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63)
구룡전기-163화(163/217)
구룡전기 (163)
화린은 화명상단이 해상에서 밀수와 인신매매하는 현장을 지휘하여 일망타진할 수 있었으나 팔로수로군에서는 밀수 조직의 수장이 화명상단이라는 사실을 알아내지는 못하였다.
그들은 모진 고문 끝에 하북성 조헌현의 녹평장이라는 장원에서 밀수를 주도하였다고 하였지만 하북성 조헌현에 녹평장이라는 장원은 존재하지 않았다.
화린은 화명상단에서 이를 주도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팔로수로군에는 이를 알리지 않았다.
자신의 것을 탐하려고 한 자들에게 너무 편안한 종말을 선사하는 것 같아 자신의 손으로 화명상단을 무너뜨린 후에 그들의 것을 모두 빼앗으려는 속셈이었다.
화린은 강소성의 영친왕부를 찾아가 숙부인 영친왕 주영운을 만나 밀수 조직에 대한 보고를 한 후에 절강성 해염현에 위치한 팔로수로군의 보급창으로 향했다.
“너 팔로수로군과 어떻게 거래를 한 거야?”
함께 절강성으로 가는 백군성은 화린이 당금 황제의 구황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 상인으로서 수완을 발휘하여 거래하고 있다 생각하고 물었다.
“입찰을 통해서 거래했지. 장수 몇 명 구워삶으면 쉬워. 이거에 당할 자가 없거든.”
화린은 손가락으로 돈을 뜻하는 모양을 만들어 백군성에게 보여 주었다.
“정말 대단하네. 난 네가 무공만 강한 무식쟁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 보네.”
화린이 백군성을 노려보자, 어색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를 한심한 눈으로 보던 화린은 곁에서 걷고 있는 소운을 안아 들었다.
“소운이는 안 힘들어?”
“괜찮아요. 오라버니랑 많이 걸어 봐서요.”
“그래도 너무 많이 걷는 것도 안 좋으니까 아저씨가 업어 줄게.”
화린은 소운을 등에 업고는 소천에게 말했다.
“주변을 잘 관찰해 봐.”
“주변을요?”
“그래. 넌 중원의 돈을 다 벌 수 있는 상인이 되고 싶다며?”
“네. 그래서 소운이에게 맛있는 거랑 예쁜 옷 많이 사 주고 싶어요.”
소천의 대답에 화린과 백군성은 아이는 아이인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였다.
“좋은 상인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할 줄 아는 눈을 길러야 하는 거야.”
“좋은 눈?”
“그래. 그 대상이 사람이 될 수 있고, 물건이 될 수도 있지. 또 언어가 될 수도 있고, 생각, 혹은 꿈이라고 하는 이상이 될 수도 있어.”
소천은 화린의 말이 간혹 어려웠지만 그래도 듣고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그럼 좋은 눈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예요?”
“좋은 질문이다. 다삼량이라고 있어.”
“다삼량?”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생각하고.”
“보고, 듣고, 생각하고…….”
“이게 쉬운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거란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훈련을 통해서 다삼량을 할 수 있는 습관을 길러야 하는 거지.”
소천은 화린의 말이 어려웠다.
“그럼 그것만 하면 되는 건가요?”
화린의 등에 업힌 소운이 물었다.
“아니, 여기에 다삼량을 또 해야지.”
“또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말하고.”
“아…….”
소천보다 어린 소운이 화린의 말을 더 빨리 이해를 하였다.
‘이해력은 소천보다 소운이 뛰어나구나.’
나이 차이가 있음에도 소운은 화린이 하는 말을 곧잘 알아들었다.
“그래서 내가 사람을 만날 때, 설득력이 있게 논리적으로 말을 할 줄 알아야겠지.”
화린의 말에 백군성도 공감을 하는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상인에게 있어 신용은 물질적인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재산이란다.”
화린은 소천과 소운이 알아들을지, 혹은 이해를 할지, 못 할지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알아들었건, 그렇지 못하건, 훗날 이와 같은 이야기를 또 할 때가 있을 터이니 그때는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였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상대방에게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은연중에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말과 행동이란다.”
“말과 행동요?”
“그래. 단어의 선택이라든지, 혹은 상대방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행동이라든지. 겉으로 드러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런 언행이 나올 수 있도록 훈련을 하는 거지.”
“너를 보면 결코 신용이 안 쌓일 것 같은데?”
백군성이 말하자, 화린은 피식 웃었다.
“무뢰배들에게는 무뢰배를 상대하는 방법이 있듯 상인들을 상대할 때는 또 다르지. 영천상단의 동서독이 나한테 하는 거 못 봤어? 간, 쓸개 다 빼 주려고 하는 거.”
백군성은 하남성에 들렀을 때, 동서독이 화린에게 필요 이상으로 저자세를 취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 의아하긴 하였다.
“사람이 믿음을 주게 되면 그 사람은 나를 맹신하게 되어 있어. 물론 그 믿음을 배신하는 놈들도 있지만 난 안 그렇거든.”
“그걸 어찌 알아?”
“그래서 눈을 길러야 한다고 말을 하는 거잖아.”
‘틀린 말은 아닌데, 이상하게 믿음이 안 간단 말이지.’
이상한 논리인 것 같으면서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백군성은 늘 화린과 대화하면 자신이 말리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소천이와 소운이는 아저씨랑 다니면서 많이 보고, 듣고, 생각하고, 또 많은 책들을 읽도록 하렴. 그러면서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의 차이를 알고, 내가 생각한 것을 글로 쓰면서 논리정연하게 정리해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늘 노력해야 한다. 알겠지?”
“네.”
소천과 소운은 씩씩하게 대답을 하였다.
“그래. 대답을 잘했으니 아저씨가 객잔에 도착하면 맛있는 요리를 사 주마.”
맛있는 요리라는 말에 소천과 소운이 활짝 웃었다.
‘참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네.’
* * *
화린은 강소성에서 일행들과 헤어져 홀로 절강성으로 왔다.
백군성이 따라나서려고 하였지만 무림의 일이 아닌 상인의 일이고, 또 군부와 관련된 일이라 허락된 자만이 군영지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어 홀로 온 것이다.
화린은 절강성에 와서 가장 먼저 하오문의 지부를 찾아가 요녕성 대련항 앞바다에서 있었던 밀수 사건에 대한 전말을 소상하게 알려 주었다.
그럼 자연스럽게 하오문의 섬서성 지부를 통해서 화정국의 소식이 화명상단의 화정수에게 전달될 것이고, 그가 슬퍼하고 분노하는 동안 화린은 화명상단을 잡아먹을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진행시킬 생각이었다.
그다음으로 한 일이 살수 문파들의 연합을 위해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비선을 구축하는 일이었는데, 동창에서 비밀리에 운영하는 비선의 담당자를 만나 술법을 이용해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어 그들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똥개도 필요하면 사냥개로 쓴다고 하더니, 서대영이가 이럴 때 큰 도움이 되네.”
동창에서 나오기 전까지 제법 높은 위치에 있었던 그였기에 동창의 비선을 찾아 움직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섬서, 산서, 하남, 강소 절강을 연결해 두었고, 강소성에서 장강의 수로를 이용해 돌아가면서 안휘와 호북의 비선을 찾아가 손에 넣으면 중원의 동북은 비선의 체계가 어느 정도 만들어진다.”
중원의 동남과 남서, 서북은 지금 당장 하기보다는 지금 구축한 비선 체계와 하오문의 정보를 연동해서 보다 빠르고 정확한 정보 전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대로 만들어 놓는 것이 먼저였다. 그러한 방법으로 조금씩 정보 전달 체계를 만들면 중원에서 그 어떤 조직보다 탄탄한 정보 비선 조직을 움직일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하였다.
“여기에 살수들의 정보와 상인들의 정보를 더하여 종합하게 되면 거짓 정보와 진짜 정보를 빠르게 골라낼 수가 있을 것이다.”
화린은 오 년 안에 이 모든 걸 구축하여 봉문이 풀림과 동시에 본격적인 살수 연맹을 움직일 생각이었다.
“오 년 후 봉문이 풀린다고 해도 사혈맹과 정천맹은 여전히 구룡장에 대한 감시를 할 것이고, 그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는 구룡장이 무가의 성격을 가지는 것보다는 상가의 성격을 띠는 것이 내가 움직이는 데 더 편하겠지.”
살수 연맹을 만든다고 하나 정천맹이나 사혈맹과 싸우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니 최대한 비슷한 힘을 갖출 동안은 살수 연맹을 숨기는 것이 좋다.
“섬서성으로 돌아가면 화음현에 장원을 하나 알아보고 단리세가 남매에게 장원 운영을 맡겨 상가의 덩치를 조금 더 키울 필요가 있겠어.”
화린은 머릿속으로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정리를 해 보았다.
“먼저 사파 문파를 멸문시키고 얻은 전리품을 정리하는 것이 좋겠지. 그리고 백마사의 떨거지들까지 이번 기회에 정리해서 뒤탈이 없도록 만들어야겠어.”
화린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절강성에서 백마사가 있는 산동성까지 최대한 빨리 움직인다고 해도 삼 일은 걸릴 것이다. 일을 처리하고 다시 강소성까지 가는 데 하루 반나절은 걸린다.
“그런 와중에 백마사의 사람들이 다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나를 의심하겠지.”
화린은 살수들에게 일을 맡기려 하였으나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백마사 쪽에 주군과 남궁수연, 동춘 님을 아는 자가 있습니다.”
지난날 이도문이 자신에게 알려 준 정보를 토대로 유추하면, 백마사의 누군가가 맹호사사혈전대 출신이며 남궁수연과 동춘처럼 맹호사사혈전대가 습격을 받았을 때 빠져나와 그 길로 가문으로 돌아갔음을 알 수가 있었다.
“희생 없이 그놈을 처리하려면 수연이가 나서는 것이 정답인데 수연이도 감시를 당할 수 있단 말이지.”
혁지석과 구룡전단 소속 무인들 역시 감시 대상이니 결국 남은 사람은 한 사람뿐이었다.
“동춘이 그놈은 미덥지 못한데. 맡겨도 될까 모르겠네.”
* * *
화명상단의 분위기는 이로 말할 수 없을 만큼 침울해져 있었다.
화명상단의 본가에서 일하는 식솔들은 영문도 모른 채 화정수의 얼굴 표정만으로 상단의 분위기를 파악했고 약속이나 한 것처럼 이들 형제의 눈치를 살피며 책잡힐 일을 하지 않기 위해 평소보다 더욱 노력했다.
“아직 연락이 없나?”
“그렇습니다, 형님. 밀수를 나갔던 자들은 모두 추포되었다고 하는데 정국 형님의 행방만 묘연합니다.”
“그걸 내가 몰라서 물어? 연락이 와도 벌써 왔어야 하는데 연락이 없어서 묻는 것이 아니냐.”
화정수가 버럭 화를 내자, 두 동생인 화생방과 화정욱은 고개를 숙였다. 그런 두 동생이 못마땅한지 얼굴에 그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화정수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화정국은 자신과 함께 온갖 고생을 하며 화명상단을 성장시킨 동생이고, 화생방과 화정욱은 그런 고생을 모른 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 상단의 일을 했던 동생들이라 마음의 씀씀이가 화정국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잘못된 건 아니겠지?”
“둘째 형님께서는 현장을 탈출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는 가운데 부상을 입었을 수도 있고, 또 본가로 곧장 돌아왔다간 위험해질 수 있다고 판단하여 잠깐 숨어 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너희 형의 일이다. 그리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 좀 진지하게 생각들을 해.”
화정수가 화를 내자, 두 동생은 눈치를 보고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걱정이 되어서 안 되겠으니 생방이 너는 지금 강소성으로 가서 은밀하게 정국이를 수소문해 보아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형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작은형님은 무탈할 것입니다.”
“알았으니 얼른 다녀오너라. 그리고 정욱이 넌 상단을 지키고 있거라. 난 운남성에 잠시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운남성에는 왜요?”
“대리세가에 가서 돈을 좀 융통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할 것 같구나. 대륙상단에 어떻게 알려졌는지 우리의 사정이 그리 좋지 않음을 알고 돈을 융통해 줄 수 없다고 하니 대리세가의 가주를 만나 볼 생각이다.”
그만큼 화명상단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형님.”
“돈은 내가 알아서 구해 볼 터이니 생방이 넌 얼른 강소성으로 가서 정국의 행방을 수소문해 보아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감마님!”
그때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누가 이걸 대감마님께 드리라고 전해 주고 갔습니다.”
“들어오너라.”
방문이 열리자, 일하는 식솔이 들어와 화정수에게 전해 주었다.
“이게 무엇인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젊은 사내가 찾아와 대감마님께 전해 드리라 하고는 돌아갔습니다.”
화정수는 받아 든 건 봉투에 들어 있는 서찰이었다.
화정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봉투의 뜯어 안에 들어 있는 서찰을 꺼내었는데, 어렴풋이 비치는 글자를 보고 황급하게 서찰을 펼쳤다.
[귀하의 동생인 화정국은 궂은 날씨를 피해 대련 항으로 들어갔다가 팔로수로군에게 밀수 현장을 들켰고, 이를 피하기 위해서 바다로 뛰어들었소. 자세한 걸 알고 싶다면 본 문의 지부를 찾아오시오. 물론 관련된 정보를 듣기 위해서는 약간의 비용이 청구될 것이오.]하오문에서 자신에게 보낸 서찰이었다.
서찰을 읽은 화정수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다녀오마.”
화정수는 그길로 방을 나섰다.
“형님, 형님!”
화생방과 화정욱이 뒤따라 나와 그를 불렀지만 이미 두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진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