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60)
구룡전기-160화(160/217)
구룡전기 (160)
화린은 동서독을 통해 사람을 시켜 소천의 동생을 데리고 왔다. 소천의 동생은 여아였다.
“넌 이름이 뭐니?”
화린이 묻자, 여아는 소천의 등 뒤에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소운이에요.”
“작은 하늘에 작은 구름이라…… 이왕이면 큰 하늘, 큰 구름으로 지어 주지.”
화린은 소천과 소운을 보고 활짝 웃음을 보여 준 후에 동서독에게 말했다.
“사람들을 시켜 소운이를 씻기고, 예쁜 옷으로 갈아 입혀. 허기를 채울 수 있게 식사도 준비해 주고.”
“사람들을 시켜 곧 준비하겠습니다.”
“소천이는 소운이랑 함께 가서 안심시켜 줘. 혼자 있으면 불안해할 테니까.”
“네.”
아이들이 나가자, 별채에는 화린과 백군성만이 남았다.
“정말 소천이 그만한 재능이 있어 보이는 거야?”
“그건 나도 확신할 수 없는데 다만 환경이 사람을 변화시키니까 일단 가르쳐 보면 뭔가 나오겠지. 하지만 저놈 눈을 보면 어느 정도는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그럼 내가 데리고 갈까?”
“싫다며?”
“네가 이리 신경을 쓰니 될 놈 같으니까 그렇지. 어릴 때부터 키우면 커서 배신을 잘 안 하거든.”
“배신? 하긴 사파는 그런 게 좀 많지.”
“정파는 없는 줄 알아?”
“있지. 그래도 사파보다는 덜할 거잖아.”
백군성은 말로는 화린을 이길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너, 아이들 오면 잘 챙겨 줘. 난 방에 들어가서 잔다.”
화린은 소천과 소운을 백군성에게 맡겨 버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야, 내가 왜?”
“혹시 알아? 다니는 동안 네가 마음에 들어 너 따라간다고 할지. 그리고 수련 좀 해.”
백군성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냥 나 혼자 출발했으면 벌써 강소성에 도착해서 일을 다 봤겠구만. 너 때문에 시간이 얼마나 지체되는지.”
“그게 왜 나 때문이야?”
“그럼 나 때문이야? 네가 강해서 만나는 놈들마다 ‘쓱싹’ 하면 진행이 빠르잖아. 매번 내가 나서야 하니 원.”
“그럼 안 만나고 피해 다니면 되지.”
“피한다고 피해지냐? 아니, 사룡이란 놈이 수연이보다 약해. 아니지, 검룡보다도 약하고, 살룡보다도 약하고, 무당파의 어린 청연보다도 약하니…….”
백군성이 멈칫하였다. 그리고는 물었다.
“그 말 사실이야? 내가 남궁수연보다 약한 건 인정해. 그런데 다른 놈들보다도 약하다고?”
“그럼 강할 줄 알았어? 내가 십룡 중에 검룡, 살룡, 도룡, 권룡을 만나 봤는데 도룡, 권룡은 너보다 확실히 약해. 그건 나도 인정하겠는데 검룡과 살룡에게는 안 돼.”
백군성은 화린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서 있었다.
“내가 그리 약한 거야?”
“최고 중에 속하니 약한 건 아니지. 백대고수라고 하여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들 중에서도 뛰어난 이가 있고, 떨어지는 이가 있으니까. 다만 최고들을 비교했을 때, 지금의 넌 ‘딱중’이야.”
“딱중?”
“딱 중간이라고. 그러니 수련해. 거대 단체의 소맹주가 되려면 최소한 마룡, 천룡, 사룡 이 세 명과 비교가 되어야지. 도룡, 권룡과 화룡 이런 애들이랑 비교되면 급이 떨어지잖아.”
화린은 백군성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다. 백군성의 입장에서는 자신보다 약한 사람이 저리 말하였다면 믿지 않았겠지만 지금 조언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부친도 인정한 강자 중의 강자였다.
“일마이황삼왕사제가 무림에서 최강자라고 하는데 내가 겪었던 구룡장주 역시 우리 아래가 아니었다.”
좀처럼 남을 잘 인정하지 않는 사황 백무기도 화린의 강함을 인정했기에 백군성 역시 지금 화린이 하는 말을 고스란히 믿었다.
“알았어. 그럼 시간 날 때 나랑 대련해.”
“내가 왜? 나 무림인과 칼 섞으면 안 되는 사람이야.”
“내가 허락할게.”
“싫어. 누구 좋으라고.”
백군성이 발끈하였다.
“야, 그럼 내가 어떻게 해 주길 바라는데.”
“없어. 그냥 난 이게 좋아. 편해. 밥만 잘 먹지. 그러니까 난 불만 없어.”
“이씨……. 그럼 나랑 있을 때만큼은 너에게 자유를 줄게.”
“자유?”
“너 꼴리는 대로 하라고.”
화린은 백군성의 말에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저리 단순한데 어떻게 무공의 성취를 이루었는지 모르겠네.’
“미쳤냐? 가만히 있으면 네가 다 알아서 해 줄 건데. 내가 미쳤다고 나서냐.”
“야!”
백군성이 화린에게 소리치자, 화린은 귀를 막고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집중해. 검은 하나의 도구가 아니야. 너의 신체 일부야.
백군성의 귀로 화린의 전음이 들려왔다.
―신검합일이라는 말을 어렵게 생각하지 마. 그냥 검을 너의 신체 일부라 생각하고 검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너의 몸이 움직인다고 생각해.
‘몸이 움직인다고?’
―초식에 연연하지 말고 몸을 움직여. 그게 탈경의 시작이야.
탈경이란 말은 지금 있는 곳에서 벗어난다는 말로, 무림에서는 자신의 생각, 관념, 습관 등과 같은 현재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난다는 의미로 쓰인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이 탈경을 통한 변화가 중요하였다.
더 이상 화린의 전음이 들려오지 않았다. 백군성은 홀로 별채의 뜰에 서 있다가 중앙으로 걸어가더니 검을 빼 들었다.
‘검이 도구가 아니라 나의 신체 일부란 말이지.’
* * *
화린은 동서독에게서 거하게 대접을 받은 후에 그의 집을 나섰다. 물론 두둑하게 챙겨 준 노잣돈도 마다하지 않았다.
낙양에 도착했을 때는 두 사람이었지만 낙양을 떠날 때는 네 사람이 되었다.
“아이들 걷는 거 힘들 테니까 황하의 물길을 이용해서 강소성까지 가자.”
황하의 물길은 하남성에서 산동성을 살짝 걸쳐 강소성으로 이어져 있었는데 물길이 계속해서 이어진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에는 끊겨 있어 그 구간은 육로를 이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걸어서 가는 것보다는 시간도 절약할 수가 있고, 장거리 여행에 어린 소천과 소운이 힘들어할 것을 생각하면 물길을 이용해서 이동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었다.
“그렇게 해.”
백군성이 동의하자, 이들은 낙양에서 맹진현으로 갔고, 그곳에서 상단의 배를 얻어 탈 수 있었다.
배가 출발하자, 화린이 백군성에게 물었다.
“듣기로는 황하에도 수적들이 있다고 하던데? 얼마나 많아?”
“십삼채가 있지.”
“십삼채? 그럼 장강에 십팔채, 황하에 십삼채면 도합 서른하나의 수적 무리가 중원의 강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는 말이네.”
“그렇다고 봐야겠지.”
“많네.”
“그래도 장강에 비하면 황하는 조금 순한 편이지.”
“그래?”
“장강은 경쟁이 심하지만 황하는 구역을 정해 놓고 자신들의 구역에서만 활동을 하니까.”
“장강은 막 남의 구역을 침범하고 그래?”
“강에 구역이 어디 있어. 조금 부유할 거 같다 싶은 배가 보이면 달려들어 영업을 뛰는 애들인데.”
“그런 걸 보면 상인들도 참 피곤하겠다. 이것들이 우리 배에 통행료 받으려고 하는 거 아니야.”
“그놈들은 정천맹의 배도 일단 막아 세울걸.”
“그래?”
“정천맹은 대화가 되니까. 우리는 대화 자체를 거부하니까 붙잡지 않는데 정천맹은 붙잡을 거야.”
“호구네.”
“호구라기보다 위선에 찌든 행동이지. 자신들은 공명정대하다며 수적들에게도 자비를 베푼다는 그런 거. 그런데 웃긴 건 그들이 그런 자비를 베풀면 베풀수록 물길을 이용하는 상인들은 더 힘들어지거든.”
화린은 백군성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만나는 족족 죽여 버려야겠네, 그럼.”
“그래도 몇 달 있으면 다시 생겨나서 지나가는 배를 상대로 약탈을 일삼을걸. 흑도가 괜히 흑도겠어.”
화린은 지금은 아니지만 훗날 수적들과 부딪칠 일이 많이 있을 것 같으니 그들을 한번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오태산채처럼 수채도 하나 알아봐야겠군.’
화린이 백군성과 수로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 배를 처음 타는 소천과 소운이 조금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알아챈 화린은 두 아이의 수혈을 눌렀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편할 것이다.”
두 아이를 데리고 선실로 들어온 화린과 백군성은 선실의 넓은 바닥 한쪽에 두 아이를 재웠다.
“나도 눈 좀 붙일 테니까 사고 치지 마.”
백군성이 화린에게 말했고, 화린은 피식 웃었다.
“여기서 어떻게 사고를 쳐?”
백군성은 늦은 밤까지 수련하여 피곤했는지 선실 바닥에 누워 눈을 감았다.
화린은 누워 있는 세 사람을 잠깐 내려다보다 자신도 엉덩이를 선실 바닥에 붙이곤 등을 벽에 기대었다.
“수채는 장강과 황하 두 곳이니 수채 두 곳을 골라야겠지. 하남성은 흑막교가 있는 곳이니 연락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봐야겠군.”
화린 일행이 얻어 탄 배는 상선이었기에 중간중간 행선지에 도착해 하역 작업을 하며 일부 상인들이 배에 올라타곤 하였다.
―종주님.
그때 화린의 귓속으로 전음이 들려왔다.
아직 공식적으론 활동하지 않고 있지만 화린이 살인검제를 이긴 이후, 살수들은 화린을 전대 살황에 이어 살수들의 종주로 대우해 주고 있었다.
화린은 하남성에서 활동하는 흑막교의 교주인 배구환에게 보내는 표식을 남겼고, 배구환은 그 표식에 대한 보고를 받고 화린이 타고 있는 배를 찾아왔다.
―왔어요? 제가 문주님을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물길을 어느 정도 확보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아 의논하기 위함이에요.
―물길이라고 함은?
―장강과 황하를 필요에 따라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방편을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그런 것이라면 그냥 이용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수적들이 길을 막는다고 해도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겁니다.
배구환은 자신의 생각을 화린에게 전하였다.
―그건 긴박하지 않을 때의 이야기예요. 만약 누군가에게 쫓기는 상황에서 장강의 물길을 이용한다면 우리에게는 수로를 열어 주고, 쫓는 자들은 막아 우리가 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줄 동료 같은 자들이 필요한 거예요.
배구환은 화린의 말을 이해하고는 자신이 무엇을 하면 되는지 물었다.
―장강과 수로의 채주들을 만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런 수고를 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오태산채처럼 장강과 황하에 있는 수로채 한두 곳을 강하게 만들어 그들의 영향력을 키웠으면 좋겠어요.
―음…….
―이전에 제가 흑도를 손에 넣고 흑도맹을 하나 만들어 볼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화린은 이도문과 한 이야기를 배구환에게 해 주었다.
―그런데 반골을 가진 놈들이라 힘들 것이란 말을 들었어요.
―흑도는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단합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호법과 이야기를 나눈 것이 산채, 수채 한두 곳을 발아래 두고 그들을 강하게 만들어서…….
외부의 사람이 그들을 굴복시켜 주인 행세를 하면 반골의 기질로 인해서 문제들이 많이 생기겠지만 녹림도가, 혹은 수로채에서 강한 무인이 나오고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든다면 손쉽게 흑도를 움직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었다.
―가능합니다.
―그럼 적당한 곳을 골라서 작업에 들어가세요. 그리고 조심해야 할 건 우리가 이런 생각을 한 것처럼 정천맹, 사혈맹, 마교, 혹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력들도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러니 여러 문주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조심해서 은밀하게 작업에 들어가 주세요.
―그리하겠습니다.
화린은 화제를 바꾸었다.
―익히고 계신 무공은 좀 어떤가요? 성취가 있는 것 같나요?
―나이가 들어 새로이 익히려고 하니 조금 힘듭니다. 하지만 이 나이 먹고 뭔가를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생겨 하루하루 재미있습니다.
지난날 각 문파의 문주들에게 전해 준 화마혈랑공에 대한 이야기였다.
무공을 스스로에게 맞추어 익힌 후에 무공의 이름을 바꾸어 독문 무공으로 만들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로 인해서 살수 문파의 문주들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아이들을 좀 어떻습니까? 맹주님을 실망시켜 드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지금 모종의 장소에서 살수 문파의 후기지수들, 혹은 앞으로 살수 문파를 이끌어 갈 소문주들이 무공을 수련 중이었다.
―이 호법의 칭찬이 자자합니다. 특히 배영화 소교주는 여자 맹도들 중에서는 단연 으뜸이라며 수련이 끝나는 날이 무척이나 기대된다고 하였습니다.
―아…….
그래도 자신의 딸이 인정을 받으니 아비가 된 입장에서는 뿌듯하기도 하였다.
―전 삼 년 수련에 이 년 실전 투입을 생각하였는데 이 호법의 말로는 성취가 뛰어나 그 기간을 앞당겨도 될 것 같다고 합니다. 우리의 계획도 조금 앞당겨지지 않을까 합니다.
―실망시켜 드리지 않아 다행입니다. 가끔 문주들이 모이면 보낸 아이들이 잘하고 있는지, 사고는 치지 않았는지 늘 걱정이란 말들을 합니다.
―그럼 여러 문주님들께 전해 주십시오. 모두가 잘 따라와 주어 흡족한 성과를 얻고 있으니 여러 문주님들께서 무공을 부지런히 익히지 않으시면 제자들이 문으로 돌아가는 날이 은퇴하시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