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68)
구룡전기-168화(168/217)
구룡전기 (168)
“사천에 간다고?”
“일하러 가는 거니까 따라오지 않아도 돼.”
화린은 백군성에게 다음 달에 사천성에 간다고 알렸다.
“그래? 알았어. 그런데 가면 언제 돌아오는 거야?”
“빠르면 보름, 늦으면 한 달.”
“무슨 일인데 그리 오래 걸려?”
“이것저것, 곡물 생산자들 만나서 곡물을 팔아 달라고 해야지. 그들과 계약하면 흥친왕부의 흥친어림군에 군납품을 할 수 있는 시기도 알아봐야 하고, 입찰에 대한 정보도 얻어야 하고, 할 게 많아.”
백군성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다녀와. 난 여기 있을 테니까.”
화린은 자신의 예상과 빗나간 백군성의 반응에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같이 안 가고?”
“따라갔다가 무슨 고생을 하려고.”
“야, 그래도 네 일이 감찰하는 건데, 나를 안 따라가면 어떻게 해?”
“내가 너 따라가는 동안 여기서 다른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 지난번에 강소성에 다녀왔을 때도 제법 일이 생겼다고 하던데.”
“그건 구룡루의 돈을 노린 놈들이 소란을 피운 거지. 무림인과 엮인 건 아니잖아.”
“종남과 화산이 찾아왔다고 하던데.”
“이전부터 종남과 화산은 친분을 가지고 지냈어. 그런 것까지 막는다고는 하지 않았잖아. 구룡장이 무림 활동을 못 하게 한댔지, 이미 친분을 나누고 있던 문파에 대해서 제재를 한다고는 안 했거든.”
“그러니까 내가 여기에 남아서 순수하게 친목을 위한 것인지 무림 활동을 위해서인지 알아본다고.”
“아니, 그래도 네가 가야지.”
“안 가. 내가 네 수하가 되려고 여기 온 건 아니잖아. 이번에도 따라가면 나보고 온갖 잡일 다 시킬 거면서.”
“야, 같이 다니다 보면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지. 그리고 내가 공짜로 널 부려 먹었냐? 내가 무공도 가르쳐 주고, 깨달음의 단서도 알려 주고…… 어, 그거, 나 때문에 남해 백팔군도에서 왜 무인들이 왔는지 알아냈지. 그리고 마교가 어디에 몸을 숨기고 중원에서 활동하고 있는지도 알아냈잖아.”
“그게 어째서 너 때문이야. 어떻게 하다 보니 그리된 거지. 하여간 이번에는 안 가.”
화린은 백군성의 단호함에 당혹스러워하였다.
“친구야, 그러지 말고 가자.”
“안 가. 난 여기서 짝패나 하면서 구룡장의 무인들이 뭘 하는지 알아볼 거야.”
“그들이 하는 일이라곤 늘 같지. 무공 수련하고 구룡루 경비를 서고 영업장 순찰하는 거.”
“무슨 말을 해도 이번에는 안 따라가.”
화린은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정말이지. 내가 무공도 가르쳐 주려고 생각을 많이 했는데. 정말 안 갈 거지?”
“안 가. 지금까지 배운 무공도 익히기 바빠.”
“알았어. 나중에 따라간다고 하기만 해 봐라. 다리를 분질러 버릴 테니까.”
“말을 해도 꼭 무식하게……. 안 갈 테니까 걱정 마.”
화린은 백군성의 대답을 들은 후에 몸을 돌렸다.
‘따라나선다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 잘됐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심하는 편이 났겠지.’
백군성은 이곳에 있어도 사혈맹의 정부를 이용하여 얼마든지 자신의 뒤를 밟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럼 먼저 중경으로 가서 비선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다음 사천으로 갔다가 감숙성으로 해서 돌아오면 대륙의 서북쪽도 만들어지는군.”
화린은 이번 외출로 살수 연합에서 사용할 비선을 구축하게 되면 남서, 남동, 남쪽을 제외한 지역은 구축할 수 있게 되니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비선을 구축해 계속해서 사용하다 보면 단점을 보완하고 그러다 보면 완벽하게 하나의 연맹으로 다른 세력들과 힘겨루기도 할 수 있겠지.”
정면으로 붙어서는 이길 수 없지만 살수라는 직업적인 특성을 살린다면 충분히 정천맹, 사혈맹, 마교와 싸울 수 있을 것이다.
“이 호법!”
화린이 부르자, 이도문이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처럼 화린의 곁에 나타나 읍을 하였다.
“만약에 흑도를 조금 키워서 우리가 그들의 뒤에 숨으면 어떨까?”
“어떤 의도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우리 살수맹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면 정천맹이나 사혈맹의 정보망에 걸려들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비선을 통해서 그들의 정보 조직에 혼선을 줄 방도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흑도를 조금 키워서 그들이 이류 문파 정도만 상대할 수 있어도 정천맹과 사혈맹은 우리보다는 그쪽에 더 신경을 쓰지 않을까?”
이도문은 화린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잠재적인 위협보다는 직접적인 위협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것이 무림의 생리였다.
“아마도 그리될 것입니다. 이류 문파를 상대할 수 있다고 하나 일류 문파의 무인들이 오지 않으면 그들을 어찌할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산적, 수적을 잡기 위해서 일류 문파 무인들을 파견하였다는 소식을 들으면 우리가 나서서 그들을 처리하는 거야. 그리고 흑도의 이름으로 선포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뒤에 숨을 수 있겠지.”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우리가 맹을 만드는 데 주축이 된 문파가 몇 군데지?”
“각 성의 제일 살수 문파 스무 곳입니다.”
“그럼 그들에게 내 생각을 전하고 의중을 물어봐. 그들도 찬성하면 녹림의 산채 중에서 서너 군데 정하고, 수로채의 수채 서너 군데를 정해서 무공을 가르쳐 주고 그들을 강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가자고 해.”
“다 가르쳐 주지 않고 말입니까?”
“다 가르쳐 주면 자신들이 잘났다고 따로 놀 게 뻔해. 그런데 서너 곳이 강하면 그들을 중심으로 모이게 되어 있어. 그게 통제하기도 쉬우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놈들도 있을 거야. 마교에서 나온 놈들 말이야. 그들과 충돌을 일으켜서 좋을 것 없으니 혹여 그런 놈들을 만나면 조용히 나에게 알려 줘. 내가 처리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화린이 고개를 주억거리자, 이도문이 그 자리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화린은 홀로 남아 자신이 계획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며 빈틈이 있는지 없는지 되짚어 보았다.
‘몇 가지의 변수만 생기지 않으면 큰 어려움은 없다.’
화린이 생각하는 변수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무력을 가진 사람, 천마, 사황, 검황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 외에는 안 되면 힘으로 눌러 버리면 될 것 같은데 이 세 사람만큼은 아직까지 자신의 힘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전쟁터에서 한 번 더 굴러야 하나. 벽 하나 넘기가 이리 힘들어서야.”
화린은 투덜거리면서도 입가에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하긴 한 세상에서 왕이 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화린 역시 수십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겨 가며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럼 사천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몇 가지 준비를 해 볼까?”
* * *
화린은 흥친왕의 생일 축하연에 참석하기 위해서 섬서성을 떠났다.
그는 사천으로 넘어가기에 앞서 중경으로 갔다. 중경은 중원 대륙의 교통의 요충지로 장강의 수로를 이용하는 상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기도 하였다.
특히 무가로는 서문세가, 상가로는 을지세가로 대표하는 중경에는 이 외에 십대세가 중 하나인 백리세가가 터를 잡고 중경의 치안과 질서를 유지하고 있어 사파가 큰 힘을 쓰지 못하는 지역이기도 하였다.
최근 을지세가의 문제로 중경에서 전멸당한 사혈맹의 사령혈마대, 적령혈사대, 구주사망혈루대로 인해서 사파는 더욱 움츠러들었다가 구룡장과 사혈맹의 싸움에서 서문세가와 백리세가가 중경에 있는 사파를 토벌하면서 중경 지역에서는 사파를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구룡장과 사혈맹의 다툼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본 이들은 정천맹이었고, 그다음이 각 성의 정파 문파들이었다.
사혈맹은 이에 대한 복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지금 당장 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화린은 서대영과 함께 중경으로 내려와 서림으로 갔다.
서림은 관직을 희망하며 많은 서생들이 공부하는 곳으로 이곳 서림에는 수많은 서당이 있었고, 이들 서당 중에서 가장 유명한 서당이 대성학당이란 곳이었다.
대성학당은 무려 오십 년 동안 관직에 입관하는 서생들을 배출한 학당으로 중경 서림에서는 가장 유명한 학당이기도 하였다.
그런 대성학당에 화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그놈이 여기 있는 거 맞아?”
“동창에 있을 때, 군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금의위 비밀감찰 서동력이 대성학당의 선생으로 있는 걸 알아내었습니다.”
“잘됐군. 하오문의 중경 지부도 대성학당인데. 둘을 묶어서 처리하면 되겠네.”
화린이 대성학원 안으로 들어가자, 입구를 지키는 이가 화린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별일 없지?”
“그렇습니다.”
“늘 고생이 많아. 이번에 조금 더 챙겨 준다고 그랬는데 그 좀생이가 정말 그럴지 모르겠어.”
화린은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처럼 말을 건네며 대화를 나누다 수고하라는 말을 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아는 사람입니까?”
“내가 어떻게 알아. 오늘 처음 보는데.”
“그런데 잘 아시는 것처럼 그리 대화를 나누십니까?”
“그럼 저리 친절하게 말을 거는데 딱딱하게 대답해? 그건 아니잖아.”
“그렇긴 합니다만, 전 아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서대영 역시 화린이 배교의 비술을 익히고 있음을 알지 못하였기에 이런 경우는 매우 신기하게 생각을 하였다.
“사람에게는 기질이라는 것이 있어.”
“알고 있습니다.”
“대면하는 사람이 익숙한 기질을 드러내면 내가 어디서 저 사람을 보았나 하는 착각을 일으키지.”
화린은 서대영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천천히 설명해 주었다.
“순간적으로 기질을 바꿀 수 있다면 눈앞에 있는 상대를 쉽게 속일 수가 있어.”
“그렇습니까?”
“아는 척만 해 주면 저 사람은 나를 몰라도 긴가민가해. 그때 몇 마디 더 해서 더 친숙한 모습을 보이면 그가 착각을 하는 거야. 내가 저 사람을 어디서 한번 본 적이 있구나.”
서대영은 화린의 말을 듣고 이해하였다.
“스스로 자신의 지위가 낮다고 생각하면 어디서 만난 적이 있는지 물어보지 못해.”
서대영은 자신도 황궁에서 그러한 경험을 많이 해 보았기에 수긍하였다.
“그럼 대충 말하고 지나치는 거지.”
“그렇군요. 그럼 기질을 어떻게 순간적으로 바꿀 수가 있습니까?”
“내공으로 기질을 바꾸는 건 하수들이 하는 거고, 분위기로 자신의 기질을 바꿔야지.”
화린은 서대영에게 기질을 바꾸는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은이든, 원이든 열 곱으로 갚아 준다는 신념으로 살아가는 화린이었기에 자신의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베풀었다.
“단순히 드러나는 기질은 눈빛, 표정 그리고 그들이 익숙한 형상의 모습만으로도 바꿀 수가 있어. 여기서 더 깊이 들어가면 목소리와 걸음걸이 등이 포함되겠지만.”
화린의 설명을 듣는 서대영은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화린의 입장에서는 간단한 술법으로 상대를 속인 것이지만 이를 곁에서 지켜보는 서대영의 입장에서는 화린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배우려고 노력하였다.
“하여간 급하게 접근하지 말고 천천히 접근해.”
“알겠습니다.”
화린은 우선 하오문의 중경 지부장을 찾았다. 그는 이곳 대성학당에서 기록을 담당하고 있는 사서로 일하고 있는 중이었다.
화린은 대성학당의 뜰을 청소하는 사람에게 다가가서는 물었다.
“여기 사서관이 어디 있습니까?”
“사서관은 왜요?”
“학성림 사서관을 만나러 왔습니다.”
“학성림 사서관을요?”
“네.”
“저기 모퉁이 돌아가면 있는 단층 건물입니다. 그런데 학성림 사서관은 무엇 때문에 만나시려고 하는 건지.”
“본 루에서 술을 먹고 외상을 하고 갔는데 술값을 아직까지 주지 않아 받으러 왔습니다.”
술값을 받으러 왔다는 말에 일하는 사람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표정 짓지 마십시오. 이제까지 밀린 술값이 금 닷 냥이니 말입니다.”
“아…….”
화린은 그 말을 하고 몸을 돌려 알려 건물로 갔고, 그의 뒤를 따라붙은 서대영이 물었다.
“우리에게 정말 외상 술값이 있는 놈입니까?”
“없지. 그래도 만나면 금 닷 냥은 받아 낼 테니 걱정 마. 내가 학성림이랑 대화를 나눌 동안 넌 서동력이나 찾아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