이를 두고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
“흑사방이 삼류 문파라고 하나 그래도 산양현에서는 제법 많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문파인데 말이야.”
“그렇지. 객잔, 기루, 대부업, 도박장까지 불법으로 하는 장사들이 몇 개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제법 수익을 많이 올리는 그런 문파이지.”
사람들은 흑사방이 운영하는 사업체를 두고 말이 많았다.
당분간은 흑사방이 운영하는 사업체는 문을 닫을 것이라 예상을 하였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운영을 하였고, 사업체를 지키는 호위 무사도 새로 고용하여 그곳에 상주하며 손님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어떤 사람이 주인이야? 너희는 일을 하니 알 것 아니냐?”
“저는 모릅니다. 점장님께서만 아십니다. 그리고 객주님에 대해서 언급하는 직원들은 쫓아낸다고 하였으니 묻지 마십시오.”
“쫓아내면 좋은 것 아닌가? 자네, 만날 월봉이 적다고 그러지 않았나?”
“이번에 객주님이 바뀐 후, 우리들 월봉이 많이 올랐습니다. 다른 객잔보다 조금 더 많이 받으니 나갈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아, 그런가?”
“그러니 이제 더 이상 묻지 마십시오. 다른 사업장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알겠네. 내가 즐겨 먹는 음식을 가져다주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