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169)
구룡전기-169화(169/217)
구룡전기 (169)
화린은 사서관에서 학성림을 만났다. 학성림은 화린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화린이 말을 걸자,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처럼 대하였다.
“이 사람, 여기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어찌하는가?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눔세.”
학성림은 화린을 데리고 자신의 집무실로 데리고 갔고,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학성림이 술을 먹고 외상한 돈을 주지 않아, 그를 찾아 사람이 왔다고 생각하였다.
이전에도 종종 이러한 일이 있었기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였다.
화린은 학성림이 외상으로 술을 먹는 것이 그의 별난 취미라는 걸 미옥에게 들었기에 그를 찾을 때 외상값을 들먹였던 것이었다.
화린이 학성림의 집무실에 들어가서 자리를 차지하고 앉자 학성림도 화린의 맞은편에 앉았다.
“이렇게 찾아오면 내가 무슨…….”
“그런 거 말고, 중경 무림의 상황에 대해서 알고 싶어. 사혈맹과 구룡장의 싸움으로 인해서 여기도 변화가 있지?”
화린이 중경의 무림에 대해서 묻자, 그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을 하였다.
“지금 중경은 서문세가와 백리세가를 주축으로 정파 무인들이 모이고 있고, 그 모임을 을지세가가 지원해 주고 있는 실정이야. 이로 인해서 사파는 정파에 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지. 그래서 사파는 사파대로 힘을 모으고 있어.”
“그래?”
“사혈맹과 구룡장의 싸움에서 얻은 교훈들이 있거든.”
“교훈?”
“사혈맹이라는 거대한 연맹이 있고, 그 속에 가입이 되어 있지만 결국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는 거지.”
“음…….”
“그래서 자구책으로 사혈맹이라는 거대한 연맹 안에 중경연합이라는 또 다른 연합맹을 만들어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단체를 구성하는 거지.”
“그럼 최소한 각개격파는 당하지 않겠군.”
“그렇지. 그리고 사혈맹에서 지원을 보낸 무인들이 올 때까지 시간도 벌 수 있겠지.”
화린은 자신이 사혈맹에 왠지 도움을 준 것 같아 기분이 언짢아졌다.
“그럼 정파 역시 마찬가지겠네.”
“그러니 서문세가와 백리세가를 중심으로 정파가 모였겠지. 지금의 중경 상황을 보면 정천맹의 지원을 받는 것보다 더 단단해진 느낌이야.”
“서문세가와 백리세가가 주도하면 두 세가의 알력 다툼은 없는 거야?”
“없지. 같은 십대세가라고 하지만 중경은 서문세가의 텃밭이니까. 그리고 서문세가가 중경에 자리를 잡은 이후, 중경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하였는지 중경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 정천맹 안에서는 서문세가와 백리세가의 언쟁이 있을지언정 중경에서는 백리세가도 서문세가의 노고를 잘 알고 있어 서문세가를 보조하는 역할만 하고 있지.”
“그럼 중경은 서문세가의 뜻대로 움직이겠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서문세가는 중경을 위해서 희생을 해 온 가문이라 딱히 자신들을 내세우지도 않아.”
화린이 학성림을 보았다.
“그냥 중경의 남궁세가라고 생각하면 편할 거야.”
화린은 남궁세가를 언급하자 이해가 되는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다른 성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겠군.”
“그렇지. 전통적으로 정파가 강한 성을 제외하고는 다 영향을 받을 거야. 그것 때문에 각 성의 사혈맹 지부, 정천맹 지부의 발언권이 줄어들어 고심하고 있는 걸로 알아.”
“그렇겠지. 그럼 지역 유대가 강해지면 정천맹이나 사혈맹 안에서도 파벌 관계가 형성되겠군. 이전의 주도 세력과 새로운 주도 세력과의 대립도 있을 테고.”
화린이 묻자, 학성림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단기적으로 보면 좋은 건데, 장기적으로 보면 안 좋은 것이군.”
“그렇다고 봐야겠지.”
화린은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제갈탁이나 사마맹이 바보가 아닌 이상 문제점을 찾아내고 보완을 하겠지. 그리고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개선해 나갈 거야.”
“아, 당연히 그렇겠지.”
다시 기분이 상한 화린은 시무룩하게 물었다.
“중경에도 마교 놈들이 있지?”
“당연히 있지. 그런데 어디에 있는지 종적이 묘연해.”
“하오문에서 그놈들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면 어떻게?”
말에서 그 기분이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학성림은 너털웃음을 치며 말했다.
“우리라고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다만 예상하기에는 민가에 숨어든 것 같아.”
“민가에?”
“우리가 누군가의 행방을 찾지 못하는 경우는 그들이 중경을 떠났거나 민가로 숨어 일반인들과 같이 생활하고 있거나야.”
“음.”
“며칠 전에 사혈맹의 중경 지부에서 옥화산 아래 빈민촌을 급습한 적이 있어.”
“빈민촌을? 마교도가 그곳에 숨어 있었던 건가?”
“그렇지. 사혈맹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빈민촌을 습격해 마교도를 공격하였지만 마교도의 무공이 워낙 강해서 기습의 묘를 살리지 못하고 그들을 놓쳐 버렸지.”
지난날 백군성과 강소성으로 갈 때, 하남성에서 마교도들이 숨어 있었던 곳이 빈민촌이었다는 것을 상기하였다.
“그 후에 마교도들의 행방을 놓쳤고, 행방이 묘연하니 아마도 민가로 숨어들었을 것이다, 이리 생각한다는 거지.”
“그렇지.”
“혹시 그들이 왜 몸을 숨기고 있는지 이유를 알고 있어?”
화린이 물었다.
“그건 알 수 없어. 본 문에서도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있는데 명확한 이유를 알지 못해. 다만 마교가 움직이려면 막대한 물자가 필요하니까 각 성에 그 물자를 비축해 둘 장소나 혹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물색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
학성림의 대답을 듣고 수긍이 되는지 고개를 주억거린 화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겨났다.
“그럼 거점들을 때려 부수면 마교는 중원 진출이 힘들겠네.”
“대규모 파견은 힘들겠지. 그래도 마교에서는 방법을 만들어 낼 거야.”
“그래?”
“천마가 직접 나서면 어려운 문제도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가 있을 테니까.”
학성림의 말에 지난날 사황 백무기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놈의 이름값은…….”
“그놈의 이름값이 아니라 무림인이라면 최종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곳에 도달한 사람의 이름이야. 그러니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고.”
“나도 알아. 내가 직접 당해 봤으니까.”
화린이 툭 쏘아 말을 하였다.
“그건 그렇고, 사람이나 소개해 줘.”
“사람?”
“그래. 똘똘한 놈으로. 셈이 빠른 친구도 괜찮아. 여기는 그런 놈들 가르치는 곳이잖아.”
학성림은 화린이 떼를 쓰자, 피식 웃었다.
“알아는 보겠네. 근데 그런 놈이 관리를 하려고 하지, 자네 밑에서 일을 하려고 할까?”
“돈 많이 준다고 해. 그런 놈 있으면 구룡장으로 보내.”
“알겠네. 구룡장으로 보내겠네.”
“그리고 나를 좀 도와줘야겠어.”
“내가 자네를?”
“그러니까 내가 비선 조직을 만들려고 하는데…….”
은은하게 푸른빛을 발하던 화린의 두 눈동자가 더욱 푸르게 빛났고, 그 눈빛에 시선이 고정된 학성림의 눈에서도 푸른 안광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 * *
황궁에는 동창 외에도 금의위란 조직이 따로 편성되어 있다.
금의위는 황궁을 지키고, 황족을 보호하며 황궁 관리들에 대한 조사와 군대 감찰, 장군들에 대한 비리 혐의 조사 등 다방면에서 활동을 하는 조직으로 동창과는 성격이 다른 조직이었다.
화린은 학성림을 만나 소기의 성과를 거둔 후에 서동력을 만났는데, 인상이 포근한 옆집 아저씨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포근함 뒤에는 그가 금의위 직속 감찰기관의 감찰관으로서 관리들에게는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란 사실이 숨겨져 있었다.
“무림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조사를 했을 것 아니야?”
“그렇습니다. 황궁에서는 무림도 국가를 위협하는 잠재적인 존재로 보고 있어 항상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정보를 나에게 달라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필요로 할 때 정보를 달라는 말이지.”
“그건 불가합니다. 금의위장의 허락이 없으면 정보 반출을 할 수가 없습니다.”
‘금의위는 따로 섭혼술에 대한 공부를 한다고 하더니.’
서동력은 화린이 평소에 사용하던 배교의 비전 섭혼술을 견뎌 냈다.
이제까지는 화린이 굳이 섭혼술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없어 몇몇을 제외하고는 높은 강도의 섭혼술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서동력에게는 섭혼술의 단계를 올려야 했다.
“금의위장이 몇 놈인데 그놈들에게 다 허락을 받아. 그리고 그놈이 나보다 높아?”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사적으로…….”
배교의 비전 비술의 무서운 점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상대가 자신에게 섭혼술을 시전하고 있음을 자각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럼 그걸 해!”
“하오나…….”
“내가 누구야?”
화린의 눈에서 청광을 넘어 붉은 홍광이 피어오르자, 서동력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을 하였다.
“주군이십니다.”
결국 화린의 섭혼술에 버티던 서동력이 굴복하고 만 것이다.
‘정신력은 정말 대단해. 학성림은 일 단계에서 굴복했는데 이자는 삼 단계까지 가서야 굴복시키다니 말이야.’
무공이 고강하고 정신력이 높을수록 섭혼술에 오랫동안 저항할 수 있으니 이 문제도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고 화린은 속으로 생각하였다.
“비선들이 활동하면서 이곳을 찾아와 해당 정보를 요구하면 알려 줘.”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쫓기거나, 혹은 피할 장소가 필요하게 되면 언제든지 금의위의 안가를 알려 주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진작에 협조했으면 나도 덜 피곤하잖아.”
“죄송합니다.”
“그나저나 황궁은 좀 어때? 지난번에 다섯째 형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세자 다툼의 전조가 보이던데.”
“별다른 일은 없습니다. 황궁이 워낙 음모와 모함이 판을 치는 곳이라.”
“황후마마는? 그 성격에 큰형님이 황태자로 책봉되는 일에 방해가 되는 자들을 그냥 두진 않을 텐데.”
“황후마마께서는 일선에서 물러나신 상황입니다.”
“왜?”
“이십 년 전 황궁에 난이 있었던 날을 기억하십니까?”
“그래. 내 모친이 죽던 날이니까.”
“그렇습니다. 그 후, 황제 폐하께서는 황후마마의 권한을 축소시켰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내명부의 일을 황후마마께서 주관하신다 알려져 있지만 사실상 유폐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화린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몇 해 전부터 이와 같은 소문이 은밀하게 퍼지면서 내명부의 비들이 황후마마의 권위에 도전하는 일들이 종종 생겨났습니다.”
“그래? 황후마마는 가만히 있고?”
“그렇습니다. 이전에 우리가 알았던 황후마마라면 분명 대응을 하였을
텐데 황후마마께서는 비들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계십니다. 이로 인해서 동창과 금의위가 바쁘게 움직여야 했고, 그리된 배경에 황제 폐하께서 계신 걸 알고 더 이상 그 이유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지금도 황후마마는 여전히 유배 아닌 유배 생활을 하는 건가?”
“그리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황궁을 떠나올 때, 황후를 용서해 달라고 말한 부친의 모습을 떠올렸다.
“부친께서는 황후마마를 엄청 아끼시는데 왜 그러한 조치를 한 거지?”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구황자님의 모친께서 돌아가신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화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황궁에도 바람이 불겠군.”
* * *
“그러니까 나보고 구룡장주를 죽여 달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는 사혈맹과의 싸움에서 그가 대단한 무공의 소유자임이 드러났기에 검제 님이 아니라면 그를 죽일 수 있는 자가 없다 판단하여 이리 찾아온 것입니다.”
살인검제 백정인을 찾아온 화명상단의 화정수는 그에게 구룡장주를 죽여 달라고 청부를 하였다.
“쉽지 않은 청부군.”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검제라면 그를 죽일 수 있지 않으십니까?”
“물론이다. 내가 마음먹어 죽이지 못할 사람은 없다.”
“그를 죽여 주신다면 금 십만 냥을 드리겠습니다. 선수금으로 금 삼만 냥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는 백정인에게 금 삼만 냥에 해당되는 대륙전장의 전표를 꺼내어 내밀었다.
백정인은 전표를 확인한 후에 잠깐 고민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선수금으로 금 이만 냥을 더 보내.”
“이만 냥을 더 말입니까?”
“어차피 줄 돈이니 선수금으로 청부금 절반을 미리 주는 것도 이상할 것은 없지.”
‘빌어먹을 놈.’
“며칠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지금은 가져온 돈이 그뿐입니다. 가문으로 돌아가서 돈을 더 가지고 오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 구룡장이 섬서성에 있으니 나 또한 섬서성으로 함께 가서 돈을 받으면 되지.”
“아, 그리해 주신다면 섬서성에 계시는 동안 제가 최선을 다해서 모시겠습니다.”
“돈을 받았으니 돈값은 해야지. 섬서성에 가서는 내가 알아서 할 터이니 자네는 더 이상 나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알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하지만 생활하시면서 불편함이 있으면 저를 찾아 주십시오.”
“그리하지.”