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64)
구룡전기-164화(164/217)
구룡전기 (164)
화정수는 하오문의 섬서성 지부로 사용되었던 여산의 온천객잔을 찾았다.
그곳 빈 뜰에 반듯하게 놓여 있는 관을 보던 그가 곁에 있는 하오문 섬서 지부장인 남선영에게 물었다.
“저게 무엇이오?”
“열어 보시지요. 물에 많이 불고, 물고기 등과 같은 바다 생물에 살점이 여기저기 뜯겼지만 알아볼 수는 있을 것입니다.”
남선영의 말에 화정수는 몸을 가늘게 떨며 한 걸음을 옮겼는데, 내디딘 발의 무게가 천근만근인 듯 쉽게 걸음을 걷지 못하였다.
한 발, 한 발…… 천천히 놓인 관 앞에 도착한 화정수는 떨리는 가슴을 심호흡으로 진정시키고 관을 덮고 있는 뚜껑을 밀었다.
관에 누워 있는 시체를 보는 화정수는 한동안 말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차가운 바닷속에 오랫동안 있었는지 피부는 온통 푸른색으로 변해 퉁퉁 불어 있었다.
그뿐 아니라 남선영이 말한 것처럼 바다 생물에 의해 살점이 여기저기 뜯겨 나가 사람의 몰골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처참했지만 관에 누워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단숨에 알 수가 있었다.
화정수는 그런 화정국의 시신을 보면서 분노하였지만 이곳에서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키지는 않았다.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동안 서 있던 화정수는 관 뚜껑을 다시 덮은 후에 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는 좀처럼 감정을 다스릴 수가 없었는지 몇 번이고 숨을 길게 내쉬면서 스스로를 진정시켰고, 이 모습을 지켜보는 남선영은 그가 자신에게 말을 걸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
한참을 그렇게 숨을 길게 내쉬며 감정을 다스리던 화정수가 남선영을 향해 돌아보며 고개를 살짝 숙여 고마움을 전했다.
“동생의 시체를 찾아 주셔서 감사하오.”
남선영은 살짝 고개를 숙일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하오문에서는 이와 같은 사실을 어찌 알았는지 알려 주실 수 있겠소?”
“그건 영업 비밀이라 알려 드릴 수가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본 문의 사람들이 대륙에 없는 곳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정보들을 얻을 수 있고, 그 정보들을 유추하여 상단주님의 동생분을 찾아내었다고 생각하십시오.”
화정수는 이런 대답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였었는지 다른 질문을 하였다.
“하면, 밀수를 하던 장소가 바뀌었는데 이 정보를 흘린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소?”
“정확하게는 알 수 없으나 유추는 할 수 있습니다.”
화정수가 어서 말해 보라고 고갯짓을 하였다.
“상단에서는 팔로수로군 소속 배청만 장군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요.”
“그자요?”
“그가 팔로수로군의 감찰 기관인 팔로감찰사에 추포되어 그동안 저질렀던 비리를 불었소. 그런 와중에 귀하의 상단에서 해상 밀무역을 한다는 정보를 입수해 그 장소로 갔지만 날씨가 궂어 밀무역을 하는 자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고 판단한 듯하오. 이후 각 항구에 들어오는 배들을 조사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소.”
“그래서 걸렸단 말이오?”
남선영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차라리 배를 정박하였다면 의심을 피할 수가 있었겠지만 바다 위에 띄워 놓고 거래를 한 것이 실수였소.”
“그자는?”
“누구 말이오?”
“배청만이 말이오.”
“아, 지금 강소성 팔로수로군의 군 영지에 있는 감옥에 갇혀 있소.”
더 이상 하오문에서 들을 말이 없다고 판단한 화정수는 남선영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동생의 시신을 찾아 주셔서 감사하오. 이 은혜는 잊지 않으리다. 외람되지만 이 관을 본 가로 보내 주실 수 있소?”
“그리하리다.”
화정수가 남선영의 대답을 듣고 몸을 돌려 객잔을 떠나려고 할 때, 남선영이 그의 뒷모습에 대고 말을 하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소이다.”
“이상한 점?”
“우연인지, 필연인지 몰라도 그 당시 팔로수로군의 군 영지에 구룡장주가 있었다고 하오.”
화정수는 몸을 획 돌렸다.
“구룡장주?”
“그렇소. 알아보니 귀 상단에서 팔로수로군에 납품하던 군량미를 구룡장에서 납품한다고 하더이다.”
화정수는 그 말을 듣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고맙소. 거듭 말하지만 이 은혜는 잊지 않겠소.”
* * *
절강성에서 일을 다 본 화린은 강소성에서 수로를 이용하여 안휘성으로 이동하였다. 안휘성에서 하루를 머문 후에 호북성으로 이동하였고, 그곳에서 또 하루를 머문 후에 육로를 통해서 구룡장이 있는 섬서성으로 돌아올 수가 있었다.
구룡장은 불타서 지금 공사를 진행하는 중이라 화린은 소천과 소운을 데리고 상남현에 있는 분장으로 갔다.
그곳에 도착하니 마침 뛰어놀고 있던 아이들이 화린을 보고 활짝 웃으며 그를 불렀다.
“오늘 공부 열심히 했어?”
“네. 달수는 잘했다고 칭찬도 받았어요.”
“그래? 그럼 내가 달수에게 맛있는 당과를 사 줘야겠구나.”
“우리는요?”
“너희는 잘한 것이 뭐가 있어?”
“저는 방 청소 했어요.”
한 아이가 말하자, 너도나도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화린에게 자랑했다.
“그래, 그럼 모두에게 당과를 사 줘야겠구나.”
“와아아아아!”
당과를 사 준다는 말에 아이들은 신이 났다.
“그럼 놀고 있어. 난 총관 아저씨를 만나야겠구나. 당과는 나중에 총관 아저씨가 가져다줄 테니까 신나게 뛰어놀아.”
“네.”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에 소천과 소운은 잠깐 동안 망설였다.
“너희도 가서 아이들과 놀아.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잘 지내야 한다.”
“네. 그런데 아저씨.”
“왜?”
“우리는 여기서 저 형아, 누나들과 함께 살아요?”
“그래. 함께 지낼 거란다. 한 몇 년 함께 지내면서 네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 후에는 아저씨를 조금 도와주면 된다.”
“어떻게요?”
“공부를 잘하면 관직에 올라서 잘 먹고사는 모습을 보여 주면 된다. 그럼 후에 이곳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너를 본받아 열심히 공부를 할 것이 아니더냐.”
“저는 상인이 될 건데요.”
“그래? 그럼 너는 이곳에서 그에 맞춰 배워야 할 것들을 배워 상인으로 크게 성공하면 된다. 그럼 아이들도 너를 본받아 대상이 되려고 할 것이다.”
소천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무공이나 다른 무엇이든 잘 배워서 사회에 나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그걸로 아저씨를 도와주는 것이니 여기서 아이들과 사이좋게 지내면서 가르쳐 주는 거 열심히 배우면 된단다.”
“네.”
화린과 소천이 잠깐 대화를 나누는 동안 서대영이 이들에게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함께 지낼 아이들이야. 잘 보살펴. 나의 제자가 될 아이들이니까.”
“장주님의 제자요?”
“그래. 우리 소천이 꿈이 대상이야. 그러니 나의 제자라 할 수 있지. 그리고 우리 소운이는 엄청 똑똑해서 뭐든 잘할 거야. 그러니 기초부터 탄탄하게 가르쳐.”
“알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소천이랑 소운이 소개해 주고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해 줘. 그런 후에 나를 봐.”
“자, 내가 앞으로 지내면서 도움이 될 형, 누이, 동생들을 소개시켜 줄게. 총관 아저씨랑 함께 가자.”
소천과 소운이 서대영과 함께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가자, 화린은 장원의 내원으로 가려고 하였다.
“난 구룡루에 가 있을 테니까 볼일 다 보고 와.”
“알았어. 그렇게 해.”
백군성도 화린이 섬서성으로 돌아온 이상 따라다닐 필요가 없어서 구룡루로 돌아갔다.
화린은 그런 백군성을 보고 피식 웃었다.
“십룡팔봉이라는 허울 좋은 껍데기만 둘러쓰고 있는 멍청이들이라 관리하기 참 편해.”
구룡장의 분장을 나서는 백군성의 뒷모습을 보곤 몸을 돌려 내원으로 들어갔다.
화린, 서대영 그리고 이도문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이걸 읽어 봐. 빠뜨린 것이나 실수한 거, 혹은 불편한 점이 있을 것 같으면 이야기해.”
화린은 중원 대륙의 동북 지역에 있는 각 성을 연결하는 비선 체계에 대해서 기록한 걸 두 사람에 보여 주고 개선할 것이 없는지 물었다.
“군 비선과 하오문의 비선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으니 획기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비선에 해당되는 인물이라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해야 할 텐데 이 자료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자료를 모두 읽어 본 이도문이 먼저 말했다.
“그래?”
“저는 그 생각과는 조금 다릅니다. 누구나 알게 되면 비선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하오문의 정보 체계가 지금까지 잘 유지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철저한 점조직으로 지부장, 분타주 외에는 하오문의 거점조차 알지 못하는 것에 있지 않습니까?”
서대영의 말처럼 하오문은 문도들이 자기가 소속된 분타의 분타주에게 정보를 알려 주고, 분타주가 그 정보를 정리하여 지부장에게 넘겨주면 지부장이 총단에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단, 불의의 사고로 인해 지부장이 죽거나, 혹은 부재 시 분타주가 곧장 총단에 연락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놓긴 하였지만 기본적으로는 지부장을 거쳐서 총단으로 정보가 전달이 된다.
서대영은 이러한 체계를 언급하며 누구나 다 알게 되면 비선의 조직이 다른 누군가에게 쉽게 알려질 수 있다고 이도문의 생각에 반대했다.
“하급, 중급 살수들까지 우리 비선의 체계를 알 필요는 없겠지. 그럼 특급 살수들을 한정하면?”
“그건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특급 살수들은 맡은 바 임무 자체가 특수하거나 아주 위험한 경우이니 비선을 통해서 원활한 정보를 주고받으면 보다 일을 처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화린은 서대영의 말을 듣고 이도문을 보았다.
“그리한다면 각 문파의 문주들 역시 이해해 줄 것입니다.”
“그럼 문주랑 특급 살수에 한정하는 걸로 해.”
“소문주는?”
“그들은 빼. 사도준처럼 자신의 능력으로 특급 살수에 오른 이들이라면 상관이 없지만 부모의 덕으로 많은 지위를 누린다는 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거든.”
“그럼?”
“문주가 은퇴하고 문파를 정식으로 물려받을 때, 문주의 입을 통해서 비선의 연락망과 더불어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들으라고 해.”
화린의 말에 일리가 있는지 모두 고개를 주억거렸다.
“우리 연합에서 지위와 혜택을 누리려면 그만큼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소속된 문파의 문주들에게 확실하게 고지시켜 줘.”
“알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그럼 이 호법은 이걸 각 문파의 문주들에게 알려 주고, 그들의 의견을 한번 들어 봐. 그래서 내용을 축약해 나에게 알려 줘.”
이도문이 화린에게 고개를 숙인 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번에 우리가 사혈맹과 싸우면서 사파들 멸문시키고 취한 것들 있잖아.”
“네. 제법 됩니다.”
“그것들 정리해서 각 성에 우리의 거점을 하나씩 만들어야겠어.”
“거점을 말입니까?”
“구룡상단이 장거리 상행을 할 때,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 주는 용도로 위장을 하고, 실제로는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거점이 늘어날수록 우리 쪽에서도 거점을 지켜야 할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니 관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각 성에 있는 살수 문파에 관리를 맡기면 어떨까?”
“살수 문파에 말입니까?”
“그래. 그럼 우리 쪽에서는 한 사람만 보내면 되지 않을까?”
“한 사람?”
“우리 상단의 거점이니 영업은 해야지. 그러니까 순수 영업인을 보내는 거야. 직원은 현지에서 뽑아서 채용하라고 그러고.”
서대영은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누구를 보냅니까?”
“우리 영업장에서 일 잘하는 놈을 보내야지. 점원으로 일하고 있는 애들 중에서 믿을 수 있는 놈을 점주로 보내 일을 시키는 거 어때?”
“그럼 동시에 거점을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오 년 동안 감시하에 있으니까 이 시간을 잘 이용해야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우리가 얻은 것들을 정리하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왜, 문제 될 것이 있어?”
“산동성 백마사에서 얻은 것들 말입니다.”
“아, 그건 동춘이 오면 정리할 테니까 그때 정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