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61)
구룡전기-161화(161/217)
구룡전기 (161)
화명상단의 몰락
화린이 황하 수로와 육로를 이용해 강소성의 성도인 남경에 도착을 하였을 때는 해가 저물고 있었다.
소운은 피곤한지 화린의 등에 업혀 잠을 자고 있었고 소천 역시 오랫동안 걸어서 그런지 많이 피곤해 보였다.
“우선 객잔으로 가서 방부터 잡자. 애들 재워야겠다.”
백군성이 소천, 소운 남매를 보고 말하자, 화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아는 곳이 있으니 그리로 가자.”
화린이 이들을 데리고 간 곳은 운월장이라는 객잔이었다.
운월장은 남경에서도 제법 유명한 객잔으로 이곳에서 강소성 제일의 요리라고 알려진 어육가지향구채를 맛볼 수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방 두 개를 주든, 아니면 큰 방 하나를 주든 빈방이 있으면 안내해 줘.”
“지금 빈방은 없습니다. 다만…….”
“다만?”
“별채가 비어 있습니다.”
화린이 백군성을 보았다. 그러자 백군성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별채를 통으로 빌리지. 이곳에 며칠 있을 테니까 별채에 손님을 받지 말고.”
“두 분이서 사용하실 겁니까? 방이 많아…….”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하지. 그리고 객주 불러 줘. 섬서성 구룡장에서 구룡장주가 왔다고 하면 알 거야.”
“구룡장주님이십니까?”
점소이가 화린을 아는 척하였다.
“그러니까 객주보고 좀 보자고 그래.”
“알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별채로 안내해 드린 후에 객주님께 오셨다 고하겠습니다.”
이들은 점소이를 따라 별채로 갔다.
운월장에서 별채로 가는 길은 객잔의 뒤편에 세워진 담 사이 중문을 통해서 갈 수 있었다. 별채에는 두 개의 낮은 건물이 지어져 있었는데 두 곳 다 손님을 받을 수 있는 객방으로 꾸며져 있었다.
“우리가 여길 다 사용하면 저 건물에는 사람을 받을 수 없지 않나?”
백군성이 물었다.
“비용만 다 주시면 손님을 안 받아도 상관은 없습니다.”
“돈 걱정 말고 이곳에 있는 동안 무공 수련이나 해.”
화린이 한 소리를 하자, 백군성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장주님, 석식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곳으로 가지고 올까요? 아니면 객잔의 식당으로 오셔서 식사하시겠습니까?”
“당연히 객잔의 식당으로 가서 먹어야지. 우린 술시 초입에 갈 터이니 그때 맞춰서 음식을 준비해 주고, 다 되면 데리러 와.”
“알겠습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전 객주님께 장주님께서 오셨다고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줘.”
점소이가 돌아가자, 화린은 방 안으로 들어가서 이부자리를 펴고 소운이를 눕혔다.
“먼 길 온다고 수고하였다. 너도 소운이 곁에서 조금 쉬어라.”
“네.”
화린은 소천과 소운을 방에서 쉬게 한 뒤에 나와 별채의 뜰 가운데 서서는 백군성을 보고 말하였다.
“지금부터 한 식경 동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네가 익힌 무공으로 날 공격해 봐.”
“지금?”
“그래.”
백군성은 잠시 생각을 하다 물었다.
“검은?”
“말했잖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공격해 보라고.”
화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백군성은 검을 뽑아 들고 화린을 향해 공격하였다.
백군성이 익힌 무공 중에는 사령마공이 가장 강력한 무공이지만 그 외에도 많은 무공을 익히고 있었다.
이 무공들의 근간은 사령동에 있었고, 백군성은 차기 사혈맹의 맹주가 될 수 있는 후보 중 한 명으로 사령동에 입동하여 많은 무공을 접할 수 있었고, 그 무공들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무공을 몇 가지 골라서 중점적으로 익혔다.
본래 화린의 일이 아니었다면 사령동에서 차기 맹주가 되는 시험을 치러야 하지만 백무기는 사령동에서 무공을 익히고 시험을 치르는 것보다 화린과 함께하는 것이 백군성의 성장에 더 적합하다는 판단을 하여 그에게 감찰사라는 직함을 주고 화린에게 보낸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화린은 알지 못하지만 백군성을 통해 사령마공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의 무공 수준을 어느 정도 끌어올릴 필요가 있어 함께 있는 동안 무공을 봐줄 생각이었다.
백군성의 검이 화린을 향해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며 뻗어 왔다.
화린은 그런 백군성을 향해 질책하듯 말했다.
“기세가 너무 대단해서 안 보고도 피하겠다. 기세를 죽여!”
화린의 호통에 백군성이 반문을 하였다. 그러면서도 손에 든 검은 한시도 가만히 두지 않았다.
휘리리리릭!
“왜? 기세를 올려야 상대를 제압할 때 유리한 거 아니야?”
“그건 다수의 약자들과 싸울 때나 필요한 거지. 너보다 강한 자를 상대하는데 이렇게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면 상대가 두려워할 것 같아?”
생각해 보니 화린의 말이 맞는 듯하였다.
퍼어억!
순간 백군성이 화린의 장력에 맞아 바닥에 나뒹굴었다.
백군성은 화린을 보았다. 화린에게 어떻게 했느냐고 묻는 그런 눈빛이었다.
“어때? 너 내가 공격할 때 기운이나 기세를 읽거나 느낄 수 있었어?”
“아니. 어떻게 한 거야?”
“이게 하수가 고수를 이길 수 없는 이유야.”
화린은 백군성에게 자신과의 차이를 알려 주었다.
“너는 무공의 차이가 뭐하고 생각해? 삼류, 이류, 일류 이렇게 나뉘는 기준 말이야.”
화린이 묻자, 백군성은 자신 있게 대답하였다.
“당연히 반응 속도지. 내가 알기로는 경지가 올라갈수록 반응 속도가 곱의 차이를 보인다고 알고 있어.”
“그래. 그런데 가끔 하수가 고수를 이기는 경우는?”
“고수가 방심을 하거나 하수가 자신이 고수라는 걸 모르고 있는 경우?”
“아니, 하수가 고수를 이길 수 있는 건 자신이 고수라고 착각하고 있는 놈을 만났을 때야.”
백군성은 화린의 말이 괴변이라 생각하여 반박하려고 했다.
“계속 움직여서 공격해 봐. 생각은 나중에 하고.”
화린의 호통에 백군성은 다시 검을 움직였는데 자신이 알고 있는 무공을 화린을 상대로 모두 펼쳐 보였다.
“그러면서 들어.”
화린은 백군성의 공격을 피하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다시 말하면 하수는 고수를 절대 이길 수 없어. 왜? 지는 놈을 고수라고 부를 수는 없으니까.”
괴변인데 이상하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럼 왜 하수는 고수를 이길 수 없는 걸까?”
“‘이길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하수가 고수를 이기면 그놈이 고수가 아니라며? 그런 논리면 하수가 어떻게 고수를 이겨.”
“그렇지. 그런데 하수, 고수는 누가 정하는 건데? 단순히 삼류, 이류라서? 아니면 남들이 하수라고 하니까 내가 하수가 되는 거야?”
백군성은 자신이 화린의 화술에 말려들어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 틀렸어. 하수와 고수의 차이는 누구를 상대하더라도 전력을 다하느냐, 그러지 않느냐에서 오는 거야.”
“음…….”
“호랑이를 맹수라 부르는 이유는 자신에게는 상대조차 되지 않는 산토끼를 잡을 때도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야.”
백군성은 화린에게 물었다.
“지금 네가 한 얘기가 내가 너를 공격하는 것과 관련이 있어?”
“물론 있지. 있으니 내가 이렇게 장대하게 설명을 해 주는 거잖아.”
백군성은 화린의 목을 노리고 검을 휘두르며 물었다.
“내가 많이 부족해 보이는 거냐?”
“사실 엄청 부족해 보이지. 하지만 그건 너의 나이를 생각하면 당연할 수도 있어.”
“그럼 뭔데?”
“너 마음가짐이 틀렸어.”
“내 마음가짐?”
“그래. 내가 말했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공격해 보라고 말이야.”
“그래.”
“만약 이 말을 수연에게 했다면 수연은 날 정말 죽일 각오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공격했을 거야.”
“그런데? 나는 뭐가 달라. 나도 너를 공격하잖아.”
“말했잖아. 마음가짐이 다르다고. 넌 이미 나에게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 그러니 그런 마음을 감추기 위해서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며 자신을 과장하는 거지.”
백군성은 화린에게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었으나 한편으로는 자신이 정말 그런 마음을 먹고 있지 않았나 생각을 하였다.
“기세는 하수들에게나 통하는 거야. 고수를 만나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나의 기세와 기척을 줄이는 거야.”
백군성은 화린의 말을 듣고 공격하는 걸 멈추곤 바라보았다.
“일신무일신, 일기무일기라고 했어. 나를 잊을 수 있어야 몰아일체, 무아지경에 들어갈 수 있는 법이야.”
백군성은 화린의 괴변에 설득당해 버렸다.
“앞으로 나와 대련할 때는 기척, 기운을 죽이고, 감추는 것부터 해.”
“그걸 어떻게 해?”
“숙제! 노력하지 않고 얻으려 하는 그 도둑놈 심보를 버려.”
백군성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기꾼들도 사기를 치기 위해서 무수한 자료를 조사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우고 익혀 사기를 치는 거야. 그런 나쁜 놈들도 그렇게 노력하는데 그 정도의 노력도 안 하면 배울 자격도 없고, 내가 가르쳐 줄 이유도 없어.”
백군성은 화린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그럼 지금부터 연구해 봐. 난 객주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테니까.”
중문을 통해서 객주가 별채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랜만입니다.”
화린이 몸을 돌려 운월장의 객주에게 활짝 웃으며 말을 거는데 그의 눈빛이 푸르게 반짝였다.
아이들이 자고 있는 건물이 아닌 다른 건물의 방에서 화린과 운월장의 객주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마교도의 목적이 정보를 얻기 위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란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뿐 아니라 산길과 물길을 이용해 빠르게 중원 내륙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교통망을 확보할 목적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운월장은 하오문의 강소성 지부로 운월장의 객주인 성동명은 하오문의 강소성 지부장이었다.
이곳 운월장에서 일하는 일꾼들 모두가 하오문의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화린이 구룡장을 언급하였을 때, 점소이가 놀란 표정을 지은 것이다.
화린은 마교도가 지금 자신이 하려는 일을 하고 있음을 알고는 고민을 하여야고민해야 했다.
살수들의 연합을 위해서도 정보를 얻어 주고받을 수 있는 비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비선들이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도로망을 구축해야 한다.
화린은 이 모든 걸 맹호사사혈전대에서 생활하면서 보고, 듣고, 배운 걸 토대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마교에서 이와 비슷하게 만든다고 하는 체계를 잡아 가는 동안 마교와 많이 부딪칠 것 같아서였다.
“그건 조금 피곤한 일이군요. 그럼 자금을 조달하는 건 어떻게 해결되는 것 같습니까?”
“마교에서 상인들과 접촉 중에 있습니다. 십대상단 중에서 삼룡상단과 회중상단이 마교에 회유된 것 같은데 아직 확인된 건 없습니다.”
화린은 자신이 무림에 관여하지 않아도 무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꿰뚫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지 하오문을 통해서 세세하게 무림의 동향을 들었다.
“그렇군요. 변방과 새외에서 무인들이 중원으로 들어왔는데 그들에 대한 조치는 없나 보군요.”
“그들이 무림으로 들어온 목적은 고사하고 흔적도 발견할 수가 없으니 사혈맹이나 정천맹의 입장에서 따로 조치를 취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멍청한 놈들이네요.”
화린은 당분간 무림은 조용할 것 같아 자신이 준비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아, 그리고 이번에 화명상단에서 밀수와 인신매매를 바다 위에서 한다던데, 대략적인 위치를 알고 있습니까?”
“그건 강소성 동쪽 바다에서 한다고 합니다.”
“강소성 동쪽 바다요?”
“그렇습니다. 상선으로 위장하여 해상무역 형태로 거래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해상무역 형태라고 함은 팔로수로군에 무역에 관한 걸 신고한 뒤 한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럼 팔로수로군에서 현장에 나가 조사하다가 밀수품과 사람들을 발견하면 어찌 됩니까?”
“그리되면 크게 경을 치겠지만 이미 그날 순찰 나오는 장수를 매수하였을 것입니다. 해상무역을 통해서 밀수를 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매수한 장수가 근무 서는 날을 잡아 거래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