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65)
구룡전기-165화(165/217)
구룡전기 (165)
서대영은 화린의 명령을 받고 그동안 섬서, 산서, 하남, 산동성에서 멸한 사파 문파의 재산들을 귀속시키는 작업을 시작하였고, 화린은 백군성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의 눈을 피해 살수 문파의 문주들을 만나 미래에 대한 일들을 조금씩 진행시켜 나갔다.
“그래서 지금 구룡루에 들어온 하오문의 사람들은 모두 몇 명이죠?”
화린은 하오문이 구룡루를 삼키려고 하고 있음을 미옥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가만히 있었던 건 구룡루가 하오문의 지부가 되면 각종 정보를 마음껏 열람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였다.
“백이십구 명입니다. 이 중 호위 무사로 일하고 있는 이가 열셋, 점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가 서른일곱, 숙수로 일하고 있는 이가 일곱, 안내를 하는 안내원이 스물둘, 기녀가 쉰 명입니다.”
화린은 미옥을 만나 그동안 구룡루에 침투시킨 하오문의 사람들에 대한 현황을 물었다.
“많이도 넣었네요.”
미옥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남선영은 어디 있죠?”
“그는 정원을 관리하는 관리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럼 정원을 관리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하오문의 사람들이고, 남선영을 지키는 호위 무사들이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럼 섬서성에서 들어오는 정보는 어디서 취급하고 있죠?”
“그건 제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눈을 피하는 것이 좋다 보니 제가 정보를 정리하여 남선영 지부장에게 전해 주고 있습니다.”
“그럼 남선영 지부장이 정보를 보관하고 있나요?”
“그렇습니다. 정원지기들의 숙소에 보관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숙소에요? 숙소가 좁을 텐데, 그게 가능한가요?”
“숙소의 바닥을 파내어 그 안에 창고를 만들면 가능합니다.”
“아, 그러니까. 남선영 지부장과 같이 생활하는 자들이 하오문의 사람들이니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바닥을 파 내려가서 창고를 만드는 게 가능했겠죠?”
“그렇습니다.”
화린은 미옥에게 구룡루에서 생활하는 하오문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대충 들은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사람을 더 구해야 한다는 말인가요?”
“마차를 타고 오는 손님들도 계시고 하니 말과 마차를 관리할 수 있는 전문인들을 몇 명 구했으면 합니다.”
미옥은 자신이 이제까지 화린과 무슨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알지 못하는 듯, 처음 화린에게 허락을 받으려고 했던 사람을 구하고자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대답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몇 명이나 필요하나요? 장제사랑 마차 수리를 위한 기술자가 한두 명으로는 될 것 같지 않은데요?”
“말을 관리하는 장제사는 한 명이면 충분하지만 마차를 관리하는 사람은 세 명 정도가 필요합니다.”
“그럼 그렇게 하고 서 총관과 이야기해서 월봉을 정한 후에 사람을 구하세요. 우리도 무작정 사람을 보충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외에 제가 더 알아야 할 것이 있나요?”
“없습니다.”
“그럼 계속해서 수고 좀 해 주세요.”
수고라는 말에 미옥이 활짝 웃었다.
“수고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다들 돈 많이 벌어 간다고 열심히 하니 딱히 나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그리고 우리 구룡루에서 일하는 점원 중에 성실하고 책임감이 뛰어난 사람으로 한두 사람만 소개해 주세요.”
“점원은 왜……?”
“각 성에 우리 구룡객잔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운영하는 표국과 상단의 사람들이 상행을 나가면 조금이라도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 주었으면 해서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객잔을 인수하는 데 큰돈이 들어갈 테고 점원을 고용하는 데도 매달 큰돈이 나갈 텐데 말입니다.”
“영업을 하면 수익이 발생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구룡객잔, 구룡기루, 구룡여관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구룡장에서 운영하는 영업장이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고, 어느 성, 어느 지점을 가도 똑같은 음식 맛과 대접을 받을 수 있게 한다면 사람들이 더욱 우리 가게로 찾아오지 않을까요?”
“요식, 숙박, 주류업으로는 대상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할 터이니 미옥 님께서는 믿을 수 있는 친구를 추천해 주세요. 그럼 교육을 시킨 후에 한번 맡겨 보도록 할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화린은 미옥에게 수고하라는 말을 하고는 그녀의 방을 나왔다.
미옥은 화린이 나간 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혈맹의 감시로 인해 행동에 많은 제약을 받을 텐데, 계속해서 일을 벌이려고 하니 참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야.”
“미옥 님, 구룡루를 둘러볼 시간이 되었습니다.”
밖에서 한 여성의 말을 듣고 미옥이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곧 눈을 살짝 좁혔다.
“벌써 시간이 그리된 것이냐?”
“지금 신시입니다.”
“가끔 장주님과 대화를 하다 보면 이렇게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는데 그 영문을 모르겠어.”
자신이 술법에 걸려 화린에게 하오문의 정보를 넘기고 있음을 자각하지 못하는 이상 그 이유는 평생을 알 수가 없을 것이었다.
“알겠다. 내 준비를 하고 나갈 터이니 조금만 기다려라”
“네.”
한편 미옥의 방에서 나온 화린은 구룡루를 나와 정원사들이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구룡여관으로 갔다.
구룡여관은 화린이 주변의 기루를 인수해 직원들이 잠을 잘 수 있도록 개조 공사를 하여 숙식을 제공하고 있는 곳이었다.
“오셨습니까?”
관리인이 화린을 보고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구룡여관의 관리인은 모두 세 명으로, 이들이 하는 일은 건물 시설 유지, 보수와 구룡루 직원들이 일하러 나간 이후 좀도둑들이 들어와 직원들의 물건을 훔쳐가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일을 하였다.
“고생이 많아.”
“고생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인데 쉬운 일은 아니지. 눈치껏 조금씩 쉬어 가면서 일해. 다른 곳은 용납을 못 해도 여기는 용납해 줄 테니까.”
“정말이십니까?”
“그렇다고 해야 할 일도 하지 않고 쉬라는 건 아니야.”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장주님.”
자신들의 노고를 알아주는 주인의 말 한마디에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이놈들도 하오문의 사람이라고 그랬지.’
화린은 미옥을 통해 구룡루에서 일하는 자들 중 하오문 소속의 사람들이 누구인지 들어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수리할 곳이나 혹은 보완해야 할 곳이 있으면 빨리빨리 보고하고 조치해. 그냥 두면 더 큰 돈이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해.”
화린은 수고하라는 말을 하고 구룡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을 팠다고 했으니 정원사들이 쓰는 방은 일 층에 있겠지.”
화린은 단전의 내공을 움직여 기운을 일으켰다. 무형의 기운이 화린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듯 퍼져 나갔다.
지하를 파서 방을 만들어 놓았다고 했으니 자신의 기운으로 기존의 방과 구조가 다른 방을 찾는 중이었다.
화린의 신형이 흐릿하게 변하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는 사방이 어두운 곳이었다.
어둠은 화린에게 있어 익숙한 장소나 다름이 없었다.
화린은 자신의 안방인 것처럼 어둠 속을 다니더니 유등에 불을 켜 주변을 밝혔다.
“생각보다 넓은데. 짧은 시간 안에 이걸 다 파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인원이 동원되었다는 거야.”
지하실은 방 아래 공간만큼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여관 건물 전체의 지하에 만들어 놓았다.
중간중간은 땅을 파지 않고 그대로 두어 자연스럽게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을 만들어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견딜 수 있도록 해 놓았다.
화린은 지하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지하실에는 그동안 지부에서 모아 두었던 자료들이 정리되어 있었는데 정보들을 찾아 열람하기도 쉽도록 되어 있었다.
“여기 있는 걸 다 보려면 못해도 석 달 보름은 걸리겠네.”
화린은 미옥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하였으니 필요할 때마다 이곳에 와서 관련 정보들을 얻으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서 총관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 주고,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해 주면 정보를 잘 이용하겠지.”
술법을 이용하여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세뇌시킨다면 서대영이 이곳을 들락거려도 의심치 않을 것이다.
“정보를 관리할 인재를 영입해서 그들이 의심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보여 주는 것도 쉽지 않겠는데. 서 총관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
화린은 서책들이 꽂혀 있는 서재를 쭉 훑어보다 한 권의 책을 뺐다.
책의 표지에는 화명상단이라 쓰여 있었다. 화린은 책을 펼치려고 하다가 품에 넣고 모습을 감추었고, 불을 밝히고 있던 유등의 불이 꺼지자 다시 어둠이 지하실로 찾아들었다.
잠시 후, 지하실의 문이 열리면서 한 사람이 들어왔는데 그는 남선영이었다.
그의 손에는 한 권의 책이 들려 있었고 그는 지하실로 내려와 유등 불을 켠 후에 한쪽에 만들어 놓은 서가로 가서 그 책을 꽂아 놓았다.
“사혈맹과 구룡장 사건이 마무리되니 이번에는 북해의 빙궁에서 사고를 치는군.”
지난날 중원 대륙의 변방과 새외라 할 수 있는 북해, 서장, 흑룡강성, 남해의 백팔군도에서 무인들이 중원으로 들어왔다는 소문이 나돈 적이 있었다.
“하긴 조용하면 무림이 아니겠지. 그나저나 북해 빙궁에서 왜 무인을 중원으로 보낸 거지? 지난날 소수신공을 익힌 무인과 관련이 있는 건가?”
남선영은 혼잣말을 중얼거린 후에 유등 불을 끄고 지하실을 나갔다. 그가 지하실로 내려오는 통로의 문을 닫으니 다시 어둠이 찾아들었다.
파앗!
꺼진 유등에 불이 밝혀지면서 화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린은 남선영이 꽂아 놓은 서책을 빼 들어 그 안의 내용을 읽어 보았다.
“백팔군도의 사람들은 나를 만나기 위해서 중원으로 들어온 것이고, 어쩌면 남선영의 말대로 북해 빙궁도 빙백소수신공 때문에 들어왔을 수도 있겠군. 그럼 암흑마탑과 부산궁, 포달랍궁과 소뇌음사도 그런 이유인가?”
화린은 뭔가를 생각하는 듯 말없이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다.
“빙궁은 이유라도 유추할 수 있지만 포달랍궁과 소뇌음사, 암흑마탑과 부산궁은 모르겠는데. 특히 소뇌음사와 암흑마탑은 맹호사사혈전대 시절 다시 일어날 수 없도록 박살을 내어 버렸는데. 그들의 잔당이 벌써 움직이는 것도 이상하고.”
화린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서책을 원래의 자리에 꽂아 넣었다.
“뭐, 시간이 흐르면 그들의 목적이 알려지겠지. 그나저나 빙궁에서 대단한 자들이 중원으로 온 것 같은데.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그 말을 끝으로 화린의 모습이 사라지자, 절로 유등의 불이 꺼지면서 다시 어둠이 찾아왔다.
* * *
화명상단의 본가에서는 곡소리가 크게 울렸다. 화정수와 함께 화명상단을 중원십대상단으로 성장시킨 화정국의 죽음으로 인해서였다.
대상의 집안처럼 많은 사람들이 화정국의 장례식에 찾아왔고, 화정수는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하며 바쁜 모습을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니 화명상단에서 일하는 식솔들과 장례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모집한 사람들이 힘들다며 투덜거렸지만 일이 끝나면 높은 품삯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참고 음식들을 만들어 찾아오는 이들이 앉은 자리로 가져다주었다.
그때, 화명상단의 본가에 들어서는 세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화린과 서대영 그리고 백군성이었다.
화정수는 화린을 보자, 분노가 치밀었지만 지금은 동생의 장례식을 하는 중이고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들로 인해서 그 분노를 삭여야 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네놈이 여길 무슨 염치로 찾아온 것이냐.”
화정수가 낮은 목소리로 화린을 노려보며 말하였다. 목소리에서 그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지만 화린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죽은 사람 명복 빌어 주러 온 것은 잘못이 아니잖아. 그리고 내가 당신에게 잘못한 것이 있어?”
화린의 말에 화정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당신이 착각을 하나 본데, 당신이 먼저 나를 자극해서 이 사달이 난 것이지, 내가 먼저 당신을 자극하거나, 당신 걸 빼앗으려고 한 적은 없어.”
“네놈 때문에 우리…….”
“여기 사람들 많은데 당신이 어떻게 화명상단을 일으켰는지 소상하게 까발려 봐?”
화정수가 흠칫하였다.
―당신이 팔아넘긴 사람만 족히 천 명은 되잖아. 밀수하고 인신매매로 돈을 벌어 돈놀이하면서 상인들의 건물과 집을 강제로 빼앗고 말이야. 조금 알아보니 과거에는 더 화려했더군. 그걸 다 까발리면 사람들 좋아하겠다. 그렇지.
화린의 전음이 들려오자, 화정수는 제대로 말조차 하지 못하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동생 가는 길이라도 편하게 보내 줘야지. 여기 난장판으로 만들면 되겠어?”
이를 지켜보는 백군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있었나?’
이들의 관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백군성이었기에 어색해진 분위기를 느끼고 자신이 나설까 말까를 고민하였다.
“우리 저쪽에서 조용히 음식만 먹다가 갈 테니까 다른 손님들 신경 써.”
화린은 서대영을 보았고, 서대영은 화정수에게 전표를 넣은 봉투를 건넸다.
“죄송합니다. 저희 장주님께서 워낙 막무가내라.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서대영이 고개를 숙여 사과하자, 화정수는 화린을 매섭게 노려만 볼 뿐이었다.
화린과 서대영은 화정국의 영정 앞에 서서 명복을 빌어 준 후에 빈자리로 가서 앉았다. 식솔들이 음식을 가지고 와서는 한 상을 차렸다.
“너 화정수랑 문제 있어?”
백군성이 물었다.
“문제? 그런 거 없어. 그냥 옛날에 저놈이 내 것을 빼앗기 위해서 나를 죽이려 한 적은 있었지. 그 덕분에 멀쩡한 석천파만 멸문당했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