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62)
구룡전기-162화(162/217)
구룡전기 (162)
거친 바다의 파도는 장강이나 황하의 물살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하였다.
배를 단숨에 집어삼킬 정도로 높은 파도가 일어나더니 파도에 출렁이는 배의 선미를 덮쳤다.
선박 안으로 들어온 바닷물은 선박의 갑판을 훑으며 사방으로 퍼졌다가 바다를 향해 떨어졌다.
이러한 일이 시도 때도 없이 반복되자, 배를 탄 선원들이 투덜거렸다.
“시✕,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더니…….”
높은 파도로 인해서 거래 물품을 옮기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으니 투덜거리는 이들의 심정도 이해가 되었다.
“대주, 이런 날씨에는 거래할 수가 없습니다. 자칫 물건들을 바다에 빠뜨릴 수도 있고, 또 아이들이 바다에 떨어져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일단 대기해. 배가 오면 이야기를 해 볼 테니까.”
“알겠습니다.”
잠시 후 한 척의 배가 이들이 있는 곳으로 접근을 하였다.
“이거, 날씨가 안 좋아서 물건을 제대로 옮길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게 말이오. 파도가 높아 여기서는 힘들 것 같으니 대련항으로 갑시다.”
밀수를 주도하고 있는 화명상단의 화정국은 요녕성의 대련항을 이야기하였다.
대련항은 요녕성에 있지만 바닷길로 치면 산동성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고, 중원 대륙의 위치상 움푹 들어간 곳에 있어 자연 방파제가 만들어져 태풍이 불 때면 많은 배들이 대피하는 곳이기도 하였다.
“그쪽은 경계가 심하지 않소?”
“그렇긴 하지만 팔로수로군의 순찰 장수를 매수하였으니 큰 위협은 없을 거요.”
“그리합시다. 그럼 대련항으로 가서 거래를 하시지요.”
서로 합의를 본 후에 이들은 배를 움직여 요녕성 대련항으로 기수를 돌렸다.
두 척의 배가 대련항으로 떠난 뒤, 그 자리로 한 척의 배가 접근했다. 팔로수로군의 배였다.
“이쯤이라고 했는데?”
팔로수로군의 배에 올라타고 있는 화린은 하오문에서 제공해 준 정보를 토대로 밀수를 하는 장소를 찾아왔지만 배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파도가 높아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 같습니다.”
“하긴, 이런 높이의 파도라면 물건을 옮기다 바다에 다 빠뜨릴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럼 어디로 갔을까?”
화린이 묻자, 곁에 있던 장수가 대답을 하였다.
“아무래도 대련항으로 가지 않았겠습니까? 대련항은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는 곳이라 항시 파도가 잔잔합니다.”
“그럼 우리는 대련항으로 가고, 우리의 예상이 빗나갈 수도 있으니 일단 숙부님께 보고하도록. 항구로 들어오는 배들을 수색하라고 전해.”
“알겠습니다. 구황자 저하.”
* * *
대련항에 도착하니 거짓말처럼 파도가 잔잔해졌다.
화정국은 배를 항구에 정박하지 않고 바다 위에 배를 띄운 채 밀수품을 교환하였다.
선원들이 능숙한 걸음으로 배와 배를 연결한 판교 위를 오가며 물건을 날랐고, 얼마 되지 않아 물건을 모두 옮긴 후 노예들을 화정국의 상선에 실었다.
한 시진 정도가 흘렀을 때 물건을 모두 옮길 수 있었고, 화정국은 대금을 지불하며 거래를 무사히 마쳤다.
“그럼 다음에도 부탁 좀 합시다.”
“그리합시다. 조심해서 돌아가시오.”
해동국의 밀수꾼들은 그길로 뱃머리를 돌려 대련항을 떠났고, 화정국 역시 대련항으로 정박하지 않고 뱃머리를 돌렸다.
“해남도로 간다. 그곳에서 노예들을 팔고 물건을 위장하여 본가로 가지고 갈 것이다.”
이들은 물살을 가르며 해남도를 향해 출발했다. 하지만 이들은 얼마 가지 못하고 배를 멈춰 세워야 했는데, 팔로수로군의 함선이 접근해 왔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화정국이 갑판에서 수군을 향해 물었다.
“이곳에서 밀수를 한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밀수라니요?”
“신고가 들어왔으니 일단 배를 검사하겠다. 선원들을 모두 갑판으로 불러 모아라.”
화정국은 당혹감에 장수에게 말했다.
“혹시 배청만 장군님께서 배에 타고 계십니까?”
“배청만 장군은 군 비리 문제로 지금 감사를 받는 중이다.”
“네에?”
“밀수꾼들과 내통하여 그들의 편의를 봐주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아……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사람들을 모두 데리고 오겠습니다.”
화정국은 더 이상 수상한 행동으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 일단 선실로 들어가서는 선원들에게 말하였다.
“사람들과 물건을 배 밑바닥에 잘 숨겨 놓았겠지?”
“그렇습니다. 이중 구조라 내려와서 찾아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을 데리고 올라가서 수군에 최대한 협조하게.”
“알겠습니다.”
잠시 후 노잡이 선원들까지 모두 갑판으로 올라왔고, 수군들이 이들의 배에 옮겨 탄 후에 수색을 시작하였다.
“그렇게 숨긴다고 숨겨지나.”
팔로수로군의 배에 타고 있던 화린이 화명상단의 배 위로 올라타고는 두 명의 수군을 데리고 배 아래로 내려갔다.
노잡이들이 노를 젓는 곳까지 내려온 화린은 바닥을 몇 발 걸어 보더니 피식 웃었다.
“여기에 숨겨 놓았네.”
화린이 바닥을 살펴보니 바닥에 작은 구멍이 나 있었고, 그 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들어 올리자, 바닥이 들렸다.
그곳에는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크기의 숨겨진 공간이 있었고 입구가 쇠사슬과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두 사람은 가서 청문 장군에게 배에 탄 자들을 모두 추포하고 반항하면 죽여 버리라고 해.”
“옛!”
따라온 수군들은 화린의 말을 전하기 위해서 위로 올라갔고, 화린이 자물쇠를 잡고 내력을 운용하자, 자물쇠가 부서지면서 연결된 쇠사슬이 절로 풀렸다.
바닥 문을 들어 올리자, 사람들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그곳에서 나와.”
화린의 말에 노예로 잡혀 온 사람들이 눈치를 살폈다.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
화린이 퉁명스럽게 말하자 그제야 사람들이 한 명씩 올라왔는데 제법 많은 수의 사람들이 노예로 잡혀 왔음을 알 수 있었다.
노예들은 주로 여자와 어린아이들이 대부분이었고 간혹 사내들도 있었는데 밀수상인들에게 많이 두들겨 맞았는지 몸이 불편해 보았다.
이들이 모두 올라왔을 때, 한 사람이 급하게 조타실로 뛰어 내려왔다. 그는 화정국이었다.
“왔어?”
화정국은 오랜 친구처럼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화린을 보고 눈을 좁혔다.
그는 화린의 본모습을 직접 본 적이 없어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구룡장주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이제 어떻게 할래?”
“무엇을 말이냐?”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야. 하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화명상단과 이 밀수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는 것이지.”
화정국은 흠칫하였다.
“두 번째는 그냥 살고 화명상단이 망하는 걸 보는 거야. 알고는 있지? 밀수에 대한 국법은 지엄하다는 것을 말이야.”
화정국은 화린의 말을 듣고 비웃었다.
“내가 여기서 널 죽이고 달아날 수 있음을 알지 못하느냐?”
화정국이 화린을 향해 엄포를 놓자, 화린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심드렁하게 대답을 하였다.
“누구나 처음엔 그렇게 말하지만 나한테 처맞은 뒤엔 다 후회해.”
화정국은 화린의 자세히 살피더니 물었다.
“복장을 보아하니 팔로수로군의 군장은 아닌 것 같은데, 누구냐.”
“나? 구룡장주.”
화정국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네놈이 구룡장주란 말이야?”
“그럼 나 말고 구룡장주가 누가 있어.”
“사혈맹의 감시를 받고 있다고 하던데, 네가 여길 어떻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말이 봉문이지 실제로는 구룡장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다고 들었다.
“감시는 받지. 그런데 상인은 또 다른 문제거든. 내가 돈을 벌어야 사혈맹도 떨어지는 콩고물을 얻어먹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그 말은?”
“알아서 생각하고, 선택을 빨리 해야 할 거야. 지금 위에서는 정리가 다 된 것 같거든.”
화정국은 화린을 노려보다 물었다.
“이 모든 것이 너의 소행이었더냐?”
“뭐?”
“곡물을 훔쳐 간 것부터 시작해서 트라빌 왕국의 거래처를 빼앗는 것까지 말이야.”
화린은 피식 웃었다.
“당연하지. 내 것을 빼앗으려고 했다면 최소한 그 정도는 각오했어야지. 난 은이든, 원이든 무조건 열 곱으로 돌려주니까.”
화정국의 손이 붉어졌다. 그것만으로 화정국이 양강의 기운을 사용하는 무공을 익혔을 것이라 짐작할 수가 있었다.
“죽어!”
화정국의 손이 화린의 심장을 노리고 뻗어 왔고, 화린 역시 이를 피하지 않고 맞부딪쳐 나갔다.
화린의 주변으로 온기가 차갑게 내려가며 기온이 뚝 떨어졌다.
화린의 투명하고 새하얀 손바닥이 허공을 가득 메우자, 화정국이 만들어 낸 양강의 기운이 더 이상 뻗어 오지 못하고 박살이 나 버렸다.
화린의 손바닥이 화정국의 가슴에 닿자, 그 부위를 중심으로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피부가 푸른색으로 변하였다.
“커어어억!”
화정국이 고통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얼굴이 푸르게 변해 있었다.
화정국이 무공을 익혔다고 하지만 화린에게는 적수조차 되지 못하였다.
화정국은 화린의 공격에 당한 이후 갑작스러운 체온 변화로 인해 몸을 덜덜 떨며 화린을 올려다보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어려운 모양이라 내가 조금 도와줬으니 너무 억울해하지 마. 너의 형제들도 곧 곁으로 보내 줄 테니까.”
화정국은 화린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냥 스스로 물에 뛰어들면 얼마나 편해.”
화린은 투덜거리면서 쓰러진 화정국의 시체를 끌고 타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술법을 이용하여 화정국의 몸무게를 무겁게 만들어 해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하게 한 뒤 타기가 있는 곳에 난 구멍으로 그를 밀어 버렸다.
풍덩!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해동국의 사람들은 두려운 눈으로 화린을 보고 있었다.
화린은 그런 이들을 보며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켰다.
“조용히 있으면 아무도 다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그러니 무조건 모른다고 말해.”
해동국의 사람들은 눈만 깜빡였다.
“중원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혹여 있어도 모른 척하고 있어. 그럼 해동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화린이 이들에게 말을 끝내자, 수군들이 타기실로 내려왔다.
“바닥에 밀수품들이 있으니 꺼내서 올라와.”
화린은 수군들에게 명령을 내린 후에 노예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위로 올라가서 순순히 협조해야지.”
위로 올라가라고 손짓하는 화린의 눈에서 푸른 청광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걸 본 한 사람이 앞서 행동을 하자, 해동국의 사람들이 따라 움직였다.
화린이 이들을 모두 데리고 올라오자, 청문 장군이 물었다.
“그들의 우두머리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바다에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겁니다. 모진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가문의 이름을 발설한다면 그길로 가문이 몰락하게 될 테니까요.”
청문 장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멍청한 놈이군요. 이들을 통해서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는데 말입니다.”
청문 장군은 사로잡은 배의 선원들을 보고 말했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이들이 사실대로 불까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밀수하는 자들의 습성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우리 군에는 많이 있으니까요. 그들에게 보름만 맡겨 놓으면 모든 걸 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